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우리 할머니를 만났어!

“우주야, 우리 나갈까?”
엄마 손에 이끌려 할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온 주인공 소년 우주. 그러나 침대에 기대앉은 할머니는 우주를 아는지 모르는지 인사해도 멀뚱멀뚱 바라볼 뿐이고, 병원 분위기는 어색하고 무겁기만 합니다. 우주는 지금쯤 신나게 축구하고 있을 친구들 생각에 좀이 쑤시죠. 지루해서 몸을 배배 꼬던 우주가 창밖을 내다보다 무심코 고개를 돌렸는데, 탁자에 무언가 수상한 기운이 느껴지는 안경이 놓여 있어요. 웬 안경인가 싶어 호기심에 한번 써 보자, 금방까지 침대에 무기력하게 앉아 있던 할머니가 활짝 웃으며 우주에게 인사를 합니다. 그러더니 깜짝 놀란 우주가 무슨 일인가 생각할 틈도 없이, 한 술 더 뜹니다. “우주야, 우리 나갈까?”

내가 몰랐던, 우리 할머니의 진짜 모습
얼떨결에 할머니를 따라 병실 밖으로 나간 우주. 그런데 할머니는 우주가 아는 아픈 할머니가 아닙니다. 축구공을 몰며 병원 복도를 단숨에 질주하고, 숨바꼭질도 기가 막히게 잘해요. 엄마는 못 먹게 하는 라면도 과자도 아이스크림도 마음껏 먹으라고 하고요. 또 할머니는 우주로 가는 비밀 통로도 알고 있어요. 그렇게 우주는 할머니와 한바탕 신나게 놀며 그동안 몰랐던, 할머니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됩니다. 누구보다 씩씩하고 장난기 넘치는, 진짜 할머니를요!
할머니가 처음부터 할머니인 건 아닙니다. 처음부터 아팠던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할머니의 아픈 모습만 본 아이라면 할머니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죠. 지금의 모습이 할머니의 전부가 아닌데도요. 이 책을 읽는 이들이 각자의 할머니를 생각하며 지금껏 몰랐던 ‘진짜 할머니’를 만나는 경험을 하길 바랍니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진짜 할머니’를 만나길 바라며
《진짜 우리 할머니를 만났어》는 정혜경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한 그림책입니다. 병원 침대에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아픈 할머니의 모습밖에 보지 못한 딸에게, 누구보다도 씩씩하고 재미나고 활동적이었던 할머니에 대해 말해 주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지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모든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내기가 쉽지 않았다는 작가는, 자칫 차분하고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에 판타지적 요소를 더해 신나는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림책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색감을 고르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흑백 그림으로 시작하여, 색을 하나씩 하나씩 더하고, 마침내 우주가 진짜 할머니와 신나게 노는 장면은 눈부시게 화려한 색감으로 표현했지요. 코끝 찡한 웃음과 재미, 가슴 깊은 감동과 진한 여운을 남기는 그림책입니다.

정혜경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섬유예술을 전공하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HILLS)에서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오늘도 기다립니다》, 《동네 사진관의 비밀》을 쓰고 그렸고, 《귓속말 금지 구역》, 《방과 후, 아나운서 클럽》, 《누나는 수다쟁이 수학자》(1～4권)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