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서양철학사는 고대 철학을 세 가지 측면에서 잘못 기술(記述)하고 있다
서양철학사가 형이상학 비판의 역사라는 것은 오늘날 철학사 기술의 정설이다. 파르메니데스와 플라톤은 존재로 충만한 완전하고 이상적인 세계를 수립하고, 헤라클레이토스와 아리스토텔레스는 변화와 흐름으로 점철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세계를 수용하며, 중세 철학은 고대의 형이상학들을 종합하여 창조의 형이상학으로 변형시킨다. 반면 근대 철학은 인간의 오성(Verstand/understanding)이나 체험(Erlebnis)과 같은 인식의 주관적 조건에 대한 성찰을 통해 대상의 존재에 대한 기존의 무분별한 형이상학적 사변을 비판하고, ‘언어적 전환’에 편승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철학은 최종적으로 모든 형태의 ‘실체형이상학’(Substanzmeta-
physik)의 종말을 고한다.
이 책의 저자는 서양철학사의 흐름에 대한 이런 포괄적 설명을 전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는다. 서양철학은 세계의 변화와 존재의 문제로부터 발단되었고, 변화와 존재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시원적 설명을 극복하려는 목표를 향해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서양철학의 역사에 대한 기존의 통상적 기술 속에 아직까지 충분히 고찰되고 주목받지 못한 세 가지 오해가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고대의 원전들을 직접 분석하면서 고대 철학에 대한 ‘해석사적’ 오해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고대를 중세나 근현대가 아니라 고대 자체의 시각과 철학적 관심으로부터 읽는 철학사 독해의 새로운 모형을 제시한다.
형이상학의 토대개념인 ''에이나이''(einai)에 대한 언어적 오해
‘존재를 존재인 한에서’ 탐구하는 형이상학의 중심개념은 흔히 ‘존재’로 번역되는 ‘에이나이’이다. 각각의 형이상학이 제시하는 궁극적 원리나 대상이 무엇이든 형이상학은 그런 원리나 대상의 ‘존재’를 탐구하는 순수 ‘존재론’(ontology)이다. ‘존재론’은 그리스어 ‘에이나이’의 분사형인 ‘온’(on)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에이나이’는 그리스 철학자들, 특히 파르메니데스와 플라톤이 그들의 철학적 사유를 표출하고 이론적으로 조직화하는 데 사용한 핵심개념이었고, 대부분의 학자들은, 적어도 찰스 칸의 등장 이전까지는, 이 개념을 ‘실체적 존재’(existence)로 이해하였다. 그렇게 서양철학사는 형이상학적 실재론(realism)에 대한 비판의 역사로 파악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에 중대한 이의제기를 한다. 중세와 근현대의 형이상학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라도 저자는 많은 이들이 형이상학적 사변의 원천으로 간주하는 파르메니데스와 플라톤에서 ‘에이나이’와 ‘온’이 일차적으로 ‘실체적 존재’가 아니라 ‘규정적 존재’(etwas Bestimmtes sein)라는 것을 파르메니데스의 단편시(詩)와 플라톤의 대화편의 주요 논증들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통해 명쾌하게 밝힌다. 저자는 실존적(existential) 번역 외에도 서술적(predicative) 번역과 진실적(veridical) 번역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에이나이’의 ‘규정적’ 번역을 지지하는 광범위한 문헌상의 증거들을 제시한다.
고대 철학의 ''형이상학적 정향''(metaphysical orientation)에 대한 오해
이 책의 저자는 ‘에이나이’의 ‘규정적’ 번역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대 철학에 대한 또 다른 오해와 대결한다. 이 오해는 ‘형이상학’이란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던 ‘고대’에서부터 ‘형이상학’이 고대 사유를 이끈 중심 모티프였다는 생각이다. 고대인들은 정말로, 한스 블루멘베르크(Hans Blumenberg)가 생각하듯이, ‘세계의 정지된 관찰자’였는가? 그들은, 어떤 세계든, 그런 세계의 실제 존재를 단순히 전제하는 데서 출발하고, 그렇게 자립적으로 존재하는 세계와의 인식적 조우의 가능성에 대한 해법을 직관적 사유와 같은 극히 원초적인 인식형태에서 찾았는가? 저자는 기존의 철학사적 상식을 깨고 이러한 질문들을 천착한다. 저자에 따르면, 고대철학자들의 비범한 철학적 재능은 이상적 세계를 향한 형이상학적 열망에 있지 않다. 만약 고대철학자들이 실체형이상학에 관심했다면, 그들은 이상적 세계의 실존을 단순히 전제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확인하고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런 합리적이고 논증적인 ‘방법’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것이 근현대 이후로 부단히 고대, 특히 파르메니데스와 플라톤이 ‘소박하고’ ‘전반성적인’ 실재론자로 비판받았던 이유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대 철학의 본질을 더 이상 형이상학적 직관이 아닌 인식론적 진리 정초와 반성에서 찾는다. 저자는 고대에서 철학이 기원한 것은 고대에서 비로소 스스로 존재하는 자연의 질서에 대한 경외(thaumazein)가 발생했기 때문이 아니라 고대에서 최초로 가사적 인간이 형성하는 인식(doxa)의 진리가능성에 대한 회의(aporia)가 자각되고 그러한 인식의 진리와 허위를 시험하고 논박하고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합리적으로 모색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새로운 통찰을 가지고 저자는 ‘에이나이’의 ‘규정적’ 번역을 인식가능성과 확신가능성과 인식불가능성의 기준과 척도에 대한 파르메니데스와 플라톤의 철학적 탐구의 필요조건으로 정당화한다.
파르메니데스와 헤라클레이토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대립에 대한 오해
셋째 오해는 플라톤과 파르메니데스를, 변화하고 유전하는 세계를 형이상학적-인식론적으로 평가절하한 대표적 공적(公敵)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헤라클레이토스가 세상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긍정한 한 파르메니데스는 세상의 변화를 부정한 철학자일 수밖에 없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변화하는 세계의 실재성을 주장한 한 파르메니데스로부터 ‘정지’와 ‘존재’의 형이상학을 물려받은 플라톤은 끊임없이 운동하는 현실의 실재성을 부정한 철학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말로 그들은 아리스토텔레스와 헤라클레이토스의 정반대편에 서서 근본적으로 다른 철학을 했는가? 그들이 변화를 말한 것도 사실이고, 그들이 철학적 사유가 필연적으로 정향해야 할 것으로서 ‘존재’(on)를 강조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변화’를 거론하고 ‘변화’ 배후의 ‘존재’에 주목하도록 요구할 때, 그들은 도대체 어떤 ‘존재’를 생각하고 어떤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가? 이 책의 저자의 주장은 단호하다. 고대철학자들, 적어도 파르메니데스와 플라톤의 일차적인 철학적 목표가 인식의 조건들에 대한 비판적 반성이고 그런 인식론적 정향이 ‘실체적 존재’가 아니라 ‘규정적 존재’에 대한 그들의 논변을 파생시킨 원천이라면, 우리는 고대 철학을 중세적, 더 나아가 근현대적 고대 이해에 기반을 둔 기존의 철학사적 해명과는 다르게 기술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1부에서 파르메니데스 단편시를 사유가능성과 사유불가능성의 기준을 궁구하는 인식론으로 재조명하고, 항상 경쟁자로 묘사되는 파르메니데스와 헤라클레이토스가 ‘지혜의 추구’라는 철학의 이념을 구현하는 협력자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부에서 저자는 이데아론의 철학적 기원에 대한 저자의 해석을 개진하면서 플라톤의 ‘두 번째 항해’에서 감행된 ― 인식비판과 진리정초를 위한 ― ‘인식론적 전회’의 방법적 목표와 관심을 새롭게 규정하고, 플라톤이 초기 대화편에서 수행하는 확신(doxa)들의 논박을, 파르메니데스가 요청하는 진리의 신적 기준을 전제할 뿐만 아니라 그것의 적용을 통해서 비로소 수행되는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진리발견의 방법으로 규명하며, 마지막으로 플라톤의 ‘메논의 논변’과 상기론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용과 해석을 검토함으로써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대립에 대한 기존의 철학사적 이해가 두 철학자의 관계를 규정하는 ‘본질적’ 요소일 수 없다는 점을 밝힌다.
▣ 작가 소개
저자 : 이상인
1962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철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마인츠 대학과 마부르크 대학에서 고전문헌학과 철학을 연구하였다. 마부르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있다. 저서로 『"메논"에서의 상기: 형상에 따른 지식 매개의 가능성과 방법에 대한 플라톤의 고찰』(독일어 출간)과 『플라톤과 유럽의 전통』(이제이북스, 2006)이 있고, 역서로는 플라톤의 『메논』(이제이북스, 2009)이 있으며, 그리스 철학에 관한 논문을 여러 편 발표하였다.
▣ 주요 목차
서문
플라톤의 주요 저작의 각국어 표기 및 약칭
1부 파르메니데스와 헤라클레이토스
1. 파르메니데스 ― 사유에 의해 판단하라
1. 단편시의 목표
2. ''사유를 위한'' 탐구의 두 가지 방법과 기준
3. ''estin''의 주어와 의미
4. ''어떤 것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의 표지들
5. 인식론과 우주론 ― ''많은 싸움을 담은 논박''
6. 가사자들의 확신(doxa)에 대한 논박
(1) 우주의 변화에 대한 확신의 기술(記述)과 오류
(2) 우주의 변화에 대한 사유의 기술과 진리유사성
2. 헤라클레이토스 ― 사유는 공통된 것이다
1. 헤라클레이토스의 문제
2. 우주론 ― 불의 전쟁과 만물의 유전
3. 만물유전론에 대한 오해
4. 인식론 ― 공통적 사유와 사적 사유
5. 파르메니데스 대 헤라클레이토스
2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1. 플라톤의 이데아론의 철학적 기원
1. 아리스토텔레스의 증언
2. 유전론의 가설과 플라톤의 비판
3. 플라톤의 유전론과 이데아의 가설
4. 유전론의 가설과 이데아의 가설
2. 플라톤의 진리 기준과 가설(hypothesis)의 방법
1. 『파이돈』의 ''두 번째 항해''와 ''이데아의 가설''
2. ''이데아의 가설''과 번역의 문제
(1) 실존적 번역
(2) 진실적 번역
(3) 규정적 번역
3. 『국가』에 나타난 탐구의 세 가지 길
(1) 인식과 허위불가능성의 기준
(2) 무지(agnoia)와 인식불가능성의 기준
(3) 확신(doxa)과 허위가능성의 기준
4. 진리 인식의 기준으로서 ''이데아의 가설''
3. 플라톤의 진리 시험과 논박(elenchos)의 방법
1. 진리 탐구로서의 논박
2. 논박에 대한 현대적 해석
3. 논박의 대상
4. 논박의 규칙과 모순율
5. 논박의 이중 추론과 ''논박의 문제''
6. 모순과 구별의 문답법
7. 초기 이데아론과 중기 이데아론
4. 플라톤의 ''메논의 논변''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용
1. 아리스토텔레스의 반플라톤주의
2. ''메논의 논변''에 대한 해석의 문제들
3. ''메논의 논변''의 철학적 전제들과 정당성
4. ''메논의 논변''과 ''메논의 역설''
(1) ''메논의 논변''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계승
(2) 논쟁적 역설로서 ''메논의 논변''
5. ''메논의 논변''과 상기론
6. 『분석론 후서』 A1에서 ''『메논』에서의 난제''
7. 『분석론 전서』 B21에서 ''『메논』에서의 논변''
8. 『분석론 후서』 B19에서 인식론적 난제
9. 아리스토텔레스의 플라톤주의
참고문헌
찾아보기
서양철학사는 고대 철학을 세 가지 측면에서 잘못 기술(記述)하고 있다
서양철학사가 형이상학 비판의 역사라는 것은 오늘날 철학사 기술의 정설이다. 파르메니데스와 플라톤은 존재로 충만한 완전하고 이상적인 세계를 수립하고, 헤라클레이토스와 아리스토텔레스는 변화와 흐름으로 점철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세계를 수용하며, 중세 철학은 고대의 형이상학들을 종합하여 창조의 형이상학으로 변형시킨다. 반면 근대 철학은 인간의 오성(Verstand/understanding)이나 체험(Erlebnis)과 같은 인식의 주관적 조건에 대한 성찰을 통해 대상의 존재에 대한 기존의 무분별한 형이상학적 사변을 비판하고, ‘언어적 전환’에 편승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철학은 최종적으로 모든 형태의 ‘실체형이상학’(Substanzmeta-
physik)의 종말을 고한다.
이 책의 저자는 서양철학사의 흐름에 대한 이런 포괄적 설명을 전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는다. 서양철학은 세계의 변화와 존재의 문제로부터 발단되었고, 변화와 존재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시원적 설명을 극복하려는 목표를 향해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서양철학의 역사에 대한 기존의 통상적 기술 속에 아직까지 충분히 고찰되고 주목받지 못한 세 가지 오해가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고대의 원전들을 직접 분석하면서 고대 철학에 대한 ‘해석사적’ 오해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고대를 중세나 근현대가 아니라 고대 자체의 시각과 철학적 관심으로부터 읽는 철학사 독해의 새로운 모형을 제시한다.
형이상학의 토대개념인 ''에이나이''(einai)에 대한 언어적 오해
‘존재를 존재인 한에서’ 탐구하는 형이상학의 중심개념은 흔히 ‘존재’로 번역되는 ‘에이나이’이다. 각각의 형이상학이 제시하는 궁극적 원리나 대상이 무엇이든 형이상학은 그런 원리나 대상의 ‘존재’를 탐구하는 순수 ‘존재론’(ontology)이다. ‘존재론’은 그리스어 ‘에이나이’의 분사형인 ‘온’(on)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에이나이’는 그리스 철학자들, 특히 파르메니데스와 플라톤이 그들의 철학적 사유를 표출하고 이론적으로 조직화하는 데 사용한 핵심개념이었고, 대부분의 학자들은, 적어도 찰스 칸의 등장 이전까지는, 이 개념을 ‘실체적 존재’(existence)로 이해하였다. 그렇게 서양철학사는 형이상학적 실재론(realism)에 대한 비판의 역사로 파악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에 중대한 이의제기를 한다. 중세와 근현대의 형이상학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라도 저자는 많은 이들이 형이상학적 사변의 원천으로 간주하는 파르메니데스와 플라톤에서 ‘에이나이’와 ‘온’이 일차적으로 ‘실체적 존재’가 아니라 ‘규정적 존재’(etwas Bestimmtes sein)라는 것을 파르메니데스의 단편시(詩)와 플라톤의 대화편의 주요 논증들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통해 명쾌하게 밝힌다. 저자는 실존적(existential) 번역 외에도 서술적(predicative) 번역과 진실적(veridical) 번역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에이나이’의 ‘규정적’ 번역을 지지하는 광범위한 문헌상의 증거들을 제시한다.
고대 철학의 ''형이상학적 정향''(metaphysical orientation)에 대한 오해
이 책의 저자는 ‘에이나이’의 ‘규정적’ 번역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대 철학에 대한 또 다른 오해와 대결한다. 이 오해는 ‘형이상학’이란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던 ‘고대’에서부터 ‘형이상학’이 고대 사유를 이끈 중심 모티프였다는 생각이다. 고대인들은 정말로, 한스 블루멘베르크(Hans Blumenberg)가 생각하듯이, ‘세계의 정지된 관찰자’였는가? 그들은, 어떤 세계든, 그런 세계의 실제 존재를 단순히 전제하는 데서 출발하고, 그렇게 자립적으로 존재하는 세계와의 인식적 조우의 가능성에 대한 해법을 직관적 사유와 같은 극히 원초적인 인식형태에서 찾았는가? 저자는 기존의 철학사적 상식을 깨고 이러한 질문들을 천착한다. 저자에 따르면, 고대철학자들의 비범한 철학적 재능은 이상적 세계를 향한 형이상학적 열망에 있지 않다. 만약 고대철학자들이 실체형이상학에 관심했다면, 그들은 이상적 세계의 실존을 단순히 전제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확인하고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런 합리적이고 논증적인 ‘방법’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것이 근현대 이후로 부단히 고대, 특히 파르메니데스와 플라톤이 ‘소박하고’ ‘전반성적인’ 실재론자로 비판받았던 이유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대 철학의 본질을 더 이상 형이상학적 직관이 아닌 인식론적 진리 정초와 반성에서 찾는다. 저자는 고대에서 철학이 기원한 것은 고대에서 비로소 스스로 존재하는 자연의 질서에 대한 경외(thaumazein)가 발생했기 때문이 아니라 고대에서 최초로 가사적 인간이 형성하는 인식(doxa)의 진리가능성에 대한 회의(aporia)가 자각되고 그러한 인식의 진리와 허위를 시험하고 논박하고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합리적으로 모색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새로운 통찰을 가지고 저자는 ‘에이나이’의 ‘규정적’ 번역을 인식가능성과 확신가능성과 인식불가능성의 기준과 척도에 대한 파르메니데스와 플라톤의 철학적 탐구의 필요조건으로 정당화한다.
파르메니데스와 헤라클레이토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대립에 대한 오해
셋째 오해는 플라톤과 파르메니데스를, 변화하고 유전하는 세계를 형이상학적-인식론적으로 평가절하한 대표적 공적(公敵)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헤라클레이토스가 세상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긍정한 한 파르메니데스는 세상의 변화를 부정한 철학자일 수밖에 없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변화하는 세계의 실재성을 주장한 한 파르메니데스로부터 ‘정지’와 ‘존재’의 형이상학을 물려받은 플라톤은 끊임없이 운동하는 현실의 실재성을 부정한 철학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말로 그들은 아리스토텔레스와 헤라클레이토스의 정반대편에 서서 근본적으로 다른 철학을 했는가? 그들이 변화를 말한 것도 사실이고, 그들이 철학적 사유가 필연적으로 정향해야 할 것으로서 ‘존재’(on)를 강조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변화’를 거론하고 ‘변화’ 배후의 ‘존재’에 주목하도록 요구할 때, 그들은 도대체 어떤 ‘존재’를 생각하고 어떤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가? 이 책의 저자의 주장은 단호하다. 고대철학자들, 적어도 파르메니데스와 플라톤의 일차적인 철학적 목표가 인식의 조건들에 대한 비판적 반성이고 그런 인식론적 정향이 ‘실체적 존재’가 아니라 ‘규정적 존재’에 대한 그들의 논변을 파생시킨 원천이라면, 우리는 고대 철학을 중세적, 더 나아가 근현대적 고대 이해에 기반을 둔 기존의 철학사적 해명과는 다르게 기술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1부에서 파르메니데스 단편시를 사유가능성과 사유불가능성의 기준을 궁구하는 인식론으로 재조명하고, 항상 경쟁자로 묘사되는 파르메니데스와 헤라클레이토스가 ‘지혜의 추구’라는 철학의 이념을 구현하는 협력자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부에서 저자는 이데아론의 철학적 기원에 대한 저자의 해석을 개진하면서 플라톤의 ‘두 번째 항해’에서 감행된 ― 인식비판과 진리정초를 위한 ― ‘인식론적 전회’의 방법적 목표와 관심을 새롭게 규정하고, 플라톤이 초기 대화편에서 수행하는 확신(doxa)들의 논박을, 파르메니데스가 요청하는 진리의 신적 기준을 전제할 뿐만 아니라 그것의 적용을 통해서 비로소 수행되는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진리발견의 방법으로 규명하며, 마지막으로 플라톤의 ‘메논의 논변’과 상기론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용과 해석을 검토함으로써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대립에 대한 기존의 철학사적 이해가 두 철학자의 관계를 규정하는 ‘본질적’ 요소일 수 없다는 점을 밝힌다.
▣ 작가 소개
저자 : 이상인
1962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철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마인츠 대학과 마부르크 대학에서 고전문헌학과 철학을 연구하였다. 마부르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있다. 저서로 『"메논"에서의 상기: 형상에 따른 지식 매개의 가능성과 방법에 대한 플라톤의 고찰』(독일어 출간)과 『플라톤과 유럽의 전통』(이제이북스, 2006)이 있고, 역서로는 플라톤의 『메논』(이제이북스, 2009)이 있으며, 그리스 철학에 관한 논문을 여러 편 발표하였다.
▣ 주요 목차
서문
플라톤의 주요 저작의 각국어 표기 및 약칭
1부 파르메니데스와 헤라클레이토스
1. 파르메니데스 ― 사유에 의해 판단하라
1. 단편시의 목표
2. ''사유를 위한'' 탐구의 두 가지 방법과 기준
3. ''estin''의 주어와 의미
4. ''어떤 것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의 표지들
5. 인식론과 우주론 ― ''많은 싸움을 담은 논박''
6. 가사자들의 확신(doxa)에 대한 논박
(1) 우주의 변화에 대한 확신의 기술(記述)과 오류
(2) 우주의 변화에 대한 사유의 기술과 진리유사성
2. 헤라클레이토스 ― 사유는 공통된 것이다
1. 헤라클레이토스의 문제
2. 우주론 ― 불의 전쟁과 만물의 유전
3. 만물유전론에 대한 오해
4. 인식론 ― 공통적 사유와 사적 사유
5. 파르메니데스 대 헤라클레이토스
2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1. 플라톤의 이데아론의 철학적 기원
1. 아리스토텔레스의 증언
2. 유전론의 가설과 플라톤의 비판
3. 플라톤의 유전론과 이데아의 가설
4. 유전론의 가설과 이데아의 가설
2. 플라톤의 진리 기준과 가설(hypothesis)의 방법
1. 『파이돈』의 ''두 번째 항해''와 ''이데아의 가설''
2. ''이데아의 가설''과 번역의 문제
(1) 실존적 번역
(2) 진실적 번역
(3) 규정적 번역
3. 『국가』에 나타난 탐구의 세 가지 길
(1) 인식과 허위불가능성의 기준
(2) 무지(agnoia)와 인식불가능성의 기준
(3) 확신(doxa)과 허위가능성의 기준
4. 진리 인식의 기준으로서 ''이데아의 가설''
3. 플라톤의 진리 시험과 논박(elenchos)의 방법
1. 진리 탐구로서의 논박
2. 논박에 대한 현대적 해석
3. 논박의 대상
4. 논박의 규칙과 모순율
5. 논박의 이중 추론과 ''논박의 문제''
6. 모순과 구별의 문답법
7. 초기 이데아론과 중기 이데아론
4. 플라톤의 ''메논의 논변''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용
1. 아리스토텔레스의 반플라톤주의
2. ''메논의 논변''에 대한 해석의 문제들
3. ''메논의 논변''의 철학적 전제들과 정당성
4. ''메논의 논변''과 ''메논의 역설''
(1) ''메논의 논변''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계승
(2) 논쟁적 역설로서 ''메논의 논변''
5. ''메논의 논변''과 상기론
6. 『분석론 후서』 A1에서 ''『메논』에서의 난제''
7. 『분석론 전서』 B21에서 ''『메논』에서의 논변''
8. 『분석론 후서』 B19에서 인식론적 난제
9. 아리스토텔레스의 플라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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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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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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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