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아낌없이 주는 자연
주차장에 밀린 현실
마음이 힘들고 울적할 때면 사람들은 산이나 바다 같은 곳을 찾는다. 휴식과 치유에는 자연만 한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자연은 돈의 논리 앞에서는 힘없이 가장 먼저 사라지고 만다. 할아버지는 오랫동안 연못을 정성껏 가꾸고 돌본다. 연못도 할아버지 옆에 머무르며 말벗이자 반려가 되어 준다. 연못은 단순히 물이 고여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연못 안에는 개구리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올챙이가 헤엄치고 위에는 생명력이 강한 연꽃도 피어 있다. 연못의 하늘에는 잠자리와 나비, 풀벌레들이 뛰논다. 할아버지는 연못 식구들까지 살뜰히 챙기며 연못이 사라지지 않게 돌본 것이다.
하지만 땅 주인이 나타나 주차장을 짓는다는 말에 모든 게 무너진다. 도시에서 주차장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주차장이야말로 땅의 가치를 가장 높게 매기고 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차장과 대비하여 연못은 사라져도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경제적 가치 앞에, 할아버지와 연못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만다. 다행히 할아버지는 연못을 돌돌 말아 함께 다닐 수 있었지만, 연못은 어디를 가도 환영받지 못하고 거듭 쫓겨난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좋아했지만, 교장 선생님은 연못이 있으면 모기가 꼬인다나. 연못을 둘 자리를 알아보러 시청에 가자 쓰레기통에 버리라는 답을 듣고 마음에 상처만 남는다. 쇼핑센터에는 관상용 식물이 있으니 연못이 꽤 잘 어울릴 것 같았지만 구경하기 바쁜 사람들에게 연못은 거치적거리기만 한다. 영롱하던 연못은 점점 색을 잃고 크기도 물웅덩이처럼 작아진다. 사람들이 많은 곳이나 누구나 편히 이용하는 장소들이 나오지만, 연못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곳인 걸까, 번번이 내쫓긴다.
당신은 제자리에 있나요? 인생에 제자리는 어디일까요?
온전한 나의 자리를 찾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막스 뒤코스는 이 책에서 노인이 겪는 문제를 꼬집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노인 인구의 비율은 증가하고 있지만 사회에서 노인의 지위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한국은 곧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지만, 노인들은 건강 악화와 일자리 감소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초라해진 연못을 보고 있으면 왜인지 할아버지를 보는 듯하다. 작가가 맑은 수채화로 그려 낸 연못은 투명하다 못해 눈앞에 선하다. 연못이 할아버지와의 여정을 떠나며 점점 줄어드는 장면에는 눈앞이 흐려진다. 받아 주는 곳이 없어 갈수록 위축되는 마음과 고부라지는 허리는 크기가 점점 줄어드는 연못을 보는 것만 같아서다. 어쩌면 할아버지는 연못이 자신과 처지가 비슷해서 그렇게 필사적으로 연못을 지키려고 한 것은 아닐까. 일자리를 잃고 설 자리도 잃어버린 어르신이 갈 곳이 없어 공원을 떠도는 모습이 불현듯 스친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포기하지 않고 작아진 연못을 들고 함께 살 곳을 찾아 나선다. 할아버지는 작아진 연못을 들고 멀리 떠났다. 한적한 동네에서도 맨 끝 골목까지 가서, 그 골목에서도 맨 끝 건물까지 갔다. 연못과 함께 지낼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곳에서 할아버지는 연못이 사라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연못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할아버지의 기도가 통했던 걸까. 인생에서 내 마음을 알아주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들 한다. 연못은 할아버지의 꺾이지 않는 마음 덕분에 샘을 찾고, 할아버지 또한 가치를 알아봐 주는 반려자를 찾는다. 멋지고 화려한 곳은 아니지만 가장 나답게 살아갈 공간, 나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곳이 인생의 제자리가 아닐까. 이 책은 인생에서 온전한 나의 자리를 찾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인생 철학이 담겨 있다.
프랑스 아동문학의 거장 막스 뒤코스
변화한 그림만큼 깊어진 서사
프랑스 아동문학의 거장 막스 뒤코스가 《내 비밀 통로》에 이어 변화된 그림체로 또 한 권의 작품을 만들어 냈다. 할아버지와 연못은 절제된 색감과 맑은 수채화가 책의 내용과 잘 어우러진다. 마지막에는 펼친 면을 넣어 책의 물성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였다. 아름답고도 아름다운 희망이 가득하여 황홀해질 것이다. 깊이 있는 이야기와 맑은 색감의 그림으로 누구에게도 선물하기 좋을 만한 그림책이다.
기존 막스 뒤코스의 그림책에서 주인공은 모두 어린이였다. 이번 그림책에서 주인공은 할아버지이다. 주인공이 바뀐 만큼 작가의 그림책 세계의 지평은 더 넓어졌다. 한결 진중하고 깊은 감성이 묻어나는 서사에 독자층 또한 더 다양해질 것이다. 노인이 평안하게 지내던 곳에서 쫓겨나는 서글픈 신세지만, 작가 특유의 재치와 상상으로 위로를 전한다. 할아버지가 연못을 옮긴다는 게 말이 되나? 막스 뒤코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라면 충분하다. 할아버지는 연못을 돗자리처럼 돌돌 말아서 어깨에 걸머지고 떠난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독자는 다행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둘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이어 나가게 될 것이다. 할아버지와 연못이 온전히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을 찾으면서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와 연못을 들고 다닌다는 유쾌한 상상이 빛을 발한다.
막스 뒤코스가 한국 독자만을 위한 작은 편지를 보내왔다. 《제자리를 찾습니다》 한국어판에만 들어가는 작가의 특별한 그림과 손 편지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막스 뒤코스
1979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났습니다. 2006년 아르데코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고,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와 《비밀의 정원》으로 프랑스 어린이들이 직접 선정하는 프랑스 아동청소년문학상인 ‘앵코륍티블상’을 두 차례 수상했습니다. 현재 보르도에 살며,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과 파리와 아르카숑에서 정기적으로 그림을 전시합니다.
옮긴이 : 이세진
서강대학교에서 철학과 프랑스 문학을 공부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프랑스 문학을 조금 더 깊이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분야, 다양한 언어의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는 《나, 꽃으로 태어났어》, 《내가 여기에 있어》, 《난 나의 춤을 춰》, 〈돌아온 꼬마 니콜라〉 시리즈 등이 있습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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