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2024 볼로냐 라가치상 어메이징 북셀프 선정작!”
“2023 미국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선정 <선물하기 좋은 어린이책 베스트 10>”
여기 창밖을 내다보며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듯한 피오렐로 씨가 있습니다. 맨들맨들하고 동그란 머리 위로 힘차게 흔들리는 세 가닥의 머리카락이 유독 눈에 띕니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어딘지 간단치 않은 그의 표정이 읽힙니다. 미소를 띠고 있는 것 같기도 하면서도 약간 곤란해 보이는 것도 같죠. 아무래도 표지를 넘겨 피오렐로 씨의 사연을 들어봐야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세 가닥의 머리카락 이야기
사실 피오렐로 씨에게도 머리카락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굵고 풍성한 곱슬머리였지요. 하루 종일 부드럽게 출렁거리고, 밤이면 폭신한 베개가 되어 주는 자신의 머리카락이 피오렐로 씨는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단 한 가닥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아끼고 아껴도 영원히 그대로인 것은 없습니다. 어느 날 피오렐로 씨의 정수리에는 세 가닥의 머리카락만 남게 됐습니다. 남아 준 세 가닥의 머리카락이 피오렐로 씨는 너무 소중하고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그 머리카락은 휑한 머리를 더 주목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짧게 잘라 내고, 밀어 보고, 뽑아도 봤으나 소용이 없었습니다. 세 가닥만큼은 끝끝내 다시 자라나 피오렐로 씨를 힘들게 했습니다. 온갖 모자와 머리띠로 스타일을 잡아 보려고도 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피오렐로 씨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자신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였던 머리카락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전혀 통제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피오렐로 씨는 내내 괴로워하다가 돌연 결심을 하기에 이릅니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힘없이 흩날리든 말든, 비만 오면 꼬불꼬불 말려들든 말든 그저 신발 끈을 단단히 묶고 나가 긴 산책을 하고, 바닷가 모래밭을 맨발로 걸으며 아이스크림을 먹어요. 또 어느 날은 놀이공원에서 마음껏 놀아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때 피오렐로 씨에게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사랑스러우면서도 철학적이고,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인 그림책
꽤 긴 호흡으로 이뤄졌음에도 군더더기 없이 산뜻하며 의미심장한 그림책 《피오렐로 씨의 헤어스타일》은 단 세 가닥의 머리카락을 통해 변화와 성찰과 성장의 의미를 들여다보는 이야기입니다. 기하학적 형태의 드로잉을 기본으로 하는데 그 어떤 그림보다도 회화성이 돋보이지요. 분홍색과 녹색을 주요 색으로 삼지만 그 어떤 컬러풀한 그림보다도 다채로움이 느껴집니다. 피오렐로 씨의 갖가지 미용 도구가 똑같은 구도의 원예 도구로 바뀌었을 땐, 그 귀여우면서도 절묘한 이미지 전환에 감탄하게 됩니다. 피오렐로 씨가 물뿌리개를 들고 문을 나서는 마지막 장면에 다다라, 책장을 양쪽으로 한 번 더 펼치게 만든 히든 페이지는 내용에 맞춤한 스케일 확장이라는 면에서 보는 재미에 더해 더욱 의미 있는 장면으로 작품의 백미가 되어 줍니다.
《피오렐로 씨의 헤어스타일》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귀엽고 우아하며 기발한 책입니다. 머리카락을 매개로 풀어 가는 성장의 여정은 연령과 상관없이 모든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피오렐로 씨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머리카락은 그저 머리카락이었다가, 내가 가장 아끼는 장난감이었다가, 떠나고 싶지 않은 공간이었다가, 나의 정체성을 이룬다 믿었던 내 생김새의 어떤 부분이었다가, 영원하길 바랐던 한 시절과 감정과 관계로까지 무한히 비유되고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교훈만 강조하지 않으면서 굉장히 귀엽고 우아한 방식으로 인생의 핵심 철학이 될 만한 메시지를 강렬하게 그려 냅니다. 《피오렐로 씨의 헤어스타일》에는 또한 시종일관 웃음을 짓게 하는 사랑스러움이 있습니다. 피오렐로 씨의 궤적을 따라가는 내내 유쾌함과 생동감으로 빛을 내는 그림의 디테일이 그림책의 진정한 매력이란 무엇인지를 여지없이 보여 줄 것입니다. 3세부터 성인까지 모두 즐겁게 읽기에 좋을 책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세실리아 루이즈
멕시코 출신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아트디렉터입니다. 미국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SVA)’에서 석사를 마치고, 지금은 뉴욕시에 살면서 강의와 작업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뉴욕의 일러스트레이터 협회와 아메리칸 일러스트레이션 어워드에서 주목을 받으며 이름을 올린 바 있습니다.
옮긴이 : 김지은
어린이책을 읽고 평론을 씁니다. 서울예술대학교 문예학부 학생들과 더불어 그림책과 아동청소년문학을 연구합니다. 평론집 《거짓말하는 어른》, 《어린이, 세 번째 사람》을 썼으며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을 함께 썼습니다. 그래픽노블 《왕자와 드레스메이커》, 그림책 《괜찮을 거야》,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무엇이든, 언젠가는》, 《기억나요?》 등 여러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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