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생명이 가득한 바다 곳간으로 해루질 가요!”
내일은 멀리서 일하는 해랑이네 엄마가 집에 오는 날입니다. 내일이 바로 엄마 생일이거든요. 해랑이는 생일 선물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멋쟁이 엄마에게 어울리는 멋진 선물을 주고 싶은데, 마땅한 것이 떠오르질 않는 까닭이지요. 할머니를 따라 읍내에도 나가 보았지만, 이거다 싶은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잔뜩 풀이 죽은 해랑이와 달리, 할머니는 한껏 들뜬 얼굴로 장을 봐서 돌아옵니다. 마치 바라고 바라던 새 장난감을 손에 넣은 아이 같은 얼굴이지요. 그런데 할머니가 바리바리 싸안고 온 물건 중에 해랑이 엄마 선물은 없습니다. 온통 바다에 나갈 때 쓰는 물건들뿐이지요. 그중에는 해랑이의 물옷도 있습니다. “바다 곳간에 가면 뭐든 다 있다.” 할머니의 호언장담에 해랑이는 긴가민가하면서도 할머니를 따라 첫 해루질에 나섭니다.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밤바다에는 정말 온갖 것들이 다 있습니다. 꼬물대는 생물들을 탐색하는 재미에 엄마 생일 선물도 까맣게 잊을 지경입니다. 조개도 가지가지 많기도 합니다. 조금쯤은 욕심을 부려 볼 법도 한데, 해랑이는 “딱 필요한 만큼만 잡자. (…) 그래야 바다 곳간이 비질 않는다.”는 할머니 말을 잘도 지킵니다. 아니, 할머니보다 더 열심히 지키지요. 할머니가 알이 통통하게 밴 주꾸미를 줍자, 냉큼 낚아채 바다에 놓아 주기까지 합니다. “어린 고기는 놔줘야 한다면서요. 그럼 알도 놔줘야지요.”라면서 말이지요.
그나저나 엄마 선물은 언제 찾으려는 걸까요? 정말 찾을 수는 있는 걸까요?
해당화를 닮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
《밤바다로 해루질 가요!》는 조혜란 작가가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할머니 어디 가요?〉 시리즈에 이어 새롭게 선보이는 우리 시대 할머니와 어린이 이야기입니다. 쪽머리 할머니와 ‘옥이’라는 조금 예스러운 이름을 가진 어린이 대신, 파마머리 할머니와 ‘해랑’이라는 요즘 어린이를 불러내 자연과 더불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이지요.
조혜란 작가의 ‘할머니’는 자연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왔고 오래지 않아 자연으로 돌아갈, 자연에 가장 가까운 사람입니다. 긴 세월 삶의 풍파를 겪으며 복잡하고 모난 부분이 깎여 나가 어린이처럼 단순하고 둥글어진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런 할머니가 이끄는 대로 산으로, 들로, 바다로 다니다 보면 멀어졌던 자연이 한층 가깝게 다가듭니다.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도 되지요.
할머니와 해랑이의 첫 나들이가 ‘해루질’인 것은,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냈고 다시 돌아가 사는 곳이 바로 서해안 지역인 까닭입니다. 갯벌에서 조개 줍는 어린 일꾼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던 어린이가 자라, 바닷가 마을에서 토닥거리며 살아가는 할머니와 그 손주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작가가 된 것이지요. 작가는 반세기가 다 되어가는 지금도 제 아버지 경운기 소리를 귀신같이 알아채고 조개를 줍다 말고 달려가던 어릴 적 친구들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고사리손으로 주워 모아도 살림에 쏠쏠히 보탬이 될 만큼 조개가 지천이던 그 시절 갯벌과 함께 말이지요.
조혜란 작가는 자신이 느꼈던 갯벌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어린이들도 함께 느끼길 바라며 이 책을 쓰고 그렸습니다. 아울러 ‘해루질’이라는 전통 어업 방식을 통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꼭 필요한 것을 꼭 필요한 만큼만!-을 전하려 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이 책을 보면서 저만큼 멀어진 자연을 새롭게 ‘발견’하기를 바라 봅니다.
작가 소개
조혜란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습니다. 세대와 세대를 잇는 그림책, 시대와 시대를 잇는 그림책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할머니, 어디 가요?〉 시리즈, 《참새》, 《노야네 농장은 맨날 바빠!》, 《박씨전》, 《상추씨》, 《노랑이들》, 《빨강이들》을 쓰고 그렸으며, 《똥벼락》, 《다자구야 들자구야 할머니》, 《허생전》, 《옹고집전》, 《달걀 한 개》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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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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