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왜 우리는 늘 어긋나기만 할까?
알랭 드 보통보다 대담한 연상, 지젝보다 친절한 해석!
고전과 대중문화, 임상사례를 넘나들며
남녀관계의 영원한 미스터리를 탐험하는 매혹적인 정신분석의 세계
알랭 드 보통이 극찬하고 슬라보예 지젝이 자신의 저서에서 라캉의 임상적 입문서로 추천한 화제의 책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Why do women write more letters than they post?』가 출간됐다. 우리에겐 낯선 이름인 대리언 리더는 영미권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라캉 연구의 권위자. 정신분석적 통찰을 바탕으로 학계의 틀을 넘어 우리 시대의 사랑, 일상, 예술을 독창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는 글쓰기에 탁월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에서 리더는 남녀의 정체성과 고독, 남자와 여자가 서로 추구하는 환상, 그리고 그것이 번번이 어긋날 수밖에 없는 남녀의 필연적인 차이를 탐구한다. 이를 위해 사랑과 결혼, 외도와 질투 등 남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양상의 기저에 흐르는 욕망의 심리를 프로이트와 라캉, 라이크의 정신분석 이론을 토대로 해부한다.
그리스 비극부터 셰익스피어에 이르는 고전문학, 히치콕과 「터미네이터」 등 할리우드 영화, 제인 오스틴 같은 역사적 인물과 저자가 상담했던 실제 환자들의 임상사례까지, 기존의 해석을 뒤엎는 과감하고 창조적인 텍스트 독해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편, 독자 스스로 상대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돌아보고 자신의 내면을 살필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 ‘그녀’에 대한 질문은 곧 ‘나’를 탐색하는 방법
욕망의 관계 속 진정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심리 오디세이
저자에 따르면 ‘그’ 또는 ‘그녀’는 누구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은 곧 ‘나’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발견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연애의 기술이나 사랑의 방정식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근원적 물음이다. 거기에는 상대 성(性)을 이해하기 앞서 자신부터 돌아보는 것이 긍정적인 관계 맺기의 첫걸음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따라서 저자는 남녀의 차이를 논하는 숱한 심리학책처럼 ‘남자는 이렇다, 여자는 저렇다’는 식으로 손쉽게 해답을 제시하는 대신, 끊임없이 질문을 이어가는 고된 방법을 택한다. “올바른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 답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여성성이란, 또 남성성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에서 시작해, 성적 욕망, 남녀와 ‘소유’의 문제, 언어와 소통의 문제 등을 깊숙이 파고드는 지난한 과정은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을 헤매는 것처럼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따라가듯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답을 차근차근 쫓아가다보면, 곳곳에서 일상 속 남녀에 대한 재치 있고 반짝이는 통찰을 만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각기 다른 내용처럼 보였던 수많은 단서들이 결국은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하나의 물음으로 수렴됨을 알게 된다. “여자는 왜 보내는 것보다 더 많이 편지를 쓸까?”라는 핵심 질문에서 말하는 ‘보내지 않은 편지’란 모티프는, 남자들이 흔히 ‘여성의 신비’라 미화하며 실은 마주하기를 두려워하는, 끝내 해명되지 않는 자아의 한 부분을 가리킨다.
“대리언 리더가 안내하는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의 교훈은, 남자에게 여자의 본질을, 여자에게 남자의 본질을 알려주는 것에 있지는 않다. 오히려 남자에게 여자는 그 자신의 징후이며, 여자에게 남자 또한 그렇다. 그러므로 성차에 대한 인식은 타자에 대한 인식을 매개로 한 자기 인식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타자의 욕망에 대한 궁금증, 그것에 대한 두려움, 그 욕망을 요구로 전환함으로써 그것을 회피하려는 시도 등에서 벗어나 욕망에 대한 물음을 자신에게 되돌려보는 작업이 요청되는 것이다. 요컨대 남성과 여성 각각이 자신의 신경증 너머로 나아갈 때만 화해된 만남이 가능할 것이다.”(옮긴이의 글 중에서)
남자는 대상에, 여자는 욕망에 주파수를 맞춘다
#1. 한 남자가 카페에 앉아 남녀 한 쌍이 걸어가는 모습을 본다. 그의 관심은 오직 여자에 쏠릴 것이다. 여자의 경우라면 어떨까? 물론 지나가는 남자에 잠시 시선을 빼앗길 수도 있겠지만, 이내 여자 쪽을 더욱 주의 깊게 관찰할 것이다. 그녀의 관심은 한 여자 혹은 한 남자가 아니라 그 둘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저 여자는 어떻게 남자를 사로잡았을까?’가 여자의 진짜 속내다.
#2.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는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안 직후 행방불명되었다. 온 영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 실종 사건은 애거사가 북부의 한 호텔에서 은둔하고 있었음이 밝혀지며 일단락됐다. 그녀는 일주일 이상 자신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대신 그녀가 묵은 호텔의 숙박부에는 ‘애거사’가 아닌 남편의 정부(情婦)와 매우 흡사한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러한 일상의 단편과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법한 역사 속 소소한 삽화를 단서로 저자는 남녀의 정체성이라는 근원적 물음에 접근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관계’에 민감하다는 말은 누구나 하지만, 왜 그런지는 해명하지 못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이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얼핏 난센스에 가까운 라캉의 금언 “여성(The Woman)은 존재하지 않는다”에 대한 오해를 푸는 데서 논의를 시작한다. 이 말은 여성이 무가치한 존재라는 뜻이 아니라, 여성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단일한 개념, 곧 여성성의 본질은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는 것. 때문에 여자는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해 여러 길을 모색하는데, 그중 하나가 앞서 살펴본 것처럼 관계 속에서 타인의 욕망을 탐구하며 해답을 얻는 것이다. “‘또다른 여성’은 무엇이 남자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지, 그 미스터리의 은밀한 해답을 손에 쥐고 있다.”
여자와 남자의 고독은 어디서 비롯될까
#1. 『프랑켄슈타인』으로 유명한 메리 셸리의 주목받지 못한 단편 「마틸다」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집을 떠난 아버지가 언젠가 돌아오리라는 기대 속에 살아가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마침내 돌아오자 마틸다는 오랫동안 꿈꿨던 아버지의 사랑을 누리지만, 이내 그 사랑이 플라토닉 이상임이 드러난다. 아버지는 이런 욕망을 인정할 수 없어 자살을 택하고, 집을 떠나 떠돌다 체념 속에 죽어가는 그녀는 자신의 진정한 파트너는 고독이었다고 말한다.
#2. 독신을 찬양하며 (겉보기에는) 평생 여자 없이 살았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1820년 베를린 대학에서 강사 자리를 얻었을 때, 헤겔이 그곳에서 이미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라이벌의 가장 인기 있는 세미나와 똑같은 시간에 자기 강좌를 개설할 것을 고집했다. 학교 측에서 강의 시간을 바꾸라고 권유하자 그는 되레 강사직을 사임하는 쪽을 택했다.
저자가 말하는 ‘고독’의 무의식적 근원은 남녀의 각기 다른 ‘소유’의 개념과 관련이 있다. 여성은 #1에서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아버지의 (사랑의) 부재’라는 원초적 결핍에 직면해 두 가지 선택지를 갖는다. 대부분은 다른 남자를 선택함으로써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운다. 그러나 마틸다처럼 다른 남자가 아닌 남자의 부재 자체를 파트너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여자에게 ‘소유’는 ‘무엇을 위해 존재함’이라는 형태를 취하며, 다른 말로 하면 ‘누군가에게 속함’이 된다. 그러나 라이크가 지적했듯이, 사랑에서 어떤 사람을 완전히 소유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어떤 여자들은 소유를 포기하며 현실의 남자에게 속한다는 관념 너머로 나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여자의 고독은 결단 혹은 선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남자의 고독은 사랑보다는 타자를 파괴하고 싶은 욕망, 곧 ‘증오’와 연결된다. 저자는 #2와 같은 쇼펜하우어의 반응이 오이디푸스 구조 안에서 자기 자리를 정하는 데 문제가 있었음을 암시한다고 해석한다. 수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불구하고, 이 철학자가 자신의 저서 개정판에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사를 계속 바꿔 썼다는 점, 곧 그가 만족스런 헌사를 쓰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은 쇼펜하우어가 아버지와의 관계에 적절한 상징적 형식을 부여할 수 없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아버지와 가상 전투의 장에 머물러 있었”다.
사랑의 감정은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까
#1.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메난드로스의 희곡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한 청년이 노예 소녀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청년의 가족은 그를 이웃집 딸과 혼인시키겠다고 결정한다. 그러나 극의 말미에서 ‘노예 소녀’와 ‘이웃집 딸’은 같은 사람임이 밝혀진다.
#2. 남자는 “바깥에 바람도 잠잠한데 내 침실 창문이 떨고 있어요”라고 쓰인 여자의 편지를 받으면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내려고 애쓸 것이다. 침실을 거론하는 것은 초대를 뜻하는가? 떨리는 창문은 고동치는 심장과 같은 것인가? 바깥에 바람이 잠잠하다는 것은 그 힘이 내부로부터 온다는 것을 뜻하는가? 그러나 편지는 이 가운데 어떤 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가 편지를 쓰려고 앉아 있을 때 주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가리킬 뿐이다.
사랑에 빠진 남자가 파트너를 대하는 방식은 그가 어머니나 여동생에게 행동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혹은 그저 어떤 여자가 자신이 한때 사랑했던 여자와 같은 향수를 쓰기 때문에 그녀를 욕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그녀는 ‘그녀 자신’으로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로 인지되는 것이다. 저자는 모든 연애관계에는 이런 종류의 오인이 따른다고 말한다. #1은 그런 오인에 관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이런 오인과 그에 따른 간극을 극복할 수는 없을까? 남녀는 사랑의 감정을 언어로 전달하려 애쓰지만, 이는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여자는 그 사실을 잘 알기에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게 마련인 것이다. 그러나 #2에서 보듯이 남자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집요하게 의미를 추구한다. 그러나 “가장 인격적인 의도, 가장 내밀한 메시지, 마음에 가장 가까운 감정조차 문제없이 전달될 수 없다”.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말은 적어도 다음같이 전혀 다른 세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1)나는 피곤하다. 2)섹스를 하고 싶다. 3)연애하고 싶다. 물론 그 밖의 것을 뜻할 수도 있다.
사랑의 감정은 온전히 전달될 수 없고 “인간은 서로 인지/인정하는 데 실패하며 전 생애를 허비하기도 한다”는 저자의 말은 얼핏 절망적으로 들린다. 염세주의에 빠지지 않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일은 정말 요원한 것일까?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직접적으로 해답을 제시하진 앉지만, 책 곳곳에 작은 단서들을 숨겨놓았다. 규칙적인 이혼으로 악명 높은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보라.
“요점은 그녀가 이 모든 상황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이 어떤 운명, 예컨대 부모 혹은 조부모의 실수를 반복하도록 예정되었다면, 테일러는 그런 운명에 대해 진정한 정신분석적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세네카가 말했듯이 사람은 살면서 운명의 인도를 받는 삶 혹은 운명에 끌려다니는 삶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갖는다. 즉 동일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것을 불평하고 비극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삶, 아니면 동일한 과정을 반복하지만 열정을 가지고 임하며 자신의 경력과 삶을 만들어내고, 이를 비극보다는 희극에 가까운 무엇으로 받아들이는 삶이 그것이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호사스런 취향과 보석 수집이 세네카의 스토아 철학적 비전을 떠올리게 하지는 않지만, 아마 세네카는 자신의 운명을 떠맡은 테일러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122쪽)
▣ 작가 소개
저 : 대리언 리더
Darian Leader
영국 런던에서 개업해 활동하는 정신분석가로, 런던 프로이트 분석연구센터의 창립 멤버이자 미들섹스 대학교 정신분석센터의 명예 방문교수이기도 하다. 영미권에서 라캉 연구의 권위자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슬라보예 지젝과 함께 복잡하고 난해한 라캉 이론을 대중에 소개하는 데 기여해왔다. 정신분석적 통찰을 바탕으로 우리 시대의 사랑, 일상, 예술의 다양한 면면을 독창적 시각으로 풀어내는 글쓰기에 탁월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두워질 때 연인들이 하는 약속들』이라는 책으로 영국 일간지 가디언으로부터 “자아를 탐구하는 움베르토 에코”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 밖에 지은 책으로 『라캉 입문』 『프로이트의 각주』 『모나리자 훔치기』 『새로운 어둠: 애도, 멜랑콜리아 그리고 우울』 『사람들은 왜 병에 걸릴까?』(공저) 등이 있다.
역 : 김종엽
김종엽은 문화평론가이자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1963년 김해에서 태어나 서울대 사회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2007~8년 창비주간논평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웃음의 해석학, 행복의 정치학』,『연대와 열광』『시대유감』『87년체제론』(공저), 역서로 『토템과 터부』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들어가며
1장.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성됨이란 무엇인가 | 여자는 최선을 다해 삼각관계를 만든다 | 여자는 남자의 욕망 안에서 자기 자리를 찾는다 | 여자는 잃어버린 자리를 찾아 ‘또다른 여자’가 된다
2장.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조화로울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의 무의식엔 두 여자가 산다 | 한 남자와 한 여자만으로 관계는 성립할 수 없다 | 그녀의 무의식엔 연인이나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가 산다 | 발기불능, 불감증, 자위 | 친구에게 사랑하는 여자를 양보하는 남자의 심리 | 상대의 외도에 대처하는 남녀의 자세 | 그녀는 왜 끊임없이 “나 사랑해?”라고 묻는 걸까
3장. 여자는 자기만의 방을 가질 수 없다
남자의 질투 | 여자가 꼭 남자와 관계를 가져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 여자의 방엔 아버지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 행복한 결혼생활이 가능할까?
4장. 여자의 파트너는 고독이다
여자가 아버지의 부재에 대처하는 두 가지 방법 | 여자에게 누군가를 ‘가진다’는 것의 의미 | 남자의 고독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 여자들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남자에게 매료되는 이유 | 어머니가 된다는 것 | 남자는 약한 모습 덕분에 사랑받는다 | 남자를 사로잡는 ‘공식’은 없다 | 사랑은 상처 입은 이미지에 말을 건넨다
5장. 인간은 서로 인지/인정하는 데 실패하며 전 생애를 허비한다
사랑은 욕망의 재현에 실패하는 데서 생겨난다 | 모든 연애관계는 오인과 기만에 근거한다 | 부모조차 아이를 인지/인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가 왜 그토록 힘겨울까
6장. 편지는 영원히 끝맺어지지 않기에 발송되지 않는다
남자의 글쓰기 여자의 글쓰기 | 말더듬이와 복화술, 남자의 말(話) | 연애편지의 진짜 수신자는 누구인가 | 사랑의 감정은 문제없이 전달될 수 없다 | 여자는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쓴다 | 남자의 가장 단순한 선물조차 악의가 담겨 있다 | 사랑은 우리를 죄의식에서 해방시킨다 | 여자에겐 보석만큼이나 보석상자도 소중하다
옮긴이의 말
왜 우리는 늘 어긋나기만 할까?
알랭 드 보통보다 대담한 연상, 지젝보다 친절한 해석!
고전과 대중문화, 임상사례를 넘나들며
남녀관계의 영원한 미스터리를 탐험하는 매혹적인 정신분석의 세계
알랭 드 보통이 극찬하고 슬라보예 지젝이 자신의 저서에서 라캉의 임상적 입문서로 추천한 화제의 책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Why do women write more letters than they post?』가 출간됐다. 우리에겐 낯선 이름인 대리언 리더는 영미권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라캉 연구의 권위자. 정신분석적 통찰을 바탕으로 학계의 틀을 넘어 우리 시대의 사랑, 일상, 예술을 독창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는 글쓰기에 탁월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에서 리더는 남녀의 정체성과 고독, 남자와 여자가 서로 추구하는 환상, 그리고 그것이 번번이 어긋날 수밖에 없는 남녀의 필연적인 차이를 탐구한다. 이를 위해 사랑과 결혼, 외도와 질투 등 남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양상의 기저에 흐르는 욕망의 심리를 프로이트와 라캉, 라이크의 정신분석 이론을 토대로 해부한다.
그리스 비극부터 셰익스피어에 이르는 고전문학, 히치콕과 「터미네이터」 등 할리우드 영화, 제인 오스틴 같은 역사적 인물과 저자가 상담했던 실제 환자들의 임상사례까지, 기존의 해석을 뒤엎는 과감하고 창조적인 텍스트 독해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편, 독자 스스로 상대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돌아보고 자신의 내면을 살필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 ‘그녀’에 대한 질문은 곧 ‘나’를 탐색하는 방법
욕망의 관계 속 진정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심리 오디세이
저자에 따르면 ‘그’ 또는 ‘그녀’는 누구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은 곧 ‘나’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발견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연애의 기술이나 사랑의 방정식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근원적 물음이다. 거기에는 상대 성(性)을 이해하기 앞서 자신부터 돌아보는 것이 긍정적인 관계 맺기의 첫걸음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따라서 저자는 남녀의 차이를 논하는 숱한 심리학책처럼 ‘남자는 이렇다, 여자는 저렇다’는 식으로 손쉽게 해답을 제시하는 대신, 끊임없이 질문을 이어가는 고된 방법을 택한다. “올바른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 답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여성성이란, 또 남성성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에서 시작해, 성적 욕망, 남녀와 ‘소유’의 문제, 언어와 소통의 문제 등을 깊숙이 파고드는 지난한 과정은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을 헤매는 것처럼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따라가듯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답을 차근차근 쫓아가다보면, 곳곳에서 일상 속 남녀에 대한 재치 있고 반짝이는 통찰을 만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각기 다른 내용처럼 보였던 수많은 단서들이 결국은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하나의 물음으로 수렴됨을 알게 된다. “여자는 왜 보내는 것보다 더 많이 편지를 쓸까?”라는 핵심 질문에서 말하는 ‘보내지 않은 편지’란 모티프는, 남자들이 흔히 ‘여성의 신비’라 미화하며 실은 마주하기를 두려워하는, 끝내 해명되지 않는 자아의 한 부분을 가리킨다.
“대리언 리더가 안내하는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의 교훈은, 남자에게 여자의 본질을, 여자에게 남자의 본질을 알려주는 것에 있지는 않다. 오히려 남자에게 여자는 그 자신의 징후이며, 여자에게 남자 또한 그렇다. 그러므로 성차에 대한 인식은 타자에 대한 인식을 매개로 한 자기 인식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타자의 욕망에 대한 궁금증, 그것에 대한 두려움, 그 욕망을 요구로 전환함으로써 그것을 회피하려는 시도 등에서 벗어나 욕망에 대한 물음을 자신에게 되돌려보는 작업이 요청되는 것이다. 요컨대 남성과 여성 각각이 자신의 신경증 너머로 나아갈 때만 화해된 만남이 가능할 것이다.”(옮긴이의 글 중에서)
남자는 대상에, 여자는 욕망에 주파수를 맞춘다
#1. 한 남자가 카페에 앉아 남녀 한 쌍이 걸어가는 모습을 본다. 그의 관심은 오직 여자에 쏠릴 것이다. 여자의 경우라면 어떨까? 물론 지나가는 남자에 잠시 시선을 빼앗길 수도 있겠지만, 이내 여자 쪽을 더욱 주의 깊게 관찰할 것이다. 그녀의 관심은 한 여자 혹은 한 남자가 아니라 그 둘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저 여자는 어떻게 남자를 사로잡았을까?’가 여자의 진짜 속내다.
#2.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는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안 직후 행방불명되었다. 온 영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 실종 사건은 애거사가 북부의 한 호텔에서 은둔하고 있었음이 밝혀지며 일단락됐다. 그녀는 일주일 이상 자신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대신 그녀가 묵은 호텔의 숙박부에는 ‘애거사’가 아닌 남편의 정부(情婦)와 매우 흡사한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러한 일상의 단편과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법한 역사 속 소소한 삽화를 단서로 저자는 남녀의 정체성이라는 근원적 물음에 접근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관계’에 민감하다는 말은 누구나 하지만, 왜 그런지는 해명하지 못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이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얼핏 난센스에 가까운 라캉의 금언 “여성(The Woman)은 존재하지 않는다”에 대한 오해를 푸는 데서 논의를 시작한다. 이 말은 여성이 무가치한 존재라는 뜻이 아니라, 여성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단일한 개념, 곧 여성성의 본질은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는 것. 때문에 여자는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해 여러 길을 모색하는데, 그중 하나가 앞서 살펴본 것처럼 관계 속에서 타인의 욕망을 탐구하며 해답을 얻는 것이다. “‘또다른 여성’은 무엇이 남자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지, 그 미스터리의 은밀한 해답을 손에 쥐고 있다.”
여자와 남자의 고독은 어디서 비롯될까
#1. 『프랑켄슈타인』으로 유명한 메리 셸리의 주목받지 못한 단편 「마틸다」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집을 떠난 아버지가 언젠가 돌아오리라는 기대 속에 살아가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마침내 돌아오자 마틸다는 오랫동안 꿈꿨던 아버지의 사랑을 누리지만, 이내 그 사랑이 플라토닉 이상임이 드러난다. 아버지는 이런 욕망을 인정할 수 없어 자살을 택하고, 집을 떠나 떠돌다 체념 속에 죽어가는 그녀는 자신의 진정한 파트너는 고독이었다고 말한다.
#2. 독신을 찬양하며 (겉보기에는) 평생 여자 없이 살았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1820년 베를린 대학에서 강사 자리를 얻었을 때, 헤겔이 그곳에서 이미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라이벌의 가장 인기 있는 세미나와 똑같은 시간에 자기 강좌를 개설할 것을 고집했다. 학교 측에서 강의 시간을 바꾸라고 권유하자 그는 되레 강사직을 사임하는 쪽을 택했다.
저자가 말하는 ‘고독’의 무의식적 근원은 남녀의 각기 다른 ‘소유’의 개념과 관련이 있다. 여성은 #1에서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아버지의 (사랑의) 부재’라는 원초적 결핍에 직면해 두 가지 선택지를 갖는다. 대부분은 다른 남자를 선택함으로써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운다. 그러나 마틸다처럼 다른 남자가 아닌 남자의 부재 자체를 파트너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여자에게 ‘소유’는 ‘무엇을 위해 존재함’이라는 형태를 취하며, 다른 말로 하면 ‘누군가에게 속함’이 된다. 그러나 라이크가 지적했듯이, 사랑에서 어떤 사람을 완전히 소유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어떤 여자들은 소유를 포기하며 현실의 남자에게 속한다는 관념 너머로 나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여자의 고독은 결단 혹은 선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남자의 고독은 사랑보다는 타자를 파괴하고 싶은 욕망, 곧 ‘증오’와 연결된다. 저자는 #2와 같은 쇼펜하우어의 반응이 오이디푸스 구조 안에서 자기 자리를 정하는 데 문제가 있었음을 암시한다고 해석한다. 수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불구하고, 이 철학자가 자신의 저서 개정판에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사를 계속 바꿔 썼다는 점, 곧 그가 만족스런 헌사를 쓰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은 쇼펜하우어가 아버지와의 관계에 적절한 상징적 형식을 부여할 수 없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아버지와 가상 전투의 장에 머물러 있었”다.
사랑의 감정은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까
#1.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메난드로스의 희곡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한 청년이 노예 소녀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청년의 가족은 그를 이웃집 딸과 혼인시키겠다고 결정한다. 그러나 극의 말미에서 ‘노예 소녀’와 ‘이웃집 딸’은 같은 사람임이 밝혀진다.
#2. 남자는 “바깥에 바람도 잠잠한데 내 침실 창문이 떨고 있어요”라고 쓰인 여자의 편지를 받으면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내려고 애쓸 것이다. 침실을 거론하는 것은 초대를 뜻하는가? 떨리는 창문은 고동치는 심장과 같은 것인가? 바깥에 바람이 잠잠하다는 것은 그 힘이 내부로부터 온다는 것을 뜻하는가? 그러나 편지는 이 가운데 어떤 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가 편지를 쓰려고 앉아 있을 때 주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가리킬 뿐이다.
사랑에 빠진 남자가 파트너를 대하는 방식은 그가 어머니나 여동생에게 행동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혹은 그저 어떤 여자가 자신이 한때 사랑했던 여자와 같은 향수를 쓰기 때문에 그녀를 욕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그녀는 ‘그녀 자신’으로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로 인지되는 것이다. 저자는 모든 연애관계에는 이런 종류의 오인이 따른다고 말한다. #1은 그런 오인에 관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이런 오인과 그에 따른 간극을 극복할 수는 없을까? 남녀는 사랑의 감정을 언어로 전달하려 애쓰지만, 이는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여자는 그 사실을 잘 알기에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게 마련인 것이다. 그러나 #2에서 보듯이 남자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집요하게 의미를 추구한다. 그러나 “가장 인격적인 의도, 가장 내밀한 메시지, 마음에 가장 가까운 감정조차 문제없이 전달될 수 없다”.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말은 적어도 다음같이 전혀 다른 세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1)나는 피곤하다. 2)섹스를 하고 싶다. 3)연애하고 싶다. 물론 그 밖의 것을 뜻할 수도 있다.
사랑의 감정은 온전히 전달될 수 없고 “인간은 서로 인지/인정하는 데 실패하며 전 생애를 허비하기도 한다”는 저자의 말은 얼핏 절망적으로 들린다. 염세주의에 빠지지 않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일은 정말 요원한 것일까?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직접적으로 해답을 제시하진 앉지만, 책 곳곳에 작은 단서들을 숨겨놓았다. 규칙적인 이혼으로 악명 높은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보라.
“요점은 그녀가 이 모든 상황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이 어떤 운명, 예컨대 부모 혹은 조부모의 실수를 반복하도록 예정되었다면, 테일러는 그런 운명에 대해 진정한 정신분석적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세네카가 말했듯이 사람은 살면서 운명의 인도를 받는 삶 혹은 운명에 끌려다니는 삶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갖는다. 즉 동일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것을 불평하고 비극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삶, 아니면 동일한 과정을 반복하지만 열정을 가지고 임하며 자신의 경력과 삶을 만들어내고, 이를 비극보다는 희극에 가까운 무엇으로 받아들이는 삶이 그것이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호사스런 취향과 보석 수집이 세네카의 스토아 철학적 비전을 떠올리게 하지는 않지만, 아마 세네카는 자신의 운명을 떠맡은 테일러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122쪽)
▣ 작가 소개
저 : 대리언 리더
Darian Leader
영국 런던에서 개업해 활동하는 정신분석가로, 런던 프로이트 분석연구센터의 창립 멤버이자 미들섹스 대학교 정신분석센터의 명예 방문교수이기도 하다. 영미권에서 라캉 연구의 권위자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슬라보예 지젝과 함께 복잡하고 난해한 라캉 이론을 대중에 소개하는 데 기여해왔다. 정신분석적 통찰을 바탕으로 우리 시대의 사랑, 일상, 예술의 다양한 면면을 독창적 시각으로 풀어내는 글쓰기에 탁월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두워질 때 연인들이 하는 약속들』이라는 책으로 영국 일간지 가디언으로부터 “자아를 탐구하는 움베르토 에코”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 밖에 지은 책으로 『라캉 입문』 『프로이트의 각주』 『모나리자 훔치기』 『새로운 어둠: 애도, 멜랑콜리아 그리고 우울』 『사람들은 왜 병에 걸릴까?』(공저) 등이 있다.
역 : 김종엽
김종엽은 문화평론가이자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1963년 김해에서 태어나 서울대 사회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2007~8년 창비주간논평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웃음의 해석학, 행복의 정치학』,『연대와 열광』『시대유감』『87년체제론』(공저), 역서로 『토템과 터부』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들어가며
1장.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성됨이란 무엇인가 | 여자는 최선을 다해 삼각관계를 만든다 | 여자는 남자의 욕망 안에서 자기 자리를 찾는다 | 여자는 잃어버린 자리를 찾아 ‘또다른 여자’가 된다
2장.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조화로울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의 무의식엔 두 여자가 산다 | 한 남자와 한 여자만으로 관계는 성립할 수 없다 | 그녀의 무의식엔 연인이나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가 산다 | 발기불능, 불감증, 자위 | 친구에게 사랑하는 여자를 양보하는 남자의 심리 | 상대의 외도에 대처하는 남녀의 자세 | 그녀는 왜 끊임없이 “나 사랑해?”라고 묻는 걸까
3장. 여자는 자기만의 방을 가질 수 없다
남자의 질투 | 여자가 꼭 남자와 관계를 가져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 여자의 방엔 아버지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 행복한 결혼생활이 가능할까?
4장. 여자의 파트너는 고독이다
여자가 아버지의 부재에 대처하는 두 가지 방법 | 여자에게 누군가를 ‘가진다’는 것의 의미 | 남자의 고독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 여자들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남자에게 매료되는 이유 | 어머니가 된다는 것 | 남자는 약한 모습 덕분에 사랑받는다 | 남자를 사로잡는 ‘공식’은 없다 | 사랑은 상처 입은 이미지에 말을 건넨다
5장. 인간은 서로 인지/인정하는 데 실패하며 전 생애를 허비한다
사랑은 욕망의 재현에 실패하는 데서 생겨난다 | 모든 연애관계는 오인과 기만에 근거한다 | 부모조차 아이를 인지/인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가 왜 그토록 힘겨울까
6장. 편지는 영원히 끝맺어지지 않기에 발송되지 않는다
남자의 글쓰기 여자의 글쓰기 | 말더듬이와 복화술, 남자의 말(話) | 연애편지의 진짜 수신자는 누구인가 | 사랑의 감정은 문제없이 전달될 수 없다 | 여자는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쓴다 | 남자의 가장 단순한 선물조차 악의가 담겨 있다 | 사랑은 우리를 죄의식에서 해방시킨다 | 여자에겐 보석만큼이나 보석상자도 소중하다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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