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조선의 모던 보이는 ‘자미(滋味)’가 있어야 소설을 읽었다
1920년대 중반부터 조선 문단에는 한 가지 주목할 만한 현상이 일어났다. 매일신보 등 주요 신문 도처에 역사소설이 연재되기 시작한 것이다. 야담과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든 역사소설은 대중의 열광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신문사들은 예고 광고까지 하면서 역사소설 연재에 더 열을 올렸다. 작가들 또한 문학성과 대중성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자신들의 글이 즐겁게 읽히길 바라며 흥미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일제 치하 조선 문단에는 신문연재 역사소설의 전성기라는 때 아닌 호황이 도래했다.
당대의 고루한 논자나 비평가들의 시각에서는 지극히 ‘야담’스럽기도 한 역사소설의 그 같은 인기는 위험한 것이었다. 때가 어느 때인가. 진지하고 또 진지하게 시대의 문제를 성찰해야 될 일제시대가 아니었던가. 이에 대해 당시 역사소설가들은 ‘우리는 민족 이야기를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자신의 정당성을 내세웠고, 실제로도 한민족의 역사에서 숱한 제재를 취했다. 그러나 그들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중의 호응과 열광을 끌어들인 자미 곧 재미가 있었다.
『역사소설, 자미(滋味)에 빠지다』는 부제인 ‘새로 쓰는 한국 근대 역사소설의 계보학’이 말해주듯이, 바로 그 ‘자미’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근대 신문연재 역사소설의 계보와 구체적인 면면, 그리고 발전 과정을 소상하게 연구한 학술서이다.
저자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이기도 했던 이 책에서 단순히 당시 역사소설의 알파와 오메가를 나열하고 소개하는 것 이상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역사적 제재를 취한 소설 일반을 가리키는 양식명인 ‘역사소설’이라는 명칭이 실제 역사소설의 실재에 부합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실재의 역사소설을 획일적이고 고유한 미학을 구가하는 양식으로 바라보고 한계 지으려 했던 역사소설 비평이 부여한 명칭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러한 기존 비평의 지배하에 있던 연구는 결국 ‘민족주의 담론’에 갇혀 당시 역사소설의 진정한 면모를 보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문제의식의 핵심은 통속성에 있다. 물론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민족주의 의식이 소설에 투영되기를 강제한 측면이 있다. 어떤 작가도 거기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그러나 실제로 작가들의 펜을 움직인 것은 신문저널리즘의 상업적 압박과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들의 시선이었다. 저자는 “인물 형상의 상투성, 멜로드라마적인 서사 전개, 그리고 삽화적인 서사 구성”과 “연애담, 인물 형상의 미화, 선악의 대비 구도, 궁중 비화, 선정적 묘사, 출세담과 복수담”의 범람이 당시 역사소설을 통속적 성격을 규정짓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대중성을 보증해준 자산이었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민족의식의 고취라는 진중한 이상이 아니라, 재미라는 통속적 매력이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당시 역사소설이 사실은 서구 소설을 모방하는 과정에서 온 일종의 수입된 글쓰기라는 점도 강조한다. 민족주의 의식이라는 틀에 역사소설을 가둘 수 없는 계보학적 이유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저자는 당시 역사소설도 소설 곧 문학에 속하는 것인 이상, ‘역사’, ‘민족’, ‘이데올로기’, ‘정치’는 장악할 수 없는 상상력의 소산이며, 바로 거기에 대중성이 관련되었다고 말한다. 즉 전형적인 양식들 혹은 문학 외적인 틀로 한계 지을 수 없는 문학적인 어떤 것에 착목하자는 얘기다.
▣ 작가 소개
저자 김병길
담양 출생.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 교육개발지원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였고,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조교수이다.
최근 논문으로 「김동리 역사소설과 동양정신」(2009), 「한국 근대 신문연재소설란의 형성 과정 연구」(2009), 「‘황진이’ 설화의 역사소설화와 그 계보」(2009), 「한국 근대 역사문학의 기원과 지형」(2010), 「한국 근대 역사소설과 역사극의 교섭 양상」(2010), 「‘傳’계 소설과 ‘역사소설’의 분절성에 관한 연구」(2011)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Ⅰ. 서론: 역사, 역사소설, 역사소설 비평에 관한 네거티브
1. 사실인가? 허구인가?
2. 메타내러티브는 메타 가능한가?
Ⅱ. ‘역사소설’ 개념의 번역과 도래
1. 용어의 이입과 굴절
(1) 명칭의 외래성
(2) 표제의 고안
(3) 역어(譯語)로서의 잉여
2. 史와 虛構 사이의 거리
(1) 역사전기소설과 역사소설 간의 분절성
(2) 記와 作, 그 분화와 습합
3. 기원의 소거와 전도
(1) 기점 논의의 간략한 전사(前史)
(2) 매체가 창출한 역사소설의 남상
Ⅲ. 신문저널리즘과 역사물의 번성
1. 연재소설로서 역사소설의 정착 배경
2. 역사담물의 계보
3. 역사담물과 역사소설의 경합과 공조
4. 신문소설의 미학과 역사소설의 대중성
Ⅳ. 역사소설 메타내러티브의 형성과 원리
1. 역사소설과 역사담물(歷史譚物) 사이의 경계 긋기
2. 역사와 문학의 길항
3. 역사소설의 통속성과 전작소설(全作小說)로서의 가능성
4. 양식성의 부재와 메타내러티브의 공전
Ⅴ. 담화의 혼종성과 담론의 양가성
1. 전대 서사문학 전통과의 교섭 및 근대소설로의 지향
2. 민족서사로서의 양면성
3. 대중, 통속, 역사 ; 자미(滋味)의 역사 글쓰기
4. 제국주의 국가 담론과 역사의 서사적 재해석
Ⅵ. 보론: 역사소설 연구를 반성하다
부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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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모던 보이는 ‘자미(滋味)’가 있어야 소설을 읽었다
1920년대 중반부터 조선 문단에는 한 가지 주목할 만한 현상이 일어났다. 매일신보 등 주요 신문 도처에 역사소설이 연재되기 시작한 것이다. 야담과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든 역사소설은 대중의 열광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신문사들은 예고 광고까지 하면서 역사소설 연재에 더 열을 올렸다. 작가들 또한 문학성과 대중성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자신들의 글이 즐겁게 읽히길 바라며 흥미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일제 치하 조선 문단에는 신문연재 역사소설의 전성기라는 때 아닌 호황이 도래했다.
당대의 고루한 논자나 비평가들의 시각에서는 지극히 ‘야담’스럽기도 한 역사소설의 그 같은 인기는 위험한 것이었다. 때가 어느 때인가. 진지하고 또 진지하게 시대의 문제를 성찰해야 될 일제시대가 아니었던가. 이에 대해 당시 역사소설가들은 ‘우리는 민족 이야기를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자신의 정당성을 내세웠고, 실제로도 한민족의 역사에서 숱한 제재를 취했다. 그러나 그들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중의 호응과 열광을 끌어들인 자미 곧 재미가 있었다.
『역사소설, 자미(滋味)에 빠지다』는 부제인 ‘새로 쓰는 한국 근대 역사소설의 계보학’이 말해주듯이, 바로 그 ‘자미’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근대 신문연재 역사소설의 계보와 구체적인 면면, 그리고 발전 과정을 소상하게 연구한 학술서이다.
저자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이기도 했던 이 책에서 단순히 당시 역사소설의 알파와 오메가를 나열하고 소개하는 것 이상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역사적 제재를 취한 소설 일반을 가리키는 양식명인 ‘역사소설’이라는 명칭이 실제 역사소설의 실재에 부합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실재의 역사소설을 획일적이고 고유한 미학을 구가하는 양식으로 바라보고 한계 지으려 했던 역사소설 비평이 부여한 명칭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러한 기존 비평의 지배하에 있던 연구는 결국 ‘민족주의 담론’에 갇혀 당시 역사소설의 진정한 면모를 보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문제의식의 핵심은 통속성에 있다. 물론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민족주의 의식이 소설에 투영되기를 강제한 측면이 있다. 어떤 작가도 거기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그러나 실제로 작가들의 펜을 움직인 것은 신문저널리즘의 상업적 압박과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들의 시선이었다. 저자는 “인물 형상의 상투성, 멜로드라마적인 서사 전개, 그리고 삽화적인 서사 구성”과 “연애담, 인물 형상의 미화, 선악의 대비 구도, 궁중 비화, 선정적 묘사, 출세담과 복수담”의 범람이 당시 역사소설을 통속적 성격을 규정짓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대중성을 보증해준 자산이었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민족의식의 고취라는 진중한 이상이 아니라, 재미라는 통속적 매력이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당시 역사소설이 사실은 서구 소설을 모방하는 과정에서 온 일종의 수입된 글쓰기라는 점도 강조한다. 민족주의 의식이라는 틀에 역사소설을 가둘 수 없는 계보학적 이유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저자는 당시 역사소설도 소설 곧 문학에 속하는 것인 이상, ‘역사’, ‘민족’, ‘이데올로기’, ‘정치’는 장악할 수 없는 상상력의 소산이며, 바로 거기에 대중성이 관련되었다고 말한다. 즉 전형적인 양식들 혹은 문학 외적인 틀로 한계 지을 수 없는 문학적인 어떤 것에 착목하자는 얘기다.
▣ 작가 소개
저자 김병길
담양 출생.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 교육개발지원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였고,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조교수이다.
최근 논문으로 「김동리 역사소설과 동양정신」(2009), 「한국 근대 신문연재소설란의 형성 과정 연구」(2009), 「‘황진이’ 설화의 역사소설화와 그 계보」(2009), 「한국 근대 역사문학의 기원과 지형」(2010), 「한국 근대 역사소설과 역사극의 교섭 양상」(2010), 「‘傳’계 소설과 ‘역사소설’의 분절성에 관한 연구」(2011)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Ⅰ. 서론: 역사, 역사소설, 역사소설 비평에 관한 네거티브
1. 사실인가? 허구인가?
2. 메타내러티브는 메타 가능한가?
Ⅱ. ‘역사소설’ 개념의 번역과 도래
1. 용어의 이입과 굴절
(1) 명칭의 외래성
(2) 표제의 고안
(3) 역어(譯語)로서의 잉여
2. 史와 虛構 사이의 거리
(1) 역사전기소설과 역사소설 간의 분절성
(2) 記와 作, 그 분화와 습합
3. 기원의 소거와 전도
(1) 기점 논의의 간략한 전사(前史)
(2) 매체가 창출한 역사소설의 남상
Ⅲ. 신문저널리즘과 역사물의 번성
1. 연재소설로서 역사소설의 정착 배경
2. 역사담물의 계보
3. 역사담물과 역사소설의 경합과 공조
4. 신문소설의 미학과 역사소설의 대중성
Ⅳ. 역사소설 메타내러티브의 형성과 원리
1. 역사소설과 역사담물(歷史譚物) 사이의 경계 긋기
2. 역사와 문학의 길항
3. 역사소설의 통속성과 전작소설(全作小說)로서의 가능성
4. 양식성의 부재와 메타내러티브의 공전
Ⅴ. 담화의 혼종성과 담론의 양가성
1. 전대 서사문학 전통과의 교섭 및 근대소설로의 지향
2. 민족서사로서의 양면성
3. 대중, 통속, 역사 ; 자미(滋味)의 역사 글쓰기
4. 제국주의 국가 담론과 역사의 서사적 재해석
Ⅵ. 보론: 역사소설 연구를 반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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