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장서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서양에서 장서표가 제작되기 시작한 것은 15세기 후반 인쇄술 발달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인쇄술 발달로 책이 많이 제작?유통되면서 책을 소유하는 개인이나 기관이 등장했다. 그런 과정에서 책의 소유를 표시하는 것이 중요해졌고, 이를 위해 판화로 만들어 여러 번 찍어 책에 붙일 수 있는 장서표가 등장한 것이다. 장서표는 출판 산업이 활기를 띤 19세기 후반부터 널리 사용되었다. 크기는 보통 5?6cm정도로 작은 것이 보통이지만 때로는 엽서 크기도 있는 등 다양하다.
장서표에는 반드시 ‘…의 장서에서’라는 의미의 라틴어 ‘Ex libris’가 인쇄되어 있다. 그리고 축약된 형태든 별명이나 필명이든 간에 반드시 소장자의 이름도 기록한다. 추가로 소장자 기호에 따라 주소나 구입 연도를 쓰기도 하고 책 내용과 관련 있는 격언, 경구 등을 적은 것도 있다. 초기 장서표가 실용성을 강조했다면, 현대 장서표는 예술성을 훨씬 중시한다. 책에 해설과 함께 수록된 100편의 장서표 가운데 1/3이 바로 미국의 황금세대 5대가(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미국의 장서표 발전에 공헌한 다섯 사람을 일컫는다. 시드니 스미스, 아서 맥도널드, 에드윈 프렌치, 조지프 스펜슬리, 윌리엄 홉슨을 가리킨다)의 작품들로, 그 예술성이 매우 뛰어나다.
예전에는 장서표가 단순히 책 소장자를 표시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었지만, 요즘에는 풍부한 이미지나 색을 사용할 수 있어 예술적으로도 아름다운 것들이 많고, 또 장서표 주인의 이야기 등등이 더해져서 수집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인터넷에 장서표를 판매하는 곳도 다수 있다. 특히 장서표의 주인이나 그것을 제작한 디자이너가 유명할수록 그 가치는 올라가는데, 이와 관련해 저자는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장서표를 수집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2007년 당시 인터넷 경매로 나온 찰스 디킨스의 개인 장서표 매입에 아깝게 실패한 저자는 판매자가 추천한 보스턴의 개인 서적상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어 디킨스의 장서표를 더 갖고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몇 차례 편지를 주고받은 끝에 운 좋게도 인터넷 경매의 절반에 미치지 않는 가격으로 장서표(p90 참조)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는 유명 인사의 개인용 장서표의 경우 세상에 남아 있는 수량이 너무 적고 정말 비싸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며, 여기에 보태 장서표와의 인연을 위한 작은 ‘행운’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각양각색의 장서표를 만나다
장서표를 제작하는 이들은 대부분 ‘책 덕후’들이라, 장서표에 책이나 책의 문구 등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윌리엄 버터필드의 경우는 장서표 한가운데 책장에 책 수십 권이 꽂혀 있는데, 책의 책등에는 영어나 라틴어로 장서표를 뜻하는 단어가 적혀 있다. 얼마나 장서표를 사랑했으면 그랬을까. 또한 장서표 맨 위에 “좋은 책은 좋은 벗이다”라는 경구를 골라 넣었다. 미국 동부 지역에서는 영국의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작품을 열렬히 좋아하는 ‘브라우닝협회’가 결성되었는데, 그 협회의 장서표(p164 참조)에는 당연하게도 브라우닝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그 초상은 마크 트웨인이나 너대니얼 호손 등의 작품에 삽화를 그린 유명한 삽화가 프랭크 메릴이 그려주었다. 폴란드계 독일 판화가 헨리크 파이르하우어의 ‘노인과 책’ 장서표 연작 중에는 책이 마치 바벨탑처럼 쌓여 하늘까지 닿은 것도 있다. ‘책으로 쌓은 바벨탑’의 유일신은 아마 장서의 주인일 것이다(p238 참조).
그 밖에 도서관 기부자를 기리며 도서관 측에서 장서표를 제작해 그의 기증 도서에 부착하기도 하였으며, 본인의 직업이나 취미 등을 반영해 장서표를 제작하기도 했다. 부부의 공동 장서표는 꽤 보편적이었다. 세 차례 결혼한 장서표 디자이너 록웰 켄트는 두 번째 아내를 위해 만든 장서표를 살짝 변형해 세 번째 아내를 위한 장서표(p98 참조)를 제작하기도 했다. 영국의 소장가 로젠하임 형제처럼 특별히 형제 간에 공동 장서표(p219 참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부부 장서표에 비해 그 수가 많지 않다.
19세기 말부터는 여성들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여성 장서표Lady Bookplate’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미국 뉴햄프셔 주 전국여성당 의장이었던 샐리 허비의 장서표에는 니체의 명언과 함께 그의 대표작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등장한다(p57 참조). 록웰 켄트의 개인변호사의 아내 헬렌 라우리의 장서표(p106 참조)에는 여성해방 운동가로서의 정체성이 잘 묻어나 있다. 장서표 속 여인은 마치 규방을 뛰쳐나와 ‘전통의 속박’을 딛고 하늘로 뛰어오르려는 듯하다.
장서표 안에 숨은 비밀 기호
장서표 주인에 관한 배경지식을 알고 나면 장서표 그림의 여러 상징들이 마치 비밀 기호처럼 풀려나간다. 쯔안의 취미는 단순히 장서표를 수집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장서표 주인에 관한 수많은 자료를 조사한 뒤, 장서표의 상징을 ‘해독’하는 것에서 큰 기쁨을 얻는다. 장서표에는 애서가의 은밀한 내면과 한 시대의 대표적인 문화 코드도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때로는 옛날이야기 같고, 때로는 역사적인 사건 같기도 한 장서표의 숨은 비밀 사연들로 가득하다.
위스콘신대학교 도서관 직원으로 일했던 플로라 데이비슨의 장서표(p29 참조)를 보며, 쯔안은 장서표 그림 속에 펼쳐놓은 책이 어쩌면 데이비슨의 여행 일기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당시 20세기 초 상류 계층 여성들 사이에 여행기를 기록하는 게 유행이었다. 저자는 책의 오른편에 놓여 문장을 가리고 있는 꽃병은 아마도 몰래 그 글을 훔쳐보려는 사람들에게 비록 책이 펼쳐져 있더라도 개인 일기이므로 주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달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 같다고 해석한다. 일기장 뒤에 꽂혀 있는 몇 권의 책에는 예술, 여행, 스코틀랜드 부족, 자서전, 장서표 등의 제목이 적혀 있는데, 이것은 장서표 주인의 평소 취미를 주석처럼 달아놓은 것이다.
1910년에 독일에서 제작된 어떤 부부 공용 장서표(p231 참조)에서는 장서표 수집가들이라면 모두가 원할 ‘꿈의 작업실’의 모습을 발견한다. 쯔안은 장서표 속 작업실의 가구와 소품을 샅샅이 훑어보며 그곳에서 생활했을 부부의 동선을 상상해본다. “오른쪽 벽에 붙어 있는 긴 책상은 장서표 주인의 신체에 맞게 만든 것이다. 책상 위에는 크기가 다른 서적과 책자를 꽂기 위해 서가와 책장을 마련해뒀다. 왼쪽 하단부는 일반적인 작업 책상과 동일하다. 주인은 아마도 그곳에서 글을 쓸 것이다. 책상 오른쪽 하단에는 층을 지어 만든 수납 공간에 대형 그림을 넣어둔 듯하다. 왼쪽 벽면에는 작업대 하나만 붙어 있다. 그 작업대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쯔안은 책의 말미에 장서표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방법과 더불어, 소장한 장서표를 수집가끼리 교환하는 현장인 ‘세계장서표대회’의 탐방기를 실었다. 책을 찾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장서표 수집은 ‘골동의 취미’가 되어버렸지만, 그는 여전히 장서표의 가치를 믿는다. 최근에는 젊은 작가들에 의해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장서표도 등장했는데, 이는 비록 판화의 전통 기법에는 위배되지만 젊은 세대에게 장서표를 보급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나아가 이 책을 위한 추천의 글을 집필한 서울도서관 이용훈 관장의 말마따나 장서표가 일종의 스티커처럼 하나의 재미 요소로 역할하게 되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독서문화가 다시금 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작가 소개
저자 : 쯔안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신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중국 미술가협회 장서표연구회 상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1999년 유럽 유학 시절부터 장서표 수집을 시작해 현재 거의 1만 매에 달하는 장서표를 소장하고 있다. 중국 장서표협회 회원으로 2008년 베이징에서 개최한 제32회 세계장서표대회 기념 도록 편집과 번역 업무에 참여했고, 같은 해 중앙미술대학교에서 제1차 개인 전시회를 여는 등 장서표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2009년 베이징 쑹좡宋莊에 개인 장서표관인 ‘쯔안판화장서표관子安版畵藏書票館’을 개관했고, 2011년 둥청에 장서표 판매점인 ‘쯔안팡자후퉁점子安方家胡同店’을 개장해 운영 중이다. 2011년?2012년까지 798예술구 바이야쉬안百雅軒 화랑에서 열린 판화교류전에 특별 초청 형식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잡지 『싼롄생활주간三聯生活周刊』의 ‘장서표 한담’ 코너와, [상하이신문 석간上海新聞?報] [선전상보深?商報] 주말 섹션에 장서표 관련 글을 연재했다. 주요 저서로 『서구 장서표西方藏書票』 『켄트전?켄트와 그의 장서표 예술肯特傳?肯特與他的藏書票藝術』 등이 있고, 곧 『장서표 판독 노트藏書票箚記』를 출간할 예정이... 다.
역자 : 김영문
서울대학교 중문과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연구재단 박사후과정에 선발되어 베이징대학교에서 유학했다.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에서 『중한사전』을 교열했고,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에서 국내 최초로 『문선역주』(공역) 완역본을 출간했다. 경북대·대구대·서울대 등 여러 대학에서 오랫동안 강의했다. 무등 공부방, 한국해양대학교 CEO 인문학아카데미, 현대자동차정몽구 재단 온드림독서클럽에서 인문학 관련 강의를 했다. 현재 인문학 연구서재 청청재靑靑齋 대표로 한문과 중국어로 된 인문학 서적을 번역하면서 저술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대표 역서로 『자치통감을 읽다』 『량치차오 평전』 『독서인간』 『아Q 생명의 여섯 순간』 『동주열국지』(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최종 후보) 『문선역주』(공역) 『루쉰, 시를 쓰다』(역주,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루쉰과 저우쭈어런』(공역, 문광부 우수교양도서)과 저서로 『노신의 문학과 사상』(공저)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추천의 글
차례
한국어판 서문
글머리에
나는 광산의 왕이다
꽃의 여신을 위하여
고고학자의 장서표
모든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결합되나니
인디아나 주립도서관의 장서표
작가클럽
사진가의 장서표
도서관 기부자를 위한 장서표
은혜로운 자선가를 위한 장서표
지도 애호가의 장서표
오랜 친구와 오랜 책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링컨 신드롬
메이플라워 사교클럽
진리가 너를 자유케 하리라
나일 강에서 숨을 거둔 자, 책을 남기고
나무에서 이야기를 듣고, 흐르는 시내에서 책을 구한다
닥터 호러스 웰스의 유일한 후손
아내에게 바치는 꽃송이
기억 속 아름다운 순간을 남기다
수수께끼를 풀어라
디킨스의 장서표는 얼마일까
노랑데이지와 붉은 카네이션
사랑하는 아내, 샐리에게
책 도둑의 최후는 교수형뿐이라네
랄프 퓰리처 부부를 위하여
속박을 발로 밟고 하늘로 날아오른 여성
당신 주위를 먼저 둘러보라
판에 박힌 규칙을 따를 필요가 없는 이유
좋은 책은 좋은 벗이다
년 후에 마주한 인연
나이 들어서까지도 배워야 한다
사서의 여행기 노트
마크 스키너 도서관을 위한 장서표
장서가들의 존경을 받는 장서가
내 모습 그대로 받아주소서
그의 영생으로 지식은 끝없이 이어지나니
프렌치도서관 창고 개방 세일!
벨몬트 공공도서관의 장서표
눈부신 석양 아래서의 휴식
잡지광을 위하여
개인의 인생을 기록하다
세상 모든 사람이 천재라면, 천재가 무슨 의미?
시인 브라우닝 팬클럽
인생은 두꺼운 책과 같다
요절한 꽃청년을 기리며
역사는 시대의 증인이다
완벽한 낚시꾼
동화책 그림 작가의 장서표
귀족 부부의 은밀한 서재
이해의 빵으로 그를 먹이고 지혜의 물을 그에게 주리라
준비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흐르는 시내에서 책을 발견하고, 바위에게서 설교를 듣는다
토머스 하디의 작은 집
책을 읽느라 모자에 불이 붙는 줄도 몰랐네
퇴폐적인 시인의 벗
책을 읽을 때 나는 기쁘오
맥스와 모리스, 우애 깊은 형제를 위하여
오페라 무대를 뛰노는 타이포
부지런히 노력하면 달콤한 열매를 얻는다
꿈에 그리는 괴테식 작업실
책벌레의 비밀 서재
책으로 쌓은 바벨탑
삼차원 속의 미궁
한 손에 화장품, 다른 한 손에 책을
독서클럽 만만세
프라하의 고서점
체코의 판화 명인 쿠르하네크
인쇄술을 장서표에 담아내다
책에서 불꽃이 튀는 순간
루쉰박물관에서 보석을 찾다
시인 엘리엇의 히아신스 아가씨
책과 미녀를 함께 누릴 수 있다니!
폴란드 고서점에서 장서표를 만나다
도서관 장서표에 왜 낚싯대가 그려져 있을까
폴란드 도서관에서 선물로 도착한 장서표
꿈속의 여인
상대가 돋보기를 들이대면 당장 탈출하라
신세대의 장서표
꿈에 취하다
책으로 산을 쌓다
오스트리아 빈의 클래식 선율이 흐르면
체코의 장서표 수집가
매일 밤 당신의 서재 등불은 그렇게 밝게 빛난다
지식의 샘물
도서관에서 홀로 책을 읽다
예일대학교의 괴테
만약 주님이 아니라면
독서를 하면 넉넉해지고
아버지를 향한 존경을 담아
책에는 각각의 운명이 있다
장서가들의 롤 모델
책의 산에 과연 지름길이 있을까?
서재 밖 공중전
외톨이들을 위한 장서표
책이 없는 방은 영혼이 없는 육체다
노력으로 모든 일을 극복한다
문장과 사랑에 빠진 남자
애서인의 장서 정리법
중세의 철학자
부록| 장서표 초보자들을 위한 안내서
부록| 장서표 보관법
부록| 제회 터키 이스탄불 세계장서표대회 참가 후기
옮긴이의 글
장서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서양에서 장서표가 제작되기 시작한 것은 15세기 후반 인쇄술 발달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인쇄술 발달로 책이 많이 제작?유통되면서 책을 소유하는 개인이나 기관이 등장했다. 그런 과정에서 책의 소유를 표시하는 것이 중요해졌고, 이를 위해 판화로 만들어 여러 번 찍어 책에 붙일 수 있는 장서표가 등장한 것이다. 장서표는 출판 산업이 활기를 띤 19세기 후반부터 널리 사용되었다. 크기는 보통 5?6cm정도로 작은 것이 보통이지만 때로는 엽서 크기도 있는 등 다양하다.
장서표에는 반드시 ‘…의 장서에서’라는 의미의 라틴어 ‘Ex libris’가 인쇄되어 있다. 그리고 축약된 형태든 별명이나 필명이든 간에 반드시 소장자의 이름도 기록한다. 추가로 소장자 기호에 따라 주소나 구입 연도를 쓰기도 하고 책 내용과 관련 있는 격언, 경구 등을 적은 것도 있다. 초기 장서표가 실용성을 강조했다면, 현대 장서표는 예술성을 훨씬 중시한다. 책에 해설과 함께 수록된 100편의 장서표 가운데 1/3이 바로 미국의 황금세대 5대가(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미국의 장서표 발전에 공헌한 다섯 사람을 일컫는다. 시드니 스미스, 아서 맥도널드, 에드윈 프렌치, 조지프 스펜슬리, 윌리엄 홉슨을 가리킨다)의 작품들로, 그 예술성이 매우 뛰어나다.
예전에는 장서표가 단순히 책 소장자를 표시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었지만, 요즘에는 풍부한 이미지나 색을 사용할 수 있어 예술적으로도 아름다운 것들이 많고, 또 장서표 주인의 이야기 등등이 더해져서 수집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인터넷에 장서표를 판매하는 곳도 다수 있다. 특히 장서표의 주인이나 그것을 제작한 디자이너가 유명할수록 그 가치는 올라가는데, 이와 관련해 저자는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장서표를 수집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2007년 당시 인터넷 경매로 나온 찰스 디킨스의 개인 장서표 매입에 아깝게 실패한 저자는 판매자가 추천한 보스턴의 개인 서적상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어 디킨스의 장서표를 더 갖고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몇 차례 편지를 주고받은 끝에 운 좋게도 인터넷 경매의 절반에 미치지 않는 가격으로 장서표(p90 참조)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는 유명 인사의 개인용 장서표의 경우 세상에 남아 있는 수량이 너무 적고 정말 비싸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며, 여기에 보태 장서표와의 인연을 위한 작은 ‘행운’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각양각색의 장서표를 만나다
장서표를 제작하는 이들은 대부분 ‘책 덕후’들이라, 장서표에 책이나 책의 문구 등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윌리엄 버터필드의 경우는 장서표 한가운데 책장에 책 수십 권이 꽂혀 있는데, 책의 책등에는 영어나 라틴어로 장서표를 뜻하는 단어가 적혀 있다. 얼마나 장서표를 사랑했으면 그랬을까. 또한 장서표 맨 위에 “좋은 책은 좋은 벗이다”라는 경구를 골라 넣었다. 미국 동부 지역에서는 영국의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작품을 열렬히 좋아하는 ‘브라우닝협회’가 결성되었는데, 그 협회의 장서표(p164 참조)에는 당연하게도 브라우닝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그 초상은 마크 트웨인이나 너대니얼 호손 등의 작품에 삽화를 그린 유명한 삽화가 프랭크 메릴이 그려주었다. 폴란드계 독일 판화가 헨리크 파이르하우어의 ‘노인과 책’ 장서표 연작 중에는 책이 마치 바벨탑처럼 쌓여 하늘까지 닿은 것도 있다. ‘책으로 쌓은 바벨탑’의 유일신은 아마 장서의 주인일 것이다(p238 참조).
그 밖에 도서관 기부자를 기리며 도서관 측에서 장서표를 제작해 그의 기증 도서에 부착하기도 하였으며, 본인의 직업이나 취미 등을 반영해 장서표를 제작하기도 했다. 부부의 공동 장서표는 꽤 보편적이었다. 세 차례 결혼한 장서표 디자이너 록웰 켄트는 두 번째 아내를 위해 만든 장서표를 살짝 변형해 세 번째 아내를 위한 장서표(p98 참조)를 제작하기도 했다. 영국의 소장가 로젠하임 형제처럼 특별히 형제 간에 공동 장서표(p219 참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부부 장서표에 비해 그 수가 많지 않다.
19세기 말부터는 여성들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여성 장서표Lady Bookplate’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미국 뉴햄프셔 주 전국여성당 의장이었던 샐리 허비의 장서표에는 니체의 명언과 함께 그의 대표작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등장한다(p57 참조). 록웰 켄트의 개인변호사의 아내 헬렌 라우리의 장서표(p106 참조)에는 여성해방 운동가로서의 정체성이 잘 묻어나 있다. 장서표 속 여인은 마치 규방을 뛰쳐나와 ‘전통의 속박’을 딛고 하늘로 뛰어오르려는 듯하다.
장서표 안에 숨은 비밀 기호
장서표 주인에 관한 배경지식을 알고 나면 장서표 그림의 여러 상징들이 마치 비밀 기호처럼 풀려나간다. 쯔안의 취미는 단순히 장서표를 수집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장서표 주인에 관한 수많은 자료를 조사한 뒤, 장서표의 상징을 ‘해독’하는 것에서 큰 기쁨을 얻는다. 장서표에는 애서가의 은밀한 내면과 한 시대의 대표적인 문화 코드도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때로는 옛날이야기 같고, 때로는 역사적인 사건 같기도 한 장서표의 숨은 비밀 사연들로 가득하다.
위스콘신대학교 도서관 직원으로 일했던 플로라 데이비슨의 장서표(p29 참조)를 보며, 쯔안은 장서표 그림 속에 펼쳐놓은 책이 어쩌면 데이비슨의 여행 일기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당시 20세기 초 상류 계층 여성들 사이에 여행기를 기록하는 게 유행이었다. 저자는 책의 오른편에 놓여 문장을 가리고 있는 꽃병은 아마도 몰래 그 글을 훔쳐보려는 사람들에게 비록 책이 펼쳐져 있더라도 개인 일기이므로 주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달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 같다고 해석한다. 일기장 뒤에 꽂혀 있는 몇 권의 책에는 예술, 여행, 스코틀랜드 부족, 자서전, 장서표 등의 제목이 적혀 있는데, 이것은 장서표 주인의 평소 취미를 주석처럼 달아놓은 것이다.
1910년에 독일에서 제작된 어떤 부부 공용 장서표(p231 참조)에서는 장서표 수집가들이라면 모두가 원할 ‘꿈의 작업실’의 모습을 발견한다. 쯔안은 장서표 속 작업실의 가구와 소품을 샅샅이 훑어보며 그곳에서 생활했을 부부의 동선을 상상해본다. “오른쪽 벽에 붙어 있는 긴 책상은 장서표 주인의 신체에 맞게 만든 것이다. 책상 위에는 크기가 다른 서적과 책자를 꽂기 위해 서가와 책장을 마련해뒀다. 왼쪽 하단부는 일반적인 작업 책상과 동일하다. 주인은 아마도 그곳에서 글을 쓸 것이다. 책상 오른쪽 하단에는 층을 지어 만든 수납 공간에 대형 그림을 넣어둔 듯하다. 왼쪽 벽면에는 작업대 하나만 붙어 있다. 그 작업대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쯔안은 책의 말미에 장서표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방법과 더불어, 소장한 장서표를 수집가끼리 교환하는 현장인 ‘세계장서표대회’의 탐방기를 실었다. 책을 찾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장서표 수집은 ‘골동의 취미’가 되어버렸지만, 그는 여전히 장서표의 가치를 믿는다. 최근에는 젊은 작가들에 의해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장서표도 등장했는데, 이는 비록 판화의 전통 기법에는 위배되지만 젊은 세대에게 장서표를 보급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나아가 이 책을 위한 추천의 글을 집필한 서울도서관 이용훈 관장의 말마따나 장서표가 일종의 스티커처럼 하나의 재미 요소로 역할하게 되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독서문화가 다시금 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작가 소개
저자 : 쯔안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신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중국 미술가협회 장서표연구회 상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1999년 유럽 유학 시절부터 장서표 수집을 시작해 현재 거의 1만 매에 달하는 장서표를 소장하고 있다. 중국 장서표협회 회원으로 2008년 베이징에서 개최한 제32회 세계장서표대회 기념 도록 편집과 번역 업무에 참여했고, 같은 해 중앙미술대학교에서 제1차 개인 전시회를 여는 등 장서표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2009년 베이징 쑹좡宋莊에 개인 장서표관인 ‘쯔안판화장서표관子安版畵藏書票館’을 개관했고, 2011년 둥청에 장서표 판매점인 ‘쯔안팡자후퉁점子安方家胡同店’을 개장해 운영 중이다. 2011년?2012년까지 798예술구 바이야쉬안百雅軒 화랑에서 열린 판화교류전에 특별 초청 형식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잡지 『싼롄생활주간三聯生活周刊』의 ‘장서표 한담’ 코너와, [상하이신문 석간上海新聞?報] [선전상보深?商報] 주말 섹션에 장서표 관련 글을 연재했다. 주요 저서로 『서구 장서표西方藏書票』 『켄트전?켄트와 그의 장서표 예술肯特傳?肯特與他的藏書票藝術』 등이 있고, 곧 『장서표 판독 노트藏書票箚記』를 출간할 예정이... 다.
역자 : 김영문
서울대학교 중문과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연구재단 박사후과정에 선발되어 베이징대학교에서 유학했다.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에서 『중한사전』을 교열했고,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에서 국내 최초로 『문선역주』(공역) 완역본을 출간했다. 경북대·대구대·서울대 등 여러 대학에서 오랫동안 강의했다. 무등 공부방, 한국해양대학교 CEO 인문학아카데미, 현대자동차정몽구 재단 온드림독서클럽에서 인문학 관련 강의를 했다. 현재 인문학 연구서재 청청재靑靑齋 대표로 한문과 중국어로 된 인문학 서적을 번역하면서 저술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대표 역서로 『자치통감을 읽다』 『량치차오 평전』 『독서인간』 『아Q 생명의 여섯 순간』 『동주열국지』(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최종 후보) 『문선역주』(공역) 『루쉰, 시를 쓰다』(역주,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루쉰과 저우쭈어런』(공역, 문광부 우수교양도서)과 저서로 『노신의 문학과 사상』(공저)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추천의 글
차례
한국어판 서문
글머리에
나는 광산의 왕이다
꽃의 여신을 위하여
고고학자의 장서표
모든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결합되나니
인디아나 주립도서관의 장서표
작가클럽
사진가의 장서표
도서관 기부자를 위한 장서표
은혜로운 자선가를 위한 장서표
지도 애호가의 장서표
오랜 친구와 오랜 책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링컨 신드롬
메이플라워 사교클럽
진리가 너를 자유케 하리라
나일 강에서 숨을 거둔 자, 책을 남기고
나무에서 이야기를 듣고, 흐르는 시내에서 책을 구한다
닥터 호러스 웰스의 유일한 후손
아내에게 바치는 꽃송이
기억 속 아름다운 순간을 남기다
수수께끼를 풀어라
디킨스의 장서표는 얼마일까
노랑데이지와 붉은 카네이션
사랑하는 아내, 샐리에게
책 도둑의 최후는 교수형뿐이라네
랄프 퓰리처 부부를 위하여
속박을 발로 밟고 하늘로 날아오른 여성
당신 주위를 먼저 둘러보라
판에 박힌 규칙을 따를 필요가 없는 이유
좋은 책은 좋은 벗이다
년 후에 마주한 인연
나이 들어서까지도 배워야 한다
사서의 여행기 노트
마크 스키너 도서관을 위한 장서표
장서가들의 존경을 받는 장서가
내 모습 그대로 받아주소서
그의 영생으로 지식은 끝없이 이어지나니
프렌치도서관 창고 개방 세일!
벨몬트 공공도서관의 장서표
눈부신 석양 아래서의 휴식
잡지광을 위하여
개인의 인생을 기록하다
세상 모든 사람이 천재라면, 천재가 무슨 의미?
시인 브라우닝 팬클럽
인생은 두꺼운 책과 같다
요절한 꽃청년을 기리며
역사는 시대의 증인이다
완벽한 낚시꾼
동화책 그림 작가의 장서표
귀족 부부의 은밀한 서재
이해의 빵으로 그를 먹이고 지혜의 물을 그에게 주리라
준비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흐르는 시내에서 책을 발견하고, 바위에게서 설교를 듣는다
토머스 하디의 작은 집
책을 읽느라 모자에 불이 붙는 줄도 몰랐네
퇴폐적인 시인의 벗
책을 읽을 때 나는 기쁘오
맥스와 모리스, 우애 깊은 형제를 위하여
오페라 무대를 뛰노는 타이포
부지런히 노력하면 달콤한 열매를 얻는다
꿈에 그리는 괴테식 작업실
책벌레의 비밀 서재
책으로 쌓은 바벨탑
삼차원 속의 미궁
한 손에 화장품, 다른 한 손에 책을
독서클럽 만만세
프라하의 고서점
체코의 판화 명인 쿠르하네크
인쇄술을 장서표에 담아내다
책에서 불꽃이 튀는 순간
루쉰박물관에서 보석을 찾다
시인 엘리엇의 히아신스 아가씨
책과 미녀를 함께 누릴 수 있다니!
폴란드 고서점에서 장서표를 만나다
도서관 장서표에 왜 낚싯대가 그려져 있을까
폴란드 도서관에서 선물로 도착한 장서표
꿈속의 여인
상대가 돋보기를 들이대면 당장 탈출하라
신세대의 장서표
꿈에 취하다
책으로 산을 쌓다
오스트리아 빈의 클래식 선율이 흐르면
체코의 장서표 수집가
매일 밤 당신의 서재 등불은 그렇게 밝게 빛난다
지식의 샘물
도서관에서 홀로 책을 읽다
예일대학교의 괴테
만약 주님이 아니라면
독서를 하면 넉넉해지고
아버지를 향한 존경을 담아
책에는 각각의 운명이 있다
장서가들의 롤 모델
책의 산에 과연 지름길이 있을까?
서재 밖 공중전
외톨이들을 위한 장서표
책이 없는 방은 영혼이 없는 육체다
노력으로 모든 일을 극복한다
문장과 사랑에 빠진 남자
애서인의 장서 정리법
중세의 철학자
부록| 장서표 초보자들을 위한 안내서
부록| 장서표 보관법
부록| 제회 터키 이스탄불 세계장서표대회 참가 후기
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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