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그림책 거장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가장 시적인 작품
엄마와 딸, 그 아슬아슬하고 아름다운 관계에 관한 탐구
은유 작가 추천
“부단히 제 몸의 위치를 바꿔가며 관계의 안전한 거리와 각도를
찾아가는 모습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그림책 거장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와 폴란드 저명한 시인 유스티나 바르기엘스카가 그림과 문장으로 딸에게 쓴 편지 같은 그림책. 그들은 지금 어머니로서, 과거의 딸로서,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녹여내 엄마와 딸, 그 특별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딸을 향한 엄마의 지극한 사랑과, 자라나는 딸을 품에서 떠나보내야 하는 두려움과 결심을. 두 예술가가 은유와 상징으로 빚어낸 긴장감은 모녀 관계의 역동성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 속에서 두 여자는 분명 함께 성장하리라는 희망이 마지막 페이지에 오롯이 떠오른다.
“너를 낳을 때, 네가 내 심장의 일부를 가져갔단다”
모성의 여러 얼굴, 그리고 이별과 이해에 관한 이야기
“이별은 더 잦아지고 길어질 텐데, 삶의 모든 나쁜 이리들로부터 엄마는 정말 딸을 지킬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게 인생이니까. 엄마는 그저 혼자 집을 나서는 아이 손에 손전등을 꼭 쥐여 줄 뿐이다. 사랑과 보살핌이 그림자처럼 언제나 딸과 함께할 것을 믿고서.”
―‘옮긴이의 말’ 중에서
나눠 가진 심장은 하나일까? 둘일까? 두 작가가 자신들의 딸에게 헌정한 이 지극한 편지는 보살핌과 사랑의 언어로 쓰였지만 그 안에는 보이지 않고 말해지지 않는 어머니의 다른 얼굴 또한 숨어 있다. 그들은 엄마로서의 자신을 가장하지 않고 미소로 두려움을 덮지 않으며 모성이라는 이름의 복잡다단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서늘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냈다. 모성과 여성성, 자유와 경계가 품은 불안과 두려움, 무력감과 책임에 관해서 질문을 더해나간다. 여자는 엄마가 되는 일에 대한 두려움과 행복을 동시에 느끼고, 자라나는 딸과 긴밀한 유대감을 가지지만 이제 나눠 가진 심장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자각과 함께 분리의 고통을 겪어내야 한다. 밤이 되어도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 엄마의 심장은 “자는 동안 부서질 수도 있다”. 부서진 심장을 붙이려고, 아이의 심장은 부서지지 않도록 지키려고, 여러 이유로 모녀는 쉽게 옥죄는 관계로 치닫기도 한다. 우리는 그런 서사를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창백하고도 따듯한, 흐미엘레프스카 특유의 오묘한 푸른빛으로 채워진 페이지를 펼치고 접으면, 엄마와 딸은 포개졌다 갈라지고 때로 서로 숨바꼭질하듯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이 어긋난 세계 속에서 엄마는 “이제 얘기해 줄게”로 딸에게 말을 걸며 “이제 알겠지?”로 나아간다. 딸에게 이해를 구하는 이 연서를 써 내려가는 동안 자신 또한 스스로를 이해하게 되지 않았을까? 두 여자가 끝내 서로를 이해하리라는 믿음을 우리가 가져도 되지 않을까? 부서진 심장은 저마다 고유하게 자라날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의 그림 속에서 심장을 나눠 가진 일이 서로의 빛이 되고 그림자가 되어 함께 사랑하는 일에 다름 아니라는 걸 알게 되듯이.(*그림 속에 등장하는 글자 OBIE는 이 책의 원제로 둘 다, 양쪽이라는 뜻의 폴란드어이다.)
“밖으로 나갈 때가 된 거야, 어둠 속에 숨은 것이 무엇이든”
한 여자가 한 여자에게 쥐여 주는 손전등 같은 이야기
이 아름다운 책을 비단 엄마와 딸의 이야기로만 한정할 수 있을까. 이것은 한 여성의 변신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자, 한 여성이 또 다른 한 여성에게 전하는 용기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요정의 언어를 알던 안온한 세계의 아이는 어느 날 멧돼지의 모습을 한 두려움과 직면하고 더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여성의 변신은 조각조각 부서져 버린 심장과 함께 온다. 두려움과 고통을 끊어내고 숨어보려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되고. 여자는 이제 옷장을 나온다. 집을 나선다. 자전거를 타고, 우산을 쓰고, 손전등을 들고. 붉은 실로 길을 내며.
장면과 장면을 이으며 책을 관통하는 붉은 실은 엄마와 아이의 끊을 수 없는 유대의 상징이기도 하면서, 앞서 간 여성이 따라올 여성에게 건네는 밧줄이자 길이다. 뒤따르는 존재가 부디 안전하게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앞선 존재는 밧줄을 내리고 조이고 느슨하게 풀어준다. 역시 모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또한 여성과 여성의 연대를 이야기한 책 《멀고도 가까운》에서 리베카 솔닛은 “붉은 실이 섬과 더 큰 섬인 대륙 사이를 이어준다”라고, “그 섬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실이 세상을 향해 뻗어나”간다고 썼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두 사람》에서 두 사람을 두 섬으로 그려낸 바 있고 《두 여자》에서 두 섬은 이렇듯 붉은 실로 이어진다. 작은 섬이 큰 섬으로 나아갈 발판으로서. 세상 밖으로 나갈 모든 여성들을 위한 이야기로서.
그러나 이 많은 말들이 무슨 소용일까요. 책을 펼치는 순간 이 모든 말들은 잊히고, 숨 막히는 아름다움만이 몸을 감쌀 텐데요.
작가 소개
지은이 : 유스티나 바르기엘스카
폴란드 시인. 다수의 시집과 산문집이 있으며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줄곧 해왔다. 이 책 《두 여자》에서는 자라나는 딸을 향한 어머니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상, 그디니아 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폴란드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니케상과 바르샤바 문학상,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상 등에 노미네이트되었다.
그린이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폴란드에서 태어나 코페르니쿠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습니다. 기획자 이지원의 소개로 《생각》과 《발가락》을 논장에서 출간한 뒤 한국의 출판사들과 많은 작업을 하였습니다. 《생각하는 ㄱㄴㄷ》, 《문제가 생겼어요!》, 《학교 가는 길》, 《네 개의 그릇》,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 등 감수성과 철학적 깊이가 돋보이는 책들로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생각하는 ABC》로 BIB 황금사과상을, 《마음의 집》, 《눈》, 《할머니를 위한 자장가》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세 번(논픽션, 픽션, 뉴호라이즌 부문) 수상했습니다. 2018년에 이어 2020년에 안데르센상 최종 후보로 추천되었습니다.
옮긴이 : 고운
학교에서 외국어를 가르쳤고, 지금은 옷을 짓는다. 글과 실이 지나간 자리를 사랑한다. 세 아이와 심장을 나눠 가졌다. 두 딸은 이 책의 첫 독자가 되어주었다.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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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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