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모든 것이 어제와 같았습니다.
나와 내가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다는 것 말고는.
하늘을 시원하게 가르며 날아가는 새 떼를 두터운 높층구름이 따라온다. 등교한 아이들 소리로 학교는 시끌시끌해지기 시작하는데 주인공 ‘영아’는 강물 위 윤슬에 사로잡혀 발을 옮기지 못한다. 이윽고 강으로 뛰어드는 영아. 사실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은 영아가 아니라 어딘가로 자유롭게 흘러가고 싶은 영아의 마음이다. 영아는 강가에 서서 자신이 물속으로 헤엄쳐 가는 환상에 젖어 들며 제 마음을 강물로 하염없이 흘려보낸다.
그림책 『나는 흐른다』는 참신한 소재와 과감한 상상력, 섬세하고 아름다운 세계관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외로움을 어루만져 온 송미경 작가가 글을 쓰고, 22년 공력의 장선환 화가가 자기 존재가 동요하는 순간을 인상적으로 담아 완성한 그림책이다. 주인공 ‘영아’의 내면에 어느 순간 생겨난 찰나의 균열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기이한 비일상과 태연한 일상 사이를 위태롭게 걷는 영아의 뒷모습을 따라가면서 우리의 내밀한 부분에까지 와 닿는다.
‘온전한 나’를 만드는 ‘다채로운 나’의 모습
낯선 자신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권하는 다정한 몽상
그림책 『나는 흐른다』 속에는 날마다 성실하게 생활하는 영아, 금물결 위에서 헤엄치며 웃는 영아,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영아 들이 등장한다. 상투성의 틀을 가볍게 부수는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작품으로 독자와 평단의 마음을 사로잡아 온 송미경 작가는 이번 그림책에 이르러 더욱 깊어진 사유와 지극한 사랑의 마음으로 온전한 ‘나’를 찾아 가는 모든 삶을 껴안는다. 작가는 낯선 자신을 마주하고 무수한 ‘나’ 사이에서 자아를 찾으려고 애쓰는 영아의 이야기를 통해 작은 이야기가 모여 큰 이야기가 되듯이 다양한 내가 모여 진정한 ‘나’를 만든다는 은근한 깨달음을 준다. 그리고 무수한 자신과 함께 있는 시간을 항해하고 있을 독자를 보듬어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마음만 먹으면 너른 강물로 뛰어들어 여러 명의 나와 헤엄칠 수 있다는 상상은 파격에서 멈추지 않고 우리가 함께 성장통을 나누는 이해와 연대의 발판이 된다. 독자는 삐뚤빼뚤한 궤적을 그리는 것은 실패한 삶이라고 여겨지기 쉬운 현실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나’가 이루는 ‘온전한 나’의 모습이 얼마나 경이롭게 반짝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화가 장선환이 펼치는 찬란한 내적 성장의 풍경
장선환 화가는 그림책과 동화, 논픽션 등 장르를 넘나들며 독보적인 필체로 이야기에 생동과 감동을 더해 왔다. 이번 작품 『나는 흐른다』에서는 그간 쌓아 온 공력을 고스란히 모아 장면마다 물감의 농담과 붓의 필력을 달리하여 하늘을 유영하는 구름, 하얗게 부서지는 물결, 햇살을 덮은 강물 등 변화무쌍한 자연 풍경을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만들어 냈다. 화가는 투명한 수채와 거친 아크릴의 조화로 섬세하게 쌓인 감정을 꿰뚫는 글의 정서를 독자의 눈앞에 불러온다. 화가가 구성한 청쾌한 색조는 주인공 영아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힘과 어울려 독자들이 작품을 더욱 가뿐하고 산뜻하게 마주하도록 이끈다. 독자들은 화가가 펼치는 찬란한 내적 성장의 풍경 가운데서 자신의 낯선 마음 또한 가만히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송미경
그림책과 동화 그리고 청소년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제2회 웅진주니어문학상, 『돌 씹어 먹는 아이』로 제5회 창원아동문학상, 『어떤 아이가』로 제54회 한국출판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토끼가 되었어』 『둥둥 북을 쳐요』 『오늘의 개, 새』 등이 있습니다.
그린이 : 장선환
서울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미술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화가이자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네이버 캐스트 [인물 한국사]에 그림을 연재했으며, 지금은 그래픽 노블을 작업하고 있다. 그린 책으로는 『임진록』, 『최후의 늑대』, 『땅속 나라 도둑 괴물』, 『나무꾼과 선녀』, 『천천히 제대로 읽는 한국사』(전5권), 『강을 건너는 아이』, 『태어납니다 사라집니다』, 『감염 동물』 등이 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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