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진하는 낯선 동네로 이사 왔어요.
하지만 골목을 걸어가며 사람들과 인사 나누다 보니, 어느새 부쩍 친해진 것 같대요.
사는 집도, 살아온 사연도 모두 다른 동네 사람들 이야기. 진하 목소리로 들어 볼까요?
그리고 마음속 인사를 건네 봐요. 모두 모두 안녕하세요!
1. 평범한 일상, 평범한 이웃에 따뜻한 인사와 애정을 건네는 그림책
진하는 낯선 동네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곳에서 이제 학교도 다니고 친구도 사귀어야 하지요. 하지만 몇 번을 오가도 동네는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질 뿐입니다.
드디어 새 학교에 가는 첫날. 진하는 떨리는 마음으로 엄마 손을 잡고 학교로 향합니다. 그런데 길목마다 마주치는 동네 사람들과 인사를 하다 보니 낯선 동네가 조금씩 친근하게 바뀌기 시작합니다.
세탁소 할아버지는 이 동네 터줏대감입니다. 오래된 집을 고치고 손보며 할머니와 함께 살아갑니다. 삼일 떡집은 아이 셋이 북적이며 살아가는 집이자 삶의 터전입니다. 또 학교 앞 커다란 단독주택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엄마, 아빠, 아이들까지 삼대가 함께 살고 있기도 합니다.
학교를 파하고, 짝꿍이 된 친구와 집으로 향하는 길. 진하는 짝꿍 우주 덕분에 학교 근처 옥탑방에 살고 있는 외국인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반지하에 살며 음악을 하는 학생들도 만납니다. 우주의 집은 다행히 진하의 집과 무척 가깝습니다. 우주와 헤어져 혼자 집을 찾아가는 진하의 발걸음은 이제 씩씩하기만 합니다.
진하가 이사 온 동네는 우리나라의 도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동네입니다. 아파트와 상가, 주택 들이 작은 골목길 사이로 오밀조밀 서 있습니다. 하지만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알고 보면 모두 나름의 사연이 있습니다. 세탁소 할아버지도, 꽃을 기르는 할머니도, 북적이는 떡집 아주머니와 아저씨도, 모두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살아온 세월과 사연은 이들의 집과 가족을 통해 오롯이 드러나지요. 이 책은 주인공 진하의 목소리로 동네 사람들의 사연을 하나씩 독자에게 풀어서 전해줍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이야기들인데, 이상하게도 정겹고 생생하게 다가와 독자들의 마음을 더욱 울립니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사람도 있고, 혹은 내 부모나 친구, 이웃의 사연과 닮은 사람들도 눈에 띕니다. 이렇게 생생한 감동을 전할 수 있는 까닭은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직접 보고 겪은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토대로 이 책을 구성했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작업실, 작가의 어린 시절 친구의 집, 작가가 사는 동네의 상가 등이 모두 이 책 어딘가에 녹아 있습니다. 세상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은 작가 홍선주만의 독특한 시선이 되어 이 책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때때로 나는 세상 사람들이 궁금해요. 어떤 하루를 살고 있을까 하고요. 세상에는 나와 똑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나와 가족이 똑같은 사람도, 사는 집이 똑같은 사람도 없지요. 이렇게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게 굉장하게 느껴져요. 여러분은 오늘 누구와 인사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요?” (작가 소개 중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평범한 세상과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가장 소중하고 대단한 일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코비드19로 인해 우리가 누렸던 평범한 하루하루가 마치 환상처럼 여겨지는 요즘, 작가가 건네는 이 다정한 인사가 더욱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2. 세밀한 그림으로 현대 사회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그려낸 수작!
이 그림책은 대가족과 핵가족 등의 전통적인 가족 형태뿐 아니라 한부모 가족, 일인 가족, 재혼 가족, 공동체 지향 가족 등 새롭게 등장한 가족의 모습과 그들의 삶의 모습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자연스레 보여줍니다. 집의 형태와 집 안의 모습 역시 가족 구성원과 삶의 방식, 문화에 따라 다르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의 어린이들이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입니다.
처음 등장하는 한성 세탁소는 상가건물에 거주하는 노부부의 모습을, 그린 빌라 503호는 빌라 건물에 사는 청년 일인 가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학교 앞 커다란 단독주택은 마치 전통적인 대가족의 모습을 그린 듯하지만 장애인 가족의 이야기까지 함께 담고 있습니다. 옥탑방에 사는 외국인들과 빌라 지하에 사는 청년들은 모두 현대 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공동체 지향 가족의 모습입니다. 짝꿍 우주의 집과 주인공 진하의 집도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무척 다르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와 진하는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지요.
더욱 놀라운 것은 집 안을 묘사한 그림입니다. 글을 읽지 않고 그림만 봐도 가족 구성원의 특성이나 생활 방식 등이 모두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한성 세탁소 2층으로 올라가면 수선을 하는 할머니의 도구들 옆으로 오래된 파리채, 커다란 괘종시계, 돋보기안경 등 노부부의 손때가 묻은 오래된 물건들이 보입니다. 할머니가 일본인인 우주의 집에는 군데군데 일본 물건으로 보이는 소품들이 섞여 있지요. 옥탑방과 빌라 반지하에는 모두 청년들이 살지만 두 집의 모습은 완전히 다릅니다. 다른 나라의 다양한 문화가 섞인 옥탑방과 달리 빌라 반지하는 악기와 컴퓨터로 온통 둘러싸여 있습니다. 집이 구성원의 개성과 일상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소품 하나도 이유 없이 놓인 것이 없을 정도로 치밀한 계획 아래 완성된 그림은 꼼꼼하게 뜯어볼수록 감탄을 자아냅니다.
작가 소개
어린 시절 책을 받으면 그림부터 뒤적이며 보다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습니다. 책 속에 그림을 그리며 옛날과 지금, 세상의 이곳과 저곳을 새삼 알아 가고 있습니다. 『초정리 편지』 『내 이름은 3번 시다』 『흑룡을 물리친 백두공주와 백 장수』 『흰산 도로랑』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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