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빈칸,
그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단 하나의 보물!
그 비밀스러운 보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빈칸을 무엇으로 채울까?
자신만의 커다란 박물관에 진귀한 보물들을 모으는 수집가가 있다. 그 안은 어느새 온 세상의 신비로운 것들로 가득 찼지만 수집가에겐 보물이 없는 빈 곳이 더 눈에 띈다. 그래서 언제나 ‘저 빈칸은 무엇으로 채우지?’라는 생각에 잠겨 있다. 그런데 세상 어디에도 없을 아름다운 보물이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왠지 그것이 빈칸에 딱 맞을 물건이리라 직감한 수집가는 그 보물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을 찾아간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 사람에게서 수집가는 드디어 남은 빈칸을 채울 보물을 찾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몇 번의 협상 끝에 그 보물을 손에 넣는다. 과연 그 보물은 무엇일까?
채우고 싶은 마음, 공허함의 시작
첫 장면에 나오는 수집가의 보물들로 가득한 박물관은 옛날엔 그리스 신전이었던 것 같다. 긴 시간이 흘러서인지 주인공이 그렇게 만든 것인지, 예전의 모습들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신들의 석상은 부서져 내쳐지고 그 빈자리엔 주인공의 모습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마음을 정화하는 장소로 쓰였을 신전이 이제는 수집가의 보물로 가득하다. 마치 고대의 정신문명을 대변하던 공간이 현대의 물질문명들로 가득 채워진 듯하다. 보물들로 가득한 그곳엔 특별한 절차가 필요하다. 오로지 보물들의 안위와 안전을 위한 규칙과 규율들 말이다. 주인공의 박물관은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말하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정신이 담겨야 할 곳마저 온갖 물질들로 차 있고 그것들을 보호하기 위한 온갖 규칙들로 가득한 세상 말이다. 그리고 그 세상에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바로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물질주의가 만연한 이 세상이 만들어 낸 공허의 모습이다.
마음의 빈칸,
그곳을 채울 단 하나의 방법
주인공이 갖고 싶어 하는 보물을 가진 사람은 주인공에게 쉬운 협상 대상이 아니다. 그는 주인공이 아무도 보지 못하게 간직해 온 보물들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아무리 돈을 준다고 해도 보물을 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껏 조바심이 난 주인공은 결국 돈도 주고 회사와 집, 그리고 가족도 모두 넘긴다. 처음엔 꿈쩍하지 않을 것 같던 그 사람이 그제야 보물을 넘긴다고 하자 주인공은 기뻐한다. 가장 애지중지하던 박물관의 보물들이라도 내줘야 할까 봐 조바심 내던 주인공에겐 이 정도면 괜찮은 협상이 아닌가? 하지만, 주인공이 그 사람에게 넘긴 회사나 집, 가족이야말로 자신의 삶을 이루고 있던 것들이었다. 그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판다는 건 자신의 영혼을 넘겨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결국 마지막 빈칸을 채운 건 주인공 자신이었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건 오직 자기 자신이라는, 왠지 섬뜩하고 강력한 여운을 남긴다.
다양한 감정 속으로 들어가 보는,
이야기 그림책의 매력
이 이야기는 두 수집가의 실랑이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한 수집가는 어수룩하고 조금은 순진해 보이지만 또 다른 수집가는 뭔가 숨기는 듯 음흉하고 무서워 보인다. 부족하고 불완전한 인간과 완벽하고 냉철한 악마의 대결처럼 보인다. 그래서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꼬임에 빠지는 주인공의 모습이 꼭 완전하지 못한 우리 인간의 모습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이렇듯 우리가 살아갈 한 줌의 지혜를 얻을 뿐 아니라, 주인공의 어리석음에 연민을 느껴 보기도 하고 주인공이 되어 냉철한 악마와 맞서 싸워 보고도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바로 이런 이야기책의 재미와 매력이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기 전에, 우리는 주인공을 향해 이렇게 외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기다려! 내가 널 구해 줄게!’
기묘한 그림 속에 담긴
우리들의 모습
언뜻 보면 무서워 보이는 기묘한 그림들은 그냥 지나치기엔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지 않다가도 더 깊이 돌아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어쩌면 그 안에 담긴 모습이 바로 우리가 가진 모습의 일부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주인공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지만 인정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아닌 척하기엔 신경이 자꾸 쓰이는 그런 자신의 모습들 말이다. 커다란 박물관을 가득 채운 기괴한 보물들이 우리가 각자 마음속 박물관에 숨겨 둔 자신의 모습들이고, 자신도 모르게 그 박물관의 보물들을 위해 규칙을 만들고 그곳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서, 이를 위해 정말 소중한 것들을 하나둘 팔면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동양화 물감의 번짐과 다양한 색채를 어울려 그린 기묘한 그림들로 서서히 우리들의 마음에 다가온다. 그리고 평소엔 흘깃거리고 머뭇대며 똑바로 보지 못했던 우리 안에 있는 또 다른 모습을 마주 보게 해 준다.
작가 소개
공예를 전공하고,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2011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린 책으로 『장화홍련전』, 『너울너울 신바닥이』, 『해바라기 마을의 거대 바위』, 『옛이야기 들으러 미술관 갈까』, 『천년손이와 사인검의 비밀』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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