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눈을 기다리고 즐기는 이들의 연쇄적 상상을 그려낸 그림책
어린아이들에게나 나이든 어른에게나 눈은 특별한 추억과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순백의 흰 빛깔이며, 부슬부슬 피어 있다 스르르 녹아 버리는 촉감이며, 차가울 걸 알면서도 자꾸만 만지고 싶어지게 만드는 모양새까지, ‘눈’ 한 글자에 담긴 심상은 실로 다양하다. 첫눈 내릴 때까지 손톱의 봉숭아 물이 남아 있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처럼 콕 박혀 주문이 된지 오래다.
<눈이 오면>은 눈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을 엮고 엮어 아기자기하게 펼쳐 놓은 그림책이다.
막연히 바라고 구하던 눈이 마침내 한 송이씩 땅에 닿은 그날, ‘눈이 오면 무얼 할까’에서 시작된 작은 생각들은 눈사람 만들기나 눈싸움 같은 일상적인 놀이를 벗어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뻗어 나간다. 누군가는 눈을 통해 사람을 기억하고, 또 누군가는 시간의 흐름을 자각하고, 또 어떤 아이는 일 년 내내 기다려 온 놀이에 대한 기대감을 펼칠 테다.
<눈이 오면>은 눈을 매개로 상상의 세계를 펼치며 눈에 대한 오감의 기억, 추억과 기다림, 감성을 소환하는 그림책이다.
<눈이 오면>이 들려주는 흰 가루 마법의 세계 속으로
<눈이 오면> 속 아이는 눈을 보며 흰 가루 마법을 연상했다. 마법에 걸린 듯 눈이 온통 세상을 하얗게 뒤덮으면 아이는 해 보고 싶은 일이 참 많다. 눈이 만들어 준 하얀 눈밭을 맘껏 뛰며 발자국을 콕콕 찍어 보고, 세상에서 가장 긴 미끄럼틀도 신나게 타고, 아끼는 친구 토리에게 엄마 눈사람도 만들어 주고 싶다.
아이의 상상은 한껏 더 부풀어 올라, 눈구름 비행기를 타고 얼음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펭귄 친구들과 빙하가 가득한 얼음 마을에선 세상에서 가장 빠른 펭귄 썰매도 용기를 내어 타 보고, 얼음이 녹아 슬퍼하는 친구들에게 얼음산도 선물해서 펭귄 친구들을 기쁘게 하고 싶은 마음 한 가득이다. 아이는 흰 가루 병정을 따라 비밀의 다리를 건너, 드디어 눈꽃 맛 아이스크림이 가득한 흰 가루 왕국에 도착한다. 흰 가루 왕국은 어떤 추억을 안겨 줄까?
<눈이 오면>의 상상의 고리는 아이의 붉은 모자로 연결된다. 모자는 눈구름 비행기의 일부가 되고, 낙하산이 되었다가, 밧줄이 되기도 하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펭귄 썰매가 되고 흰 가루 왕국 여왕님의 생일 선물이 되기도 한다. 세상의 이야기들은 이렇듯 우리 안의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리라. <눈이 오면>을 매개로 잠자고 있던 기억과 바람들을 살포시 꺼내어 소중한 이야기들을 추억해 보는 건 어떨까.
캠핑으로 눈의 나라 아이슬란드를 여행한 작가가 전하는 겨울의 이미지
<눈이 오면>은 눈으로 대변되는 겨울의 심상을 담은 그림책이다. 이희은 작가는 캠핑 장비를 짊어지고 순백의 겨울을 연상케 하는 아이슬란드를 여러 차례 여행했다. 추위를 차단하는 따뜻한 호텔방보다 굳이 눈밭 위 캠핑을 택한 것이 오히려 아이슬란드를, 그 겨울을 오롯이 체감하는 수단이 되었을 테다. 추위를 타고 전해지는 가슴 뻥 뚫리는 공기의 상쾌함, 켜켜이 쌓인 얼음이 전하는 투명한 아름다움, 입고 입고 또 겹쳐 입어도 헝겊 솔기를 비집고 들어오는 찬 기운의 오묘함, 그 겨울을 꿋꿋이 버티는 나무들의 속삭임까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겨울의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눈이 오면>에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생생하게 전해진다.
작가 소개
눈이 오는 날을 좋아합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눈이 펑펑 내리는 한겨울에 아이슬란드를 다녀왔습니다. 온몸에 핫팩을 붙이고, 바람과 눈 사이를 헤치고 다녔지요. 차가 눈에 빠지기도, 쓰고 있던 모자가 날아가 버리기도, 축축해진 발이 얼어붙기도 했지만 하얀 도화지 같은 눈밭 위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빨간 텐트를 치면 그곳이 흰 가루 왕국이었어요. 그곳에서 만난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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