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아이들은 살아 숨 쉬는 세상을 만납니다.” _맷 마이어스
자아와 세계가 조화를 이루는 서정의 풍경 『파도가 차르르』
주인공 제이미는 바닷가에서 혼자 모래 장난 하기를 좋아한다. 그런 제이미의 곁을 지키는 것은 바다다. 제이미가 “흠흠흠.” 콧노래를 부르면, 바다는 “차르르르르.” 하고 파도 소리로 기분 좋게 화답한다. 제이미는 신이 나서 모래를 쌓다가 이내 기대한 결과가 아니라는 듯 쌓아 놓은 것을 부수어 버리고, 다시 모래를 조심조심 쌓아 올리다가도 모두 으스러뜨리기를 되풀이한다. 제이미는 그런 자신을 채근하거나 방해하지 않고 다만 다정히 함께해 주는 바다에 우정을 느낀다.
창작 과정을 은유하는 제이미의 모래 쌓기 놀이를 천천히 따라가는 그림책 『파도가 차르르』는 자아와 세계가 분리되지 않은 어린아이의 심성이 아름답게 표현된 작품이다. 제이미에게 세상은 나와 멀리 떨어진 무엇이 아닌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자신을 이해해 주는 친구이다. 그뿐 아니라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는 훌륭한 스승이기도 하다. 제이미가 홀로 있는 것처럼 보였던 해변 풍경은 제이미와 바다의 교감이 더해지며 따뜻한 서정의 풍경으로 거듭난다. 제이미와 바다가 주고받는 은은한 노랫소리는 언젠가 우리와 하나였던 세상을 호출하고, 그간 놓치고 살아 온 세상의 이야기에 다시 귀 기울이게 하는 마술적인 힘을 가졌다. 제이미의 이야기에서 어린 독자들은 자신의 막연한 상상 세계에 대한 응원과 지지를 받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걸 해서 뭐 할 건데?”“몰라도 돼.”
제이미는 대꾸해요. _본문에서
『파도가 차르르』에서 사람들은 모래를 쌓고 있는 제이미에게 오며 가며 말을 건다. “뭘 만드니?” “그걸 해서 뭐 할 건데?” 하고 제이미가 만들어 갈 결과와 그 목적에 대한 답을 요구하거나 “아이고, 야무진데.” "아유, 예뻐라!“ 하고 제이미의 노력을 쉽게 뭉뚱그려 귀여워하거나 ”말을 만들었구나.“ 하고 제이미의 작품에 대해 지레짐작한다. 제이미는 그런 사람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아직 모르겠다는 듯이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몰라도 된다며 화를 내기도 한다. 이 모습이 왠지 모르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사람들의 말과 제이미의 날 선 반응 속에서 아이의 미래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어른과 그런 어른을 거부하는 아이의 모습이 비쳐 보이기 때문이다. 맷 마이어스 작가의 재치 있는 구성 덕분에 제이미의 모래 쌓기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아이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탐구해 나가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호기롭고 당당한 제이미의 표정을 들여다보자. 아이는 관심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간섭의 민낯을 꿰뚫고 있다. 제이미는 불필요한 간섭을 뛰어넘어 보다 자유롭고 넓은 세상을 만난다.
나만의 기쁨을 찾아 가는 모든 이를 위한 이야기
제이미의 고민이 깊어져 갈 즈음, 백발의 화가가 해변에 찾아온다. 화가는 제이미 곁에 자리를 잡지만 말을 걸지는 않는다. 화가 역시 제이미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모르는 채다. 제이미도 화가 곁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다. 바다와 제이미와 화가는 따로 또 함께 하며 친구가 된다. 제이미와 화가가 치열하게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 가는 과정은 어린 독자들에게 넌지시 묻는다. 타인의 기대를 지운 오롯이 너 자신을 위한 기쁨은 무엇이냐고. 어린아이인 제이미와 백발의 노인인 화가가 끝내 그들의 환희에 도달하는 『파도가 차르르』의 결말은 담백하게 이야기한다. 조바심 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심지어 어른이 되어서도 얼마든 발견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맷 마이어스
미국의 그림책 작가입니다. 대학에서 미술과 그래픽아트를 공부하고 많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는 맥 바넷이 글을 쓴 그림책 『규칙이 있는 집』이 있습니다. 현재 아동문학 작가이자 어린이책 편집자인 반려자 마야 마이어스와 함께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살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파도가 차르르』는 세상 모든 예술가의 상상력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은 그의 첫 창작 그림책입니다.
옮긴이 : 김지은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심리철학과 철학교육을 공부했다. 평론집 『거짓말하는 어른』 『어린이, 세 번째 사람』을 썼고, 에세이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을 함께 썼다. 『너무너무 무서울 때 읽는 책』 『홀라홀라 추추추』 『쿵쿵이와 나』 등의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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