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옛날 옛적’ 이야기가 ‘지금 여기’ 힘차게 되살아난다
옛사람들의 삶과 꿈이 담긴 옛이야기를 오늘에 되살리는 길을 이야기합니다. 서로 다른 매력이 어우러지는 옛이야기를 찬찬히 뜯어보고, 이어받을 때 지킬 것과 버릴 것을 가려냅니다. 옛이야기 속 쉽고 감칠맛 나는 우리 입말, 민속자료로 묻혀 있는 무속신화 이야기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이미 있는 이야기를 대충 손질하는 일쯤으로 오해하기 쉬운 옛이야기 다시쓰기를, 여러 각도에서 되짚어 보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 땅에 우리 옛이야기가 힘차게 되살아나 들꽃처럼 피어나고 강물처럼 흐르기를, 그리하여 우리 사는 세상도 조금만 더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이 되기를, 무엇보다도 아이들 얼굴에 웃음과 여유가 되살아나기를 간절히 빌어 본다. 이 어설픈 책이 그 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겠다.” _글쓴이
‘옛이야기 어떻게 다시 쓸까’에 속 시원히 답한다
스무 해 넘게 옛이야기 다시 쓰기와 들려주기에 앞장서 온 서정오 선생이 《옛이야기 되살리기》를 펴냈다. 《옛이야기 들려주기》 초판이 나온 뒤 열여섯 해 만이다. 그동안 더 깊어지고 넓어진 연구 성과가 이 한 권에 응축돼 있다. 앞 책이 옛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문화 자체를 이끌어 냈다면, 이번 책은 옛이야기의 속살을 좀 더 깊숙이 파고들어 간다. 옛이야기의 뿌리, 거기서 뻗어 나온 큰 줄기와 작은 가지들을 샅샅이 살펴보고, 그중 무엇을 가꾸고 무엇을 쳐낼 것인가, 곧 옛이야기를 ‘어떻게 다시 쓸 것인가’에 대해 속 시원한 답을 내놓는다.
지금껏 옛이야기 다시 쓰기를 중요하게 다룬 책들은 거의 없었고, 다루더라도 문제를 ‘지적’하는 텍스트 분석에 그쳤다. 그런 만큼 다시 쓰기의 방향을 친절하고도 확고하게 제시하는 이 책의 존재감은 남다르고 무겁다. 흔히 ‘다시 쓰기’라고 하면 작가가 아니고서야 상관없는 얘기로 여기기 쉬운데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옛날에는 이야기를 누구나 ‘말’로 자연스럽게 퍼뜨렸을 터인데, 이제는 사실상 ‘글(책)’이 그 구실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이야기를 다시 ‘쓰는’ 사람, 써 놓은 것을 ‘고르는’ 사람, 잘 골라서 ‘들려주는’ 사람 모두가 이 시대의 옛이야기 전승자가 되는 셈이다. 이 책은 그 막중한 책임을 짊어진 모든 어른들에게 보내는 간곡한 제언이며, 더 좁게는 옛이야기 작가들과 비평가들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이미 있는 옛이야기를 손질하는 일쯤이야 글재주만 조금 있으면 누가 못해?”
글쓴이는 이러한 편견에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온 옛이야기는 옛날부터 이 땅에 살아온 수많은 백성들이 함께 만든 것”이며, “따라서 수많은 백성들의 삶과 꿈, 숨결과 소망이 이야기마다 넘치도록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깊이 이해하고 다듬지 않으면 중요한 가치들이 다치기 쉽다. 그렇다고 조금도 손대지 않고 고스란히 묵혀 두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이야기는 되도록 많은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어야 보람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옛이야기를 다시 쓸 때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옛이야기 되살리기》는 이 물음에 대한 최선의 답이다. 독자 쪽에서는, 넘쳐나는 옛이야기 책들 가운데 어떤 것을 골라야 제대로 고르는 것일까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글쓴이가 그 기준으로 시종일관 강조하고 있는 것은 ‘민중성’이다. ‘약자 편들기’ ‘인습과 도덕의 굴레 벗기’ ‘현실 바로 비추기와 뒤집기’ ‘권세와 힘에 대한 풍자’ ‘거침없는 해학’ 들로 대표되는 민중성은 옛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이며, 거의 전부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옛이야기는 그야말로 ‘백성들의, 백성들에 의한, 백성들을 위한’ 이야기인 것이다.
민중성을 굳건히 지킨다면 반대로 버려야 할 것은 분명해진다. 반민중성, 곧 ‘약자 놀리기’ ‘장애 비웃기’ ‘여성 깔보기’ ‘강요되는 효도’ ‘떳떳하지 못한 꾀’ 같은 전근대적 모습들이다. 글쓴이는 애초에 반민중성을 띠고 있거나, 다시 쓰는 과정에서 민중성이 어그러진 이야기들을 사례로 들면서 알기 쉽게 설명한다. 또한 정신분석학을 동원해 옛이야기를 해석하는 서양 이론들(브루노 베텔하임, 《옛이야기의 매력 1~2》와 같은)은 ‘약자의 편에 서고 약자가 승리’한다는 민중성의 핵심을 간과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신화,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옛이야기
이 책은 민속자료로만 묻혀 있던 우리 말신화(구전신화)를 옛이야기 안으로 품어 안을 것을 제안한다. 글쓴이는 일찍이 《우리가 정말 알아야 우리 신화》(현암사, 2003)에서 다시 쓴 말신화 21편을 선보여 주목받기도 했다.
말신화는 대부분 무속신화로, 거의가 굿판에서 태어나 굿노래(서사무가)에 실려 전해졌다. 그러다 보니 ‘민담’이나 ‘전설’과는 다르게 ‘이야기’로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하지만 글쓴이는 ‘민담, 전설, 신화’로 나누는 구분법 또한 학자들이 나중에 편의상 만들어 낸 것이지, 당시 백성들에게는 다 똑같은 이야기일 뿐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말신화는 옛이야기의 중요 조건인 민중성과 서사성이 풍부하므로, 옛이야기로 다시 쓰이고 읽힐 자격이 충분함을 증명해 보인다.
말신화는 지금껏 글신화(문헌신화)에 밀려 더더욱 빛을 보지 못했다. 글신화는 대부분 건국 신화로, 나라를 세운 위대한 영웅들 이야기다. 그에 반해 말신화는 가난하고 억압받는 백성들이 고생 끝에 결국 신으로 올라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여기 나오는 신들은 서양 신화의 신들처럼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전능한 존재가 아니다. 신은 끝에 가서 사람에게 신성을 주려고 잠깐 나타나며, 사람 위에서 군림한다기보다 같은 자리에서 함께하는 느낌이다.
글쓴이는 이렇듯 민중성이 투철한 우리 말신화를 집중 조명하고, 어떻게 되살려 다시 쓸지 뚜렷한 길을 제시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 같은 서양 신화에 길들여진 우리 아이들에게, 이 땅 백성들의 고난과 승리가 진하게 담긴 우리 신화를 돌려주는 길이다.
오늘에 살아 숨 쉬는 옛이야기 정신
옛이야기를 올바로 다시 써 내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옛이야기의 장점을 살려 오늘날 창작에 응용하는 일 또한 매우 값지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도 매우 믿음직한 길잡이다.
옛이야기의 주목할 만한 장점으로, 먼저 민중성을 들 수 있다. 민중성은 “옛이야기에 담긴 성질일 뿐 아니라 명백한 미덕”이기도 하다. 약자를 편드는 이야기를 들을 때 아이들은 친근감과 동정심을 느끼며 흠뻑 빠져든다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이야기를 널리 나누는 것은, 애초에 공평하지 못해 한쪽으로 기울어진 이 세상에서, 그 반대쪽에 작고도 큰 추를 실어 주는 일이라고 글쓴이는 말한다.
또 다른 장점으로 옛이야기를 이루는 언어를 들 수 있다. 구성지고 감칠맛 나는 이 말투는 오롯한 토박이말이자, 어린아이들이 쓰는 것 같은 순수한 입말이다. 옛이야기를 다시 쓰는 작가들이 이러한 말법을 아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꼭 옛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는 모든 글이 본받을 만한 말법이기도 하다.
2장 ‘옛이야기 말 살피기’에서, ‘꾸미는 꼴보다 푸는 꼴이 많다’ ‘말마디가 짧다’ ‘임자말을 아낀다’ ‘끝말이 아기자기하다’ ‘이음말을 쉽게 쓴다’ ‘삼인칭대이름씨가 없다’ ‘본딧말보다 준말을 즐겨 쓴다’ ‘토씨를 꺼린다’ ‘가락을 넣는다’ ‘때매김이 자유롭다’ 같은 옛이야기 말의 특징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병들어 가는 요즘 언어 사용을 되돌아보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우리 입말과 새삼 만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서정오
1955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나 식구들과 동네 어른들에게 옛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다. 안동 교육 대학과 대구 교육 대학을 졸업한 뒤 오랫동안 초등 학교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쳤다. 1984년 소년 소설 ‘언청이 순이’를 『이 땅의 어린이 문학』에 발표하면서 동화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옛 이야기를 새로 쓰고 들려주는 일을 열심히 해 왔다.
교육 현장에서 어린이들에게 우리 옛 이야기를 들려준 경험을 바탕으로 『옛 이야기 들려주기』를 썼고, 이 때 어린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잘 갈무리해서 《옛 이야기 보따리》 시리즈(모두 10권)로 펴냈다. 옛 이야기 속에 숨은 뜻을 해치지 않으면서, 백성들의 끈끈한 정이 담긴 입말을 살려 새로 쓴 옛 이야기로, 방정환 이후 ‘들려주는 문학’으로서 옛 이야기를 다시 꽃피운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어린이도서연구회에 몸담고 있으며, 옛 이야기연구회를 이끌고 있다.
▣ 주요 목차
옛이야기를 바르게 되살리는 길
1장 옛이야기 바로 보기
현실 거꾸로 뒤집기와 바로 비추기
백성답기와 그렇지 않기
틀에 갇히기와 벗어나기
아프게 하기와 어루만지기
2장 옛이야기 말 살피기
옛이야기 서술 특성
옛이야기에서 배우는 우리 입말
3장 옛이야기 자리 넓히기
우리 신화 새롭게 보기
말신화의 서사성과 민중성
4장 옛이야기 슬기롭게 이어받기
옛이야기 다시쓰기의 길 찾기
옛이야기 다시쓸 때 지킬 것과 바꿀 것
옛이야기 속 전근대성 가려내기
‘옛날 옛적’ 이야기가 ‘지금 여기’ 힘차게 되살아난다
옛사람들의 삶과 꿈이 담긴 옛이야기를 오늘에 되살리는 길을 이야기합니다. 서로 다른 매력이 어우러지는 옛이야기를 찬찬히 뜯어보고, 이어받을 때 지킬 것과 버릴 것을 가려냅니다. 옛이야기 속 쉽고 감칠맛 나는 우리 입말, 민속자료로 묻혀 있는 무속신화 이야기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이미 있는 이야기를 대충 손질하는 일쯤으로 오해하기 쉬운 옛이야기 다시쓰기를, 여러 각도에서 되짚어 보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 땅에 우리 옛이야기가 힘차게 되살아나 들꽃처럼 피어나고 강물처럼 흐르기를, 그리하여 우리 사는 세상도 조금만 더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이 되기를, 무엇보다도 아이들 얼굴에 웃음과 여유가 되살아나기를 간절히 빌어 본다. 이 어설픈 책이 그 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겠다.” _글쓴이
‘옛이야기 어떻게 다시 쓸까’에 속 시원히 답한다
스무 해 넘게 옛이야기 다시 쓰기와 들려주기에 앞장서 온 서정오 선생이 《옛이야기 되살리기》를 펴냈다. 《옛이야기 들려주기》 초판이 나온 뒤 열여섯 해 만이다. 그동안 더 깊어지고 넓어진 연구 성과가 이 한 권에 응축돼 있다. 앞 책이 옛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문화 자체를 이끌어 냈다면, 이번 책은 옛이야기의 속살을 좀 더 깊숙이 파고들어 간다. 옛이야기의 뿌리, 거기서 뻗어 나온 큰 줄기와 작은 가지들을 샅샅이 살펴보고, 그중 무엇을 가꾸고 무엇을 쳐낼 것인가, 곧 옛이야기를 ‘어떻게 다시 쓸 것인가’에 대해 속 시원한 답을 내놓는다.
지금껏 옛이야기 다시 쓰기를 중요하게 다룬 책들은 거의 없었고, 다루더라도 문제를 ‘지적’하는 텍스트 분석에 그쳤다. 그런 만큼 다시 쓰기의 방향을 친절하고도 확고하게 제시하는 이 책의 존재감은 남다르고 무겁다. 흔히 ‘다시 쓰기’라고 하면 작가가 아니고서야 상관없는 얘기로 여기기 쉬운데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옛날에는 이야기를 누구나 ‘말’로 자연스럽게 퍼뜨렸을 터인데, 이제는 사실상 ‘글(책)’이 그 구실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이야기를 다시 ‘쓰는’ 사람, 써 놓은 것을 ‘고르는’ 사람, 잘 골라서 ‘들려주는’ 사람 모두가 이 시대의 옛이야기 전승자가 되는 셈이다. 이 책은 그 막중한 책임을 짊어진 모든 어른들에게 보내는 간곡한 제언이며, 더 좁게는 옛이야기 작가들과 비평가들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이미 있는 옛이야기를 손질하는 일쯤이야 글재주만 조금 있으면 누가 못해?”
글쓴이는 이러한 편견에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온 옛이야기는 옛날부터 이 땅에 살아온 수많은 백성들이 함께 만든 것”이며, “따라서 수많은 백성들의 삶과 꿈, 숨결과 소망이 이야기마다 넘치도록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깊이 이해하고 다듬지 않으면 중요한 가치들이 다치기 쉽다. 그렇다고 조금도 손대지 않고 고스란히 묵혀 두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이야기는 되도록 많은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어야 보람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옛이야기를 다시 쓸 때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옛이야기 되살리기》는 이 물음에 대한 최선의 답이다. 독자 쪽에서는, 넘쳐나는 옛이야기 책들 가운데 어떤 것을 골라야 제대로 고르는 것일까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글쓴이가 그 기준으로 시종일관 강조하고 있는 것은 ‘민중성’이다. ‘약자 편들기’ ‘인습과 도덕의 굴레 벗기’ ‘현실 바로 비추기와 뒤집기’ ‘권세와 힘에 대한 풍자’ ‘거침없는 해학’ 들로 대표되는 민중성은 옛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이며, 거의 전부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옛이야기는 그야말로 ‘백성들의, 백성들에 의한, 백성들을 위한’ 이야기인 것이다.
민중성을 굳건히 지킨다면 반대로 버려야 할 것은 분명해진다. 반민중성, 곧 ‘약자 놀리기’ ‘장애 비웃기’ ‘여성 깔보기’ ‘강요되는 효도’ ‘떳떳하지 못한 꾀’ 같은 전근대적 모습들이다. 글쓴이는 애초에 반민중성을 띠고 있거나, 다시 쓰는 과정에서 민중성이 어그러진 이야기들을 사례로 들면서 알기 쉽게 설명한다. 또한 정신분석학을 동원해 옛이야기를 해석하는 서양 이론들(브루노 베텔하임, 《옛이야기의 매력 1~2》와 같은)은 ‘약자의 편에 서고 약자가 승리’한다는 민중성의 핵심을 간과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신화,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옛이야기
이 책은 민속자료로만 묻혀 있던 우리 말신화(구전신화)를 옛이야기 안으로 품어 안을 것을 제안한다. 글쓴이는 일찍이 《우리가 정말 알아야 우리 신화》(현암사, 2003)에서 다시 쓴 말신화 21편을 선보여 주목받기도 했다.
말신화는 대부분 무속신화로, 거의가 굿판에서 태어나 굿노래(서사무가)에 실려 전해졌다. 그러다 보니 ‘민담’이나 ‘전설’과는 다르게 ‘이야기’로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하지만 글쓴이는 ‘민담, 전설, 신화’로 나누는 구분법 또한 학자들이 나중에 편의상 만들어 낸 것이지, 당시 백성들에게는 다 똑같은 이야기일 뿐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말신화는 옛이야기의 중요 조건인 민중성과 서사성이 풍부하므로, 옛이야기로 다시 쓰이고 읽힐 자격이 충분함을 증명해 보인다.
말신화는 지금껏 글신화(문헌신화)에 밀려 더더욱 빛을 보지 못했다. 글신화는 대부분 건국 신화로, 나라를 세운 위대한 영웅들 이야기다. 그에 반해 말신화는 가난하고 억압받는 백성들이 고생 끝에 결국 신으로 올라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여기 나오는 신들은 서양 신화의 신들처럼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전능한 존재가 아니다. 신은 끝에 가서 사람에게 신성을 주려고 잠깐 나타나며, 사람 위에서 군림한다기보다 같은 자리에서 함께하는 느낌이다.
글쓴이는 이렇듯 민중성이 투철한 우리 말신화를 집중 조명하고, 어떻게 되살려 다시 쓸지 뚜렷한 길을 제시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 같은 서양 신화에 길들여진 우리 아이들에게, 이 땅 백성들의 고난과 승리가 진하게 담긴 우리 신화를 돌려주는 길이다.
오늘에 살아 숨 쉬는 옛이야기 정신
옛이야기를 올바로 다시 써 내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옛이야기의 장점을 살려 오늘날 창작에 응용하는 일 또한 매우 값지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도 매우 믿음직한 길잡이다.
옛이야기의 주목할 만한 장점으로, 먼저 민중성을 들 수 있다. 민중성은 “옛이야기에 담긴 성질일 뿐 아니라 명백한 미덕”이기도 하다. 약자를 편드는 이야기를 들을 때 아이들은 친근감과 동정심을 느끼며 흠뻑 빠져든다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이야기를 널리 나누는 것은, 애초에 공평하지 못해 한쪽으로 기울어진 이 세상에서, 그 반대쪽에 작고도 큰 추를 실어 주는 일이라고 글쓴이는 말한다.
또 다른 장점으로 옛이야기를 이루는 언어를 들 수 있다. 구성지고 감칠맛 나는 이 말투는 오롯한 토박이말이자, 어린아이들이 쓰는 것 같은 순수한 입말이다. 옛이야기를 다시 쓰는 작가들이 이러한 말법을 아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꼭 옛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는 모든 글이 본받을 만한 말법이기도 하다.
2장 ‘옛이야기 말 살피기’에서, ‘꾸미는 꼴보다 푸는 꼴이 많다’ ‘말마디가 짧다’ ‘임자말을 아낀다’ ‘끝말이 아기자기하다’ ‘이음말을 쉽게 쓴다’ ‘삼인칭대이름씨가 없다’ ‘본딧말보다 준말을 즐겨 쓴다’ ‘토씨를 꺼린다’ ‘가락을 넣는다’ ‘때매김이 자유롭다’ 같은 옛이야기 말의 특징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병들어 가는 요즘 언어 사용을 되돌아보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우리 입말과 새삼 만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서정오
1955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나 식구들과 동네 어른들에게 옛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다. 안동 교육 대학과 대구 교육 대학을 졸업한 뒤 오랫동안 초등 학교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쳤다. 1984년 소년 소설 ‘언청이 순이’를 『이 땅의 어린이 문학』에 발표하면서 동화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옛 이야기를 새로 쓰고 들려주는 일을 열심히 해 왔다.
교육 현장에서 어린이들에게 우리 옛 이야기를 들려준 경험을 바탕으로 『옛 이야기 들려주기』를 썼고, 이 때 어린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잘 갈무리해서 《옛 이야기 보따리》 시리즈(모두 10권)로 펴냈다. 옛 이야기 속에 숨은 뜻을 해치지 않으면서, 백성들의 끈끈한 정이 담긴 입말을 살려 새로 쓴 옛 이야기로, 방정환 이후 ‘들려주는 문학’으로서 옛 이야기를 다시 꽃피운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어린이도서연구회에 몸담고 있으며, 옛 이야기연구회를 이끌고 있다.
▣ 주요 목차
옛이야기를 바르게 되살리는 길
1장 옛이야기 바로 보기
현실 거꾸로 뒤집기와 바로 비추기
백성답기와 그렇지 않기
틀에 갇히기와 벗어나기
아프게 하기와 어루만지기
2장 옛이야기 말 살피기
옛이야기 서술 특성
옛이야기에서 배우는 우리 입말
3장 옛이야기 자리 넓히기
우리 신화 새롭게 보기
말신화의 서사성과 민중성
4장 옛이야기 슬기롭게 이어받기
옛이야기 다시쓰기의 길 찾기
옛이야기 다시쓸 때 지킬 것과 바꿀 것
옛이야기 속 전근대성 가려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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