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전설에서 시작된 따뜻한 이야기
할머니가 바다에 일하러 가시면 아이는 강아지와 둘이 하루를 보냅니다. 할머니가 주먹밥을 만들어 주셨지만 혼자 먹는 밥은 그다지 맛이 없어요. 심심함에 못 이겨 바다로 나온 아이를 보고, 할머니는 거인이 와서 주먹밥을 다 가져갈지도 모른다고 일러 줍니다. 할머니의 말에 궁금해진 아이는 집으로 뛰어가지요. 그런데 정말로 주먹밥이 없어졌어요. 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때, 꼬르륵 꼬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그림자가 주춤거리며 다가왔습니다.
『눈이 오면』은 부산 영도의 봉래산에 전해 내려오는 ‘장사 거인 전설’에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옛날 옛날 봉래산에 키가 9척이나 되고 힘이 장사인 거인이 살고 있었대요. 이 거인은 배가 고플 때면 마을로 내려와 밥을 얻어먹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인은 마을에 괴물이 나타나 사람들을 잡아가는 것을 보았어요. 거인은 마을 사람들을 지키려 괴물과 싸우다,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지요. 숨을 거둔 거인의 몸은 봉래산의 바위가 되었답니다.
이 전설을 들은 작가는 거인이 숨을 거둔 것이 아니라 오랜 잠에 빠졌다고 상상했습니다. 긴 잠을 자고 일어나면 분명 무척 배가 고플 테고, 배가 고프면 마을로 내려올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배고픈 거인이 마을로 내려와 혼자 주먹밥을 먹는 아이와 만나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전설에서 시작된 상상에 조금씩 살을 붙여 가며 쓰고 그린 이야기는 시간을 덧칠해 가며 한 권의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저마다 다른 장면을 아끼게 될 그림책
거인과 아이는 한눈에 서로의 헛헛함을 알아보았습니다. 아이는 거인의 허기를 알아보았고, 거인은 하염없이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의 마음속에 가득 차오른 외로움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주먹밥과 이야기를 나누며 둘은 서로의 외로움을 다독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달뜬 표정으로 이야기합니다. 할머니가 눈이 오면 엄마가 온다고 하셨다고요. 쉬이 눈이 오지 않는 남쪽 마을에서 밤마다 눈이 오길 기도하는 아이를 보며 거인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깊은 생각에 빠집니다. 마침내 거인은 무언가 결심한 듯 흰 동백나무를 가만히 올려다보지요. 과연 둘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작가는 『눈이 오면』을 쓰고 그리기 위해 계절마다 책의 배경이 되는 흰여울 마을을 찾아가 골목골목을 사려 깊게 관찰했습니다. 빛을 세심하게 표현하여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 빨랫줄에 걸린 빨래나 풍경의 색감으로 계절의 변화를 담아냈습니다.
무언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의 마음은 매 장면마다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정한 위로를 전합니다. 텅 빈 골목에 부는 바람처럼 애잔하고 아랫목에 넣어 둔 밥공기처럼 따뜻한 이야기, 누군가를 기다려 본 경험을 떠올리며 저마다 다른 장면을 아끼게 될 그림책이 추운 겨울을 보듬어 줍니다.
작가 소개
이화정
겨울이 되어도 눈이 내리지 않는 곳에 살고 있습니다.
어쩌다 눈발이 나풀거려도 곧 주룩주룩 내리는 비로 바뀌는 곳에서
눈이 오는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창작 공동체A’에서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눈이 오면〉은 쓰고 그린 첫 그림책입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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