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아부지, 딸기가 단디, 하나도 안 달어요.”
“올해 딸기는… 울음소리가 들어서 근갑다.”
딸기는 예뻐요. 발그레 물든 볼이 귀여워요. 우리 집 딸기밭에 딸기는 거저 열린 게 하나도 없대요. 엄마는 예쁜 딸기는 상자에 담고 나한테는 무르고 못생긴 딸기만 줘요. 그런데 이상해요. 올해는 크고 예쁜 딸기가 더 많이 열렸는데 엄마가 내 바구니에만 딸기를 잔뜩 담아 줘요. 온 동네가 순 딸기 천지예요.
상자에 담겨 이리 가고 저리 가며 부지런 떨던 딸기가 딸기밭에 누워만 있어요. 딸기는 더 이상 까르르 행복하게 웃지 않고 병아리처럼 수다를 떨지도 않아요. 어두운 얼굴로 소곤소곤 속삭이는 엄마 아빠처럼요. 참 이상하고 이상했어요. 1980년 5월에 열렸던 그해, 딸기.
어린이의 시선에서 본
1980년 5월 광주, 그날의 이야기
광주 민주화 운동은 10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1000명이 넘는 인명 피해를 냈다. 이마저도 10년이 훨씬 지난 후인 1995년에 공식적으로 집계된 숫자로 직, 간접적인 피해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 항쟁 기간 동안 타 지역과의 통신도 끊어지고 교통편도 막혔다. 언론은 시민군을 폭도 내지 간첩으로 보도하며 검열된 뉴스를 퍼 날랐다. 광주는 그렇게 고립되어 갔다. 이런 상황 속에 어린이의 시선에서 본 광주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 1980년대 노지 딸기는 주로 5월에 수확을 한다.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인데, 그해 5월엔 딸기밭에 딸기가 넘쳐 나는 것이다. 맨날 못난 딸기만 주던 엄마가 바구니 한가득 예쁘고 탐스러운 딸기를 담아 주고 딸기밭의 딸기는 수확도 안 된 채 죽어 간다. 어른들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지고 온 동네에 한숨 소리가 풍년이다.
비극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다. <그 오월의 딸기>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비극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평화로운 딸기밭의 풍경과 어린이의 순진한 음성 뒤로 시민들이 진압 봉에 맞고 끌려간다. 탱크가 움직이고 헬기가 난다. 시민군들은 태극기를 휘날리며 민주화를 외친다. 폐허가 된 광주 시내를 아이들이 천진하게 뛰어다닌다. 다디단 자유의 열매를 맺은 오늘날, 우리가 기억해야 할 그날의 이야기가 가슴 아프게 펼쳐진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윤미경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2012년 황금펜문학상에 〈고슴도치, 가시를 말다〉가 당선되어 등단했습니다. 2014년 《예민한 아빠》로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시간거북이의 어제안경》으로 2019년 MBC 창작동화제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림책 《못 말리는 카멜레온》, 《공룡이 쿵쿵쿵》을 비롯하여 동화책 《거울아바타 소환작전》, 《우리 학교 마순경》, 《고슴도치 가시를 말다》, 동시집, 청소년 소설 등 다양한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린이 : 김동성
부산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동양화를 공부했습니다. 동양화의 전통에 현대적 감수성이 더해진 그림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빼어난 연출과 서정미가 돋보이는 그림책 <엄마 마중>으로 백상출판문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하늘길> <책과 노니는 집> <메아리> <나이팅게일> <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 유산 이야기> <비나리 달이네 집>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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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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