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자유, 긍정, 자본주의의 결합이 낳은 파국적 결과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안은 어디에 있는가?
최근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과 한병철의 『피로사회』가 화제가 되었다. 『긍정의 배신』이 신자유주의와 긍정주의의 은밀한 공생을 지적하며 시장경제의 잔인함을 변호하는 ‘긍정 이데올로기’를 비판했다면, 『피로사회』는 ‘할 수 있다’는 것이 최상의 가치가 된 긍정사회, 성과사회가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는 데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진화 형태, 즉 신자유주의가 추구한 개인적 자유의 확장이 도리어 모든 문제의 책임을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자유의 역설’을 초래했음을 보여준 것이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이미 그 1세대인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함께 쓴 『계몽의 변증법』에서부터 ‘자유의 역설’이 현대사회 자체에 내재해 있음을 지적해왔다. 독재 권력에서 해방된 개인의 자유 의지가 자본주의 시스템과 결합함으로써 자유의 실현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의 억압을 낳았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긍정주의라는 이데올로기는 마르쿠제의 『일차원적 사회』, 아도르노의 『부정 변증법』에서 비판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들은 일차원적이고 무비판적인 긍정적 인식이 아니라 부정적 사유에서 진정한 사회 해방의 가능성을 찾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2세대 하버마스, 3세대 악셀 호네트로 이어지며 더욱 정교해진다.
“권리, 도덕, 물질적 발전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그 배후에서 일어난 경제적 탈규제화, 시장화 과정이 다시금 이러
한 발전을 파괴하는 상황이 저의 주된 경험입니다.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에게는 이른바 전체주의가 역설이었습니다. 하버마스에게는 민주적 법치 국가의 역설이 주된 관심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신자유주의적 혁명이 담고 있는 역설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8장 악셀 호네트와의 대담, 280쪽)
오늘날 프랑크푸르트학파는 우리가 공통적으로 당면한 문제인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악셀 호네트는 시장의 자유가 확대됨으로써 현대사회가 지향하는 민주적 가치가 자본 권력에 의해 침해되는 과정을 ‘신자유주의의 역설’로 설명한다. 즉, 자기 착취로 귀결된 자기계발이나 양극화를 낳은 경제발전은 모두를 위한 민주적 가치가 망각되는 동시에, 개인적 자유의 확장이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의 논리로 환원되면서 발생하는 병리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필요한 것은 자본의 논리가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는 현실을 비판하고, 사회 속에 내재되어 있는 진정한 자유와 민주적 가치에 대한 약속을 다시금 실현하는 것이라고 악셀 호네트는 말한다. 참된 미래는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망각해버린 과거의 사회적 약속 속에 이미 잠들어 있다는 것이다. “진보란 아주 장기적이고, 투쟁적이며, 늘 역공을 겪으면서도 다양한 사회 영역에 내재된 사회적 자유에 대한 약속이 인정투쟁을 통해 점차 실현되는 과정이다.”(악셀 호네트)
이렇듯 프랑크푸르트학파는 현대사회를 비판해야 하는 규범적 이유뿐 아니라 대안적 사회의 모습까지 제시한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근대 이성의 역설을 비판하고 그 파괴적 결과를 성찰하면서도 현대사회의 이상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대사회가 갖고 있는 규범적 잠재력을 재구성함으로써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비판은 있지만 대안은 없는 담론들이 넘치는 상황 속에서, 무엇이 옳은지를 전제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비판하며 그 대안을 제시하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사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사상가들을 만나다
호르크하이머부터 악셀 호네트까지
1장은 프랑크푸르트학파 1세대의 대표자이자 이 학파의 태동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호르크하이머의 사상을 살펴본다. 호르크하이머는 전통 이론과 구별되는 ‘비판 이론’을 정립하며 기존의 사회 이론과 프랑크푸르트학파 고유의 사상 간에 뚜렷한 경계선을 그었다. 호르크하이머의 이론적 작업은 ‘자유와 이성의 실현을 위한 사회 비판’ 속에서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프랑크푸르트학파가 자유와 이성의 실현을 가로막는 사회적 억압을 비판하는 것을 비판 이론의 핵심 과제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2장은 프랑크푸르트학파에서 후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 아도르노의 ‘반-체계 철학’을 소개한다. ‘부정 변증법’이라는 개념으로 집약되는 아도르노의 방법은 단순한 철학적 비판에서 그치지 않으며 현실 사회 속에서 비판의 자리를 찾아낸다. 아도르노는 순응과 기만의 체제인 문화산업을 비판했고, 끝없는 부정의 정신으로 세계의 고통을 드러내는 ‘부정 예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단순한 사회 비판을 넘어 미학과 문화 이론 차원으로까지 확장되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다층적 면모를 아도르노의 사상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3장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내부인이자 동시에 외부인이기도 한 발터 벤야민의 ‘파사주’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춘다. 벤야민은 현대 자본주의의 근원을 추적하면서 그 흔적을 19세기 파리의 파사주에서 발견한다. 그는 건축학과 도시학과 같은 가장 구체적인 학문에서 출발하여 거리와 백화점과 같은 가장 세속적인 공간에서 자본주의의 본질을 드러낸다. 역사에 대한 벤야민의 독창적인 접근은 그의 사상이 가진 생명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며,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학제 연구가 갖고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4장은 프랑크푸르트학파에서 가장 급진적인 사상가 마르쿠제의 삶과 사상을 소개한다. 마르쿠제는 신좌파의 대표적 사상가로서 68운동의 이론적 지도자이기도 했다. 마르쿠제는 ‘유토피아적 상상력’을 통해 혁명이 불가능해 보이는 현대사회에서 혁명의 가능성을 탐색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낡은 체제를 거부하며 자유와 해방을 갈망하던 수많은 학생들과 젊은이들에게 마르쿠제는 정신적 지주이자 영웅이었다. 비판 이론에 헤겔 철학과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숨결을 불어넣은 그의 사상은 이론과 실천의 만남 속에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지평을 확장시켰다.
5장은 프랑크푸르트학파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사랑의 기술』과 같은 저서를 통해 널리 알려진 프롬이지만, 사상가로서 그 사상의 깊이는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다. 프롬은 동서양 사상을 아우르며 건전한 사회의 모습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고, ‘인간주의적 사회주의’의 구체적인 대안상을 모색했던 실천적 사상가였다. 그는 사회의 해방과 개인의 해방을 함께 추구해야 함을 주창했으며, 실현 가능한 유토피아라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대안적 기획을 현실화하는 데 기여했다.
6장은 프랑크푸르트학파 2세대의 대표자 하버마스의 사상을 명료하게 정리한다. 하버마스는 비판 이론 전통을 독창적으로 계승하는 동시에, 사회학, 인지심리학, 언어 이론, 행위 이론, 체계 이론에 이르는 동시대 이론들을 창조적으로 결합했다. 이를 종합하여 제시한 ‘의사소통 행위 이론’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해방적 기획을 한 단계 전진시켰다. 도구적 이성의 식민화를 비판하고 생활세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행위자들 간의 토의 민주주의를 바람직한 소통의 대안으로 내세운 그의 사상은 프랑크푸르트학파가 지향하는 대안적 현대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7장은 프랑크푸르트학파 3세대의 대표자이자 현재 프랑크푸르트 사회연구소의 소장직을 맡고 있는 악셀 호네트에 대한 본격적인 개론이다. 악셀 호네트는 ‘인정투쟁 이론’을 제시하며 갈등과 투쟁 속에서 드러나는 역동적인 사회 진보의 흐름을 포착하고자 한다. 자유의 확장, 차이의 인정, 자아의 실현이라는 현대의 도덕적 과제를 신자유주의의 침투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실현시키려는 악셀 호네트는 프랑크푸르트학파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사상이라는 사실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8장은 ‘악셀 호네트와의 대담’으로서 악셀 호네트의 육성을 통해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역사적 모습뿐 아니라 현재의 모습까지 이야기한다. 1세대의 계몽의 변증법 테제, 2세대의 의사소통 합리성 이론, 그리고 3세대의 인정 이론으로 특징지어지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 이론이 각각 어떤 차이를 보이고 또한 어떤 공통의 문제를 갖고 있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또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문제의식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방향으로 비판 이론을 전개시킨 인정투쟁 이론의 핵심이 악셀 호네트 자신의 설명으로 친절히 제시된다.
사회비판총서 소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의 뒤를 이어 사회 비판과 대안 모색을 위한 여러 책들이 ‘사회비판총서’로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연구모임 사회비판과대안이 기획한 ‘사회비판총서’는 현대의 다양한 철학적, 이론적 담론들을 집대성하여 한국 사회의 병리적 모순을 진단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이다. 현대사회의 문제를 비판한 여러 사상가들의 핵심 테제를 통해 대안적 사회의 전망을 짚어보며, 동시에 유럽과 영미, 남성과 여성, 모던과 포스트모던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의 토대를 다층적으로 성찰하고자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허구성과 기만을 고발하는 프랑크푸르트학파에 대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을 시작으로 하여, 근대가 만들어낸 어둠에 이의를 제기하며 새로운 사회 비판의 장을 열어젖힌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에 대한 『포스트모던의 테제들』이 출간되며, 자유와 공동체, 정의와 배려 등 현대의 정치철학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현대 영미 정치철학에 대한 『현대 영미 정치철학의 테제들』, 그리고 『페미니즘 철학의 테제들』 『한국 사회에 관한 테제들』 등의 저작들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 주요 목차
편집자 서문
1 호르크하이머
자유와 이성의 실현을 위한 사회 비판 / 문성훈
2 아도르노
끝없는 부정의 철학 / 박구용
3 벤야민
현대의 미시 공간 ‘파사주’ / 고지현
4 마르쿠제
일차원적 사회, 유토피아적 상상력, 인간 해방 / 손철성
5 프롬
인간주의적 사회주의 / 박찬국
6 하버마스
의사소통 행위 이론과 생활세계 식민화 테제 / 김원식
7 호네트
병리적 사회 극복을 위한 인정투쟁 / 문성훈
8 악셀 호네트와의 대담
현대 비판의 세 가지 모델
주
저자 소개
자유, 긍정, 자본주의의 결합이 낳은 파국적 결과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안은 어디에 있는가?
최근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과 한병철의 『피로사회』가 화제가 되었다. 『긍정의 배신』이 신자유주의와 긍정주의의 은밀한 공생을 지적하며 시장경제의 잔인함을 변호하는 ‘긍정 이데올로기’를 비판했다면, 『피로사회』는 ‘할 수 있다’는 것이 최상의 가치가 된 긍정사회, 성과사회가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는 데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진화 형태, 즉 신자유주의가 추구한 개인적 자유의 확장이 도리어 모든 문제의 책임을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자유의 역설’을 초래했음을 보여준 것이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이미 그 1세대인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함께 쓴 『계몽의 변증법』에서부터 ‘자유의 역설’이 현대사회 자체에 내재해 있음을 지적해왔다. 독재 권력에서 해방된 개인의 자유 의지가 자본주의 시스템과 결합함으로써 자유의 실현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의 억압을 낳았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긍정주의라는 이데올로기는 마르쿠제의 『일차원적 사회』, 아도르노의 『부정 변증법』에서 비판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들은 일차원적이고 무비판적인 긍정적 인식이 아니라 부정적 사유에서 진정한 사회 해방의 가능성을 찾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2세대 하버마스, 3세대 악셀 호네트로 이어지며 더욱 정교해진다.
“권리, 도덕, 물질적 발전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그 배후에서 일어난 경제적 탈규제화, 시장화 과정이 다시금 이러
한 발전을 파괴하는 상황이 저의 주된 경험입니다.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에게는 이른바 전체주의가 역설이었습니다. 하버마스에게는 민주적 법치 국가의 역설이 주된 관심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신자유주의적 혁명이 담고 있는 역설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8장 악셀 호네트와의 대담, 280쪽)
오늘날 프랑크푸르트학파는 우리가 공통적으로 당면한 문제인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악셀 호네트는 시장의 자유가 확대됨으로써 현대사회가 지향하는 민주적 가치가 자본 권력에 의해 침해되는 과정을 ‘신자유주의의 역설’로 설명한다. 즉, 자기 착취로 귀결된 자기계발이나 양극화를 낳은 경제발전은 모두를 위한 민주적 가치가 망각되는 동시에, 개인적 자유의 확장이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의 논리로 환원되면서 발생하는 병리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필요한 것은 자본의 논리가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는 현실을 비판하고, 사회 속에 내재되어 있는 진정한 자유와 민주적 가치에 대한 약속을 다시금 실현하는 것이라고 악셀 호네트는 말한다. 참된 미래는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망각해버린 과거의 사회적 약속 속에 이미 잠들어 있다는 것이다. “진보란 아주 장기적이고, 투쟁적이며, 늘 역공을 겪으면서도 다양한 사회 영역에 내재된 사회적 자유에 대한 약속이 인정투쟁을 통해 점차 실현되는 과정이다.”(악셀 호네트)
이렇듯 프랑크푸르트학파는 현대사회를 비판해야 하는 규범적 이유뿐 아니라 대안적 사회의 모습까지 제시한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근대 이성의 역설을 비판하고 그 파괴적 결과를 성찰하면서도 현대사회의 이상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대사회가 갖고 있는 규범적 잠재력을 재구성함으로써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비판은 있지만 대안은 없는 담론들이 넘치는 상황 속에서, 무엇이 옳은지를 전제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비판하며 그 대안을 제시하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사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사상가들을 만나다
호르크하이머부터 악셀 호네트까지
1장은 프랑크푸르트학파 1세대의 대표자이자 이 학파의 태동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호르크하이머의 사상을 살펴본다. 호르크하이머는 전통 이론과 구별되는 ‘비판 이론’을 정립하며 기존의 사회 이론과 프랑크푸르트학파 고유의 사상 간에 뚜렷한 경계선을 그었다. 호르크하이머의 이론적 작업은 ‘자유와 이성의 실현을 위한 사회 비판’ 속에서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프랑크푸르트학파가 자유와 이성의 실현을 가로막는 사회적 억압을 비판하는 것을 비판 이론의 핵심 과제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2장은 프랑크푸르트학파에서 후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 아도르노의 ‘반-체계 철학’을 소개한다. ‘부정 변증법’이라는 개념으로 집약되는 아도르노의 방법은 단순한 철학적 비판에서 그치지 않으며 현실 사회 속에서 비판의 자리를 찾아낸다. 아도르노는 순응과 기만의 체제인 문화산업을 비판했고, 끝없는 부정의 정신으로 세계의 고통을 드러내는 ‘부정 예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단순한 사회 비판을 넘어 미학과 문화 이론 차원으로까지 확장되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다층적 면모를 아도르노의 사상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3장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내부인이자 동시에 외부인이기도 한 발터 벤야민의 ‘파사주’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춘다. 벤야민은 현대 자본주의의 근원을 추적하면서 그 흔적을 19세기 파리의 파사주에서 발견한다. 그는 건축학과 도시학과 같은 가장 구체적인 학문에서 출발하여 거리와 백화점과 같은 가장 세속적인 공간에서 자본주의의 본질을 드러낸다. 역사에 대한 벤야민의 독창적인 접근은 그의 사상이 가진 생명력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며,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학제 연구가 갖고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4장은 프랑크푸르트학파에서 가장 급진적인 사상가 마르쿠제의 삶과 사상을 소개한다. 마르쿠제는 신좌파의 대표적 사상가로서 68운동의 이론적 지도자이기도 했다. 마르쿠제는 ‘유토피아적 상상력’을 통해 혁명이 불가능해 보이는 현대사회에서 혁명의 가능성을 탐색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낡은 체제를 거부하며 자유와 해방을 갈망하던 수많은 학생들과 젊은이들에게 마르쿠제는 정신적 지주이자 영웅이었다. 비판 이론에 헤겔 철학과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숨결을 불어넣은 그의 사상은 이론과 실천의 만남 속에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지평을 확장시켰다.
5장은 프랑크푸르트학파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사랑의 기술』과 같은 저서를 통해 널리 알려진 프롬이지만, 사상가로서 그 사상의 깊이는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다. 프롬은 동서양 사상을 아우르며 건전한 사회의 모습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고, ‘인간주의적 사회주의’의 구체적인 대안상을 모색했던 실천적 사상가였다. 그는 사회의 해방과 개인의 해방을 함께 추구해야 함을 주창했으며, 실현 가능한 유토피아라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대안적 기획을 현실화하는 데 기여했다.
6장은 프랑크푸르트학파 2세대의 대표자 하버마스의 사상을 명료하게 정리한다. 하버마스는 비판 이론 전통을 독창적으로 계승하는 동시에, 사회학, 인지심리학, 언어 이론, 행위 이론, 체계 이론에 이르는 동시대 이론들을 창조적으로 결합했다. 이를 종합하여 제시한 ‘의사소통 행위 이론’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해방적 기획을 한 단계 전진시켰다. 도구적 이성의 식민화를 비판하고 생활세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행위자들 간의 토의 민주주의를 바람직한 소통의 대안으로 내세운 그의 사상은 프랑크푸르트학파가 지향하는 대안적 현대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7장은 프랑크푸르트학파 3세대의 대표자이자 현재 프랑크푸르트 사회연구소의 소장직을 맡고 있는 악셀 호네트에 대한 본격적인 개론이다. 악셀 호네트는 ‘인정투쟁 이론’을 제시하며 갈등과 투쟁 속에서 드러나는 역동적인 사회 진보의 흐름을 포착하고자 한다. 자유의 확장, 차이의 인정, 자아의 실현이라는 현대의 도덕적 과제를 신자유주의의 침투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실현시키려는 악셀 호네트는 프랑크푸르트학파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사상이라는 사실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8장은 ‘악셀 호네트와의 대담’으로서 악셀 호네트의 육성을 통해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역사적 모습뿐 아니라 현재의 모습까지 이야기한다. 1세대의 계몽의 변증법 테제, 2세대의 의사소통 합리성 이론, 그리고 3세대의 인정 이론으로 특징지어지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 이론이 각각 어떤 차이를 보이고 또한 어떤 공통의 문제를 갖고 있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또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문제의식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방향으로 비판 이론을 전개시킨 인정투쟁 이론의 핵심이 악셀 호네트 자신의 설명으로 친절히 제시된다.
사회비판총서 소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의 뒤를 이어 사회 비판과 대안 모색을 위한 여러 책들이 ‘사회비판총서’로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연구모임 사회비판과대안이 기획한 ‘사회비판총서’는 현대의 다양한 철학적, 이론적 담론들을 집대성하여 한국 사회의 병리적 모순을 진단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이다. 현대사회의 문제를 비판한 여러 사상가들의 핵심 테제를 통해 대안적 사회의 전망을 짚어보며, 동시에 유럽과 영미, 남성과 여성, 모던과 포스트모던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의 토대를 다층적으로 성찰하고자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허구성과 기만을 고발하는 프랑크푸르트학파에 대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을 시작으로 하여, 근대가 만들어낸 어둠에 이의를 제기하며 새로운 사회 비판의 장을 열어젖힌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에 대한 『포스트모던의 테제들』이 출간되며, 자유와 공동체, 정의와 배려 등 현대의 정치철학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현대 영미 정치철학에 대한 『현대 영미 정치철학의 테제들』, 그리고 『페미니즘 철학의 테제들』 『한국 사회에 관한 테제들』 등의 저작들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 주요 목차
편집자 서문
1 호르크하이머
자유와 이성의 실현을 위한 사회 비판 / 문성훈
2 아도르노
끝없는 부정의 철학 / 박구용
3 벤야민
현대의 미시 공간 ‘파사주’ / 고지현
4 마르쿠제
일차원적 사회, 유토피아적 상상력, 인간 해방 / 손철성
5 프롬
인간주의적 사회주의 / 박찬국
6 하버마스
의사소통 행위 이론과 생활세계 식민화 테제 / 김원식
7 호네트
병리적 사회 극복을 위한 인정투쟁 / 문성훈
8 악셀 호네트와의 대담
현대 비판의 세 가지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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