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잘 헤어지는 법을 알려줄게.
그건 다시 만날 날을 꾸준히 기다리는 거야.”
- 어느 날 가족이 다른 나라로 가게 되면서 이별 앞에 서게 된 소녀 이야기
엄마 아빠는 아이에게 여행가방을 하나 건네면서 직접 짐을 챙겨보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가 가져가고 싶은 건 많은데 가방은 너무 작다. 어항, 배나무, 학교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는 물론 바다까지, 한 소녀가 새로운 나라로 이사를 가는데 가져가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꼭 데려가고 싶은 것을 하나하나 돌아보면서 벌써부터 그리움을 느낀다.
“내 가방은 너무 작고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너무 많아요. 엄마 아빠는 새 집으로 이사 가서 좋다지만 나는 가지 않을래요. 소중한 사람들과 동네를 두고 갈 순 없거든요.”
이렇게 말하는 책 속 주인공에 독자가 쉽게 공감하는 이유는 지금 아이들은 과거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많은 숫자가 살던 곳을 떠나는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하는 것은 한 가족이 부딪치는 가장 큰 스트레스 경험 중 하나며, 잦은 이사는 물론이고 심지어 단 한 번의 이사도 특히 소아와 청소년에게는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다’(미국 소아청소년 정신의학회)고 하는데, 이사가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성장 경험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좋아하는 건 꼭 데려가야 해>에서 엄마 아빠는 아이에게 직접 짐을 챙겨보라고 격려한다. 가방 한 개에 담기엔 추억과 경험은 너무 크고 소중하다는 사실을 아이는 깨닫는다. 또한, 우리가 항상 물건을 가지고 다닐 수는 없지만, 다른 방법으로 우리와 함께 여행 할 수 있다는 걸 아이는 이해하게 된다. 좋아하는 것들과 잘 헤어지는 법은 다시 만날 날을 꾸준히 기다리는 거란 것까지도.
변화와 영속성의 주제를 탐구하는 『좋아하는 건 꼭 데려가야 해』는 어린아이의 세계와 그 세계를 채우는 멋진 것들과의 잔잔한 여행이다.
- 한국어판에만 담긴 작가의 편지
율리 푈크는 특별히 한국어판 출판을 기념해 『좋아하는 건 꼭 데려가야 해』의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을 한국 독자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번역자와 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공감이 깊어지면서 작가는 그림책 속 한 장면에 고스란히 재현한 어릴 때 이사 가기 전 친구와 꼭 끌어안고 찍었던 사진을 한국어판에 싣는 데 허락했다. 그리하여 작가와 나눈 이메일을 정리한 ‘작가 인터뷰’에 그 사진도 함께했다.
한국어판에만 있는 장면은 또 있다. 율리 푈크와의 협의를 통해 한국어판에서는 아이가 바다에서 해답을 찾아가는 장면을 늘렸다. 바다 장면의 글과 그림을 분리하여 아이의 추억을 담은 병이 떠 있는 바다 장면을 글 없이 새로 넣었다. 그리하여 독자는 아이가 생각에 잠겼다가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긴 호흡으로 따라가게 된다.
- 주목받는 두 작가의 만남
아이에게 처음 이별의 의미를 알려주는 책 『좋아하는 건 꼭 데려가야 해』가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을 당시 해외에서는 특히 이란 출신 작가가 독일어로 이주 이야기를 썼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이란 티브이 방송에서 어린이 드라마 극본을 썼던 세피데 새리히는 2012년부터 독일에서 살면서 예술을 공부하고 있다. 그림을 그린 율리 푈크는 주목받는 오스트리아 출신 신예 일러스트 작가다. 율리 푈크의 작품들은 독일 아동 청소년 문학 아카데미와 오스트리아 아동청소년도서상을 여러 번 지명, 수상했다. 『좋아하는 건 꼭 데려가야 해』 속 주인공이 어느 나라 아이인지는 알 수 없다. 배경은 아랍세계에 가깝지만 검은 선으로 간결하게 그려진 아이는 동양적 얼굴과 서양적 분위기를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색을 쓰지 않고 노랑, 빨강, 파랑, 검정의 4가지 색으로만 그린 것도 책에 동양적 분위기를 주는 데 한몫했다.
작가 인터뷰
Q 처음 이 이야기를 어떻게 떠올렸나요?
율리 푈크 : 그림책을 그릴 때 저는 보통 제 사진을 보면서 영감을 얻으려고 해요. 이 책의 그림은 실제로 제 어린 시절 사진에서 시작됐어요. 책 맨 앞장에 친구와 끌어안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제 사진 그대로예요. 그때 저도 이사를 해서 친구와 헤어져야 했어요. 그때 기억을 떠올려보니 『좋아하는 건 꼭 데려가야 해』 책 속 주인공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어요. 제 그림들은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발전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세피디 새리히 : 제 이야기의 등장인물은 항상 제 경험에서 나와요. 저는 이란에서 태어나 지금은 독일에서 살고 있어요. 지금은 독일에 살기 때문에 독일어로 글을 씁니다.
Q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는 아이들도 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세피디 새리히 : 저는 아이들이 어려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건 꼭 데려가야 해』는 아이로선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어린이를 그리고 있어요. 아이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 스스로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는지도요.
율리 푈크 : 이 이야기가 도망치듯 자기 나라를 떠난 아이들과 이사하는 아이들 모두의 이야기라는 게 저한텐 중요했어요. 아이는 분명히 어딘가 다른 나라로 가려고 해요. 하지만 아이의 모습은 제가 사는 유럽의 어린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면 했어요. 모든 어린이가 낯설게 느끼지 않고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찾았으면 했어요. 한 번도 이사를 가지 않았던 아이들이든 가족과 함께 어쩔 수 없이 나라를 떠나야 했던 아이들이든 모두 제 그림을 보면서 주인공 마음에 공감하기를, 이별해야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어요.
Q 아이가 바다에서 답을 찾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율리 푈크: 바다는 한편으론 사람들을 헤어지게 하고, 멀리 있게 하는 그리움의 대상이죠. 하지만 동시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장소기도 해요. 육지를 갈라놓는 곳이기도 하면서 다시 이어주는 길이기도 하잖아요.
세피디 새리히 : 이 이야기는 아이가 바다에서 자신이 가장 사랑하던 것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이제 가장 소중한 것들은 우리에게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거든요. (정리 : 남은주)
작가 소개
지은이 : 세피데 새리히
1998년 이란에서 태어났어요. 테헤란에서 시나리오 쓰기와 드라마 과정을 공부하고 잡지사와 어린이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일했어요. 2012년부터 독일에서 글 쓰고 공부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건 꼭 데려가야 해』는 세피데 새리히가 처음으로 독일어로 쓴 그림책입니다.
그린이 : 율리 푈크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서 태어나 독일 함부르크 응용학문대학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어요. 지금은 비엔나에서 가까운 어느 동네에서 가족과 살아요. 율리 푈크는 예쁘고 신기한 마을과 사람들을 담은 좋은 그림책을 많이 그렸어요. 2017년 오스트리아 청소년아동문학 가장 아름다운 그림책상, 트로이스도르퍼 그림책상, 2020년 볼로냐 라가치상 등 많은 상을 받았어요.
옮긴이 : 남은주
성균관대학교에서 교육학을 공부하고 한겨레신문사에서 18년 동안 기자로 일했어요. 2018년 가을부터 베를린에서 한겨레신문 통신원으로 일하면서 독일과 유럽의 어린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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