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나가지 말라는 엄마 말을 못 들은 척,
혼자 놀다가 힘들어도 아무 일 없었던 척,
다 큰 척 씩씩하고 자신감 넘치는 강아지 깜돌이.
알고도 모르는 척 깜돌이를 멀리서 지켜보는 누렁이 엄마.
엄마와 아이 사이의 믿음과 사랑을 가득 담은 그림책.
■ 새까만 강아지 깜돌이의 첫 홀로서기
강아지 깜돌이가 엄마랑 낮잠을 자는데, 어디선가 ‘드륵 드륵!’ 낯선 소리가 들려요. 마침 낮잠 자기 싫었던 깜돌이가 깜짝 놀란 척 벌떡 일어나요. 엄마가 나가지 말라는데도 깜돌이는 못 들은 척 왔다 갔다 하다가 망설이는 척 주춤하더니 대문 밖으로 나가요. 깜돌이가 걱정되었던 엄마는 몰래 그 뒤를 쫓아가요.
깜돌이는 술래인 척 소리를 찾아 두리번거리지만, 소리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어요. 깜돌이는 실망스러웠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오줌을 쏴아! 그런데 달팽이가 보고 있네요. 깜돌이는 부끄럽지 않은 척 성큼성큼 걸어가 다른 놀이를 찾아요. 때마침 나비 친구도 만나지요.
무서워도 무섭지 않은 척,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척, 신나고 즐거운 깜돌이의 첫 동네 산책이 펼쳐져요.
■ 제주도에서 만난 새까만 강아지가 그림책으로…
‘척’이란 낱말은 그럴 듯하게 꾸미는 거짓 모양이나 태도를 나타내는 의존명사입니다. 생활 속에서 ‘보고도 못 본 척, 알고도 모르는 척, 하고도 안 한 척’ 같은 용례로 자주 쓰이는 말이지요. 이번 책은 낱말 ‘척’이 제목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아주 빈번하게 활용되어 등장합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척’이란 낱말의 쓰임을 익히며, 겉으로 드러난 표정과 다른 주인공의 속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습니다. 책을 다 읽은 뒤에는 ‘척’이라는 낱말을 넣어 문장을 연습해 보아도 좋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개입니다. 특이하게도 엄마 개는 누렁이인데 새끼는 새까만 강아지랍니다. ‘어머, 어떻게 엄마가 누렁인데 새끼가 새까맣지?’ 지어낸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쓰고 그린 장순녀 작가님이 제주도에서 실제로 만난 엄마 개와 강아지라고 합니다.
작가님이 제주도 한 마을의 돌담길을 걷고 있는데, 새까만 강아지가 하수구에 빠져 낑낑거리고 있었대요. 안쓰러워 보였던 작가님은 강아지를 안아서 땅 위로 올려 주었죠. 어느 집 개일까 둘러보는데, 저쪽에서 누렁이가 멍멍 짖더랍니다. 그 소리를 들은 까만 강아지는 당장 그 누렁이한테 달려갔지요. ‘어, 서로 아는 개인가?’ 궁금하던 차에, 마침 지나던 동네 어르신이 “저 누렁이가 깜돌이 어미여.” 알려 주셨대요. 그 순간 작가님은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까만 개는 어떡하다 하수구에 빠졌을까?’
‘저 어미 개는 언제부터 까만 개를 보고 있었을까?’
‘까만 개를 바라보는 어미 개의 심정은 어땠을까?’
‘저 둘은 돌아가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이 그림책은 작가님의 이런 궁금증이 상상의 날개를 달고 이야기로 피어난 작품입니다. 그러고 보면, 맨 처음 깜돌이네 집 담장 밖을 걸어간 분홍 모자를 쓴 여행객은 실제 작가님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네요. 책의 뒤표지에 분홍 모자를 쓴 사람이 누렁이 엄마 개와 까만 강아지를 그리는 장면이 다정스레 담겨 있으니 말입니다.
■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
이 책은 밖에서 나는 낯선 소리에 잠이 깬 새까만 강아지 깜돌이가 엄마 몰래 혼자서 소리를 찾아 밖으로 나가는 데서 시작됩니다. 엄마는 혼자 나가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무슨 소리인지 궁금했던 깜돌이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거죠. 대문 밖을 빠져나간 깜돌이 표정에서 들뜨고 신난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호기심 많은 깜돌이의 마음을 엄마는 미리 알고 있었을까요? 대문 밖을 나간 깜돌이 뒤를 엄마가 몰래 몰래 쫓아가거든요. ‘깜돌아, 어디 가? 돌아와.’ 이렇게 큰 소리로 부르는 게 아니라 그저 묵묵히 쫓아가며 깜돌이를 지켜볼 뿐이죠.
이런 누렁이 엄마의 모습에서 험한 세상에 첫 홀로서기를 하는 자식을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며 응원하는 부모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낯선 길, 낯선 사람들, 처음 마주한 곳에서 아이들은 여러 생소한 경험을 할 거예요. 걱정스럽고 안쓰럽다고 매번 부모가 앞장선다면 아이들은 영영 홀로서기를 할 수 없겠죠? 때문에 부모는 아이를 믿고 뒤에서 응원하며 지켜보는 것이랍니다.
책 속에서 누렁이 엄마는 깜돌이가 가는 곳마다 뒤에 숨어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느라 신난 깜돌이 뒤를 보이지 않게 묵묵히 지켜주는 존재죠. 책을 읽으며, 엄마 개가 어디 있는지 찾아보아도 좋겠습니다.
하수구에 빠진 깜돌이처럼 아이들도 때론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넘어질 수도, 길을 잃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자신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한 단계 성장한답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믿어 주는 것만큼 자라니까요. 그래서 깜돌이는 “우리 깜돌이 많이 컸네. 혼자서도 씩씩하네.” 하는 엄마의 칭찬에 자신감 있게 ‘다 큰 척’ 으쓱할 수 있었답니다.
■ 정겨운 제주도의 풍경이 담긴 그림
이 책은 장순녀 작가님이 실제 제주도 여행 중에 겪었던 일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에 제주도 풍경이 사실적으로 담겼습니다. 거무스름한 현무암 돌담길은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공간적 배경이고, 푸른 나무와 활짝 핀 수국에서 싱그러운 초여름 계절감도 느껴집니다.
이런 사실감 넘치는 배경에서 귀여운 주인공 깜돌이가 첫 동네 놀이에 나섭니다. 궁금한 마음과 신나고 설레는 마음, 또 놀라는 마음,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마음 등이 표정과 동작에 생생하게 담겼습니다. 똘망똘망한 눈망울과 한 올 한 올 섬세하게 표현한 털북숭이 모습에서 아이 같은 귀여움과 장난스러움이 느껴집니다. 반면 엄마 개의 노란 털은 따스함을 자아내면서 입과 귀의 검은 채색으로 깜돌이와 가족이라는 걸 드러내 줍니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그림 속에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깜돌이의 콧등을 콕 찍은 나비는 언제부터 깜돌이를 따라다녔을까?’
‘분홍 모자를 쓴 사람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또 그 소리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깜돌이가 하수구에 빠졌을 때 엄마 개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깜돌이를 바라보는 동네 친구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책을 읽으며 수많은 이야기를 떠올려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습니다. 정겨운 풍경 속에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재미를 느끼며 감상해 보면 좋겠습니다.
작가 소개
장순녀
어릴 적부터 도서관을 드나들며 책 만드는 일을 꿈꿔 왔었는데 그림책 작가가 되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아이들의 눈이 반짝이고 마음이 콩닥거릴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은 그림책으로 《척!》, 《어떤 하루》, 《아빠가 좋아》, 《쏘옥 입어 볼래?》 등이 있습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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