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정치학자 옮기고 쓴 《논어》
오늘날은 기본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는 시대다. 《논어》는 동양고전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석학들은 《논어》를 읽으라고 권한다. 그러나 시중에 수많은 역주서들이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논어》는 많지 않다. 고리타분한 해석, 알 수 없는 한자음, 시대착오적인 도덕적 훈계, 심지어 오자와 탈자까지. 이런 것들이 이 시대에 《논어》 읽기를 어렵게 한다. 글쓴이가 바로 이런 문제들을 의식하여 우리말로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옮기고 쓴 정밀한 《논어》 역주서가 푸른역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을 옮기고 쓴 부남철 교수는 조선시대 정치사상을 전공한 정치학자다. 난해한 한국정치사상을 대중적인 글쓰기로 소개한 《조선시대 7인의 정치사상》을 출간한 바 있다. 그는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전통서당에 들어가 3년간 동양고전을 공부했다. 전통과 현대를 연결해야 하는 한국정치사상사 특성상 해당 영역을 개척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할 수 있다. 90년대 후반부터는 대학생은 물론,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교사, 시민을 위한 《논어》 교실을 운영해왔다.
그가 《논어》를 강의하면서 체험한 《논어》 교육의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그 문제점들을 보완하여 내놓은 책이 바로 《논어정독》이다. 중세의 《논어》 주석서, 조선시대와 최근까지 간행된 각종 《논어》 역주서를 수집하고 《논어》 해석의 차이를 정리하여 강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저술했다. 특히 정확하고 간결한 글쓰기를 강조하여 난해한 《논어》의 문장을 간명하게 해석하려 했다. 그러면서 정치학의 관점에서 《논어》에 담겨 있는 무거운 사상적 쟁점들을 일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평이하게 풀어내고자 했다.
《논어》의 한자음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다
이 책에서 필자는 《논어》의 한자음을 정확하게 읽기를 강조한다. 지금까지 많은 《논어》 역주서가 간행되었지만 《논어》의 한자음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없었다. 필자는 조선시대에 간행된 《논어언해》 7종류,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간행된 한자사전과 음운서, 최근에 간행된 각종 한자사전, 그리고 현대적인 《논어》 역주서에서 《논어》의 한자음을 어떻게 읽었는지 확인하고 《논어》 본문에 한자음을 달았다. 서로 다른 견해가 있거나 논쟁이 될 만한 한자음에 대해서는 관련된 견해들을 소개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논어》 책에도 한자음이 표시된 것이 있다. 그렇지만 《논어》에 한자로 된 문장들을 왜 그렇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이 없었다. 전통적으로 그렇게 읽어왔을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 정밀한 학문적인 분석이 시도되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하나의 한자에 대해 여러 개의 한자음이 가능할 경우에는 《논어》에 한자음을 표시한 각종의 고문서와 한자사전, 음운서를 모두 확인하여 《논어》의 한자음을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지를 논했다. 《논어》의 한자음에 관한 한 이 책보다 더 정밀한 책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왜 《논어》의 한자음을 강조하는가?
혹자는 왜 정치학적 관점에서 쓴 《논어》 역주서에서 그토록 한자음을 강조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것은 정치의 기본이 언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세종대왕과 정조대왕 공히 언어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에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할 수 있었고 정조대왕은 《전운옥편》과 같은 우리말 한자사전을 편찬할 수 있었다. 《논어》의 첫 문장은 학문하는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마지막 문장은 사람의 말[言]을 알아야 한다는 문장으로 끝난다. 정치는 말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역설하는 필자가 《논어》 읽기의 기본을 한자음부터 정확하게 읽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필자는 이 책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물론 《논어》의 철학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그것을 담는 그릇인 음을 정확하게 표시를 하는 작업이 기본이다. 그동안 《논어》는 젊은 세대에게는 침묵의 교과서였다. 문자만으로는 ‘말씀 어語’가 들어가는 《논어》라는 고전의 맛을 알 수 없다. 이제 큰 소리로 읽는 공부는 화석같이 딱딱한 고전에 생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다. 지금 우리들이 사용하는 말로 읽는 고전은 천 년을 두 번 이상 넘긴 《논어》라는 오래된 책을 지금 우리의 삶의 현장으로 끌어올 것이다. 《논어》를 큰 소리로 읽으면 그 문장들이 살아 움직인다. 청소년기에 우연히 만난 《논어》의 한 문장에서 느낀 그 알 수 없는 감동을 가슴속에 담아두기 위해서는 소리가 필요하다. 문자와 함께 소리로 저장된 《논어》의 문장은 평생을 통하여 천천히 조심씩 이해될 것이다.
지금까지 독자들은 한자로 된 《논어》 본문에 대해 의심을 가져본 적이 거쟀 없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앞서 말한 대로 필자가 고대중국과 조선시대, 그리고 지금 유통되고 있는 《논어》 책에 있는 한자 자형의 차이, 판본에 따라 있거나 없는 한자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심지어는 조선시대에 간행된 《논어》 책에 있는 오자까지 지적하면서 완벽한 정본 《논어》 텍스트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논어》를 교육하면서 학생들에게 큰 소리로 읽을 수 있는 오자가 없는 《논어》 교과서를 전해주고 싶었기에 심지어 완원의 《논어주소교감기》까지 참고하면서 《논어》의 한자를 한 글자씩 점검했다. 이 책은 《논어》 본문의 한자에 관한 한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학적 관점에서 《논어》를 해석하다
이 책은 정치학자가 역주한 《논어》다. 지금까지 《논어》는 동양철학의 관점에서 그리고 전통적인 경학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석해왔다. 시중에는 경영학이나 처세술의 관점에서, 그리고 논술 교재로 소개한 《논어》 책들도 많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사회과학인 정치학의 관점에서 《논어》에 접근한 책은 없었다. 필자는 《논어》를 동양의 정치학 개론이라고 생각하면서 정치학적 관점에서 해석했다.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논어》의 핵심 개념이 ‘인仁’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자가 그토록 하고 싶어 했던 정치에 대해서는 학계나 일반의 관심이 적었다. 공자에게 정치는 인仁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이었다. 공자는 부패한 현실정치에 절망했지만 그런 현실을 외면하진 않았다. 그는 가난한 삶 속에서도 불굴의 용기와 인내를 가지고 정치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고 제자들에게 참다운 정치가의 모습을 말과 행동으로 교육했다. 그렇기 때문에 공자가 추구한 정치를 염두에 두고 《논어》에 접근하지 않으면 그가 반란군 두목의 초빙을 왜 대번에 냉정하게 뿌리치질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공자는 그 시대의 정치가였고 교사였다. 필자는 공자를 불굴의 용기와 신념을 가진 현실정치가의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정치 참여를 지식인의 의무라고 생각한 공자가 일상의 삶과 현실의 정치에서 느꼈던 좌절과 분노,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포기하지 않은 정치가로서의 꿈과 제자들을 지도자로 키우려 한 교육자로서의 열정에 관한 이야기가 《논어》에 생생하게 나온다. 이런 《논어》의 정치학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논어》 지성사의 연속성을 유산으로 계승하다
필자는 다음과 같이 지극한 《논어》 사랑을 피력한다. “필자는《논어》의 지성사를 사랑한다. 너무 거창한 말이지만, 그동안 이 땅에서 간행된 수많은 《논어》에 관한 책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말이다. 《논어》는 공자의 시대 또는 주자의 시대로부터 훌쩍 건너뛰어 지금 우리에게 갑자기 던져진 책이 아니다. 《논어》는 이미 우리 품안에 있었다. 인쇄본이 아니면 필사본의 형태라도 《논어》는 조선시대 지성인의 양식으로 일상의 생활 속에 있었다. 필자는 조선시대 유학자와 최근의 《논어》 역주자들이 이미 해놓은 《논어》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한다. 우리가 공동의 노력으로 발전시켜온 《논어》 지성사의 연속성을 유산으로 계승할 때 《논어》 연구와 교육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필자의 생각을 토대로 하여 이 책은 《논어》 역주자들이 일반적으로 참고하는 고대의 《논어》 주석서인 하안의 《논어집해》, 황간의 《논어의소》, 형병의 《논어주소》, 주희의 《논어집주》는 물론 이황과 이이, 박세당, 이재, 정약용, 박문호와 같은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논어》에 대한 해석의 차이와 논쟁, 그리고 최근까지 나온 《논어》 역주서의 내용을 비교?검토하여 《논어》에 대한 정밀한 해석을 추구하였다.
《논어정독》의 또 다른 특징
이 밖에도 필자는 인仁을 비롯한 《논어》의 핵심 개념들을 이 책의 서론 부분에서 현대적인 용어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논어》를 관통하는 줄기와 흐름을 서론에서 제시하고 있어 독자들이 이 틀에 따라 체계적으로 《논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책 뒷부분에서는 《논어》를 비롯한 고서 수집가기도 한 필자가 수집하여 소장한 조선시대에 간행한 각종 《논어》 판본과 《논어》 필사본을 소개했다. 또 필자가 직접 방문하여 촬영한 도산서원 ‘시습재時習齋’, 옥산사원 ‘역락문亦樂門’ 편액 등 《논어》 관련 자료가 사진으로 실려 있다.
▣ 작가 소개
저 : 부남철
1958년 제주도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정치사상을 전공하여 정치학 박사학위(1990년)를 받았다. 전통서당인 유도회儒道會 한문연수원에서 실시하는 3년간의 동양고전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서울교육대, 인천대, 한국외국어대에서 강의를 했으며, 영산대학교 학부대학 학장, 교무처장, 동양문화연구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영산대학교 학부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면서 《논어》를 비롯한 동양고전과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 1997년부터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교사를 위한 동양고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오면서 《논어》를 강의했다. 1996년에 《조선시대 7인의 정치사상》을 저술했고, 〈조선전기 군주권 유지를 위한 이념정책〉, 〈정도전의 유교국가론과 주례〉, 〈학자군주 정조의 종교정책〉, 〈한국정치사상의 현황과 과제〉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사회과학으로서의 정치학과 전통적인 한국사상을 통합적으로 접근하면서 한국정치사상사 연구의 지평을 확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제일第一 학이學而
제이第二 위정爲政
제삼第三 팔일八佾
제사第四 이인里仁
제오第五 공야장公冶長
제육第六 옹야雍也
제칠第七 술이述而
제팔第八 태백泰伯
제구第九 자한子罕
제십第十 향당鄕黨
제십일第十一 선진先進
제십이第十二 안연顔淵
제십삼第十三 자로子路
제십사第十四 헌문憲問
제십오第十五 위령공衛靈公
제십육第十六 계씨季氏
제십칠第十七 양화陽貨
제십팔第十八 미자微子
제십구第十九 자장子張
제이십第二十 요왈堯曰
정치학자 옮기고 쓴 《논어》
오늘날은 기본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지는 시대다. 《논어》는 동양고전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석학들은 《논어》를 읽으라고 권한다. 그러나 시중에 수많은 역주서들이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논어》는 많지 않다. 고리타분한 해석, 알 수 없는 한자음, 시대착오적인 도덕적 훈계, 심지어 오자와 탈자까지. 이런 것들이 이 시대에 《논어》 읽기를 어렵게 한다. 글쓴이가 바로 이런 문제들을 의식하여 우리말로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옮기고 쓴 정밀한 《논어》 역주서가 푸른역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을 옮기고 쓴 부남철 교수는 조선시대 정치사상을 전공한 정치학자다. 난해한 한국정치사상을 대중적인 글쓰기로 소개한 《조선시대 7인의 정치사상》을 출간한 바 있다. 그는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전통서당에 들어가 3년간 동양고전을 공부했다. 전통과 현대를 연결해야 하는 한국정치사상사 특성상 해당 영역을 개척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할 수 있다. 90년대 후반부터는 대학생은 물론,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교사, 시민을 위한 《논어》 교실을 운영해왔다.
그가 《논어》를 강의하면서 체험한 《논어》 교육의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그 문제점들을 보완하여 내놓은 책이 바로 《논어정독》이다. 중세의 《논어》 주석서, 조선시대와 최근까지 간행된 각종 《논어》 역주서를 수집하고 《논어》 해석의 차이를 정리하여 강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저술했다. 특히 정확하고 간결한 글쓰기를 강조하여 난해한 《논어》의 문장을 간명하게 해석하려 했다. 그러면서 정치학의 관점에서 《논어》에 담겨 있는 무거운 사상적 쟁점들을 일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평이하게 풀어내고자 했다.
《논어》의 한자음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다
이 책에서 필자는 《논어》의 한자음을 정확하게 읽기를 강조한다. 지금까지 많은 《논어》 역주서가 간행되었지만 《논어》의 한자음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없었다. 필자는 조선시대에 간행된 《논어언해》 7종류,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간행된 한자사전과 음운서, 최근에 간행된 각종 한자사전, 그리고 현대적인 《논어》 역주서에서 《논어》의 한자음을 어떻게 읽었는지 확인하고 《논어》 본문에 한자음을 달았다. 서로 다른 견해가 있거나 논쟁이 될 만한 한자음에 대해서는 관련된 견해들을 소개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논어》 책에도 한자음이 표시된 것이 있다. 그렇지만 《논어》에 한자로 된 문장들을 왜 그렇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이 없었다. 전통적으로 그렇게 읽어왔을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 정밀한 학문적인 분석이 시도되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하나의 한자에 대해 여러 개의 한자음이 가능할 경우에는 《논어》에 한자음을 표시한 각종의 고문서와 한자사전, 음운서를 모두 확인하여 《논어》의 한자음을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지를 논했다. 《논어》의 한자음에 관한 한 이 책보다 더 정밀한 책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왜 《논어》의 한자음을 강조하는가?
혹자는 왜 정치학적 관점에서 쓴 《논어》 역주서에서 그토록 한자음을 강조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것은 정치의 기본이 언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세종대왕과 정조대왕 공히 언어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에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할 수 있었고 정조대왕은 《전운옥편》과 같은 우리말 한자사전을 편찬할 수 있었다. 《논어》의 첫 문장은 학문하는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마지막 문장은 사람의 말[言]을 알아야 한다는 문장으로 끝난다. 정치는 말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역설하는 필자가 《논어》 읽기의 기본을 한자음부터 정확하게 읽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필자는 이 책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물론 《논어》의 철학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그것을 담는 그릇인 음을 정확하게 표시를 하는 작업이 기본이다. 그동안 《논어》는 젊은 세대에게는 침묵의 교과서였다. 문자만으로는 ‘말씀 어語’가 들어가는 《논어》라는 고전의 맛을 알 수 없다. 이제 큰 소리로 읽는 공부는 화석같이 딱딱한 고전에 생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다. 지금 우리들이 사용하는 말로 읽는 고전은 천 년을 두 번 이상 넘긴 《논어》라는 오래된 책을 지금 우리의 삶의 현장으로 끌어올 것이다. 《논어》를 큰 소리로 읽으면 그 문장들이 살아 움직인다. 청소년기에 우연히 만난 《논어》의 한 문장에서 느낀 그 알 수 없는 감동을 가슴속에 담아두기 위해서는 소리가 필요하다. 문자와 함께 소리로 저장된 《논어》의 문장은 평생을 통하여 천천히 조심씩 이해될 것이다.
지금까지 독자들은 한자로 된 《논어》 본문에 대해 의심을 가져본 적이 거쟀 없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앞서 말한 대로 필자가 고대중국과 조선시대, 그리고 지금 유통되고 있는 《논어》 책에 있는 한자 자형의 차이, 판본에 따라 있거나 없는 한자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심지어는 조선시대에 간행된 《논어》 책에 있는 오자까지 지적하면서 완벽한 정본 《논어》 텍스트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논어》를 교육하면서 학생들에게 큰 소리로 읽을 수 있는 오자가 없는 《논어》 교과서를 전해주고 싶었기에 심지어 완원의 《논어주소교감기》까지 참고하면서 《논어》의 한자를 한 글자씩 점검했다. 이 책은 《논어》 본문의 한자에 관한 한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학적 관점에서 《논어》를 해석하다
이 책은 정치학자가 역주한 《논어》다. 지금까지 《논어》는 동양철학의 관점에서 그리고 전통적인 경학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석해왔다. 시중에는 경영학이나 처세술의 관점에서, 그리고 논술 교재로 소개한 《논어》 책들도 많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사회과학인 정치학의 관점에서 《논어》에 접근한 책은 없었다. 필자는 《논어》를 동양의 정치학 개론이라고 생각하면서 정치학적 관점에서 해석했다.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논어》의 핵심 개념이 ‘인仁’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자가 그토록 하고 싶어 했던 정치에 대해서는 학계나 일반의 관심이 적었다. 공자에게 정치는 인仁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이었다. 공자는 부패한 현실정치에 절망했지만 그런 현실을 외면하진 않았다. 그는 가난한 삶 속에서도 불굴의 용기와 인내를 가지고 정치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고 제자들에게 참다운 정치가의 모습을 말과 행동으로 교육했다. 그렇기 때문에 공자가 추구한 정치를 염두에 두고 《논어》에 접근하지 않으면 그가 반란군 두목의 초빙을 왜 대번에 냉정하게 뿌리치질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공자는 그 시대의 정치가였고 교사였다. 필자는 공자를 불굴의 용기와 신념을 가진 현실정치가의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정치 참여를 지식인의 의무라고 생각한 공자가 일상의 삶과 현실의 정치에서 느꼈던 좌절과 분노,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포기하지 않은 정치가로서의 꿈과 제자들을 지도자로 키우려 한 교육자로서의 열정에 관한 이야기가 《논어》에 생생하게 나온다. 이런 《논어》의 정치학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논어》 지성사의 연속성을 유산으로 계승하다
필자는 다음과 같이 지극한 《논어》 사랑을 피력한다. “필자는《논어》의 지성사를 사랑한다. 너무 거창한 말이지만, 그동안 이 땅에서 간행된 수많은 《논어》에 관한 책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말이다. 《논어》는 공자의 시대 또는 주자의 시대로부터 훌쩍 건너뛰어 지금 우리에게 갑자기 던져진 책이 아니다. 《논어》는 이미 우리 품안에 있었다. 인쇄본이 아니면 필사본의 형태라도 《논어》는 조선시대 지성인의 양식으로 일상의 생활 속에 있었다. 필자는 조선시대 유학자와 최근의 《논어》 역주자들이 이미 해놓은 《논어》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한다. 우리가 공동의 노력으로 발전시켜온 《논어》 지성사의 연속성을 유산으로 계승할 때 《논어》 연구와 교육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필자의 생각을 토대로 하여 이 책은 《논어》 역주자들이 일반적으로 참고하는 고대의 《논어》 주석서인 하안의 《논어집해》, 황간의 《논어의소》, 형병의 《논어주소》, 주희의 《논어집주》는 물론 이황과 이이, 박세당, 이재, 정약용, 박문호와 같은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논어》에 대한 해석의 차이와 논쟁, 그리고 최근까지 나온 《논어》 역주서의 내용을 비교?검토하여 《논어》에 대한 정밀한 해석을 추구하였다.
《논어정독》의 또 다른 특징
이 밖에도 필자는 인仁을 비롯한 《논어》의 핵심 개념들을 이 책의 서론 부분에서 현대적인 용어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논어》를 관통하는 줄기와 흐름을 서론에서 제시하고 있어 독자들이 이 틀에 따라 체계적으로 《논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책 뒷부분에서는 《논어》를 비롯한 고서 수집가기도 한 필자가 수집하여 소장한 조선시대에 간행한 각종 《논어》 판본과 《논어》 필사본을 소개했다. 또 필자가 직접 방문하여 촬영한 도산서원 ‘시습재時習齋’, 옥산사원 ‘역락문亦樂門’ 편액 등 《논어》 관련 자료가 사진으로 실려 있다.
▣ 작가 소개
저 : 부남철
1958년 제주도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정치사상을 전공하여 정치학 박사학위(1990년)를 받았다. 전통서당인 유도회儒道會 한문연수원에서 실시하는 3년간의 동양고전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서울교육대, 인천대, 한국외국어대에서 강의를 했으며, 영산대학교 학부대학 학장, 교무처장, 동양문화연구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영산대학교 학부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면서 《논어》를 비롯한 동양고전과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 1997년부터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교사를 위한 동양고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오면서 《논어》를 강의했다. 1996년에 《조선시대 7인의 정치사상》을 저술했고, 〈조선전기 군주권 유지를 위한 이념정책〉, 〈정도전의 유교국가론과 주례〉, 〈학자군주 정조의 종교정책〉, 〈한국정치사상의 현황과 과제〉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사회과학으로서의 정치학과 전통적인 한국사상을 통합적으로 접근하면서 한국정치사상사 연구의 지평을 확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주요 목차
제일第一 학이學而
제이第二 위정爲政
제삼第三 팔일八佾
제사第四 이인里仁
제오第五 공야장公冶長
제육第六 옹야雍也
제칠第七 술이述而
제팔第八 태백泰伯
제구第九 자한子罕
제십第十 향당鄕黨
제십일第十一 선진先進
제십이第十二 안연顔淵
제십삼第十三 자로子路
제십사第十四 헌문憲問
제십오第十五 위령공衛靈公
제십육第十六 계씨季氏
제십칠第十七 양화陽貨
제십팔第十八 미자微子
제십구第十九 자장子張
제이십第二十 요왈堯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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