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밤하늘을 환히 비추는 보름달처럼
묵묵히 고통의 긴 시간을 억척네와 함께한 달항아리 이야기
달항아리는 한국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백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눈처럼 희고, 보름달처럼 둥근 모양은 우리 민족만이 가진 담백함과 푸근함, 넉넉함을 그대로 보여 주지요. 그래서일까요? 김환기 화백을 비롯하여 많은 작가들이 달항아리를 그림으로 또는 조형물로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재생산해 내고 있답니다. 이렇게 많은 작가들이 우리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가운데, 그림책으로는 처음으로 달항아리를 소재로 한 이 책 《달항아리》를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조영지 작가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 내몰리게 된 한없이 나약하기만 한 아낙네가 세 아이를 품에 안고 묵묵히 살아 내야만 했던 삶의 이야기를 우리 민족을 닮은 달항아리의 시선으로 담담히 풀어냅니다.
우리는 어떠한 역사의 사건을 이야기할 때 대개 사건의 원인과 결과만을 이야기하고 기억합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오롯이 감당해야만 했던 개개인의 삶에 대해서는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지요. 그림책 《달항아리》는 역사적 의미가 아닌, 참혹한 전쟁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에 귀 기울입니다. 그림책 속 배경이 되는 한국 전쟁 당시 ‘낮에는 국군, 밤에는 인민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시로 점령군이 바뀌어, 사람들은 어느 쪽에도 편입되지 못한 채 살얼음판을 내딛듯 긴장감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 냅니다. 언제 끝날지 그 끝을 알 수 없는 전쟁의 공포가 지속되는 나날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적이자 대단한 일입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일제 강점기, 해방, 한국 전쟁, 분단 등 격동의 시대를 겪으면서도 굳세게 견뎌 낸 이들의 삶에 경의를 표하며, 그들을 위로합니다. 그리고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처럼 우리 어린이들의 미래가 항상 밝을 수만은 없고, 더더군다나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를 살아갈 우리 어린이들에게 극한 상황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그림책 속 억척네의 모습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버텨 내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마음 근력을 키우게 도와줄 거라 기대됩니다.
“나는 기다리는 단 한 사람이 있습니다.”
억척네와 달항아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억척네는 소작을 부치던 남편이 징용되자 세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본인 지주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합니다. 마치 자기네가 주인인 양 남의 나라에서 호의호식하며 살아가는 일본 지주와 달리, 억척네는 먹고살기 위해 억척스럽게 일을 하지요. 갑작스러운 해방으로 지주가 황급히 조선을 떠나고, 억척네는 그동안 일한 품삯으로 지주가 두고 간 달항아리를 품어 듭니다. 해방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대신해 여전히 억척스럽게 일을 해야 했지만, 달항아리가 있기에 곧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억척네에게 달항아리는 보물 항아리였지요. 그러나 이러한 믿음도 잠시, 또 다시 총소리가 울리기 시작합니다. 달항아리와 아이 셋을 데리고는 피난을 갈 수 없는 상황이지만 억척네는 다시는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겠노라 마음을 굳게 다잡고 또 한 번의 고난과 역경을 견디며 살아남습니다. 하지만 결국 억척네는 달항아리를 두고 아이 셋과 먼 길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됩니다. 홀로 남은 달항아리, 그리고 억척네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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