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이제야 제대로 된 한국어 번역을 소개한다 ― 바디우 철학의 지도를 안내하는 이정표와 같은 책
혁신과 실천, 제한 없는 낙관과 끝없는 가능성의 철학자이자 진리와 주체의 철학자인 알랭 바디우(Alain Badiou, 1937~)의 1989년 저작 『철학을 위한 선언』(Manifeste pour la philosophie)을 도서출판 길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내놓는다. 이번에 새롭게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번역은 바디우의 지도로 박사 학위를 받은 서용순의 것이다. 이 책 『철학을 위한 선언』은 그 철학의 방향을 알린 신호탄과 같은 작품으로, 워낙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가 아직 주저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바디우의 철학을 알고자 할 때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철학의 귀환을 선언한다 ― 포스트-근대가 지배한 철학적 정세에 대한 개입
바디우는 1989년 자신의 철학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것이 바로『철학을 위한 선언』이다. 이 책은 ‘철학의 종말’이라는 당시의 철학적 정세에 대한 개입이다. 그는 철학의 종말이라는 당시의 지배적인 테마에 맞서 철학의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다. 그러나 단지 선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작은 책에서 바디우는 자신의 철학적 시스템의 주요 얼개를 보여주고 있다.
『철학을 위한 선언』은 바디우의 저작들 중에서도 상당히 큰 중요성을 갖는 책이다. 1988년에 출판된 〔주저〕『존재와 사건』에서 드러난 바디우의 철학적 시도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글이 바로 『철학을 위한 선언』이다. 또한 이 책은 이후 바디우 철학이 진행되는 방향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그렇다. 이 책은 다름 아닌‘철학적 선언’이다. 당시의 철학적 국면에 대한 개입일 뿐만 아니라 이후의 철학이 나아가야 할 바를 천명하는 선언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중요성은 아주 크다. 바디우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하는 강이 바로『철학을 위한 선언』인 것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프랑스는 흔히 포스트-근대의 중심지로 여겨진다. 장-프랑수아 리오타르는 건축술로서의 철학, 즉 시스템으로서의 철학에 종말을 선고하였고, 많은 철학자들이 플라톤 이래 철학에서 배제된 시학(詩學, poetique)의 문제로 돌아갔다. 마르크스주의를 비롯한 이른바 거대 담론은 해체되었고, 전통적인 철학의 영역이었던 진리와 주체의 문제는 더 이상 제기되지 않았다. 그것은 포스트-근대 철학의 유행과 더불어 일반화된 경향이었다.
바디우는 철학의 종말을 논하는 포스트-근대 철학의 중심지로 여겨지는 프랑스 철학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철학자이다. 그는 철학을 옹호한다. 그에게 존재, 진리, 주체는 포기될 수 없는 철학의 테마이다. 특히 진리의 범주는 철학을 철학이게끔 하는 가장 중심적인 요소이다. 그는 진리와 주체의 범주를 전통 철학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개작한다. 그 개작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이 책 『철학을 위한 선언』에서 우리는 보다 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전통 철학의 곤경은 진리 중 하나 또는 일부를 특권화한 점에 있다 ― 새롭게 열리는 진리의 지평
철학의 중심 테마인 진리와 주체의 관념을 복권시키기 위해 바디우가 착수한 작업의 출발점은 존재의 다수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존재는 일자가 아니다. 존재가 일자로 환원되는 것은 하나로-셈하기라는 구조의 작용 때문이다. 우리는 존재가 다수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하다면 우리는 진리의 존재 역시 일자가 아닌 다수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전통 철학의 곤경은 바로 이 지점에 있었다. 철학은 대개의 경우 하나의 진리 또는 진리의 일부만을 특권화하고 나머지 진리들을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하였던 것이다.
진리가 여럿이라면 그 진리가 생산되는 장소도 여럿일 수밖에 없다. 바디우는 그 영역을 ‘진리의 유적 절차’(Procedures generiques des verites)라고 부르고, 그것을 네 가지로 분류한다. 그 절차들은 바로 혁명적 정치, 사랑, 과학, 예술이다. 바로 이러한 영역에서 진리는 생산된다. 그러나 전통 철학은 진리를 생산하는 절차 중 하나 또는 일부에 철학의 기능을 위임하였고, 그 결과 철학은 특정한 진리 생산 절차에 봉합되어 버렸다. 진리는 어느 하나의 영역에 갇혀버렸다. 이것을 바디우는 철학의 ‘봉합’이라고 명명한다. 그는 다양한 봉합의 실례를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19세기는 철학이 과학적 실증주의에 봉합된 시기였고, 영미권의 아카데미 철학은 아직도 이 봉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는 철학을 정치와 과학에 동시에 봉합시켰다. 이러한 이중의 봉합의 복잡한 구조를 스탈린은 철학, 혹은 변증법적 유물론이라고 부른다. 하이데거는 기술이 되어버린 과학에 반대하여 철학을 시학에 가두어버린 것으로 간주된다.
철학을 옹호하는 바디우의 기획은 무엇보다도 철학을 탈봉합시키는 것이다. 바디우는 탈봉합된 철학, 다시 말해 특정 진리의 전제에서 벗어나 네 가지 진리 생산 절차를 동시에 사유하는 철학을 원한다.(공가능성compossibilite, 여러 가지 조건이 각자의 영역에서 모두 진리를 생산하는 가능성) 그리고 그는 오늘날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제 철학은 진리를 생산하는 유적 절차들과 사건들을 사유해야 한다 ― 또 다른 합리주의의 수립
서구를, 나아가서는 세계를 지배했던 큰 흐름인 합리주의는 인간을 행복으로 인도하지 못한 채, 스스로의 수명을 다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성의 전제적 지배에 대한 포스트-근대 철학의 비판은 불가역적이다. 우리는 더 이상 이성의 지배에 대한 낙관적인 확신 속에 머무르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바디우는 이러한 비관적 전망을 따르지 않고 또 다른 합리주의의 수립을 통해 철학을 긍정하려고 시도한다. 프랑스 합리주의의 전통 속에 있는 바디우는 현대 집합 이론의 성과를 철학적으로 풀어내어 집합론을 존재론과 등치시킨다. 수학자들 자신은 몰랐지만 사실상 그것은 존재론이었다는 것이다. 바디우에게 존재론은 수학의 영역에 속한다. 그리고 그는 그 안에서 사건의 가능성을 찾는다. 사건은 수평적인 것에 대한 수직적인 개입으로, 다시 말해 구조 안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사건은 상황에 내재적이다. 사회-역사적 상황이 필연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공백의 구조를 바디우는 ‘사건의 자리’(site evenementiel)라는 개념을 통해 사건의 원인으로 간주한다. 결국 바디우에게 사건은 개념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건을 계기로 진리와 주체가 출현한다.
사건을 통하여 출현하는 다수는 명명 불가능한 ‘유적 다수’(multiplicite generique)로서 상황을 변화시키는 동력으로 자리 잡는다. 이 모든 과정은 존재하는 것이 아닌 출현하는 것으로서의 진리와 주체를 합리적인 방식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인 동시에, 상황의 변화 또는 혁명적 변화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는 시도이다.
바디우의 철학은 항상 문제적이다 ― 고대 철학에서 포스트-근대 철학까지 철학사 전체에 대한 비판
철학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철학조차도 새로운 철학의 방향을 세우는 것을 보면, 철학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이 책이 겨누고 있는 것도 그것이다. ‘철학의 새로운 출발’을 주장하는 바디우는 전통 철학에서 벗어나 철학을 일신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바디우의 철학은 항상 문제적이다. 바디우는 여러 철학적 범주를 새롭게 창안하거나 전환시킨다. 실제로 그의 사유는 고대 철학에서 포스트-근대 철학에 이르는 철학사 전체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을 포함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건설적인 사유일 것이다. 이제 철학은 이전의 방식으로는 생존하기 힘들다. 철학은 변해야 한다. 특히 아카데미즘을 지향하는 철학이 아닌 현실 속에서 숨 쉬고자 하는 철학이라면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철학은 오늘의 현실에 대해 말해야 하고, 그것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비판을 수행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의 상황은 그것을 더욱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바디우의 철학은 열려 있는 체계임과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여는 철학이다. 수학을 메타철학으로 삼는 그의 철학은 사변적이라고 비판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바디우의 철학에서는 그 사변조차도 철저히 현실을 가리킨다. 바디우가 말하는 진리는 다수의 진리로서 전혀 다른 진리의 지평을 인정하는, 결코 폭압적이지 않은 열려 있는 진리이다. 이러한 바디우의 철학은 우리로 하여금 복수의 진리를 서로 다른 영역에서 사고하게 하며, 잃어버렸던 주체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유할 수 있게 한다. 바디우와 더불어 합리적 사유는 마침내 가능해지고, 그것이 포함하는 혁명적 사유는 마침내 펼쳐질 수 있게 된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알랭 바디우
Alain Badiou
알랭 바디우는 파리8대학 철학과 교수와 파리 고등사범학교 교수를 역임했으며 다양한 철학 저서들을 저술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현대 프랑스 철학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하는 철학자로, 현대 프랑스 철학의 주된 경향인 반플라톤주의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강력한 이론적 논증을 전개하고 있다. 1937년 모로코의 라바에서 태어났으며, 1969년부터 파리 8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프랑스와 마스빼로 출판사에서 ''예난'' 총서의 편집책임을 맡았었고 현재는 쒜으유 출판사의 ''철학적 질서''총서의 편집책임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 소설, 희곡 등의 예술 작품들을 창작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모델의 개념』『모순의 이론』『이데올로기에 대하여』『주체의 이론』『우리는 정치를 사고할 수 있는가』『존재와 사건』『수와 수들』『불투명한 파국에 대하여』『베케트, 지칠 줄 모르는 욕망』『들뢰즈』『사도 바울, 보편주의의 정립』『이행적 존재론에 대한 짧은 개설』『메타정치학 개요』『비 미학에 대한 작은 교재』『세기』『세계들의 논리들』『레닌 재장전』등이 있다.
역자 : 서용순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한 뒤 프랑스에서 앙드레 토젤(Andre Tosel), 자크 비데(Jacques Bidet), 에티엔 발리바(Etienne Balibar) 등에게 사사했고, 알랭 바디우의 지도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5년에 귀국하여 바디우의 진리철학을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 대한 정치철학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철학의 조건으로서의 정치」, 「바디우 철학에서의 공백의 문제」, 「5.18의 주체성과 후사건적 주체의 미래에 대한 소고」, 「‘세계화된 세계’의 정치에 대한 소고」 등 다수의 논문을 집필했다.
▣ 주요 목차
해제│바디우 철학의 흐름과 『철학을 위한 선언』의 지위
1 가능성
2 조건들
3 근대성
4 통념상의 하이데거
5 허무주의?
6 봉합
7 시인들의 시대
8 사건들
9 문제들
10 플라톤적 몸짓
11 유적인 것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이제야 제대로 된 한국어 번역을 소개한다 ― 바디우 철학의 지도를 안내하는 이정표와 같은 책
혁신과 실천, 제한 없는 낙관과 끝없는 가능성의 철학자이자 진리와 주체의 철학자인 알랭 바디우(Alain Badiou, 1937~)의 1989년 저작 『철학을 위한 선언』(Manifeste pour la philosophie)을 도서출판 길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내놓는다. 이번에 새롭게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번역은 바디우의 지도로 박사 학위를 받은 서용순의 것이다. 이 책 『철학을 위한 선언』은 그 철학의 방향을 알린 신호탄과 같은 작품으로, 워낙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가 아직 주저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바디우의 철학을 알고자 할 때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철학의 귀환을 선언한다 ― 포스트-근대가 지배한 철학적 정세에 대한 개입
바디우는 1989년 자신의 철학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것이 바로『철학을 위한 선언』이다. 이 책은 ‘철학의 종말’이라는 당시의 철학적 정세에 대한 개입이다. 그는 철학의 종말이라는 당시의 지배적인 테마에 맞서 철학의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다. 그러나 단지 선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작은 책에서 바디우는 자신의 철학적 시스템의 주요 얼개를 보여주고 있다.
『철학을 위한 선언』은 바디우의 저작들 중에서도 상당히 큰 중요성을 갖는 책이다. 1988년에 출판된 〔주저〕『존재와 사건』에서 드러난 바디우의 철학적 시도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글이 바로 『철학을 위한 선언』이다. 또한 이 책은 이후 바디우 철학이 진행되는 방향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그렇다. 이 책은 다름 아닌‘철학적 선언’이다. 당시의 철학적 국면에 대한 개입일 뿐만 아니라 이후의 철학이 나아가야 할 바를 천명하는 선언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중요성은 아주 크다. 바디우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하는 강이 바로『철학을 위한 선언』인 것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프랑스는 흔히 포스트-근대의 중심지로 여겨진다. 장-프랑수아 리오타르는 건축술로서의 철학, 즉 시스템으로서의 철학에 종말을 선고하였고, 많은 철학자들이 플라톤 이래 철학에서 배제된 시학(詩學, poetique)의 문제로 돌아갔다. 마르크스주의를 비롯한 이른바 거대 담론은 해체되었고, 전통적인 철학의 영역이었던 진리와 주체의 문제는 더 이상 제기되지 않았다. 그것은 포스트-근대 철학의 유행과 더불어 일반화된 경향이었다.
바디우는 철학의 종말을 논하는 포스트-근대 철학의 중심지로 여겨지는 프랑스 철학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철학자이다. 그는 철학을 옹호한다. 그에게 존재, 진리, 주체는 포기될 수 없는 철학의 테마이다. 특히 진리의 범주는 철학을 철학이게끔 하는 가장 중심적인 요소이다. 그는 진리와 주체의 범주를 전통 철학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개작한다. 그 개작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이 책 『철학을 위한 선언』에서 우리는 보다 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전통 철학의 곤경은 진리 중 하나 또는 일부를 특권화한 점에 있다 ― 새롭게 열리는 진리의 지평
철학의 중심 테마인 진리와 주체의 관념을 복권시키기 위해 바디우가 착수한 작업의 출발점은 존재의 다수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존재는 일자가 아니다. 존재가 일자로 환원되는 것은 하나로-셈하기라는 구조의 작용 때문이다. 우리는 존재가 다수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하다면 우리는 진리의 존재 역시 일자가 아닌 다수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전통 철학의 곤경은 바로 이 지점에 있었다. 철학은 대개의 경우 하나의 진리 또는 진리의 일부만을 특권화하고 나머지 진리들을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하였던 것이다.
진리가 여럿이라면 그 진리가 생산되는 장소도 여럿일 수밖에 없다. 바디우는 그 영역을 ‘진리의 유적 절차’(Procedures generiques des verites)라고 부르고, 그것을 네 가지로 분류한다. 그 절차들은 바로 혁명적 정치, 사랑, 과학, 예술이다. 바로 이러한 영역에서 진리는 생산된다. 그러나 전통 철학은 진리를 생산하는 절차 중 하나 또는 일부에 철학의 기능을 위임하였고, 그 결과 철학은 특정한 진리 생산 절차에 봉합되어 버렸다. 진리는 어느 하나의 영역에 갇혀버렸다. 이것을 바디우는 철학의 ‘봉합’이라고 명명한다. 그는 다양한 봉합의 실례를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19세기는 철학이 과학적 실증주의에 봉합된 시기였고, 영미권의 아카데미 철학은 아직도 이 봉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는 철학을 정치와 과학에 동시에 봉합시켰다. 이러한 이중의 봉합의 복잡한 구조를 스탈린은 철학, 혹은 변증법적 유물론이라고 부른다. 하이데거는 기술이 되어버린 과학에 반대하여 철학을 시학에 가두어버린 것으로 간주된다.
철학을 옹호하는 바디우의 기획은 무엇보다도 철학을 탈봉합시키는 것이다. 바디우는 탈봉합된 철학, 다시 말해 특정 진리의 전제에서 벗어나 네 가지 진리 생산 절차를 동시에 사유하는 철학을 원한다.(공가능성compossibilite, 여러 가지 조건이 각자의 영역에서 모두 진리를 생산하는 가능성) 그리고 그는 오늘날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제 철학은 진리를 생산하는 유적 절차들과 사건들을 사유해야 한다 ― 또 다른 합리주의의 수립
서구를, 나아가서는 세계를 지배했던 큰 흐름인 합리주의는 인간을 행복으로 인도하지 못한 채, 스스로의 수명을 다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성의 전제적 지배에 대한 포스트-근대 철학의 비판은 불가역적이다. 우리는 더 이상 이성의 지배에 대한 낙관적인 확신 속에 머무르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바디우는 이러한 비관적 전망을 따르지 않고 또 다른 합리주의의 수립을 통해 철학을 긍정하려고 시도한다. 프랑스 합리주의의 전통 속에 있는 바디우는 현대 집합 이론의 성과를 철학적으로 풀어내어 집합론을 존재론과 등치시킨다. 수학자들 자신은 몰랐지만 사실상 그것은 존재론이었다는 것이다. 바디우에게 존재론은 수학의 영역에 속한다. 그리고 그는 그 안에서 사건의 가능성을 찾는다. 사건은 수평적인 것에 대한 수직적인 개입으로, 다시 말해 구조 안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사건은 상황에 내재적이다. 사회-역사적 상황이 필연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공백의 구조를 바디우는 ‘사건의 자리’(site evenementiel)라는 개념을 통해 사건의 원인으로 간주한다. 결국 바디우에게 사건은 개념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건을 계기로 진리와 주체가 출현한다.
사건을 통하여 출현하는 다수는 명명 불가능한 ‘유적 다수’(multiplicite generique)로서 상황을 변화시키는 동력으로 자리 잡는다. 이 모든 과정은 존재하는 것이 아닌 출현하는 것으로서의 진리와 주체를 합리적인 방식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인 동시에, 상황의 변화 또는 혁명적 변화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는 시도이다.
바디우의 철학은 항상 문제적이다 ― 고대 철학에서 포스트-근대 철학까지 철학사 전체에 대한 비판
철학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철학조차도 새로운 철학의 방향을 세우는 것을 보면, 철학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이 책이 겨누고 있는 것도 그것이다. ‘철학의 새로운 출발’을 주장하는 바디우는 전통 철학에서 벗어나 철학을 일신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바디우의 철학은 항상 문제적이다. 바디우는 여러 철학적 범주를 새롭게 창안하거나 전환시킨다. 실제로 그의 사유는 고대 철학에서 포스트-근대 철학에 이르는 철학사 전체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을 포함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건설적인 사유일 것이다. 이제 철학은 이전의 방식으로는 생존하기 힘들다. 철학은 변해야 한다. 특히 아카데미즘을 지향하는 철학이 아닌 현실 속에서 숨 쉬고자 하는 철학이라면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철학은 오늘의 현실에 대해 말해야 하고, 그것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비판을 수행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의 상황은 그것을 더욱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바디우의 철학은 열려 있는 체계임과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여는 철학이다. 수학을 메타철학으로 삼는 그의 철학은 사변적이라고 비판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바디우의 철학에서는 그 사변조차도 철저히 현실을 가리킨다. 바디우가 말하는 진리는 다수의 진리로서 전혀 다른 진리의 지평을 인정하는, 결코 폭압적이지 않은 열려 있는 진리이다. 이러한 바디우의 철학은 우리로 하여금 복수의 진리를 서로 다른 영역에서 사고하게 하며, 잃어버렸던 주체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유할 수 있게 한다. 바디우와 더불어 합리적 사유는 마침내 가능해지고, 그것이 포함하는 혁명적 사유는 마침내 펼쳐질 수 있게 된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알랭 바디우
Alain Badiou
알랭 바디우는 파리8대학 철학과 교수와 파리 고등사범학교 교수를 역임했으며 다양한 철학 저서들을 저술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현대 프랑스 철학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하는 철학자로, 현대 프랑스 철학의 주된 경향인 반플라톤주의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강력한 이론적 논증을 전개하고 있다. 1937년 모로코의 라바에서 태어났으며, 1969년부터 파리 8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프랑스와 마스빼로 출판사에서 ''예난'' 총서의 편집책임을 맡았었고 현재는 쒜으유 출판사의 ''철학적 질서''총서의 편집책임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 소설, 희곡 등의 예술 작품들을 창작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모델의 개념』『모순의 이론』『이데올로기에 대하여』『주체의 이론』『우리는 정치를 사고할 수 있는가』『존재와 사건』『수와 수들』『불투명한 파국에 대하여』『베케트, 지칠 줄 모르는 욕망』『들뢰즈』『사도 바울, 보편주의의 정립』『이행적 존재론에 대한 짧은 개설』『메타정치학 개요』『비 미학에 대한 작은 교재』『세기』『세계들의 논리들』『레닌 재장전』등이 있다.
역자 : 서용순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한 뒤 프랑스에서 앙드레 토젤(Andre Tosel), 자크 비데(Jacques Bidet), 에티엔 발리바(Etienne Balibar) 등에게 사사했고, 알랭 바디우의 지도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5년에 귀국하여 바디우의 진리철학을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 대한 정치철학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철학의 조건으로서의 정치」, 「바디우 철학에서의 공백의 문제」, 「5.18의 주체성과 후사건적 주체의 미래에 대한 소고」, 「‘세계화된 세계’의 정치에 대한 소고」 등 다수의 논문을 집필했다.
▣ 주요 목차
해제│바디우 철학의 흐름과 『철학을 위한 선언』의 지위
1 가능성
2 조건들
3 근대성
4 통념상의 하이데거
5 허무주의?
6 봉합
7 시인들의 시대
8 사건들
9 문제들
10 플라톤적 몸짓
11 유적인 것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01. 반품기한
- 단순 변심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신청
- 상품 불량/오배송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3개월 이내, 혹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30일 이내 반품 신청 가능
02. 반품 배송비
반품사유 | 반품 배송비 부담자 |
---|---|
단순변심 | 고객 부담이며, 최초 배송비를 포함해 왕복 배송비가 발생합니다. 또한, 도서/산간지역이거나 설치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에는 배송비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
고객 부담이 아닙니다. |
03. 배송상태에 따른 환불안내
진행 상태 | 결제완료 | 상품준비중 | 배송지시/배송중/배송완료 |
---|---|---|---|
어떤 상태 | 주문 내역 확인 전 | 상품 발송 준비 중 | 상품이 택배사로 이미 발송 됨 |
환불 | 즉시환불 |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
04. 취소방법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05. 환불시점
결제수단 | 환불시점 | 환불방법 |
---|---|---|
신용카드 |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 신용카드 승인취소 |
계좌이체 |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
계좌입금 |
휴대폰 결제 |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
포인트 |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 환불 포인트 적립 |
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
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