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옛이야기에서 배우는 도전 정신
평범한 꽃무늬 벽지에 걸린 초라한 액자, 그 안에 사진이 있다. 책의 주인공으로 짐작되는 이 사람들은 엄마와 아들의 관계인 것 같다. 표정에는 생기가 없고, 춥고 배고파 보인다. 책의 표지를 넘기면 처음 만나게 되는 그림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은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오트밀로 끼니를 연명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다. 그런데 그 오트밀마저 창고에서 가지고 나오다가 북풍이 휩쓸어 가 버린다. 귀한 음식을 빼앗긴 소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상황 속에서 부주의했던 자기 자신을 탓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다르다. 북풍을 찾아가 억울하게 빼앗긴 식량을 다시 찾아오겠다고 길을 나선 것이다.
‘몹시 가난한 사람이 아무리 열심히해도 형편이 나아지지 않아 그것에 항의하고 복을 받기 위해 길을 떠난다’는 모티브는 세계 여러나라 옛이야기에서 발견된다. 우리나라에는 서천서역국으로 복 받으러 간 총각 이야기가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옛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이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며 복을 얻는데, 《북풍을 찾아간 소년》에서는 소년이 당당하게 자신의 것을 되찾으려 하고, 자기의 복을 빼앗으려는 사람을 혼내 주면서 그것을 지킨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문화적 지리적 역사적 종교적 배경 등 많은 요인들이 작용했을 것이다. 노르웨이는 지형이 험하고 척박하다. 변덕스럽고 험한 기후에 맞서 살아 온 노르웨이 사람들의 도전 정신은 소년이 여관주인에게 계속 당하면서도 결국 자신의 복을 되찾는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슬퍼만 하며 주저앉아 버리는 게 아니라, 바람에게 도전하여 이기고야 말겠다는, 자신의 것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다.
소년은 북풍을 만나 원하는 것을 얻어 낼 수 있을까? 책의 맨 뒷장의 면지를 보면 앞과 마찬가지로 액자가 걸려 있다. 그런데 이번엔 세련된 벽지 위에 화려한 액자, 게다가 두 사람의 얼굴은 밝고 활기차다. 앞뒤 면지만으로도 이 옛이야기가 행복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치 있는 일에 대한 도전의 결과는 당연 해피 앤딩일 것이다.
모험과 마법의 물건들, 옛이야기의 신비한 요소가 가득!
우리나라 옛이야기 하면 도깨비 감투나 ‘금 나와라, 뚝딱!’하고 주문을 외면 금을 쏟아 내는 도깨비 방망이가 떠오르듯, 다른 나라 옛이야기에도 신기한 신물들과 마법의 주문들이 많이 있다. 《북풍을 찾아간 소년》에는 이와 같이 옛이야기에서 마음껏 허용되는 신기한 마법의 물건들이 가득하다.
오트밀을 돌려받기 위해 북풍을 찾아가지만 북풍은 지나가다가 오트밀을 날려 버렸을 뿐 가지고 있을 턱이 없다. 그래도 북풍은 거기까지 찾아온 소년을 실망시킬 수 없어 매번 신기한 물건을 내놓는다. “식탁보야, 펼쳐져라! 한가득 먹을 것을 내놓아라!” 하면 온갖 산해진미가 뚝딱 차려지는 식탁보, “양아, 울어라! 한가득 돈을 내놓아라!”하면 금돈을 쏟아 내는 양, “지팡이야, 지팡이야, 흠씬 두들겨 주어라!”하면 사정없이 때리다가 “지팡이야, 지팡이야, 이제 그만 멈추어라!”하면 멈추는 요술 지팡이까지!
물건들의 신비함만으로도 읽는 재미가 있다. 주문을 외우는 순간, 이야기는 화려하고 거침없는 옛이야기의 마력으로 아이들을 끌어당긴다.
북풍은 어떻게 생겼을까.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북풍의 모습
노르웨이에는 돌풍이 자주 분다니, 북풍이 불어와 오트밀 가루를 날려 버리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북풍을 찾아가 빼앗긴 것에 대해 보상을 받는다는 옛이야기는 많이 있다. 하지만 북풍의 모습을 이렇게 화려하고 멋지게 표현해 낸 그림책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화가는 이 북풍의 이미지를 멋진 신사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잉크를 찍은 펜촉으로 필름 위에 북풍의 모습을 그리고, 그 필름을 그림 위에 놓고 살짝 든 채 촬영하는 기법으로 입체적인 독특한 북풍의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또한 고풍스러운 무늬의 천과 채색 기법을 사용해 북유럽의 이미지를 잘 살려 내고, 다양한 화면 분할을 통해 동시에 일어나는 일들을 재미나게 묘사하여, 옛이야기에 잘 녹아 난 작가의 현대적 감각을 뽐냈다.
작가 소개
백희나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육공학을, 캘리포니아 예술 학교(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2005년 《구름빵》으로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픽션 부분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장수탕 선녀님》으로 ‘제53회 한국출판문화상’과 ‘제3회 창원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일본판 《알사탕 あめだま》으로 ‘제11회 MOE 그림책서점대상과 ‘제24회 일본그림책대상’ 번역 그림책 부문· 독자상 부문을 동시에 수상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어린이책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그림책의 위상을 높였다. 그동안 쓰고 그린 작품으로 《연이와 버들 도령》, 《나는 개다》, 《이상한 손님》, 《알사탕》, 《이상한 엄마》, 《꿈에서 맛본 똥파리》, 《장수탕 선녀님》, 《삐약이 엄마》, 《어제저녁》, 《달 샤베트》, 《분홍줄》, 《북풍을 찾아간 소년》, 《구름빵》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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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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