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게 만드는 환경 그림책
책은 플라스틱병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소녀의 손을 떠나 갈매기와 반갑게 인사하며 먼 바다로 나간 플라스틱병. 그런데, 먹구름과 함께 밀려오는 거센 파도를 만나게 됩니다. 풍랑에 휩쓸려 숨이 턱 끝까지 차다가 결국 정신을 잃고 수면 아래로 꼴딱 들어가고 말지요. 바다 안은 수면과 달리 평화롭기만 합니다. 그곳에는 바다 동물과 산호가 찬란한 빛깔을 자랑하며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물고기들은 가라앉는 플라스틱병을 처음 보는지 힐끔 곁눈질하기도 하고, 입으로 툭툭 쳐 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플라스틱병은 꼬르륵 바다 깊은 곳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플라스틱병이 눈을 뜬 곳은 다름 아닌 바다거북의 등 위였습니다. 그런데 바다거북의 생김새가 조금 이상합니다. 코에는 길쭉한 무언가가 꽂혀 있고, 목에 감긴 그물 때문에 고통스러워 보입니다. 거북이는 플라스틱병을 어딘가로 데려다줍니다. 그들이 다다른 곳은 다름 아닌 플라스틱 섬입니다. 바다 한가운데 산처럼 쌓인 쓰레기를 보면서, 플라스틱병은 생각지 못한 바다의 광경에 자꾸만 실망합니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바다 여행을 계속합니다.
플라스틱병의 희망이 통했을까요? 망망대해에서 플라스틱병 쪽으로 다가오는 그림자 하나를 만납니다. 그런데 그림자 하나가 아니네요. 수많은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그림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컨테이너선입니다. 배 위에는 물건을 가득 담은 컨테이너가 빼곡하게 실려 있습니다. 그 안에는 물건뿐 아니라 인간의 욕망으로 가득 찼습니다. 인간은 대체 왜 그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할까요? 지금처럼 풍요롭게 살아도 될까요? 책 속에서 플라스틱병은 인간의 과한 욕심이 부른 참상을 지켜보게 됩니다. 인간이 풍요로워질수록 바다는, 지구는 그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만 갑니다.
작가가 띄워 보낸 다정한 편지
“어린 시절 편지를 병에 담아 바다로 띄워 보내는 이야기를 좋아했습니다. 바다를 떠도는 병을 생각하며 신나는 모험을 상상하곤 했답니다.
하지만 이제 바다로 띄워 보낸 병을 생각할 때 더는 모험을 떠올리지 않습니다. 바다를 떠돌다 섬을 이루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에 대해 듣게 되었거든요. 그 많은 쓰레기는 특별히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버린 게 아닐 거예요. 악의 없이 편리하게 사용하고 버린 우리 모두의 흔적이 모이고 쌓인 결과물이죠.
이야기 속 소녀가 편지를 담아 병을 바다로 띄워 보낸 것 역시 나쁜 뜻으로 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플라스틱병은 오랜 시간 동안 썩지 않고 바다를 떠돌게 됩니다. 우리도 나쁜 마음 없이 하는 행동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있을지 몰라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 질문을 여러분께 흘려보내고 싶었습니다. 병 대신 이야기에 담아서 말이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아서 실천해 주세요. 저도 그렇게 할게요. 저의 아이와 또, 그의 아이들도 아름다운 섬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작가의 말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거의 모든 물건에 플라스틱이 들어갑니다. 편리하게 쓰고 버린 플라스틱의 쉽게 썩지 않는 성질은 독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1950년부터 사용한 플라스틱의 대부분은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닷속에서 비닐봉지가 떠다니고, 지구의 끝 남극에 사는 생물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됩니다. 지구를 아프게 한 플라스틱은 잘게 부서져 결국 인간의 몸속까지 침투했습니다. 특히 성인보다 영유아의 몸속에 10배나 많은 미세 플라스틱이 있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적입니다. 의도적이든 의도하지 않았든, 우린 이미 플라스틱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바다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없지만 해답은 있는
글 없는 그림책
환경을 보호하는 일은 여럿이 모여서 펼치는 캠페인이나 환경 정책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에게 환경이라는 추상적인 문제를 직접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자칫 거부감을 조장할 수도 있고요.
글 없는 그림책은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질 수도 있지요. 글을 읽는 데 급급하지 않기에, 어린이 독자는 책을 자유롭게 볼 수 있습니다. 책장을 휙휙 넘기기도 하고, 구석구석 살펴보기도 할 것입니다. 글에만 집중하던 어른들도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독자 마음대로, 독자의 방식으로 그림을 추측하고 풀이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는 어린이 독자에게는 자연스럽게 환경을 접하게 해 주는 좋은 장치가 됩니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책을 보며 이야기 나눌 때 틀렸다고 지적하는 어른도 있습니다. 이 책 안에서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러니 틀린 이야기도 없습니다. 어린이 독자가 그림을 보고 이야기한다면, 그들의 말을 끊지 말고 끝까지 경청해 주세요. 그 이후 그들의 의견을 반박하기보단 그들이 전달하려는 것을 온전히 이해하려 노력해 봅시다.
책은 플라스틱을 쓰면 안 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거나 쓰레기를 없애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가 직면한 상황을 그림으로 보여줄 뿐이죠. 하지만, 그림의 힘은 강력합니다. 작가는 하고 싶은 백 마디 말을 그림책 한 권으로 압축하여 표현했습니다. 어딘가 우리가 지금처럼 쓰레기 문제를 모른 척 지나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림으로 이야기합니다.
책의 말미에 플라스틱병이 닿은 곳은 떠나왔던 섬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인데,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습니다. 책의 처음과 마지막 장면, 그리고 겉싸개를 열면 나오는 반전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하면 탈피할 수 있는지 독자로 하여금 고민하게 합니다. 바다가 오염됐다는 건 알고 있지만 무심코 넘어갔던 사람들에게 바다를 지킬 해답을 찾도록 이끌어 줍니다. 《아름다운 우리 섬에 놀러 와》는 오랫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는, 책 너머의 세상을 고민하게 만드는 그림책이 될 것입니다.
플라스틱 문제는 누구 하나의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요. 그렇기에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내내 지구를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어떻게 하면 소녀의 마음이 독자에게 닿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말이죠. 도서에 나오는 플라스틱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면서도 환경 문제의 주범이 되는 쓰레기 위주로 배치하였습니다. 도서는 반짝이는 바다가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친환경 종이를 사용하였습니다. 고작 종이 하나일지 모르지만, 우리의 작은 노력들이 모여 지구가 살아날 수 있길 바랍니다. 책을 읽은 후 우리가 생활 속에서 무얼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고 실천하는 것이 인간과 동물의 안녕을 꿈꾸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작가 소개
허아성
이야기가 좋아 매일 쓰고 그리며 살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꿈의 자동차》, 《날아갈 것 같아요》, 《끼리끼리 코끼리》, 《사자도 가끔은…》, 《뻥! 나도 축구왕》, 《꿈의 집》이 있으며, 글을 쓴 책으로 《내가 더더더 사랑해》가 있습니다.
편지를 바다에 띄워 보내는 마음으로 이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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