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섬 위의 주먹》 비올레타 로피즈의 강렬한 이미지,
《땅의 심장》 기아 리사리의 기발하고도 경쾌한 상상
어쩌면 우리에게 꼬리가 없는 것이
더 이상한 일 아닐까?
“인간은 꼬리를 상실했어요. 하지만 언제든 다시 자라게 할 수 있을 테죠.”
―기아 리사리(글 작가)
“정말 많은 걸 봤어.”
작디작은 세계에 나타난 낯설고 이상한 것,
‘노래하는 꼬리’가 이끄는 길고 아름답고 튼튼한 여정
세상에서 가장 작은, 얼마나 작은가 하면 마을의 이름보다도 작은 마을에 사는 소년 이반에게 어느 날 갑자기 꼬리가 생긴다. 놀란 이반이 꼬리를 감춰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꼬리는 더욱더 세차게 반항하고, 이반의 부모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마을의 유일한 소방관에게 도움을 청한다. 해진 제복을 입고 낡은 양동이를 지닌 소방관은 마을 유일의 제빵사를 부르고, 제빵사는 푸줏간 주인을 부르고,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듯 장의사에서 시장까지 차례차례 소집된다. 결국 마을 주민 열 명이 모두 모여 이반의 꼬리를 뽑아내려 하지만 꼬리는 온 세상을 홀릴 법한 목소리로 이국의 노래를 부르며 길어지고 또 길어지는데…….
길고 아름답고 튼튼한 꼬리와 그로 인한 소동, 좁은 세계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드넓은 세계를 경험하면서 낯설고 이상한 존재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과정, 혼자 남은 소년이 고독과 기다림 끝에 씩씩하게 자라난 모습이 기아 리사리의 경쾌한 필치와 비올레타 로피즈의 강렬한 이미지로 아름답게 그려졌다.
기아 리사리의 도발적인 상상이 던지는 질문
전작에서 땅의 심장을 찾아 나선 형제의 긴 여행을 시적인 언어로 써내려간 기아 리사리는 《노래하는 꼬리》에서도 엉뚱한 상상을 리듬감 있는 문장으로 들려준다. 마지막에 다다라 주민들이 소년의 꼬리와 함께 세상을 여행하고 다시 출발점인 마을로 돌아왔을 때는 모든 것이 달라져 있다. 리사리는 이국의 잊혀진 노래를 부르는 꼬리와 어른들의 모험과 소년의 성장을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꼬리는 정말 없애야 했던 것일까? 사람들은 꼬리와 함께 무엇을 보고 경험했을까? 낯설고 잘 모르는 것을 위협 요소로 쉽게 배척하는 좁은 시야, 길들여지지 않는 것, 앎과 자유로서의 저항, 아이와 어른의 성장, 공동체와 세계, 삶의 변수와 모험과 기쁨에 대해서. 책장을 덮고 나면 우리가 잊었을 혹은 언젠가 잃어버렸을 어떤 마음과 물성이 먼 길을 돌아와, 소년의 꼬리가 그랬듯 “가까이보다 더 가까이에서” 노래하고 있을지 모른다.
비올레타 로피즈의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난 그의 첫 그림책
오후의 소묘에서 펴내는 비올레타 로피즈 그림책 시리즈가 《섬 위의 주먹》, 《마음의 지도》, 《할머니의 팡도르》에 이어 《노래하는 꼬리》로 완결된다. 번역본으로는 마지막에 소개되지만, 《노래하는 꼬리》는 로피즈가 처음 그림책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맡아 2년에 걸쳐 작업한 결과물로 그의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나 있다. 빨강과 검정으로 이루어진 강렬한 색채, 단순하고 함축적으로 표현된 은유와 상징, 대범하고 극적인 구성, 곳곳에 심어둔 작은 요소들. 그리고 이 책은 기아 리사리의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콜라주 방식으로 작업되었다. 이 효과적인 협업의 결과는 마치 한 편의 연극 같다. 조형적으로 잘 꾸며진 무대와 독특한 캐릭터들과 간결한 선으로 표현된 꼬리가 한데 어우러져 율동감 있게 펼치지고, 그 환상적인 세계의 막이 내린 후에는 어쩐지 그립고 따뜻한 여운을 길게 남긴다. 음악을 전공한 로피즈가 러시아의 옛 노래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방식도 인상적이며, 한 장 한 장 독립적인 일러스트레이션으로도 손색없는 페이지들은 우리의 감각을 충족시켜준다.
또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읽기 안내자이자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의 저자인 무루(박서영) 작가가 번역에 참여한 그림책으로, 그는 비올레타 로피즈에 대해 이렇게 썼다. “번역을 거듭하며 로피즈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는데 각기 다른 작가가 쓴 세 권의 그림책이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아름다운 일들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아, 이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세계를 함께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는 놀랍게도 매번 다른 스타일의 그림을 그린다. 그의 그림책들을 모아놓고 보면 한 사람의 작품 같지가 않다. 그는 이런 실험적인 시도가 작가로서 자신의 신념 때문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 또한 멋지다. 그는 모험가인 것이다. 쉽게 이해받기보다는 오해받아도 좋다는 쪽을 선택하는 종 류의 모험가. 나는 그런 사람의 이야기가 좋다.”(무루,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작가 소개
지은이 : 기아 리사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예술사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사회학과 역사, 인류학으로까지 관심 영역을 넓혔다. 기자, 사서, 교사로 일했고 소설가, 에세이스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교육가로서의 정체성이 강한 기아 리사리는 그림책에 깊은 애정을 쏟고 있으며, 그가 글을 쓴 그림책으로 《노래하는 꼬리》를 비롯해 《땅의 심장》, 《작은 점 하나》 등 서른 권 이상이 있다.
그린이 : 비올레타 로피즈
작가들이 사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스페인의 작은 섬 이비자에서 태어났으며, 마드리드, 베를린, 리스본, 뉴욕, 서울, 쿠스코 등 다양한 도시에서 그림을 그린다. 국내 SI그림책학교 강사 중 한 명이다.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 ILUSTRATE에서 2016 그랑프리를 수상한 《마음의 지도》를 비롯해 《섬 위의 주먹》, 《할머니의 팡도르》, '뉴욕타임스' 2018 올해의 그림책으로 선정된 《The Forest》를 그렸다.
옮긴이 : 정원정
번역을 하고 식물을 돌보고 이야기를 짓는다. 로피즈가 그린 《섬 위의 주먹》과 《마음의 지도》, 《할머니의 팡도르》를 옮겼다.
옮긴이 :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읽기 안내자.
스무 살 무렵 늦은 성장통이 시작됐다. 그때부터 그림책을 읽었다. 성장기에 읽은 책을 다 합해도 그 시기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림책 속에서 기쁨과 슬픔의 여러 이름들을 알았다. ‘사는 게, 세상이 다 그래’라는 말을 밀쳐놓을 힘도 얻었다. 비혼이고 고양이 탄의 집사이며 채식을 지향하고 식물을 돌보며 산다. 예전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차를 우리고 요리를 하며 다양한 분야의 아마추어로 살았다. 가장 오래 한 일은 15년 남짓 아이들과 책을 읽고 글을 쓴 것이다. 지금은 어른들과 그림책을 읽고 문장을 쓴다. 세 조카와 언젠가 태어날 그들의 아이들에게 재밌고 이상한 이모이자 할머니가 되고 싶다.
그림책 《섬 위의 주먹》, 《마음의 지도》, 《할머니의 팡도르》를 번역해 소개했다. 여러 창작자들과 함께 책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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