책 소개
■ 내 손의 의미
우리는 손으로 많은 것을 표현해요. 이 책은 ‘나의 손은~’으로 시작되는 문장으로 내 손이 갖는 다양한 의미와 역할에 대해 알려 줍니다. 내 손은 쓰다듬고, 도움을 주고, 자연을 지키고, 식물을 가꾸며,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 교도소에서 만난 손
<나의 손>이라는 짧은 제목의 이 책은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을까요? 이 책의 작가인 푸아드 아지즈가 몇 년 전에 교도소 재소자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 프로그램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고 해요. 사방이 꽉 막힌 교도소는 죄에 대한 처벌로 자유를 억압당하는 곳이죠. 그런 교도소에 들어서는데, 창문에서 두 손이 나와 흔들렸다고 해요. 몸은 비록 감옥에 갇혔지만, 손만은 자유를 갈망하며 흔들렸던 것이죠. 그 순간 작가는 우리가 손으로 정말 많은 것을 ‘해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생각해 보면 인간은 네 발로 걷던 동물에서 직립 보행하는 존재로 진화되어 왔어요. 이건 인간에게 정말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어요. 두 발로 걷는 순간 자유로운 두 앞발, 곧 두 손을 얻게 되었으니까요. 인간은 그때부터 두 손을 이용해 다양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도구를 만들어 생활을 편리하게 개선하고, 예술 활동으로 아름다움도 추구했지요. 또 농사 짓고 식물을 가꾸거나 동물을 돌보기도 했어요. 손은 인간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어요.
작가는 이번 책에서 우리 손이 갖고 있는 이런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찾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각 장면마다 주어는 똑같이 ‘나의 손은…’이지요. 자, 나의 손이 어떤 손인지 책을 통해 만나 볼까요? 손이 감당하는 다양한 의미와 역할에 대해 새롭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 주제성과 상징성
이 책은 기승전결의 스토리라인을 가진 이야기 그림책이 아닙니다. 장면마다 손을 주제로 한 클로즈업된 장면이 등장해서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줍니다. 손은 때때로 고양이를 간질이고, 다른 사람을 도와줍니다. 또 전쟁을 반대하며 평화를 전하고, 열심히 일도 하지요. 손만 자세히 들여다보는 데도 손이 하는 역할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름답게 그림을 그리는 것도 손, 고운 음악을 연주하는 것도 손,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것도 손이 하는 일이에요.
손은 인간만이 가진 특징이니, 다양한 손의 활동은 곧 인간만의 고유 특징이기도 한 셈입니다. 손은 씻고, 밥 먹는 일상 생활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전쟁 반대와 평화 수호 그리고 환경 보호 같은 의미 깊은 메시지를 표현하고 수행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이 책은 손을 주제로 삼은 그림 작품을 모아 놓은 듯한 구성을 취합니다. 독자들은 마치 미술 전시회에 온 듯이 그림을 장면 별로 감상하며,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의미를 되새기면 되는 것이지요.
작가가 표현한 손 말고도 우리에겐 또 어떤 손의 의미가 있을까요? 책을 덮고 난 뒤에 ‘나의 손은…’을 주어로 삼아 손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더 생각하고 확장해 보는 활동을 해도 좋겠습니다. ‘나의 손은 전화를 해요.’, ‘나의 손은 머리를 빗어요.’ 나의 손은 박수를 쳐요.’ 등 아이들 생활과 밀착된 역할이 뽑힐 수도 있을 겁니다. 또 어른들은 생각치 못한 손의 숨은 의미를 찾아낼 수도 있을 거고요.
■ 이라크계 이탈리아 작가의 그림책
이 책의 작가인 푸아드 아지즈는 이라크의 아르빌에서 태어났습니다. 이라크에서 대학까지 마친 뒤에 이탈리아로 이주해서 쭉 예술 활동과 그림책 작업을 병행해 오고 있지요. 그래서 푸아드 아지즈의 그림에는 이탈리아의 세련된 감각이 살아 있으면서도 중동 지역 특유의 이국적인 정서가 흐릅니다.
푸아드 아지즈는 오랫동안 그림책 작업을 해 왔는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소개된 책이 없습니다. 이번 책이 한국에 소개되는 푸아드 아지즈의 첫 책으로, 이탈리아에서는 2017년에 출간되었습니다.
푸아드 아지즈는 이번 책에서 의도적으로 장면마다 인물의 등장을 배제한 채 손의 동작만으로 강렬함을 살렸습니다. 또한 거칠고 두꺼운 먹선과 물감을 흩뿌린 듯한 효과, 거기에 대비되는 따뜻하고 화려한 색채감으로 집중도를 높였지요. 아이들은 책장을 펼칠 때마다 작가가 표현한 상징적인 예술 세계에 흠뻑 빠지며,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렇게 표현했는지 이야기 나눠 보면 좋겠습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푸아드 아지즈
1951년 이라크의 북부 도시 아르빌에서 태어났어요. 1974년 바그다드 미술 학교를 졸업한 뒤 이탈리아의 피렌체로 이주해 미술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계속했어요. 그 동안 여러 어린이책을 쓰고 그렸으며, 이탈리아와 해외에서 많은 전시회를 열었어요. 2004년 <마법의 유리컵>으로 외국인에게 주는 최우수 단편문학상을, 2005년 <첼로의 여행 이야기>로 최고의 글과 그림 상을 받았어요. 그밖에 <나에게 오세요>, <보라색 창문>, <하늘을 덮는 방법>, <녹색 꽃> 등 여러 그림책을 쓰고 그렸어요.
옮긴이 : 권재숙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한 뒤 이탈리아의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으로 유학을 다녀왔어요.
지금은 성악가로 활동하며,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있어요.
이번 책은 우리말로 옮긴 첫 번째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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