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비가 도화지 속으로 번진 듯 생기 넘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연의 서정을 깨우는 그림책
설레는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아이가 있습니다.
톡 토독 빗방울이 떨어지자 아이는 비옷을 입고 여행을 떠납니다.
다정하고 호기심 어린 발걸음으로.
비와 함께한 짧은 여행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아이의 비 내리는 하루를 따라가 볼까요?
비 내리기 전
바람이 자꾸만 마음을 간질여요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은 모든 걸 날려 버립니다. 여리디여린 민들레 홑씨부터 거리에 쌓인 나뭇잎까지, 온 세상이 술렁입니다. 바람이 마음의 걱정도 후 하고 날려 주는 듯합니다. 뜨거운 공기를 흐트러뜨리는 바람은 반갑기만 합니다. 아이는 설레는 마음으로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봅니다. 무얼 기다리는 걸까요?
우르릉우르릉 천둥이 치더니, 톡 토독 비가 내립니다. 바람이 비워 둔 자리의 주인공은 바로 비였습니다. 잠시 비가 채우는 소리에 집중해 봅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가고 싶은 곳도, 먹고 싶은 음식도, 옷차림마저도 달라집니다. 아이들은 시간의 흐름을 아마 날씨로 파악하지 않을까 합니다. 날짜 개념이 약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피부에 닿는 공기, 온도, 습도, 소리로 계절을 느끼게 되지요. 어쩌면 어른보다도 더 순순하게 오감으로 날씨를 경험합니다. 비 오는 하루, 아이는 여행을 떠나 볼까 합니다. 비는 평범하던 하루를, 매일 걷던 거리를 색다르게 만드는 힘이 있으니깐요. 거창한 준비는 필요 없습니다. 비옷, 장화 그리고 알록달록한 우산만 있으면 빗속으로 달려갈 준비 완료!
비 내리는 중
하늘에서 끝없이 놀잇감이 쏟아져요
비 오는 거리에는 우산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여기저기 핀 우산꽃을 보니 아이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네요. 누군가는 비 오면 신발이 젖고 차가 막힌다며 투덜대지만, 아이에게 비는 하늘에서 끝없이 쏟아지는 놀잇감이나 다름없습니다. 하루 종일 갖고 놀 수 있는 재미난 장난감이지요. 아이는 거리를 누비며, 비 오기 전에 잘 보이지 않았던 자연의 조각을 하나하나 살펴봅니다. 아이의 다정하고 호기심 어린 발걸음을 따라가 볼까요?
먼저 빗줄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비의 굵기나 비가 오는 시기에 따라 비 이름은 달라집니다. 우리말로 된 아름다운 비의 이름이 정말 많습니다. 새벽에 맺힌 이슬처럼 가늘게 내리는 이슬비, 장대처럼 굵고 거세게 내리는 장대비, 볕이 났을 때 여우처럼 잠시 다녀가는 여우비, 꼭 필요한 때에 내리는 고마운 단비. 장마철이 되면 빗물이 길가에 고여 웅덩이를 만들고, 내리막길로 좔좔 흐르면서 작은 강을 만들지요. 아이는 그곳에 쪼그리고 앉아 작은 종이배를 띄웁니다. 커다란 자연을 향한 작은 이의 다정한 시선이 느껴지나요?
천둥 번개와 함께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자, 아이는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비 오는 날은 집에서 노는 것도 재미나거든요. 이런 날 보드게임을 하면 얼마나 더 재밌게요. 어두운 바깥 풍경을 배경 삼아 동굴을 만들어 볼까요? ‘불멍’만큼이나 중독성 강한 ‘물멍’ 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물멍은 물을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걸 말하는데요. 비가 만드는 풍경은 물멍 하기에 최적화된 조건입니다. 고요한 집 안에서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만 있어도 스트레스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듭니다.
거기에 빗소리까지 보태면 더할 나위 없지요. 유튜브에서 빗소리 ASMR은 조회수 백만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비 내리는 소리는 아기 자장가가 되기도 하고, 명상 음악이 되기도 합니다. 분명한 것은 빗소리는 마음을 평안하게 해 준다는 것이지요. 책 속에는 비가 만드는 다양한 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쏴아쏴아, 주룩주룩, 철벅철벅, 넘실넘실’ 듣기만 해도 빗속 한가운데로 들어와 있는 듯합니다.
비 덕분에 누릴 수 있는 것들에 감사해요
비가 오면 사람들은 비를 피해 서둘러 가지만, 비를 반갑게 맞는 자연 속 친구들이 있습니다. “비가 이렇게 달콤했나?” 커커스 리뷰의 추천사는 어쩌면 자연이 하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무더위에 비는 귀한 손님이 됩니다. 식물은 오랜만에 내리는 비를 단물처럼 쪽쪽 빨아들입니다. 특히나 농사짓는 분들에게도 비는 생명수처럼 느껴질 겁니다. 식물들은 넉넉한 식사를 끝내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아이의 걸음걸음마다 반겨 줍니다. 아이도 잠깐씩 멈추어 식물들을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그러다 자두를 톡 따서 한 입 베어 뭅니다. 덕분에 아이는 장마철에 피는 꽃과 식물을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비가 올 때 자주 보이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땅속에 꼭꼭 숨어 있던 지렁이는 비가 오면 땅 위로 올라옵니다. 비가 오는 날 흙길을 걸으면 바닥을 유심히 살피며 기다란 갈색이 나뭇가지인지 지렁이인지 확인하며 걷게 됩니다. 나뭇가지는 밟으면 부러지고 말지만, 지렁이는 온몸을 꿈틀대며 “나 여기 있어!”라고 소리칩니다. 자연에는 비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지렁이가 온몸으로 비를 반겼다면, 개구리는 소리로 즐거움을 표현합니다. 비가 오면 빗소리와 개굴개굴 울음소리의 합주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이 눈에는 비가 오면 서두르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비가 와도 서두르지 않는 개구리가 신기하기만 합니다. 계절의 내음을 따라가면 자연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비 내린 후
싱그러운 내음과 특별한 선물이 반겨 줘요
비 내린 후 자연의 향기는 한층 짙어집니다. 어둡던 하늘이 걷히고 상쾌한 풀 내음은 기분까지 맑게 해 줍니다. 자연 이곳저곳에는 아직 빗방울을 머금은 채 비의 여운이 서려 있습니다. 땅 밖으로 나왔던 지렁이는 비를 더 누리고 싶은지 여전히 산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비를 피해 있던 나비와 벌레들은 웅덩이에서 목을 축입니다. 해가 반짝 빛나자 새들은 맑은 노랫소리로 빗소리의 빈자리를 채워 줍니다. 비가 그친 후 아이는 여행 끝에서 무엇을 마주할까요?
이 책은 비 내리는 하루 동안 찍은 카메라 필름 한 롤을 차례차례 보는 듯합니다. 비 오는 날 아이가 떠난 짧은 여행을 곁에서 따라가며 비와 함께한 추억을 한 장씩 모읍니다. 비 오는 날에는 바깥 놀이를 하지 못한다고 속상해하는 아이에게 건네면 좋은 책입니다. 장마철에 다양한 놀 거리와 즐길 거리를 선사해 줍니다. 스마트폰 때문에 자연과 멀어진 아이들에게 자연 속에 녹아드는 방법을 제시해 줍니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 좋은 그림책입니다. 굵은 비가 쏟아지는 날, 한 아이가 우산 속에 고이 품은 선물 『안녕, 비』가 되길 바랍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쿄 매클리어
캐나다 소설가이자 어린이책 작가입니다. 영국인과 일본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 캐나다로 건너가 토론토에서 살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명망 있는 어린이책 상, ‘총독 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2009년에는 캐나다의 ‘K.M 헌터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말로 옮겨진 작품으로 《내 동생 버지니아 울프》, 《완벽한 계획에 필요한 빈칸》, 《나는 누굴까?》, 《꼬마 책 굿》, 《행복을 주는 요리사》, 《나만의 바다》가 있습니다.
그린이 : 크리스 턴햄
미국 북서부 지역에서 자랐어요. 그곳은 늘 비가 내려서 하릴없이 집 안에만 있다 보니 자연스레 그림을 그리게 되었지요. 그는 판화 작업을 주로 했는데, 최근에 어린이책에 그림 그리는 일도 시작했어요. 햇빛이 찬란한 로스앤젤레스에 사니까 비가 그리워졌고, 그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답니다.
옮긴이 : 서남희
서강대학교에서 역사와 영문학을, 대학원에서 서양사를 공부했다. 존 클라센과 맥 바넷의 《세모》, 《네모》, 《동그라미》를 번역했으며 《내 모자 어디 갔을까?》,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 《모자를 보았어》,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이사벨의 방》《로보베이비》, 《아주 머나먼 곳》, 《그림책의 모든 것》 등 여러 권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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