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숲속에서 매일 나무 사이를 걸었어.
이제야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겠어.”
사람을 닮은 나무를 보며
나무를 닮은 사람이 된다
나무들이 이끌어 주는 ‘자연’스러운 치유와 성장
해야 할 것도 가야 할 곳도 잃어버린 날, 나뭇잎 한 장을 따라 작은 방을 떠납니다. 길은 숲으로 이어졌고 숲에는 사람의 모습을 꼭 빼닮은 나무들이 있습니다. 나무에게 길을 묻지만 나무는 답을 알려 주지 않습니다. 대신 그저 자신들의 삶을 가만히 보여 줍니다. 물구나무를 선 나무는 세상을 거꾸로 보아도 괜찮다고 합니다. 숨바꼭질을 하는 나무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겨울을 버텨 꽃을 피운 나무는 향기를 맡게 해 줍니다. 콤플렉스를 자신만의 악기로 만든 나무는 멋진 음악을 들려줍니다. 발바닥이 뜨거워 깡충거리는 나무들과는 한바탕 신나게 춤을 추고, 나무의 달콤한 열매를 맛보고, 밤이 되면 나무 곁에서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눈이 내리고 나무는 죽은 듯 멈추지만 결코 죽지 않습니다. 나무 사이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며 온몸의 감각이 깨어납니다.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으면 살아갈 수 있고, 걸음을 계속 내딛는 힘으로 길이 찾아진다는 것을 나무들에게서 배웁니다. 흰 종이에 선 하나 그릴 수 없이 가라앉았던 마음은 다시 힘차게 뛰기 시작합니다. 숲의 끝에 이르자, 하고 싶은 것과 가고 싶은 곳이 떠오르고 한층 선명해진 나의 길이 펼쳐집니다.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살아 있음의 감각들
살아 있음은 삶의 고정 값 같아서 시간처럼 공기처럼 매순간 깨닫기 어렵습니다. 잘 이어지던 삶이 균열을 내거나 멈추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살아 있음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평소에 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살아 있다는 느낌을 되찾고 싶어도 쉽지가 않습니다. 작은 방 안에서 궁리하고 생각하는 것으로는 무기력한 몸과 무감각한 마음을 새롭게 되살리기가 어렵습니다. 머리가 알려 주는 지식과 관념의 세계는 길의 방향을 보여 줄 순 있지만 몸을 일으켜 세워 주지는 않습니다.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작지만 분명한 감각들입니다. 크고 깊은 숨을 쉬게 하는 신선한 공기, 머리를 쓸고 가는 한 줄기 바람, 눈을 감았다 뜨게 만드는 햇빛, 허기와 목마름과 졸음, 땀을 흘리고 맛을 보고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는 모든 감각들이 우리에게 매순간 살아 있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이 신호를 느끼고 따라가다 보면 삶은 환기되고 길은 다시 열립니다. 진공에 가까운 온라인 속의 일상, 대면과 접촉마저 금지되어 가는 고립의 세상에서 둔해지고 메말라 버린 생의 감각을 깨우기 위해 이 책은 우리를 총천연색 숲으로 이끌고 갑니다.
계절의 고단함 속에서도
나무들은 자란다
정보와 데이터의 시대에 지식을 가르쳐 주는 곳은 많습니다. 그렇다면 감각을 깨우쳐 주는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자연입니다. 그중에서도 나무들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감각의 선생님들입니다. 나무는 공기를 내뿜고 바람에 일렁이며 쏴아 소리를 내고 햇빛에 반짝입니다. 한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순간도 쉬지 않고 살아 움직입니다. 나무들의 섬세한 변화를 보며 우리는 시간을 느끼고 생명을 체험합니다. 계절은 혹독하고 항상 변화하기 때문에 계절을 버텨 내는 나무들은 자주 고단합니다. 하지만 나무는 계절에 대거리하는 법이 없습니다. 봄에는 봄 나무가 되고 여름에는 여름 나무가 되고 가을에는 가을 나무, 겨울에는 겨울나무로 기꺼이 자신을 변모시킵니다. 묵묵히 변화를 받아들이고 다채롭게 즐기고 열매 맺습니다. 감각의 확장을 경험이라고 이름 붙인다면 나무들은 나이테만큼 경험치를 늘린 베테랑들입니다. 계절을 지나며 나무들이 자라듯 나무들을 보며 우리도 자랍니다. 인간의 논리보다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지혜, 맞닥뜨리는 변화들을 밀쳐 내지 않고 받아들이는 용기, 긴 겨울에도 결코 뿌리를 거두지 않는 담담함을 나무 곁에서 배웁니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나무들
그들의 메신저가 되어 준 작가
세상에 똑같은 나무는 하나도 없습니다. 사람이 그렇듯이 나무도 제각각 다르게 태어나고 다른 곳에 뿌리 내려 다르게 자랍니다. 이 책을 쓰고 그린 작가는 독특한 나무를 볼 때마다 스케치북을 꺼내 나무만의 개성을 살려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나무에게 깃든 사연들을 물었습니다. 든든한 나무, 지혜로운 나무도 있었지만 외로운 나무, 옹졸한 나무, 참을성 없는 나무, 소심한 나무도 있었습니다. 나무들은 하소연을 하기도 하고 어려운 질문을 던지기도 했으며 자신을 기억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애니메이터이기도 한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들의 메신저가 되어 우리가 평소에 보지 못한 나무들의 표정을 보여 주고 듣지 못한 나무들의 말소리를 해석해 줍니다. 근육과 뼈대를 가진 듯이 나무들의 몸짓이 살아 움직입니다. 나무와 친구가 되고 싶었던 막연한 상상이 실제처럼 펼쳐집니다. 책장을 덮어도 주변의 나무들이 친구로 다가옵니다. 매일 그들과 눈 맞춤을 하고 그들을 따라 자신만의 광합성을 하다 보면 어느덧 우리의 우람한 그늘 아래 넉넉한 행복이 펼쳐질지도 모릅니다.
작가 소개
김주임
이야기를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에 매력을 느껴 애니메이션, 그림책, 만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단편애니메이션 〈바람이 지나는 길〉, 〈코〉, 〈나이트라이트〉는 다수의 국내외 영화제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그중 〈바람이 지나는 길〉은 미국의 ‘20회 슬램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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