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어느 월요일 아침, 빈민가 소년에게 왕실 손님들이 찾아오다!
그림책의 거장 유리 슐레비츠의 유쾌한 ‘반복과 리듬 그리고 판타지’
『월요일 아침에』는 1967년 발표된 유리 슐레비츠의 초기 작품으로, 간결한 글과 이야기 요소를 극대화하는 그림, 상상 속의 인물을 부각시키는 아름다운 색채로 오랜 세월동안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아 온 걸작 그림책입니다. 세찬 빗방울과 창밖을 가득 메운 어두컴컴한 하늘,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 비 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져 있는 아이. 『월요일 아침에』는 망원렌즈로 풍경을 바라본 듯한 구성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어느 월요일 아침, 소년이 살고 있는 마을이 흠뻑 젖어 있습니다. 낡은 거리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바로 그때, 어두컴컴한 마을 모퉁이에서 화려한 옷을 차려 입은 왕이 등장합니다. 그 뒤로 부채를 흔들어 대는 왕비와 소년을 닮은 어린 왕자가 따라오지요. 어리둥절해하는 독자들에게 소년은 그들이 ‘나’를 만나러 왔다고 말합니다. 마법의 주문을 읊은 것처럼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소년의 상상 속으로 들어갑니다. 소년을 만나러 왕과 왕비와 어린 왕자는 매일같이 찾아오지만 소년은 항상 마을 어딘가에서 딴청을 부리고 있습니다. 요일이 바뀜에 따라 왕실 사람들의 행렬은 한 명씩 더 늘어나고 마침내 모두가 모인 일요일, 소년은 그제야 수줍은 미소로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이 그림책의 이야기는 옛날 프랑스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 ‘Le Petit Prince’에서 따왔습니다. 노래에서는 왕과 왕비와 어린 왕자 세 인물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마지막에 “다시는 안 올 거야!”라고 끝을 맺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텅 빈 빈민가에 살고 있는 주인공 소년이 가지고 놀던 카드에 그려진 기사, 근위병, 요리사, 이발사, 광대 등을 리듬에 맞추어 하나씩 등장시킵니다. 그리고 아이다운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다르게 끝맺음으로써 그림책으로서의 재미와 작가만의 개성을 살렸습니다.
현실과 환상의 조화는 뚜렷하게 대비되는 그림을 통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무채색에 가까운 삭막한 빈민가의 모습과 화려하고 풍만한 느낌의 왕과 알록달록한 옷차림의 행렬들, 표정을 잘 알 수 없는 소년과 왕실 사람들의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표정,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무채색의 현실 속에 그들이 찾아오면서 날씨 또한 밝고 따뜻한 색감으로 바뀝니다. 손님들에게는 영 무심한 소년과 달리 점점 길어지고 동적으로 변하는 왕실 사람들의 모습에 독자들의 기대감이 커져 가는 것 역시 대조를 이룬다고 할 수 있겠지요.
또한 왕실 손님들이 소년을 만났을 때 한껏 차오른 기쁨을 작가는 “인사나 하려고 잠깐 들렀지.”라는 엉뚱한 말로 끝맺으면서 절제와 반전의 묘미를 맛보게 합니다. 다음 장을 넘기면 지금까지의 인물들은 소년이 가지고 놀던 카드와 인형, 액자 속의 강아지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느새 비가 그치고 밝은 햇살이 비춥니다. 어느 비 오는 아침, 낡은 빈민가에 살고 있는 소년의 지루한 시간이 짧은 상상만으로 무척 즐거워졌습니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엄마를 따라 노래를 부르듯 읽을 수 있어 요일의 이름과 순서를 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또한 요일이 바뀔 때마다 왕실 사람들의 행렬이 한 층씩 올라가면서 수에 대한 감각을 익히도록 한 작가의 세심함이 보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유리 슐레비츠
『새벽』 『비 오는 날』의 작가로 확고부동한 거장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유리 슐레비츠는 1935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났습니다. 1939년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자 유대인인 가족들은 전 유럽을 떠돌며 피난 생활을 했고, 슐레비츠는 친구들과 뛰어놀 나이에 전쟁을 몸으로 겪어야만 했습니다. 당시 그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서점에서 보는 그림책과 만화였습니다. 1949년에 이스라엘로 옮겨 가 문학, 해부학, 생물학을 공부했으며 1957년 뉴욕으로 가서 미술 수업을 받고 일러스트 작업을 시작합니다.
첫 번째 그림책 『The Moon in My Room』을 통해 그림책 작가로 성공하고 나서도 자신에게 맞는 글과 그림을 고민하다가 보다 함축적이고 아름다운 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태극권과 요가, 서예 등 동양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유리 슐레비츠는 자신의 감정을 폭발적으로 내보이지 않고 대신 핏기 없는 애잔한 그림을 통해 사람과 자연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특히 비 냄새가 물씬 풍기는 『비 오는 날』이나 중국 한시(漢詩)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새벽』, 비와 아이의 상상이 만들어 낸 『월요일 아침에』를 통해 그가 자연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고 세련되게 그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소음과 전쟁의 처절함 속에서 그가 원했던 것은 내리는 비를 보며 사색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는 조용한 삶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린 유리 슐레비츠의 꿈이 그림책이라는 또 다른 세계에서 비로소 이루어진 것입니다.
아서 랜섬의 이야기에 그림을 그린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와 하늘을 나는 배』로 1968년 칼데콧 상을 수상했으며, 『비 오는 날』로 1980년 칼데콧 아너 상과 라이프치히 국제도서전에서 동메달을, 『새벽』으로 1975년 국제어린이도서협의회에서 주최하는 안데르센 상을 받았습니다.
옮긴이 : 양녕자
이화여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어른과 어린이를 위한 좋은 책을 골라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는 『자크 라캉』 『모네-창해ABC』 『화가와 정원사』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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