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이후 8년,
움베르토 에코 최고의 인문에세이
에코의 머리를 훔치다 !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읽고 쓰는 즐거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양의 책을 읽는 작가. 세계에서 가장 추앙받는 지식인 중 하나인 움베르토 에코. 그만의 독특한 지적 유머가 듬뿍 담긴 에세이가 오랜만에 출간되었다. 기호학자이자 철학자, 성공한 교수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에코의 나이는 이미 여든 살이다. 결코 젊다고 할 수 없는 그는 1980년에 첫 소설 『장미의 이름』을 발표했으므로 소설가로서 자신의 나이는 채 서른 살이 되지 않는다고 허풍을 떨며, 그러므로 이 책의 제목은 ‘젊은 소설가의 고백’이라고 말한다.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바우돌리노』,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이상 다섯 권의 소설 외에도 수많은 비평서와 칼럼을 통해 본인이 ‘걸어 다니는 지식의 백과사전’임을 보여주었던 대작가가 이번에는 도대체 무슨 비밀 이야기를 우리에게 고백한다는 걸까? 에코의 책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독자들은 이미 예상했겠지만, 그가 말하는 고백이란 사적인 의미의 고백과는 거리가 있다. 이 책의 본문 맨 마지막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젊은 소설가의 고백’이란 바로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읽고 쓰는 즐거움’을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에서부터 호메로스와 단테, 보르헤스와 제임스 조이스, 톨스토이와 뒤마 등 수많은 문인들의 작품에 대한 찬사와 더불어서 소설과 독자와의 관계, 소설가와 소설과의 관계, 마지막으로 독자와 소설가와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들려주는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즐거움을 제공한다. 그 첫 번째는 에코의 방대한 독서 이력이 선사하는 지식의 즐거움. 두 번째는 에코 자신이 겪었던 개인적 경험에서 우러나온 재미있는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 세 번째는 능청스럽고 뻔뻔할 정도로 익살스러운 유머가 주는 즐거움이다. 이 짤막한 에세이는 궁극적으로 인류가 쌓아온 방대한 지식을 읽고 그것에 영향 받아 다시 쓰게 되는 행위, 즉 읽고 쓰는 행위에서 이토록 경이로운 충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해주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또한 위대한 작가의 깊은 내공에서 우러나온 짧은 에세이 한 편이 독자에게 얼마만큼 지적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지를 실감하게 해준다.
지식을 탐닉하는 자의 은밀한 고백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더 나은 곳은 없다”
읽는 행위가 쌓이고 쌓이면 쓰는 행위에 언젠가는 큰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을 말하는 이 책은 성공한 교수이자 학자로서 살고 있던 그가 왜 늦은 나이에 소설가가 되었는가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야구 경기를 관람하다가 외야에서 날아오는 하얀 공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충동적으로 결심했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에코 역시 어느 순간 충동적으로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열여섯 살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때 베네딕트 수도원을 방문한 소년, 에코는 회랑을 걷다가 어두운 장서관 위에 펼쳐진 『성인전』(교회력 연대로 정리된 성인, 순교자의 전기집)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순간, 깊은 적막과 어둠 가운데에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창으로 몇 가닥의 빛줄기가 쏟아지는 시간이 이어졌는데, 그의 온몸에는 전율이 흘렀다고 한다. 그리고 30여 년이 흐른 뒤, 무의식 속에 숨어 있던 그 순간이 의식 밖으로 뛰쳐나와 소설을 써야겠다는 충동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렇듯 창작 과정에 영향을 주었던 개인적 경험과 작품의 뼈와 살이 되어주었던 여러 텍스트들을 공개하는 첫 장은 에코의 유머가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2장에서는 텍스트와 독자 사이에 벌어지는 오해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들이 등장한다. “각각의 책은 각각의 독서를 통해서 새로 태어난다.”고 보르헤스가 말했듯이 에코 역시 “텍스트는 병 속에 넣어 바다에 띄운 편지처럼 세상에 던져졌기 때문에” 작가는 침묵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지적 유희를 즐기는 독자에게만 살짝 윙크를 던지듯이 그는 작품 속에 이중코드라는 요소를 심어놓았고 그걸 알아보는 수준 높은 독자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끔찍이도 즐긴다. 좋은 작품은 두 번 세 번 읽어도 새로운 해석을 준다고 말하는 에코는 이중코드를 소설에 대한 애정과 지성에 경의를 표하는 방식이라고 표현한다.
안나 카레니나, 햄릿, 몽테크리스토 백작, 베르테르, 히스클리프, 라스콜리니코프, 그레고르 잠자와 스크루지 영감. 이와 같이 가족보다도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소설 속 주인공들이 갖고 있는 힘에 대해 서술해놓은 3장에서 에코는 소설가이자 철학자로서 허구 세계가 갖는 존재론적 의미를 되짚어본다. 친한 친구가 연애에 실패했을 때는 그렇게까지 슬퍼하지 않으면서, 기아에 허덕이는 지구촌의 사람들 때문에는 그렇게까지 슬퍼하지 않으면서 젊은 베르테르의 실연에 가슴 아파하며 목숨까지 버리는 독자들의 심리는 도대체 무엇일까? 에코는 이렇게 물으면서 또 이렇게 답한다. “역사 인물과 달리 소설 속 주인공들은 ''피와 살을 가진 우리와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슬픔과 비극에 가슴 아파한다.”
창작 과정에서 필요한 날것 그대로의 재료를 전시하는 4장에서는 방대한 지식의 창고를 개방한다. 라블레와 제임스 조이스, 호메로스와 휘트먼의 목록에 자신이 뽑은 목록까지 공개하는 이 장은 언어에 대한 순수한 탐닉과 과잉에 대한 욕구를 과시한다. 자신의 저서 『궁극의 리스트』의 축소판이기도 한 이 장에서는 훌륭한 문인들의 작품에 등장했던 목록들의 컬렉션이지만, 그 덕분에 독자들은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놀라운 언어의 연금술이 펼쳐지는 위대한 작가의 머릿속을 훔쳐볼 수 있다.
라블레와 조이스, 호메로스와 휘트먼의 목록에 자신이 뽑은 목록들까지 이어붙이는 이 젊은 소설가의 태도는 뻔뻔해 보일 정도로 자기 지시적이고 자기 옹호적이기까지 하다. 언제나 영리하고 사색적인 이런 성찰은 마니아들에게는 즐거움을 신출내기 독자들에게는 정보와 깨우침을 선사할 것이다. - 라이브러리 저널-
움베르토 에코는 읽는 행위 자체를 즐겁게 만들어준다. 그는 지식을 탐닉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은밀한 욕구를 은근히 자극하는 특기를 십분 발휘하고 있다. -북리스트-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양의 책을 읽는 움베르토 에코는 그의 독서 이력에서 비롯되는 수많은 예시에 자신의 개인적 경험이라는 푹신한 완충제를 덧대어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컴플리트리뷰닷컴-
복잡한 문제를 쉽고 익살스럽게 말할 줄 아는 에코의 능력 덕분에 『젊은 소설가의 고백』은 짧지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팝매터스-
▣ 작가 소개
저 : 움베르토 에코
Umberto Eco,움베르트 에코
기호학자인 동시에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볼로냐대학교의 교수이다. 1932년 이탈리아 서북부의 피에몬테주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변호사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토리노 대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중세 철학과 문학으로 전공을 선회, 1954년 토마스 아퀴나스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학위논문을 발간함으로써 문학비평 및 기호학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1962년 토리노대학교와 밀라노대학교에서 미학 강의를 시작했으며, 최초의 주요 저서인 『열린 작품 Opera apertas』(1962)을 발간해 현대미학의 새로운 해석방법을 제시했다. 이어 『제임스 조이스의 시학 Le poetiche di James Joyce』(1965), 『예술의 정의 La definizione dell''arte』(1968) 등 새로운 이론서를 발표해 문학비평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1966년 상파울루대학교와 피렌체대학교에서 시각커뮤니케이션을 강의했으며, 1967년 『시각커뮤니케이션 기호학을 위한 노트』를 출간했다.
1968년 인간의 사고와 문화행위, 이념구성 등에 다양하게 관련되어 있는 기호를 개념, 유형, 의미론, 이데올로기 등으로 명쾌하게 분석 정리한 『텅빈 구조 La struttura assente』를 발간했으며, 이어서 『내용의 형식 Le forme del contenuto』(1971)을 발간한 후 이 두 저서의 내용을 증보해 영문판 『기호학이론 A Theory of Semiotics』(1976)을 발간함으로써 세계적인 기호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Visio 문화, 즉 읽는 문화가 아니라 보는 문화의 전형적인 사례인 중세 미학과 러시아 형식주의, 그리고 아방가르드 문화로부터 출발했으며, 퍼스의 철학적 기호론을 통해 독특한 기호학 체계를 구축, 프랑스 중심의 언어학적 기호학이나 구조주의와 철저하게 맞대결하는 한편 프랑크푸르트 학파류의 마르크스주의와도 완연히 다른 예술 이해와 미학관을 보여주었다. 1971년 볼로냐대학교의 기호학 조교수로 임명되었으며, 세계 최초의 국제기호학 잡지 『베르수스』의 책임자로 활동했다. 1974년 밀라노에서 제1회 국제기호학 회의를 주관했으며, 1975년 볼로냐대학교의 기호학 정교수 및 커뮤니케이션·연극학 연구소장으로 임명되었다.
기호학과 미학의 세계에 열중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출판사에 근무하는 여자친구의 권유로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 당시 원자핵의 확산과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세기말적인 위기를 문학으로 표현해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는 2년 반에 걸쳐 집필을 완료해 1980년 첫번째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 Il nome della rosa』을 발표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논리학,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경험주의 철학과 자신의 기호학 이론을 유감없이 발휘한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어 1988년 두 번째 장편소설 『푸코의 진자 Il pendolo di Foucauilt』를 발표해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았으며, 1994년 자전적 작품인 세 번째 장편소설 『전날의 섬 L''isola del giornoprima』을 발표해 작가로서의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에코는 문학은 죽는 방법까지 가르쳐 준다고 말할 정도로 문학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는 『움베르토 에코의 문학 강의』라는 책에서 문학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그리고 문학이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웅변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문학의 몇 가지 기능에 대해’에서 시작하여 마르크스, 단테, 네르발, 와일드, 조이스, 보르헤스 등의 작품에 대한 비평과 문체, 상징, 형식, 아이러니 등 문학 이론의 핵심적인 개념들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 등을 담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에서 퍼스널컴퓨터에 이르기까지 기호학·철학·역사학·미학 등 다방면에 걸쳐 전문적 지식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 에스파냐어까지 통달한 언어의 천재이다. 이러한 이유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이래 최고의 르네상스적 인물이라는 칭호를 얻고 있다. 현재는 볼로냐대학교에서 건축학·기호학·미학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세계 명문대학의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파리 제4대학인 소르본에서의 강의활동과 미국 예일대학교 교수 폴 드 만(Paul de Mann)과 함께 하는 예일학파로서의 학술활동은 유명하다. 그의 기호학이론은 오늘날 세계 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학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품으로 장편소설『장미의 이름』(1980) 과『푸코의 진자』(1988),『전날의 섬』(1994), 동화『폭탄과 장군』(1988),『세 우주 비행사』(1988), 이론서『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의 문제』,『열린 작품』, 『대중의 슈퍼맨(대중문화의 이데올로기)』, 『논문 잘 쓰는 방법』 등이 있다.
역 : 박혜원
현직 번역가이지만 여전히 번역가가 되는 게 꿈인 소심한 이상주의자. 실현 불가능하더라도 꿈이 있다면 자신을 던져봐야 한다는 신념 덕에 길고 긴 시간을 돌아 어릴 적 꿈이었던 번역에 입문했다. 영어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공감과 몰입에 능하며 꼬리가 긴 사색을 즐기기에 이 일이 천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행복한 오늘이 모여 행복한 인생이 된다는 지론을 신봉하며 『다이어트 심리학』은 지금까지 번역했던 책들 중에서도 바로 그러한 행복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법을 소개한 ‘착한’ 책이라 생각한다. 그 밖에 옮긴 책으로는 『본능의 경제학』, 『똑똑한 뇌 사용설명서』, 『오리지널 뷰티바이블』, 『스토리 이코노미』, 『친애하는 교회 씨에게』, 『5분 심리게임』, 『여자들의 경제수다』, 『고대 문명의 역사와 보물, 중국』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차례
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쓰기
Ⅱ. 저자와 텍스트 그리고 해석자
Ⅲ. 허구적 등장인물에 관하여
Ⅳ. 궁극의 리스트
미주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이후 8년,
움베르토 에코 최고의 인문에세이
에코의 머리를 훔치다 !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읽고 쓰는 즐거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양의 책을 읽는 작가. 세계에서 가장 추앙받는 지식인 중 하나인 움베르토 에코. 그만의 독특한 지적 유머가 듬뿍 담긴 에세이가 오랜만에 출간되었다. 기호학자이자 철학자, 성공한 교수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에코의 나이는 이미 여든 살이다. 결코 젊다고 할 수 없는 그는 1980년에 첫 소설 『장미의 이름』을 발표했으므로 소설가로서 자신의 나이는 채 서른 살이 되지 않는다고 허풍을 떨며, 그러므로 이 책의 제목은 ‘젊은 소설가의 고백’이라고 말한다.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바우돌리노』,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이상 다섯 권의 소설 외에도 수많은 비평서와 칼럼을 통해 본인이 ‘걸어 다니는 지식의 백과사전’임을 보여주었던 대작가가 이번에는 도대체 무슨 비밀 이야기를 우리에게 고백한다는 걸까? 에코의 책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독자들은 이미 예상했겠지만, 그가 말하는 고백이란 사적인 의미의 고백과는 거리가 있다. 이 책의 본문 맨 마지막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젊은 소설가의 고백’이란 바로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읽고 쓰는 즐거움’을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에서부터 호메로스와 단테, 보르헤스와 제임스 조이스, 톨스토이와 뒤마 등 수많은 문인들의 작품에 대한 찬사와 더불어서 소설과 독자와의 관계, 소설가와 소설과의 관계, 마지막으로 독자와 소설가와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들려주는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즐거움을 제공한다. 그 첫 번째는 에코의 방대한 독서 이력이 선사하는 지식의 즐거움. 두 번째는 에코 자신이 겪었던 개인적 경험에서 우러나온 재미있는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 세 번째는 능청스럽고 뻔뻔할 정도로 익살스러운 유머가 주는 즐거움이다. 이 짤막한 에세이는 궁극적으로 인류가 쌓아온 방대한 지식을 읽고 그것에 영향 받아 다시 쓰게 되는 행위, 즉 읽고 쓰는 행위에서 이토록 경이로운 충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해주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또한 위대한 작가의 깊은 내공에서 우러나온 짧은 에세이 한 편이 독자에게 얼마만큼 지적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지를 실감하게 해준다.
지식을 탐닉하는 자의 은밀한 고백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더 나은 곳은 없다”
읽는 행위가 쌓이고 쌓이면 쓰는 행위에 언젠가는 큰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을 말하는 이 책은 성공한 교수이자 학자로서 살고 있던 그가 왜 늦은 나이에 소설가가 되었는가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야구 경기를 관람하다가 외야에서 날아오는 하얀 공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충동적으로 결심했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에코 역시 어느 순간 충동적으로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열여섯 살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때 베네딕트 수도원을 방문한 소년, 에코는 회랑을 걷다가 어두운 장서관 위에 펼쳐진 『성인전』(교회력 연대로 정리된 성인, 순교자의 전기집)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순간, 깊은 적막과 어둠 가운데에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창으로 몇 가닥의 빛줄기가 쏟아지는 시간이 이어졌는데, 그의 온몸에는 전율이 흘렀다고 한다. 그리고 30여 년이 흐른 뒤, 무의식 속에 숨어 있던 그 순간이 의식 밖으로 뛰쳐나와 소설을 써야겠다는 충동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렇듯 창작 과정에 영향을 주었던 개인적 경험과 작품의 뼈와 살이 되어주었던 여러 텍스트들을 공개하는 첫 장은 에코의 유머가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2장에서는 텍스트와 독자 사이에 벌어지는 오해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들이 등장한다. “각각의 책은 각각의 독서를 통해서 새로 태어난다.”고 보르헤스가 말했듯이 에코 역시 “텍스트는 병 속에 넣어 바다에 띄운 편지처럼 세상에 던져졌기 때문에” 작가는 침묵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지적 유희를 즐기는 독자에게만 살짝 윙크를 던지듯이 그는 작품 속에 이중코드라는 요소를 심어놓았고 그걸 알아보는 수준 높은 독자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끔찍이도 즐긴다. 좋은 작품은 두 번 세 번 읽어도 새로운 해석을 준다고 말하는 에코는 이중코드를 소설에 대한 애정과 지성에 경의를 표하는 방식이라고 표현한다.
안나 카레니나, 햄릿, 몽테크리스토 백작, 베르테르, 히스클리프, 라스콜리니코프, 그레고르 잠자와 스크루지 영감. 이와 같이 가족보다도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소설 속 주인공들이 갖고 있는 힘에 대해 서술해놓은 3장에서 에코는 소설가이자 철학자로서 허구 세계가 갖는 존재론적 의미를 되짚어본다. 친한 친구가 연애에 실패했을 때는 그렇게까지 슬퍼하지 않으면서, 기아에 허덕이는 지구촌의 사람들 때문에는 그렇게까지 슬퍼하지 않으면서 젊은 베르테르의 실연에 가슴 아파하며 목숨까지 버리는 독자들의 심리는 도대체 무엇일까? 에코는 이렇게 물으면서 또 이렇게 답한다. “역사 인물과 달리 소설 속 주인공들은 ''피와 살을 가진 우리와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슬픔과 비극에 가슴 아파한다.”
창작 과정에서 필요한 날것 그대로의 재료를 전시하는 4장에서는 방대한 지식의 창고를 개방한다. 라블레와 제임스 조이스, 호메로스와 휘트먼의 목록에 자신이 뽑은 목록까지 공개하는 이 장은 언어에 대한 순수한 탐닉과 과잉에 대한 욕구를 과시한다. 자신의 저서 『궁극의 리스트』의 축소판이기도 한 이 장에서는 훌륭한 문인들의 작품에 등장했던 목록들의 컬렉션이지만, 그 덕분에 독자들은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놀라운 언어의 연금술이 펼쳐지는 위대한 작가의 머릿속을 훔쳐볼 수 있다.
라블레와 조이스, 호메로스와 휘트먼의 목록에 자신이 뽑은 목록들까지 이어붙이는 이 젊은 소설가의 태도는 뻔뻔해 보일 정도로 자기 지시적이고 자기 옹호적이기까지 하다. 언제나 영리하고 사색적인 이런 성찰은 마니아들에게는 즐거움을 신출내기 독자들에게는 정보와 깨우침을 선사할 것이다. - 라이브러리 저널-
움베르토 에코는 읽는 행위 자체를 즐겁게 만들어준다. 그는 지식을 탐닉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은밀한 욕구를 은근히 자극하는 특기를 십분 발휘하고 있다. -북리스트-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양의 책을 읽는 움베르토 에코는 그의 독서 이력에서 비롯되는 수많은 예시에 자신의 개인적 경험이라는 푹신한 완충제를 덧대어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컴플리트리뷰닷컴-
복잡한 문제를 쉽고 익살스럽게 말할 줄 아는 에코의 능력 덕분에 『젊은 소설가의 고백』은 짧지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팝매터스-
▣ 작가 소개
저 : 움베르토 에코
Umberto Eco,움베르트 에코
기호학자인 동시에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볼로냐대학교의 교수이다. 1932년 이탈리아 서북부의 피에몬테주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변호사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토리노 대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중세 철학과 문학으로 전공을 선회, 1954년 토마스 아퀴나스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학위논문을 발간함으로써 문학비평 및 기호학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1962년 토리노대학교와 밀라노대학교에서 미학 강의를 시작했으며, 최초의 주요 저서인 『열린 작품 Opera apertas』(1962)을 발간해 현대미학의 새로운 해석방법을 제시했다. 이어 『제임스 조이스의 시학 Le poetiche di James Joyce』(1965), 『예술의 정의 La definizione dell''arte』(1968) 등 새로운 이론서를 발표해 문학비평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1966년 상파울루대학교와 피렌체대학교에서 시각커뮤니케이션을 강의했으며, 1967년 『시각커뮤니케이션 기호학을 위한 노트』를 출간했다.
1968년 인간의 사고와 문화행위, 이념구성 등에 다양하게 관련되어 있는 기호를 개념, 유형, 의미론, 이데올로기 등으로 명쾌하게 분석 정리한 『텅빈 구조 La struttura assente』를 발간했으며, 이어서 『내용의 형식 Le forme del contenuto』(1971)을 발간한 후 이 두 저서의 내용을 증보해 영문판 『기호학이론 A Theory of Semiotics』(1976)을 발간함으로써 세계적인 기호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Visio 문화, 즉 읽는 문화가 아니라 보는 문화의 전형적인 사례인 중세 미학과 러시아 형식주의, 그리고 아방가르드 문화로부터 출발했으며, 퍼스의 철학적 기호론을 통해 독특한 기호학 체계를 구축, 프랑스 중심의 언어학적 기호학이나 구조주의와 철저하게 맞대결하는 한편 프랑크푸르트 학파류의 마르크스주의와도 완연히 다른 예술 이해와 미학관을 보여주었다. 1971년 볼로냐대학교의 기호학 조교수로 임명되었으며, 세계 최초의 국제기호학 잡지 『베르수스』의 책임자로 활동했다. 1974년 밀라노에서 제1회 국제기호학 회의를 주관했으며, 1975년 볼로냐대학교의 기호학 정교수 및 커뮤니케이션·연극학 연구소장으로 임명되었다.
기호학과 미학의 세계에 열중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출판사에 근무하는 여자친구의 권유로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 당시 원자핵의 확산과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세기말적인 위기를 문학으로 표현해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는 2년 반에 걸쳐 집필을 완료해 1980년 첫번째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 Il nome della rosa』을 발표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논리학,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경험주의 철학과 자신의 기호학 이론을 유감없이 발휘한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어 1988년 두 번째 장편소설 『푸코의 진자 Il pendolo di Foucauilt』를 발표해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았으며, 1994년 자전적 작품인 세 번째 장편소설 『전날의 섬 L''isola del giornoprima』을 발표해 작가로서의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에코는 문학은 죽는 방법까지 가르쳐 준다고 말할 정도로 문학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는 『움베르토 에코의 문학 강의』라는 책에서 문학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그리고 문학이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웅변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문학의 몇 가지 기능에 대해’에서 시작하여 마르크스, 단테, 네르발, 와일드, 조이스, 보르헤스 등의 작품에 대한 비평과 문체, 상징, 형식, 아이러니 등 문학 이론의 핵심적인 개념들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 등을 담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에서 퍼스널컴퓨터에 이르기까지 기호학·철학·역사학·미학 등 다방면에 걸쳐 전문적 지식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 에스파냐어까지 통달한 언어의 천재이다. 이러한 이유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이래 최고의 르네상스적 인물이라는 칭호를 얻고 있다. 현재는 볼로냐대학교에서 건축학·기호학·미학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세계 명문대학의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파리 제4대학인 소르본에서의 강의활동과 미국 예일대학교 교수 폴 드 만(Paul de Mann)과 함께 하는 예일학파로서의 학술활동은 유명하다. 그의 기호학이론은 오늘날 세계 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학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품으로 장편소설『장미의 이름』(1980) 과『푸코의 진자』(1988),『전날의 섬』(1994), 동화『폭탄과 장군』(1988),『세 우주 비행사』(1988), 이론서『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의 문제』,『열린 작품』, 『대중의 슈퍼맨(대중문화의 이데올로기)』, 『논문 잘 쓰는 방법』 등이 있다.
역 : 박혜원
현직 번역가이지만 여전히 번역가가 되는 게 꿈인 소심한 이상주의자. 실현 불가능하더라도 꿈이 있다면 자신을 던져봐야 한다는 신념 덕에 길고 긴 시간을 돌아 어릴 적 꿈이었던 번역에 입문했다. 영어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공감과 몰입에 능하며 꼬리가 긴 사색을 즐기기에 이 일이 천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행복한 오늘이 모여 행복한 인생이 된다는 지론을 신봉하며 『다이어트 심리학』은 지금까지 번역했던 책들 중에서도 바로 그러한 행복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법을 소개한 ‘착한’ 책이라 생각한다. 그 밖에 옮긴 책으로는 『본능의 경제학』, 『똑똑한 뇌 사용설명서』, 『오리지널 뷰티바이블』, 『스토리 이코노미』, 『친애하는 교회 씨에게』, 『5분 심리게임』, 『여자들의 경제수다』, 『고대 문명의 역사와 보물, 중국』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차례
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쓰기
Ⅱ. 저자와 텍스트 그리고 해석자
Ⅲ. 허구적 등장인물에 관하여
Ⅳ. 궁극의 리스트
미주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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