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탐색
늘씬한 각선미의 걸그룹을 보며, 자신의 비루한 육신이 갑자기 부끄러워져 다이어트를 결심한 적이 있는가? 간고등어 코치의 꿀복근에 자극받아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한 적은? 지난밤 어둠의 경로를 통해 본 야동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든지, "○○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 하는 멜로드라마 매력남의 음성이 귓불을 간지럽힌 경험은? 있을 법하지 않은 완벽한 외모의 여성이나 나만 사랑해줄 것 같은 로맨틱가이에 흠뻑 빠져 있다가 현실로 돌아와 직시한 내 모습은 화면 속 세상과 거리가 먼 건어물녀이거나 한 마리의 오징어. 가슴 아프지만 뼈저리게 현실을 인식한다면 그나마 낫다. 세상에는 인간이 빠져나오기 힘들 만큼 강렬하고도 위험한 자극이 도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현실 속의 살아 숨 쉬는 인간관계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해버린 ''텔레비전''이나 남자의 성적 본능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포르노그래피'', 여성의 성적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멜로드라마''와 ''로맨스 소설'', 어떤 과일보다 달콤한 ''사탕'', 어떤 아기보다 눈이 큰 봉제 ''동물인형'', 지방과 당분과 탄수화물을 정제해서 만든 ''정크푸드''와 ''패스트푸드'', 영역 본능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선전선동''과 맹목적 ''이데올로기''....... 진짜보다 더 강렬한 매력을 지닌 이 모든 인공물은 중독과 집착 같은 인간의 과잉 행동을 유발하는 초정상적인 자극에 속한다. 인간이 만든 이 모조품들은, 우리가 자녀를 양육하는 방식, 우리가 먹는 음식의 종류, 사랑하고 싸우는 방식, 심지어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을 교란해왔다. 섹스, 음식에 대한 과도한 집착, 나아가서는 인류 문명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이러한 인공물들의 위험한 자극에서 인간은 왜 벗어나지 못할까?
이 책의 저자 디어드리 배릿은 음식, 섹스, 영역 보호 등을 위해 진화한 인간의 본능들이, 인구가 밀집된 도시, 기술혁신, 오염이 가득한 오늘날의 세계가 아니라 1만 년 전 사바나에서의 삶을 위해 진화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현대 식단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기름진 음식, 설탕, 소금에 대한 간절한 욕구는 그런 물질들이 희소했고 한 조각이라도 발견하는 것이 생존을 좌우했던 사바나 생활을 위해 진화해온 것이다. 문제는 본능은 강렬하고, 진화는 더디다는 것. 굼뜬 진화는 현대생활의 급속한 변화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던 반면, 인간의 끈질긴 충동은 점점 더 자극적이고 강렬한 모조품을 만들어내, 스스로 그 해악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진짜보다 더 강렬한 매력을 가진 모조품,
''초정상 자극''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인 분석
인간본능과 인간이 창조한 환경 사이의 급격한 단절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1930년대에 네덜란드의 노벨상 수상자 니코 틴버겐이 발견한 ''초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i)이라는 개념을 가져와, 초정상 자극들이 어떻게 비만, TV와 게임 중독, 그리고 지난 세기의 광포한 전쟁들을 일으켰는지 최초로 설명한다.
니코 틴버겐은 동물의 본능을 진화시킨 원래의 실물보다 실험자가 만든 모조품이 그 본능을 더 강하게 자극할 수 있음을 확인한 뒤 ''초정상 자극''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동물계에서 육아기생, 일명 탁란(托卵: 어떤 새가 다른 종류의 새의 집에 알을 낳아 대신 품어 기르도록 하는 일)으로 유명한 뻐꾸기를 보자. 이 새는 뱁새라고 하는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 자기 알을 밀어넣어 숙주로 하여금 그 알을 부화시키도록 만든다. 뻐꾸기의 알은 숙주의 알보다 약간 더 크거나 밝은데, 숙주는 제 알보다 뻐꾸기 알 위에 앉기를 더 좋아하고, 부화한 뻐꾸기 새끼의 넓적하고 붉은 입에 먹이를 물어다 준다. 거위가 자신의 알은 팽개치고 색, 크기, 무늬를 과장시켜 만든 모형알을 품는 것이나, 빨간색 배를 가진 물고기를 잠재적 공격 상대로 여기는 큰가시고기가 우체국 트럭을 보고도 공격 태세를 취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멍청한 동물의 반사 본능 같지만, 사실 웃을 일이 아니다. 인간도 화려한 뻐꾸기 알에 속는 뱁새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디어드리 배릿은 동물행동학, 진화인류학, 심리학의 성과를 아울러 인간본능과 진화 사이의 단절을 설명하고, 1930년대 이후로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했던 초정상 자극 개념을 가져와 그것이 현대 사회의 섹스, 건강, 국제관계, 미디어 등에 미치는 영향을 흥미롭게 탐구한다. 그뿐 아니라 고삐 풀린 원시 본능과 초정상 자극이 일으키는 비만, 중독, 전쟁과 같은 현대 사회의 문제에 대한 해법도 제시한다. 각각의 해결책은 구체적이고도 명쾌하다. 인간에겐 커다란 뇌가 있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를 나쁜 길로 인도하는 본능을 거부할 수 있는 자제심이, 문명의 휘황찬란한 덫에서 우리 자신을 구할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이 나온다고 그는 말한다.
니코 틴버겐과 초정상 자극
초정상 자극의 개념을 살펴보는 1장에 이어 2장에서는, 틴버겐이 어떻게 초정상 자극들과 그 연관 개념을 발견했는지를 설명하고, 동물행동학, 진화인류학, 심리학이 어떻게 틴버겐의 통찰 위에 확립되어왔는지를 살펴본다. 저자는 꽤 많은 지면을 틴버겐이라는 사람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에 할애했다. 그의 독특한 개성, 평범하지 않은 가족, 2차 세계대전에서 겪은 사건들, 콘라트 로렌츠와의 관계, 거위와 베타 투어鬪魚(beta fighting fish: 동족끼리 잡아먹고 싸울 때는 어느 한쪽이 죽어야 하는 관상용 열대어)를 통해 초정상 자극을 발견한 과정에 대한 묘사는, 니코 틴버겐이 자신의 문화적?시대적 관점을 박차고 나와 어떻게 인간의 본능과 행동을 객관적으로 연구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구석기 시대의 성 본능, 섹스숍을 발견하다
우리의 본능은 반대 성의 가장 뚜렷한 특징과 가장 생식력이 높은 특징에 이끌린다. 단 몇몇 특징에서만 과장된 것을 선호하는데, 남자의 얼굴에서는 강한 턱, 여자는 도톰한 입술, 두드러진 광대뼈, 작은 턱, 아기 같은 얼굴, 큰 눈, 작은 코 등이다. 이 특징들을 제외하면, 매력은 평균에서 나온다. 가장 아름다운 여자 얼굴은 여러 여자들의 평균을 낸 다음 그것을 70퍼센트 택하고, 나머지 30퍼센트는 아기 얼굴 특징을 합성한 것이다. 신체 비율도 비슷하다. 궁둥이 대 허리 비율이 .7인 여자들이 매력적으로 꼽힌다.
남자들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초정상 성적 자극''인 포르노그래피는 어리둥절할 정도로 과장된 크기의 가슴, 예쁜 얼굴, 가벼운 섹스를 하고 싶은 욕구를 지닌 나체나 반라의 젊은 여자를 보여준다. 포르노의 해악은 ''포르노는 강간의 교과서''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폭력적이지 않다.(※ 50~52쪽 참조) 그러나 시간이 금이고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유대의 결핍을 느끼는 세계에서, 시간, 정력, 실제 남녀관계의 가능성을 잡아먹는 것은 절대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가벼운 섹스를 상징하는 아이콘을 선호하는 남자와 달리 여자들은 한 번의 불가항력적인 데이트와 배우자 선택에 어울리는 아이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여자들에겐 두 종류의 매체가 초정상 성적 자극 역할을 하는데, 하나는 당신도 이상적인 매력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는 이미지와 충고, 또 하나는 로맨스 소설과 멜로드라마 같은 대리만족을 제공하는 매체다. 멜로드라마에 웃고 우는 진풍경은 불과 몇 세대 전만 해도 가능하지 않았다. 열병 반응은,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국한되었다. 그런 환상을 뒷받침하는 매체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양육 본능, 귀여움만 진화시키다
유아기의 특징이 성년까지 남아 있는 현상을 "유형성숙(neoteny)"이라고 한다. 진화생물학자들의 관점에서 볼 때 "귀여움"은 성인의 보살핌을 촉발하는 메커니즘이고, 이는 생존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적응 형태다. 법정에 선 피고들 중에서도 얼굴에 유년기 특징이 남아 있으면, 유죄 선고를 받을 확률이 줄어든다. 베이비 페이스에 끌리는 이유도 똑같다. 인간 아기를 입양하는 다른 동물의 예(※ 78~79쪽 참조)를 보면 동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포케몬과 헬로키티, 포켓펫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왜 유독 귀여움에 집착할까? ''카와이(일본어로 ''귀엽다''를 뜻함) 랜드'' 일본에 대한 저자의 명민한 분석에 따르면 이렇다. 일본에서 유년기는 온갖 응석을 받아주는 시기다. 응석은 대개 어머니가 받아주지만, 사회도 받아준다. 일본의 출산율 저하도 또 다른 원인이다. 가정에서 보살필 아기가 줄어들면서 어른들의 본능이 귀여운 만화를 통해 충족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대표적인 노령화 사회인 일본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노령인구가 증가하면 이성적으로는 노인을 보살피는 데 자원을 투여해야 한다. 그러나 포켓펫을 위해 돈을 쓰게 만드는 양육 본능은 노인들을 보살피는 데로 좀처럼 돌려지지 않는다.
푸드코트에서 길을 잃은 수렵채집인
구석기 시대 수렵채집인들은 수백 가지의 동식물을 먹으면서 완전단백질과 비타민을 넉넉히 섭취했다. 그러나 1만 년 전 농업이 등장하자 양상이 달라졌다. 즉 쉽게 재배하고 수확하고 저장할 수 있는 식물들이 식단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그에 따라 쌀, 옥수수, 밀이 소비 칼로리의 대부분을 공급하게 되었다. 각각의 곡물은 적어도 한 종류의 필수아미노산이 결핍되어 있고, 체중 증가를 부채질하는 단순탄수화물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1900년대 초 정미 방법이 도입되자, 거의 모든 곡물에서 대부분의 섬유소, 다량의 단백질, 비타민이 들어 있는 껍질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고기 지방도 버렸지만, 지금은 기름덩어리를 갈아서 햄버거에 끼워 넣어 먹는다. 사바나에서 희소한 자원이던 음식, 설탕, 소금에 대한 욕구는 인간이 ''정제''하는 능력을 갖게 되자 고삐가 풀려버렸다. 패스트푸드의 해악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바이러스처럼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방법은, 다량의 채소, 기름기가 적은 적정량의 단백질과 과일, 약간의 견과류, 씨앗, 계란을 먹는 것이다. 트랜스지방, 흰 밀가루, 정제당은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 심리요법, 최면요법 등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도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선전선동에 놀아나는 도살자 유인원
인간은 항상 스스로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큰 폭력을 저질러왔다. "자신의 종족을 계획적으로 약탈하는 유일한 종"(윌리엄 제임스), "호포페록스"(모든 동물 중 가장 잔인한 종, T.H. 화이트), "도살자 유인원"(레이먼드 다트) 등의 별칭만 보아도, 인간이 얼마나 잔혹하고 선례가 없는 공격성을 가졌는지 보여준다. 왜 이렇게 광포해졌을까? 거의 모든 동물에게는, 같은 종끼리 싸울 때 죽음에 이르기 전에 확실히 싸움을 끝내자는 항복 신호들이 있다. 늑대는 승리자에게 목덜미를 내준다. 고릴라는 결투를 멈추겠다는 의미로 상대방 앞에서 고개를 떨어뜨린다. 인간이 자비를 잃은 이유 중 하나는, 현대전의 장거리 기술 때문에 공격자가 공격 개시 전에 유화 신호를 보지 못한다는 데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공격자가 더 이상 자신이 가하는 공격의 생생한 결과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152쪽 참조)
물론 모든 전쟁을 거리로 설명할 수는 없다. 저자는 이를 위해 에릭 에릭슨의 ''의사종(擬似種, pseudospecies)'' 개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인간은 하나의 종인 동시에, 부족에서부터 국가, 카스트에서부터 계급, 종교, 이데올로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집단으로 나뉘어 살아간다."(※ 154쪽 참조) 문제는 이 집단들이 구성원들에게 독특하고 우월한 인간 정체성을 심어준다는 점이다. 종교지도자, 정치지도자는 적에 대한 망상을 유발하면 권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상대를 악마로 몰아붙이고 선전선동을 한다.
우리는 전쟁을 멈출 수 있을까? 저자는 유전자 조작이 아니라면 결코 불가능할 것이라고 회의한다. 그러나 절망적이지는 않다. 방어 본능과 공격 본능의 과도한 자극을 역전시키고, 평화와 화해의 충동을 일깨울 수 있는 막대한 잠재력을 인터넷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공격성이 강한 남성 지도자들보다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여성 지도자를 더 많이 선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장 흥미로운 예시는 군대를 해산하고 그 돈을 환경 문제에 돌린 코스타리카의 경우다.
텔레비전에 빠진 원시인
인간에게는 동작이나 소리처럼 갑작스럽거나 새로운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는 기본적인 본능이 있다. 이 반사행동을 정향반응이라 한다. 이것은 진화가 우리에게 물려준 유산의 일부다. 즉 잠재적인 포식자, 먹이, 적, 짝을 발견하고 평가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진화한 것이다. 정향반응을 하는 사람 또는 동물은 눈과 귀를 자극 쪽으로 돌리는데, 그런 다음 동작이 얼어붙는 동시에 새로운 학습과 관련된 뇌 영역들이 더 활발해진다.
텔레비전의 모든 시각적 기법은 정향반응을 일깨운다. 그러나 일정 수준의 긴장에 도달한 뒤에는 학습과 주의 효과가 역전된다. TV를 많이 시청하는 아이들일수록, 주의력 결핍장애 같은 행동 문제를 더 많이 보이고, 평균적으로 학업 성적이 더 나쁜 것도 이 때문이다.
텔레비전이 인지 문제만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프렌즈]의 활기 넘치는 룸메이트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의 우정에 흠뻑 취하고,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면서 평생 만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낭만적 모험을 경험한다. 스포츠는 움직임을 대신하고, 액션영화는 모험 본능을 충족시켜준다. 우리는 사회적인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텔레비전 프로가 제공하는 삶에 흠뻑 빠지지만 사실 얻는 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닌텐도 위스포츠처럼 신체적 운동을 요구하거나 사회적 활동을 촉진하는 소셜네트워크가 긍정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술과 경영, 지적 본능의 놀이터
지성이 복잡해짐에 따라 인간은 어떤 다른 동물에게는 아무짝에 쓸모없을 강한 열정에 사로잡혀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문제를 파헤치고 공격하면서 보상을 구했다. 게임과 퍼즐은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일깨우는 초정상 자극의 가장 분명한 예다. 게임을 보면 풀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은, 귀여운 장난감을 보면 먹여주고 입혀주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잡지 중간의 사진을 보면 섹스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과장된 위협의 소리가 들리면 싸우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과 같다.
여기서 흥미로운 저자의 분석 하나를 들어보자. 태영열, 풍력, 지열 등의 천연에너지원 개발이 핵에너지 개발보다 지체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미해결 문제들이 너무 어려워서가 아니라 너무 쉬워서, 혹은 최소한 따분해서였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과학자들과 각국 정부들은 꾸준히 원자로를 건설하고 정교하게 발전시킨 반면, 천연에너지원에 대한 연구에는 집중하지 않았다. 강입자충돌기 하나에 든 60억 달러 이상의 돈은 천연에너지 연구개발비의 총액을 넘어선다. 이 충돌기가 찾는 보손, 페르미온 같은 새로운 입자들은 천연에너지 발생장치를 돌리는 것과 무관할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것은 강력한 지적 자극이 된다.
▣ 작가 소개
저 : 디어드리 배릿
Deirdre Barrett
하버드 의과대학 행동의학프로그램의 진화심리학 교수. 『웨이스트랜드』(Waistland)와 『트라우마와 꿈』(Trauma and Dreams) 등을 썼고, 현재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살고 있다.
역 : 김한영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고 서울예대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은 『빈 서판』, 『본성과 양육』,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사랑을 위한 과학』, 『디지털 생물학』, 『이머전스』, 『미국의 거짓말』, 『마더 나이트』, 『갈리아 전쟁기』, 『우연한 마음』,『단어와 규칙』 『생명의 개연성』등이 있다. 제45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번역부문을 수상했다.
▣ 주요 목차
1장 초정상 자극이란 무엇인가
2장 니코 틴버겐과 초정상 자극
그린란드 야생동물 연구
초정상 자극 발견
나치 수용소에 수감되다
로렌츠와의 재겹합
사회생물학의 도전
진화심리학의 출현
3장 구석기 시대의 성 본능, 섹스숍을 발견하다
자위하는 나라
여성을 자극하는 초정상 성적 자극
남자는 포르노, 여자는 로맨스
무엇이 자연스러운가?
동물 친척들이 보여주는 단서들
섹스 인 더 시티
4장 양육 본능, 귀여움만 진화시키다
베이비 페이스에 끌리는 이유
길들여진 늑대, 개
온순한 성질, 귀여운 외모
다른 유인원보다 귀엽게 생긴 인간
귀여움을 팝니다
''카와이''에 집착하는 일본
5장 푸드코트에서 길을 잃은 수렵채집인
뇌가 간절히 원하는 물질
맥헌터와 맥개더러
청소년의 정크푸드
뚱뚱해지고 있는 세계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방법
미국 농무부에 수상한 정책
6장 선전선동에 놀아나는 도살자 유인원
도살자 유인원
''국방부''가 아니라 ''공격부''
균형을 잃은 보복의 논리
결투와 전쟁 사이의 거리감
배타적인 의사종
전쟁의 아드레날린 분출 효과
우리는 전쟁을 멈출 수 있을까?
7장 텔레비전에 빠진 원시인
스토리텔링 게임
모험 본능을 자극하는 것들
스포츠가 대신한 움직임
뇌 성장과 운동
움직임을 최소화하려는 충동
디지털 시대, 사회적 상호작용 높이기
8장 예술과 경영, 지적 본능의 놀이터
십자말풀이에 빠지다
어려워서 매혹적인 도전
강력한 창조적 자극
지적 설꼐
결론 모형알을 치워버리자
감사의 말
주
옮긴이 후기
찾아보기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탐색
늘씬한 각선미의 걸그룹을 보며, 자신의 비루한 육신이 갑자기 부끄러워져 다이어트를 결심한 적이 있는가? 간고등어 코치의 꿀복근에 자극받아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한 적은? 지난밤 어둠의 경로를 통해 본 야동 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든지, "○○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 하는 멜로드라마 매력남의 음성이 귓불을 간지럽힌 경험은? 있을 법하지 않은 완벽한 외모의 여성이나 나만 사랑해줄 것 같은 로맨틱가이에 흠뻑 빠져 있다가 현실로 돌아와 직시한 내 모습은 화면 속 세상과 거리가 먼 건어물녀이거나 한 마리의 오징어. 가슴 아프지만 뼈저리게 현실을 인식한다면 그나마 낫다. 세상에는 인간이 빠져나오기 힘들 만큼 강렬하고도 위험한 자극이 도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현실 속의 살아 숨 쉬는 인간관계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해버린 ''텔레비전''이나 남자의 성적 본능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포르노그래피'', 여성의 성적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멜로드라마''와 ''로맨스 소설'', 어떤 과일보다 달콤한 ''사탕'', 어떤 아기보다 눈이 큰 봉제 ''동물인형'', 지방과 당분과 탄수화물을 정제해서 만든 ''정크푸드''와 ''패스트푸드'', 영역 본능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선전선동''과 맹목적 ''이데올로기''....... 진짜보다 더 강렬한 매력을 지닌 이 모든 인공물은 중독과 집착 같은 인간의 과잉 행동을 유발하는 초정상적인 자극에 속한다. 인간이 만든 이 모조품들은, 우리가 자녀를 양육하는 방식, 우리가 먹는 음식의 종류, 사랑하고 싸우는 방식, 심지어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을 교란해왔다. 섹스, 음식에 대한 과도한 집착, 나아가서는 인류 문명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이러한 인공물들의 위험한 자극에서 인간은 왜 벗어나지 못할까?
이 책의 저자 디어드리 배릿은 음식, 섹스, 영역 보호 등을 위해 진화한 인간의 본능들이, 인구가 밀집된 도시, 기술혁신, 오염이 가득한 오늘날의 세계가 아니라 1만 년 전 사바나에서의 삶을 위해 진화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현대 식단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기름진 음식, 설탕, 소금에 대한 간절한 욕구는 그런 물질들이 희소했고 한 조각이라도 발견하는 것이 생존을 좌우했던 사바나 생활을 위해 진화해온 것이다. 문제는 본능은 강렬하고, 진화는 더디다는 것. 굼뜬 진화는 현대생활의 급속한 변화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던 반면, 인간의 끈질긴 충동은 점점 더 자극적이고 강렬한 모조품을 만들어내, 스스로 그 해악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진짜보다 더 강렬한 매력을 가진 모조품,
''초정상 자극''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인 분석
인간본능과 인간이 창조한 환경 사이의 급격한 단절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1930년대에 네덜란드의 노벨상 수상자 니코 틴버겐이 발견한 ''초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i)이라는 개념을 가져와, 초정상 자극들이 어떻게 비만, TV와 게임 중독, 그리고 지난 세기의 광포한 전쟁들을 일으켰는지 최초로 설명한다.
니코 틴버겐은 동물의 본능을 진화시킨 원래의 실물보다 실험자가 만든 모조품이 그 본능을 더 강하게 자극할 수 있음을 확인한 뒤 ''초정상 자극''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동물계에서 육아기생, 일명 탁란(托卵: 어떤 새가 다른 종류의 새의 집에 알을 낳아 대신 품어 기르도록 하는 일)으로 유명한 뻐꾸기를 보자. 이 새는 뱁새라고 하는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 자기 알을 밀어넣어 숙주로 하여금 그 알을 부화시키도록 만든다. 뻐꾸기의 알은 숙주의 알보다 약간 더 크거나 밝은데, 숙주는 제 알보다 뻐꾸기 알 위에 앉기를 더 좋아하고, 부화한 뻐꾸기 새끼의 넓적하고 붉은 입에 먹이를 물어다 준다. 거위가 자신의 알은 팽개치고 색, 크기, 무늬를 과장시켜 만든 모형알을 품는 것이나, 빨간색 배를 가진 물고기를 잠재적 공격 상대로 여기는 큰가시고기가 우체국 트럭을 보고도 공격 태세를 취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멍청한 동물의 반사 본능 같지만, 사실 웃을 일이 아니다. 인간도 화려한 뻐꾸기 알에 속는 뱁새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디어드리 배릿은 동물행동학, 진화인류학, 심리학의 성과를 아울러 인간본능과 진화 사이의 단절을 설명하고, 1930년대 이후로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했던 초정상 자극 개념을 가져와 그것이 현대 사회의 섹스, 건강, 국제관계, 미디어 등에 미치는 영향을 흥미롭게 탐구한다. 그뿐 아니라 고삐 풀린 원시 본능과 초정상 자극이 일으키는 비만, 중독, 전쟁과 같은 현대 사회의 문제에 대한 해법도 제시한다. 각각의 해결책은 구체적이고도 명쾌하다. 인간에겐 커다란 뇌가 있다. 바로 여기에서, 우리를 나쁜 길로 인도하는 본능을 거부할 수 있는 자제심이, 문명의 휘황찬란한 덫에서 우리 자신을 구할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이 나온다고 그는 말한다.
니코 틴버겐과 초정상 자극
초정상 자극의 개념을 살펴보는 1장에 이어 2장에서는, 틴버겐이 어떻게 초정상 자극들과 그 연관 개념을 발견했는지를 설명하고, 동물행동학, 진화인류학, 심리학이 어떻게 틴버겐의 통찰 위에 확립되어왔는지를 살펴본다. 저자는 꽤 많은 지면을 틴버겐이라는 사람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에 할애했다. 그의 독특한 개성, 평범하지 않은 가족, 2차 세계대전에서 겪은 사건들, 콘라트 로렌츠와의 관계, 거위와 베타 투어鬪魚(beta fighting fish: 동족끼리 잡아먹고 싸울 때는 어느 한쪽이 죽어야 하는 관상용 열대어)를 통해 초정상 자극을 발견한 과정에 대한 묘사는, 니코 틴버겐이 자신의 문화적?시대적 관점을 박차고 나와 어떻게 인간의 본능과 행동을 객관적으로 연구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구석기 시대의 성 본능, 섹스숍을 발견하다
우리의 본능은 반대 성의 가장 뚜렷한 특징과 가장 생식력이 높은 특징에 이끌린다. 단 몇몇 특징에서만 과장된 것을 선호하는데, 남자의 얼굴에서는 강한 턱, 여자는 도톰한 입술, 두드러진 광대뼈, 작은 턱, 아기 같은 얼굴, 큰 눈, 작은 코 등이다. 이 특징들을 제외하면, 매력은 평균에서 나온다. 가장 아름다운 여자 얼굴은 여러 여자들의 평균을 낸 다음 그것을 70퍼센트 택하고, 나머지 30퍼센트는 아기 얼굴 특징을 합성한 것이다. 신체 비율도 비슷하다. 궁둥이 대 허리 비율이 .7인 여자들이 매력적으로 꼽힌다.
남자들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초정상 성적 자극''인 포르노그래피는 어리둥절할 정도로 과장된 크기의 가슴, 예쁜 얼굴, 가벼운 섹스를 하고 싶은 욕구를 지닌 나체나 반라의 젊은 여자를 보여준다. 포르노의 해악은 ''포르노는 강간의 교과서''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폭력적이지 않다.(※ 50~52쪽 참조) 그러나 시간이 금이고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유대의 결핍을 느끼는 세계에서, 시간, 정력, 실제 남녀관계의 가능성을 잡아먹는 것은 절대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가벼운 섹스를 상징하는 아이콘을 선호하는 남자와 달리 여자들은 한 번의 불가항력적인 데이트와 배우자 선택에 어울리는 아이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여자들에겐 두 종류의 매체가 초정상 성적 자극 역할을 하는데, 하나는 당신도 이상적인 매력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는 이미지와 충고, 또 하나는 로맨스 소설과 멜로드라마 같은 대리만족을 제공하는 매체다. 멜로드라마에 웃고 우는 진풍경은 불과 몇 세대 전만 해도 가능하지 않았다. 열병 반응은,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국한되었다. 그런 환상을 뒷받침하는 매체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양육 본능, 귀여움만 진화시키다
유아기의 특징이 성년까지 남아 있는 현상을 "유형성숙(neoteny)"이라고 한다. 진화생물학자들의 관점에서 볼 때 "귀여움"은 성인의 보살핌을 촉발하는 메커니즘이고, 이는 생존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적응 형태다. 법정에 선 피고들 중에서도 얼굴에 유년기 특징이 남아 있으면, 유죄 선고를 받을 확률이 줄어든다. 베이비 페이스에 끌리는 이유도 똑같다. 인간 아기를 입양하는 다른 동물의 예(※ 78~79쪽 참조)를 보면 동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포케몬과 헬로키티, 포켓펫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왜 유독 귀여움에 집착할까? ''카와이(일본어로 ''귀엽다''를 뜻함) 랜드'' 일본에 대한 저자의 명민한 분석에 따르면 이렇다. 일본에서 유년기는 온갖 응석을 받아주는 시기다. 응석은 대개 어머니가 받아주지만, 사회도 받아준다. 일본의 출산율 저하도 또 다른 원인이다. 가정에서 보살필 아기가 줄어들면서 어른들의 본능이 귀여운 만화를 통해 충족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대표적인 노령화 사회인 일본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노령인구가 증가하면 이성적으로는 노인을 보살피는 데 자원을 투여해야 한다. 그러나 포켓펫을 위해 돈을 쓰게 만드는 양육 본능은 노인들을 보살피는 데로 좀처럼 돌려지지 않는다.
푸드코트에서 길을 잃은 수렵채집인
구석기 시대 수렵채집인들은 수백 가지의 동식물을 먹으면서 완전단백질과 비타민을 넉넉히 섭취했다. 그러나 1만 년 전 농업이 등장하자 양상이 달라졌다. 즉 쉽게 재배하고 수확하고 저장할 수 있는 식물들이 식단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그에 따라 쌀, 옥수수, 밀이 소비 칼로리의 대부분을 공급하게 되었다. 각각의 곡물은 적어도 한 종류의 필수아미노산이 결핍되어 있고, 체중 증가를 부채질하는 단순탄수화물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1900년대 초 정미 방법이 도입되자, 거의 모든 곡물에서 대부분의 섬유소, 다량의 단백질, 비타민이 들어 있는 껍질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고기 지방도 버렸지만, 지금은 기름덩어리를 갈아서 햄버거에 끼워 넣어 먹는다. 사바나에서 희소한 자원이던 음식, 설탕, 소금에 대한 욕구는 인간이 ''정제''하는 능력을 갖게 되자 고삐가 풀려버렸다. 패스트푸드의 해악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바이러스처럼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방법은, 다량의 채소, 기름기가 적은 적정량의 단백질과 과일, 약간의 견과류, 씨앗, 계란을 먹는 것이다. 트랜스지방, 흰 밀가루, 정제당은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 심리요법, 최면요법 등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도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선전선동에 놀아나는 도살자 유인원
인간은 항상 스스로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큰 폭력을 저질러왔다. "자신의 종족을 계획적으로 약탈하는 유일한 종"(윌리엄 제임스), "호포페록스"(모든 동물 중 가장 잔인한 종, T.H. 화이트), "도살자 유인원"(레이먼드 다트) 등의 별칭만 보아도, 인간이 얼마나 잔혹하고 선례가 없는 공격성을 가졌는지 보여준다. 왜 이렇게 광포해졌을까? 거의 모든 동물에게는, 같은 종끼리 싸울 때 죽음에 이르기 전에 확실히 싸움을 끝내자는 항복 신호들이 있다. 늑대는 승리자에게 목덜미를 내준다. 고릴라는 결투를 멈추겠다는 의미로 상대방 앞에서 고개를 떨어뜨린다. 인간이 자비를 잃은 이유 중 하나는, 현대전의 장거리 기술 때문에 공격자가 공격 개시 전에 유화 신호를 보지 못한다는 데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공격자가 더 이상 자신이 가하는 공격의 생생한 결과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152쪽 참조)
물론 모든 전쟁을 거리로 설명할 수는 없다. 저자는 이를 위해 에릭 에릭슨의 ''의사종(擬似種, pseudospecies)'' 개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인간은 하나의 종인 동시에, 부족에서부터 국가, 카스트에서부터 계급, 종교, 이데올로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집단으로 나뉘어 살아간다."(※ 154쪽 참조) 문제는 이 집단들이 구성원들에게 독특하고 우월한 인간 정체성을 심어준다는 점이다. 종교지도자, 정치지도자는 적에 대한 망상을 유발하면 권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상대를 악마로 몰아붙이고 선전선동을 한다.
우리는 전쟁을 멈출 수 있을까? 저자는 유전자 조작이 아니라면 결코 불가능할 것이라고 회의한다. 그러나 절망적이지는 않다. 방어 본능과 공격 본능의 과도한 자극을 역전시키고, 평화와 화해의 충동을 일깨울 수 있는 막대한 잠재력을 인터넷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공격성이 강한 남성 지도자들보다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여성 지도자를 더 많이 선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장 흥미로운 예시는 군대를 해산하고 그 돈을 환경 문제에 돌린 코스타리카의 경우다.
텔레비전에 빠진 원시인
인간에게는 동작이나 소리처럼 갑작스럽거나 새로운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는 기본적인 본능이 있다. 이 반사행동을 정향반응이라 한다. 이것은 진화가 우리에게 물려준 유산의 일부다. 즉 잠재적인 포식자, 먹이, 적, 짝을 발견하고 평가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진화한 것이다. 정향반응을 하는 사람 또는 동물은 눈과 귀를 자극 쪽으로 돌리는데, 그런 다음 동작이 얼어붙는 동시에 새로운 학습과 관련된 뇌 영역들이 더 활발해진다.
텔레비전의 모든 시각적 기법은 정향반응을 일깨운다. 그러나 일정 수준의 긴장에 도달한 뒤에는 학습과 주의 효과가 역전된다. TV를 많이 시청하는 아이들일수록, 주의력 결핍장애 같은 행동 문제를 더 많이 보이고, 평균적으로 학업 성적이 더 나쁜 것도 이 때문이다.
텔레비전이 인지 문제만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프렌즈]의 활기 넘치는 룸메이트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의 우정에 흠뻑 취하고,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면서 평생 만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낭만적 모험을 경험한다. 스포츠는 움직임을 대신하고, 액션영화는 모험 본능을 충족시켜준다. 우리는 사회적인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텔레비전 프로가 제공하는 삶에 흠뻑 빠지지만 사실 얻는 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닌텐도 위스포츠처럼 신체적 운동을 요구하거나 사회적 활동을 촉진하는 소셜네트워크가 긍정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술과 경영, 지적 본능의 놀이터
지성이 복잡해짐에 따라 인간은 어떤 다른 동물에게는 아무짝에 쓸모없을 강한 열정에 사로잡혀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문제를 파헤치고 공격하면서 보상을 구했다. 게임과 퍼즐은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일깨우는 초정상 자극의 가장 분명한 예다. 게임을 보면 풀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은, 귀여운 장난감을 보면 먹여주고 입혀주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잡지 중간의 사진을 보면 섹스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과장된 위협의 소리가 들리면 싸우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과 같다.
여기서 흥미로운 저자의 분석 하나를 들어보자. 태영열, 풍력, 지열 등의 천연에너지원 개발이 핵에너지 개발보다 지체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미해결 문제들이 너무 어려워서가 아니라 너무 쉬워서, 혹은 최소한 따분해서였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과학자들과 각국 정부들은 꾸준히 원자로를 건설하고 정교하게 발전시킨 반면, 천연에너지원에 대한 연구에는 집중하지 않았다. 강입자충돌기 하나에 든 60억 달러 이상의 돈은 천연에너지 연구개발비의 총액을 넘어선다. 이 충돌기가 찾는 보손, 페르미온 같은 새로운 입자들은 천연에너지 발생장치를 돌리는 것과 무관할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것은 강력한 지적 자극이 된다.
▣ 작가 소개
저 : 디어드리 배릿
Deirdre Barrett
하버드 의과대학 행동의학프로그램의 진화심리학 교수. 『웨이스트랜드』(Waistland)와 『트라우마와 꿈』(Trauma and Dreams) 등을 썼고, 현재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살고 있다.
역 : 김한영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고 서울예대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은 『빈 서판』, 『본성과 양육』,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사랑을 위한 과학』, 『디지털 생물학』, 『이머전스』, 『미국의 거짓말』, 『마더 나이트』, 『갈리아 전쟁기』, 『우연한 마음』,『단어와 규칙』 『생명의 개연성』등이 있다. 제45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번역부문을 수상했다.
▣ 주요 목차
1장 초정상 자극이란 무엇인가
2장 니코 틴버겐과 초정상 자극
그린란드 야생동물 연구
초정상 자극 발견
나치 수용소에 수감되다
로렌츠와의 재겹합
사회생물학의 도전
진화심리학의 출현
3장 구석기 시대의 성 본능, 섹스숍을 발견하다
자위하는 나라
여성을 자극하는 초정상 성적 자극
남자는 포르노, 여자는 로맨스
무엇이 자연스러운가?
동물 친척들이 보여주는 단서들
섹스 인 더 시티
4장 양육 본능, 귀여움만 진화시키다
베이비 페이스에 끌리는 이유
길들여진 늑대, 개
온순한 성질, 귀여운 외모
다른 유인원보다 귀엽게 생긴 인간
귀여움을 팝니다
''카와이''에 집착하는 일본
5장 푸드코트에서 길을 잃은 수렵채집인
뇌가 간절히 원하는 물질
맥헌터와 맥개더러
청소년의 정크푸드
뚱뚱해지고 있는 세계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방법
미국 농무부에 수상한 정책
6장 선전선동에 놀아나는 도살자 유인원
도살자 유인원
''국방부''가 아니라 ''공격부''
균형을 잃은 보복의 논리
결투와 전쟁 사이의 거리감
배타적인 의사종
전쟁의 아드레날린 분출 효과
우리는 전쟁을 멈출 수 있을까?
7장 텔레비전에 빠진 원시인
스토리텔링 게임
모험 본능을 자극하는 것들
스포츠가 대신한 움직임
뇌 성장과 운동
움직임을 최소화하려는 충동
디지털 시대, 사회적 상호작용 높이기
8장 예술과 경영, 지적 본능의 놀이터
십자말풀이에 빠지다
어려워서 매혹적인 도전
강력한 창조적 자극
지적 설꼐
결론 모형알을 치워버리자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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