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어느 날, 우리 집에 거짓말이 오기 시작했어!
그건 사실대로 말해도 절대로 믿지 않을 어른들 때문이야.
하지만 나도 알아. 언젠가 용기 있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걸….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거예요. 외출하고 돌아오니 온 집 안이 쑥대밭이 되어있는 비극! ≪혼날까 봐 그랬어≫의 할머니 역시 이 상황을 목격하고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집에 있던 사람은 아이뿐이었으니 분명 그녀의 소행이겠죠. 그래도 할머니는 아이가 직접 말해주길 바라며 어찌 된 일인지 묻지만, 아이는 영 엉뚱한 거짓말을 합니다. 처음엔 고양이가 들어왔다더니, 친구가 집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하고, 중간에는 할머니에게 원피스가 잘 어울린다며 아첨하더니, 급기야 자기 팔에서 손이 떨어져 나가 제멋대로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이렇게 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마다, 거짓말이 각양각색의 모습을 한 채 자꾸자꾸 집으로 들어옵니다. 어느새 집은 갖가지 거짓말로 가득 차고 마는데….
아이가 거짓말을 하면, 우리는 “어떻게 거짓말을 멈추게 할까?”를 제일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혼날까 봐 그랬어≫는 “아이는 왜 거짓말을 할까?”에 주목합니다. 사람은 불편한 상황이 생겼을 때 이를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합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두려움 없이 자기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상황과 조건이 제공되어야 비로소 솔직해질 수 있습니다. ≪혼날까 봐 그랬어≫의 주인공은 본인이 집을 어질러 놓지 않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해도 할머니가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진실을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 대신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새로운 거짓말을 소환했던 것이죠. ≪혼날까 봐 그랬어≫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 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그림책입니다. 주인공에게 필요했던 것 역시,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든든한 어른 아니었을까요?
각양각색의 캐릭터가 되어 집 안으로 들어오는 아이들의 거짓말
≪혼날까 봐 그랬어≫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지금까지 텍스트나 비유로 표현되던 ‘아이들의 거짓말’이 캐릭터가 되어 상상 밖으로 튀어나왔다는 점입니다. 아이의 심리를 눈으로 직접 보여주는 거죠. 아이가 새로운 거짓말 레퍼토리를 생각해낼 때마다, 그 거짓말들이 실체가 되어 집으로 들어옵니다. 어떤 거짓말은 작고, 어떤 거짓말은 비겁하고, 어떤 거짓말은 냄새를 풍깁니다. 타인의 기분을 좋게 하는 하얀 거짓말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거짓말이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체구의 거짓말이 등장합니다. 작가인 나넨은 궁지에 몰렸을 때 온갖 상상력을 발휘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황당무계한 ‘거짓말’을 유머 넘치는 캐릭터로 구현했습니다. 아이를 꾸짖으려는 할머니와 갖가지 거짓말을 등에 업은 채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어린이의 상황이 명확하게 대조되어 우리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아이들에겐 언제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해
아이가 어이없는 거짓말을 이어 나가다 못해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거짓말’까지 등장시키자, 할머니 역시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평소 우리가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만, 그 순간 우리는 발견하게 됩니다. 할머니의 등 뒤에 서 있는, 아이의 거짓말 못지않게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또 하나의 거짓말’을….
우리는 이 책에서 아이들에게는 항상 무엇이든 사실대로 말하라고 종용하면서, 또 다른 거짓말로 압력을 가하는 어른들의 습성을 보게 됩니다. 어른들이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말이, 때로는 어린이의 상상력을 제한하고 침묵하게 만든다는 걸 늘 잊지 않아야 합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는 통쾌함을, 어른들에게는 뜨끔함을 느끼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나넨
나무에 오르거나 고양이를 쫓아다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썼습니다. 스페인 그라나다대학교에서 회화를, 세비야에서 디자인과 조각을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중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조형 예술을 가르치며 어린이책을 쓰고 그립니다. 작품으로는 ≪나의 정글≫, ≪생각 중≫ 등이 있습니다.
옮긴이 : 문주선
대학에서 스페인어와 영어를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어린이 책을 만들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합니다. 우주 최강 목록 제작자 엄마로 살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 《호랑이는 왜 동물원을 나왔을까?》, 《할아버지의 마지막 여름》, 《어려워》 등이 있습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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