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우울할까

고객평점
저자대리언 리더
출판사항동녘사이언스, 발행일:2011/11/25
형태사항p.248 국판:22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90247537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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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현대의학은 우울증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했다
우울증 약을 먹는 대신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생생한 정신분석 사례를 통해 이해하는 내가 우울한 이유

이 책은 항우울제를 먹기만 하면 우울과 슬픔을 해결할 수 있다는 현대의학의 편의주의를 비판한다. 현대의학은 환자 내면의 삶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의학적 해결만을 강조한다. 따라서 우울증은 세균 감염처럼 특수한 생물학적 치료가 필요한 의학적 문제로 간주되고, 우울증을 앓는 사람에게 항우울제를 먹게 해서 예전의 생산적이고 행복한 상태로 복귀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현대의학은 인간 내면을 탐구하는 일을 정신 위생이라고만 간주한다. 저자는 우울증을 바라보는 이러한 시선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시선은 인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측면들을 생물학적 결함으로 정의하면서, 사람들의 무의식에 있는 정신적 삶의 복잡성을 무시한다. 이러한 진단의 결과로 우울증은 세로토닌 부족으로 생긴 질병으로 진단되며 항우울제 처방이 내려진다.
저자는 사회가 인간의 삶을 기계적 관점에서 볼수록 우울증은 더 만연하기 쉽다고 본다. 최초에 우울증을 유발한 원인을 약으로 치료할 수 없으며, 증상을 일탈 행동이나 적응 장애의 신호로 볼수록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정상, 즉 어때야 한다는 중압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여기서 인간은 그저 에너지 단위이자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이 담긴 작은 상품에 불과하다. 인간의 삶이 이런 지경까지 이를 때, 많은 사람들은 우울하고 비참한 상태에 빠져 에너지와 시장 잠재력을 상실하여 이런 운명을 거부한다.

정신과의사를 찾아가기 전에 먼저 이 책을 읽어라!
우울한 감정 아래에 있는 멜랑콜리와 상실을 만나라!

저자는 이렇게 만들어진 우울증 개념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울증을 복잡하고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에서 유래된 일단의 증상으로 봐야 한다. 비록 때로는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이 이야기들 속에는 이별과 상실의 경험이 포함될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종종 사건들의 영향을 받는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깨닫지 못한 채 말이다. 이런 경험에 우리가 어떻게 반응해왔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올바른 개념 도구를 갖출 필요가 있는데, 이는 애도와 멜랑콜리에서 찾을 수 있다. 우울증은 다양한 정신 상태를 아우르는 모호한 용어다. 반면 애도와 멜랑콜리는 좀 더 정확한 개념으로, 우리가 인간 삶의 일부인 상실에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실패하는지를 밝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심리학에서 애도는 상실을 극복한다는 관념과 동일시된다. 그러나 우리는 상실을 극복하는가? 오히려 다양한 방식으로 상실을 삶의 일부로 만들지 않는가? 때로는 생산적으로 때로는 파국적으로, 그렇지만 결코 쉽지는 않게 말이다. 애도에 대한 좀더 면밀하고 상세한 관점을 통해 애도의 기제와 변천을 탐구할 수 있다. 멜랑콜리는 한물간 범주, 역사적 호기심거리, 자기도취적인 슬픈 기분을 이르는 시적 용어 등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멜랑콜리에는 이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그리고 자기 인생이 하찮고 살만하지 못하다고 확신하는 사람처럼 멜랑콜리는 심각한 우울 증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한 젊은 여자가 마침내 남자친구와 함께 살게 됐는데, 바로 그때부터 심각한 우울증에 빠졌다. 두 사람은 서로 보기 위해 주말이면 번갈아 대서양을 건너면서 2년 동안 장거리 관계를 지속했다. 남자가 런던에서 자리를 잡기로 동의했을 때는 비행, 시차, 피로라는 사람 진을 빼는 일정도 드디어 끝인 것 같았다. 이제 그들은 함께 지낼 수 있거니와 처음으로 같은 공간을 쓸 수도 있다. 두 사람은 희망에 부풀었지만 남자가 도착하고 며칠 지나지도 않아서 여자는 울적하고 무력하고 불안해졌다. 이런 기분이 더 심해지면서 관계도 무너졌는데, 여자는 몇 년 후 정신분석을 받고서야 자기가 무엇 때문에 우울 상태에 빠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여자가 원하던 것을 갖게 된 바로 그 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져버렸을까? 이에 대한 즉각적인 설명은 이제 여자에게 더는 욕망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는 그리움과 먼 거리가 특징이었는데 장애물들이 제거됐으니 간절히 바랄 것이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우울증은 이 성취가 끌어들였던 공백의 결과였다. 물론 이런 견해에 약간의 진실이 들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상황은 더 복잡하다. 결국 무엇이 장거리 관계를 이루고 있었던가? 미국을 오갔던 주말여행을 묘사하다가 여자는 자기한테 중요했던 것은 떠나는 순간이었음을 깨달았다. 즉, 여자가 작별 인사를 해야 했던 순간들 말이다. 여자의 기억은 히스로 공항과 JFK 공항에서 슬픔이 북받치는 장면들에 집중돼 있었다. 그런데 그게 � 그렇게 중요했을까?
14살 때 여자의 아버지가 암으로 죽었지만, 가족 중 어느 한 사람도 여자에게 아버지가 무슨 병을 앓고 있다거나 그것이 치명적인 병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여자는 아버지가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은 예상치 못했던 끔찍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곧 아버지를 보게 될 것이라고 줄곧 생각했기 때문에, 학교 교실 밖에서 비보를 받았을 때 더는 아무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느낌이었다고 여자가 말했다. 아버지는 몇 주 동안 입원해 있었는데, 여자는 아버지한테 문병도 가지 못했다. 여자는 작별 인사도 한번 못하고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여자는 이제 무엇이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지속시켰고, 무엇이 그 관계를 끝냈는지 알게 됐다. 그렇게 먼 곳에 사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주말여행은 여자가 ‘백 번의 작별’이라고 부르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줬다. 아버지와는 전혀 할 수 없었던 일인 만큼 여자는 남자친구와 헤어질 때마다 열정적으로 작별 인사를 했다. 작별 인사를 할 수 없게 된 바로 그 순간, 즉 남자친구가 런던으로 이사를 와서 둘 사이의 거리가 제거됐을 때 여자의 사랑은 시들고 우울증이 시작됐다. 우울 감정의 밑에 끝내지 못한 죽은 아버지에 대한 애도가 있었다. (본문 30-31쪽)

우리는 상실로 인해 폭발된 분노가 가족 관계의 변화로 연결되는 많은 사례도 찾을 수 있다.

50대 중반의 여자가 남동생이 죽고 난 뒤 경험한 갑작스럽고 고통스러운 분노에 겁을 먹었다. 어머니가 둘째를 임신했을 때 아버지는 떠났고 그 뒤로 어머니가 남매를 키웠는데, 남동생은 어머니의 모든 이상이 투사된 대상이 됐다. 남동생은 가장 예쁘고, 똑똑하고, 성공한 자식이었다. 누나는 이 흠 없는 이미지에 반기를 든 적이 전혀 없었는데, 여자를 분석하는 동안에 이 이미지의 역할이 더 분명해졌다. 어머니의 기나긴 불행한 시간과 어린 시절 어머니가 이름도 모르는 남자들과 줄줄이 놀아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여자에게 남동생의 이미지는 특권적인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그 이미지가 여자 자신과 어머니 사이에 놓인 장벽 역할을 했다. 남동생의 이미지는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우주의 정박점 구실을 했다.
남동생의 이미지가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되자 여자와 어머니 사이에 놓일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여자는 어머니에게 자신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여자의 감정은 남동생에 대한 분노, 그리고 어머니와 결부된 통렬한 두려움과 비통함 사이를 오갔다. 물론 여자로서는 죽은 남동생에게 분노를 느낀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분노가 비통함보다 더 근본적인 감정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감정은 누군가를 잃고 다른 사람과 홀로 남겨진 사람들이 종종 토로하는데, 이때 다른 사람은 대개 부모다. 부모 중 한 사람이 죽으면 아이와 남은 부모를 분리하는 장벽이 사라지고, 그 반응으로 비통한 마음이 들 수 있는데 이는 장벽이 제거됐다는 신호다. 떠난 사람에게만 분노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다른 사람 곁에 남겨졌다는 사실 때문에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본문 55-56쪽)

죽은 사람에게 느끼는 이 분노는 애도와 멜랑콜리 둘 다에서 파괴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애도 작업이 진행되는 도중에 끼어든 분노가 상실한 사람에 대한 우리의 근본적인 양가적 감정과 대면하게 할 수도 있다. 이 복합적인 감정 때문에 죄책감이 들고, 결국엔 더 자주 전화를 하거나 찾아봤어야 하거나, 더 살갑게 굴었어야 했다는 둥, 어느 상황에서는 더 많은 도움을 줬어야 했다는 둥, 할 수 있었거나 해야 했을 일로 우리 자신을 꾸짖게 될지도 모른다. 프로이트는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좋은 감정의 크기보다 이런 양가적인 감정이 애도의 결정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다. 상실한 사람과의 옛 관계에서 양가적인 감정을 많이 억압했을수록 애도 작업에 더 많은 지장이 생길 것이다. 심지어 일부 후기 프로이트학파 사람들은 사랑했던 사람이 죽어서 기쁘다는 사실을 애도하는 사람 스스로 인정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정말로 애도가 끝나는 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프로이트는 《문명과 불만》에서 문명이 자기 안에 불만과 절망의 원인들을 심어놓은 모습을 살펴봤다. 종교에서 정부까지 이 문제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반응들을 검토하면서 그는 어떤 형태의 사회 조직도 인간의 불행을 추방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억압이 어느 정도 필요하며, 우리는 다른 측면에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래도 삶을 더 참을 만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논의하는 데 이르러서 프로이트는 모든 사람은 자기를 구원할 방법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프리드리히 대왕의 말을 인용한다. 그는 여기서 정신분석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대신 문명 세계가 우리에게 부과하는 끔찍한 ?구들에 대한 유일한 만병통치약으로 정신분석이 아닌 문화를 거명한다. 다시 말해, 프로이트는 예술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저자는 상실 뒤에 일어날 수 있는 창조력의 폭발만을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지하 납골당의 그림들에서부터 장식 항아리 · 조각상 · 석관 · 미라의 관 · 묘지 조각상 · 벽화 · 음악 · 미술 · 문학 작품까지 창조와 죽음을 연결하는 예술의 거대한 파노라마까지 생각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이 작품들의 내용, 즉 사별이나 이별과의 명백한 연관 관계는 덜 중요하다. 오히려 이것들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만든다는 것은 이것들이 텅 빈 공간 또는 어떤 부재로부터 창조되었음을 가정하기 때문이다. 남들은 어떻게 뭔가를 만들었는지에 관심을 두게 되면 우리는 창조의 길을 선택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슬픔에 접근해 애도의 작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

▣ 작가 소개

저 : 대리언 리더
Darian Leader
라캉주의 정신분석가. 슬라보예 지젝과 함께 난해한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을 일반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대표적인 학자다.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고전 문학을 공부했고, 라캉의 지도로 정신분석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중문화와 문학, 의학, 심리학, 임상 사례를 넘나들며 라캉의 이론을 재기 발랄하고도 도발적으로 해석해왔다. 정신분석적 통찰을 바탕으로 우리 시대의 사랑, 일상, 예술의 다양한 면면을 독창적 시각으로 풀어내는 글쓰기에 탁월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들섹스대학교 정신분석센터의 명예 방문교수이며, 런던 프로이트 분석연구센터Centre for Freudian Analysis and Research의 창립 멤버이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프로이트 분석연구센터는 ‘프로이트로의 복귀’라는 라캉의 구호에 충실한 방식으로 창립된 1985년 이래 대중들을 위한 강연과 분석가들을 위한 세미나를 해오는 연구소다.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 라캉의 정신분석 입문서인 《라캉》, 예술과 정신의 관계를 탐구한 《모나리자 훔치기》, 정신분석학으로 남녀관계를 밝힌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가 있고, 이 밖에 프로이트를 새롭게 해석한 《프로이트의 각주》, “자아를 탐구하는 움베르토 에코”라는 찬사를 받게 한 《어두워질 때 연인들
이 하는 약속들》, 질병의 심리학을 다룬 《우리는 왜 아플까》 등이 있다.

역 : 우달임
경희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빵과 장미》,《사라예보의 첼리스트》,《체실 비치에서》가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1장
2장
3장
4장
결론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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