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위풍당당한 나의 고양이, 아름다운 나의 고양이!
“바람이 부드러운 봄날,
섬섬은 겹겹이 조화로운 자연을 보았다.
그 눈에 세상을 담았다.”
강단 있는 목소리와 절제된 연출로 주목받아 온 작가 전미화의 신작 『섬섬은 고양이다』가 출간되었다. 10여 년간 정직한 시선으로 곳곳을 응시하며 우리 그림책의 폭을 넓혀 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고양이의 역동적인 생명력을 그린다.
시골집에서 조용히 살던 ‘인간’은 어느 날, 새끼 고양이를 만난다. 인간은 고양이의 작고 보드라운 발을 보고 그에게 ‘섬섬’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섬섬은 딱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인간 곁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집 안에서만 지내던 섬섬은 마당으로 나가 산과 나무와 풀을 본다. 흙을 파서 볼일을 보고, 마당을 지키는 개의 낯선 냄새를 맡고, 부드러운 바람을 느낀다. 섬섬이 세상에 눈뜰수록 작고 여리던 섬섬의 발바닥은 점차 단단해진다. 『섬섬은 고양이다』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깨달으며 성장하고, 위풍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활보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어떻게 해야 너와 함께 오랫동안 살 수 있을까?
동물과 반려하기 위해 고민하는 인간
“섬섬은 잘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 시큰둥했다.
호시탐탐 창밖을 보며 사료를 씹었다.”
훌쩍 자란 ‘청년 섬섬’이 더 이상 집 안의 장난감에 관심을 두지 않자 인간은 섬섬이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작은 외출 문을 달아 준다. 섬섬은 당연하다는 듯 집 밖에서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집에 돌아올 때면 온몸에 진드기를 붙이고서, 쥐나 새를 자랑스레 잡아 오는 섬섬의 모습을, 인간은 착잡하게 바라본다. 『섬섬은 고양이다』는 인간과 고양이라는 아주 다른 두 세계가 만나 서로 탐색하고, 배우고, 배려하며,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 가는 과정을 담는다.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는 채로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된 인간은 섬섬을 사랑할수록 걱정하게 된다. 섬섬이 영역 다툼으로 다른 고양이와 싸워 크게 다치고 돌아온 날, 인간은 마음속으로만 굴리던 문제를 입 밖으로 꺼내어 섬섬에게 묻는다. “섬섬아, 수술을 할까? 그러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대.”
하지만 인간은 그 결정을 자신이 내려도 되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섬섬을 오랫동안 곁에 두고 싶은 마음과 섬섬이 고양이로서 고양이답게 살아가게 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맨다. 동물과 잘 반려하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인간의 모습은 이 책의 또 다른 중심축이다.
전미화 작가가 그리는 고양이의 역동적인 생명력
사랑과 그리움으로 그린 섬섬의 얼굴
“섬섬은 여전히 따뜻하다.
인간은 언제까지나 섬섬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섬섬은 고양이다』에서 섬섬을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은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모습과도 겹친다. 혈기 왕성한 섬섬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인간의 얼굴은 애잔한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고 싶지만 그 방법을 알지 못했던 경험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섬섬이 가장 약해져 있을 때 인간에게 기대는 장면을 통해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애정으로 빚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 그 자체라고 말한다.
전미화 작가는 과감한 붓질과 강렬한 색으로 그간 보지 못했던 생동하는 고양이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처음에는 수줍게 등장하지만 점차 본성을 드러내며 화면 전체를 장악해 가는 섬섬의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가 대단하다. 지금 작가는 여러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처음 만났던 고양이 섬섬에 대한 기억은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형형한 눈빛으로 자신의 영역을 마음껏 활보하는 책 속 섬섬의 모습은 그를 여전히 흠모하고 그리워하는 작가의 마음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작가 소개
전미화
쓰고 그린 책으로 『달 밝은 밤』 『어쩌면 그건』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 『너였구나』 『빗방울이 후두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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