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1. 2000년대 한국전쟁 연구성과를 집대성하다
- 이 책의 개요
2010년 한국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해를 맞아 한국역사연구회 현대사분과에서 한국전쟁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역사학계의 한국전쟁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역사학의 시선으로 읽는 한국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로부터 총체적 인식으로’라는 부제에 걸맞게, 이 책은 철저한 사료 비판과 검증을 바탕으로 한 ‘역사주의적 접근’을 통해 한국전쟁의 총체적 역사상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한국전쟁 연구는 미국·중국·구소련·북한의 자료와 문서가 공개 및 발굴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기존 정치사, 외교사, 군사 측면에서의 심화된 연구에서 더 나아가 사회사, 경제사, 문화사 영역으로까지 연구주제가 확대됨으로써 전쟁의 다양한 측면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전쟁의 기원과 발발 주체 중심의 논의에서 벗어나 심리전, 공중폭격, 수복지구, 미군사고문단, 전쟁피해, 민간인 희생과 전쟁기억, 백재정 연구와 전비지출, 임시토지수득세 연구 등 새로운 연구 영역 확장과 더불어 주제적 접근을 해왔다.
한국역사연구회 현대사분과에서 기획 편집한 이 책은 국제적, 국내 정치경제적, 그리고 군사적 분야를 비롯해 지역사회와 민간인 연구 등 새롭게 영역을 확장해가는 최근 10년간의 한국전쟁사 연구성과를 한자리에 모았다. 특히 역사학계의 연구성과를 대표하는 글들을 한데 엮음으로써 한국전쟁이 현재까지 가지는 의미를 포괄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한국전쟁의 상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더불어 21세기 한국전쟁사 연구의 동향과 전망, 현황과 과제를 제시함으로써 이후 이어질 전쟁사 연구의 초석 역할을 담당한다.
한반도 분단구조와 지정학적 조건이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지만 탈냉전 이후 지난 20여 년간 한국사회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고, 학계의 전쟁 연구와 인식도 나름대로 크게 발전했다. 전쟁발발의 원인과 구조적 배경, 전쟁을 결정하고 수행한 전쟁 주체들의 사고와 행위동기, 전쟁수행 전략이 보다 풍부한 사료적 토대, 보다 정치한 분석 논리와 연구방법에 의해 해명되었다. 또 전쟁의 주체이자 객체이기도 한 민중이 겪은 전쟁경험이 새로이 조명을 받고 복원되기 시작했다. 정치사, 외교사, 군사(軍史)의 영역에 머물던 전쟁사 연구가 사회사, 경제사, 문화사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되었고, 전쟁의 다양한 측면들이 새로운 조명을 받았다.
각 영역에서 수행된 새로운 사실의 발굴과 인식의 심화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전쟁기는 물론이고 전쟁 전후에 자행된 민간인 학살의 해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고조와 정부 차원의 진실규명 시도에서 보듯이 한국사회 자체가 내적으로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분단의 해소를 지향할 정도로 성숙했다. 이는 전쟁 상태의 종식과 통일,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노력과 염원이 과거보다 한층 커진 것을 반영한 것이리라.
― ''책 발간에 부쳐'' 중에서(6~7쪽)
2. 너른 시야와 충실한 사료 분석이 돋보이는 한국전쟁 연구
- 이 책의 특징 1
한반도의 분단구조와 지정학적 조건이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지만 탈냉전 이후 지난 20여 년간 한국사회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고, 학계의 전쟁 연구와 인식도 나름대로 크게 발전하였다. 전쟁발발의 원인과 구조적 배경, 전쟁을 결정하고 수행한 전쟁 주체들의 사고와 행위동기, 전쟁수행 전략이 보다 풍부한 사료적 토대, 보다 정치한 분석 논리와 연구방법에 의해 해명되었다. 이러한 연구성과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보다 너른 시야와 충실한 사실(史實) 분석에 입각해 전체적이고 포괄적인 시야를 확보함으로써 한국전쟁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전부터 논의되어온 전쟁사 인식이나 전쟁의 성격 이해와 관련한 구조적 배경과 사건, 주요 개념, 전쟁 주체들의 전략적 구도 등이 최근 10년간의 논의에서는 더욱 심화됨으로 개별 주제를 본격적으로 해명하거나 재해석하고 있는데, 바로 이 책의 1, 2부에 실린 글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전쟁의 기원과 형성(정병준), 미국?중국?러시아(구소련) 등 주변 열강의 정책과 태도(양영조, 기광서), 제한전 개념과 교전 양측의 전쟁전략(도진순, 이상호), 휴전회담(김보영), 그리고 정전협정의 사문화 과정을 다룬 글들(박태균)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글들은 남북관계의 차원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적 차원, 미?소의 세계전략의 차원으로 확대하여 전쟁의 구조적 배경과 성격을 분석하고 있다.
이 책에서 우선 주목할 것은 전쟁사 인식이나 전쟁의 성격 이해와 관련한 구조적 배경과 사건, 주요 개념, 전쟁 주체들의 전략적 구도 등을 본격적으로 해명하거나 재해석함으로써 전쟁을 이해할 수 있는 전체적 시야와 이해방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중략) 전쟁의 구조적 배경과 성격을 남북관계의 차원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적 차원, 미?소의 세계전략의 차원으로 확대하여 분석했다.
― ''책 발간에 부쳐'' 중에서(7~8쪽)
3. 새로운 사료를 기반으로 한 전쟁의 다양한 측면들
- 이 책의 특징 2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전쟁의 다양한 측면들을 본격적으로 분석의 영역 안으로 끌여들인 글들을 다수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구의 다양성은 새로운 사료를 기반으로 한다. 1970년대 중반에 미국 국립문서보관소(NARA) 문서 자료가 공개되기 시작된 이래 1990년대 탈냉전 이후 구소련 문서들과 북한정부?군의 고위급 인사들의 증언, 그리고 중국 자료들이 공개되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전쟁 연구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한국전쟁의 주요 행위주체였던 구소련, 북한, 중국 등 3개국의 전쟁 당사자와 관련자들이 생산한 각종 자료들이 공개 및 발굴되면서 이들 자료의 비교?교차 분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여 최근의 연구 경향은 신전통주의?신수정주의 혹은 이러한 구분과 경계를 뛰어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역사학계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사료를 기반으로 하여 보다 다각도로 한국전쟁을 연구하려는 시도들을 해왔다. 삐라를 통한 심리전(정용욱), 미공군의 무차별 공중폭격(김태우, 도진순), 수복지구 점령정책(한모니까), 비정규전과 빨치산(김광운, 이선화), 전쟁 피해 관련 통계나 명부에 대한 분석과 남북한 민간인 희생(정병준, 이신철, 양영조), 구술사를 통한 마을 단위의 전쟁기억 연구(이용기), 주한미군사고문단(박동찬)과 국민보도연맹(김선호), 임시토지수득세(김소남), 인플레이션(정진아), 경제조정협정(이현진) 등 전시 경제구조에 대한 연구들이 바로 그러하다. 이들 주제는 저마다 전쟁의 성격을 새롭게 논의할 것을 제안하고 있으며, 전쟁의 성격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돕거나, 장래의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 구실을 한다.
정치사, 외교사, 군사(軍史)의 영역에 머물던 전쟁사 연구가 사회사, 경제사, 문화사의 영역까지 확대되었고, 전쟁의 다양한 측면들이 새로운 조명을 받았다. 각 영역에서 수행된 새로운 사실의 발굴과 인식의 심화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전쟁기는 물론이고 전쟁 전후에 자행된 민간인 학살의 해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고조와 정부 차원의 진실규명 시도에서 보듯이 한국사회 자체가 내적으로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분단의 해소를 지향할 정도로 성숙했다. 이는 전쟁 상태의 종식과 통일,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노력과 염원이 과거보다 한층 커진 것을 반영한 것이리라.
― ''책 발간에 부쳐'' 중에서(6~7쪽)
4. 치밀한 사료 분석을 바탕으로 한 ‘역사주의적 접근’
- 이 책의 특징 3
이 책은 전후 한국사회와 역사학계가 이룬 성취를 기반으로, 전후세대 역사학자의 학문적 고민을 모았다. 특히 1990년대 이전 한국전쟁 관련 연구가 주로 전쟁의 발발과 책임 규명에서 출발하여 한국전쟁의 큰 그림을 그렸다면, 최근 역사학계의 연구는 우보천리의 우직하면서도 치밀한 작업을 통해 미시적 접근으로 한국전쟁의 총체적 역사상을 그려나가고 있다. 역사학의 본령은 철저한 사료 비판과 검증이다. 이데올로기적이고 선험적인 판단과 준거틀에 의지하지 않고, 역사적 자료의 가치를 우선해서 판단하고 그에 기초해 연구를 진행하는 ‘역사주의적 접근’은 역사학자들의 일차적 덕목인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역사주의적 사료 분석을 통해 연구한 23편의 글을 싣고 있다. 이들 글에는 필자들의 존재론적, 인식론적, 실천적 고민들이 응집되어 있다. 이들 글에 담긴 역사학자로서의 학문적 문제의식은 한국 역사학계의 전쟁사 연구를 보다 발전시키고 풍부히 함으로써 한국사회의 전쟁 인식을 확대하고 심화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록으로 실린 한국전쟁 관련 국내외(남북한, 미국, 러이사, 중국) 자료 발굴 현황은 이는 이후 한국전쟁 연구를 위한 연구사적 과제의 점검과 자료 수집에 유용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 책은 전후 한국사회와 역사학계가 이룬 성취에 기반하고 있고, 전후세대의 학문적 고민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한국 역사학계의 최근 전쟁 연구를 사실상 대표한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모든 글이 그렇지만 글에는 필자의 존재론적 고민, 인식론적 고민, 실천적 고민이 응집되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의 문제의식과 서술 내용이 보다 발전된 형태로 학계에 자리 잡고 또 전쟁사 연구를 주도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아울러 한국사회의 전쟁 인식을 확대하고 심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책 발간에 부쳐'' 중에서(9쪽)
5. 삐라를 통해 본 이미지 싸움터로서의 한국전쟁
- 이 책의 주요 내용 1
이 책에 실린 글들 중 한국전쟁 연구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주제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정용욱은 ''미군의 삐라 심리전과 냉전 이데올로기''를 통해 전쟁시기 미군에 의해 전개된 심리전을 당시 살포된 삐라들을 중심으로 분석, 연구하였다. 그는 미 육군 극동군사령부와 미8군사령부의 심리전 기구들과 심리전의 흐름을 밝혔을 뿐 아니라 유엔군과 북한군, 중국군의 삐라를 통해 교전 주체들이 심리전을 통해 만들고자 한 전쟁의 이미지들을 밀도 있게 추적함으로써 한국전쟁이 군대와 무기의 전쟁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심리전 전장이자 이미지 싸움터였다고 보았다. 이 연구는 ‘삐라’라는 새로운 연구주제를 발굴함으로써 한국전쟁 연구의 영역을 확장했다는 점뿐 아니라 한국전쟁의 심리전적 성격을 ‘삐라’를 통해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전쟁의 성격을 보다 명확히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6.25전쟁에서 삐라는 심리전의 가장 대표적 형태였다. 삐라는 미군 심리전의 주된 형태였을 뿐만 아니라 매우 중요한 전쟁 수단의 하나로 취급되었다. 유엔군은 전쟁발발 이후 휴전까지 25억 장가량의 삐라를 북한 지역과 북한, 중국 군인들에게 살포했다. 6.25전쟁에 참여한 북한군과 중국군 연인원을 200만 명으로 추산한다면 25억 장이라는 숫자는 전쟁기간 내내 하루 1장 정도의 삐라가 병사 개인들에게 배달되었음을 의미하고, 또 그것은 한반도 전부를 20번 덮는 수량이었다. 또 북한과 중국 역시 전선에서 그들의 주된 심리전 도구는 삐라였다. 즉 삐라는 유엔군과 북한군, 중국군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심리전 수단이었다.
― ''미군의 삐라 심리전과 냉전 이데올로기'' 중에서(271쪽)
6·25전쟁에서 교전 당사자들은 모두 전쟁의 진행과정에서 피아 쌍방, 또 국내, 국외의 청중을 향해 일종의 심리전을 수행했다. 6·25전쟁은 그런 의미에서 전 세계적 차원에서 냉전의 거대한 심리전장이었고, 국제전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6·25전쟁기 심리전은 한국사회에서 반공주의 인식의 경계가 쳐지고, 그 안에서 이미지가 고정되며, 내용적 도색이 이루어지는 과정이기도 했다.
― ''미군의 삐라 심리전과 냉전 이데올로기'' 중에서(296쪽)
6. 공중폭격으로 살펴본 한국전쟁의 성격과 민간인 피해
- 이 책의 주요 내용 2
이 책에 실린 논문 가운데 주목할 주제 중 하나로 역사학적 관점에서 다룬 ‘공중폭격’을 들 수 있다. 특히 김태우는 ''무제한전쟁을 향하여''에서 ‘한국전쟁기 미 공군 공중폭격작전의 성격 변화’를 다루고 있다. 그는 전쟁 초기부터 표출된 미 공군의 무제한전쟁을 향한 열망과 중국군 참전 이후 현상적으로 발현되기 시작한 무차별적인 전쟁의 수단과 목적, 양상 등에 주목하면서 미 공군이 직접 작성한 문서들을 근거로 공중폭격의 기본정책과 실제 전개 양상을 밝혔다. 도진순은 ''공중폭격과 민간인 희생''에서 미10군단 문서를 치밀하게 분석하여 1951년 1월 경상북도 예천군에서 일어난 산성동 폭격사건과 민간인들의 피해 실태를 실증적으로 살펴보았는데, 특히 군사작전 명령서를 통해 미 공군의 폭격에 의한 민간인 피해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음을 밝혔다.
김태우와 도진순의 연구는 한국전쟁기 미 공군문서를 바탕으로 미군의 공중폭격의 목적과 실제 전개 양상, 구체적 정책 등을 분석함으로써, 미군의 전쟁수행 과정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것이 돋보인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부터 시작된 3년간의 미 공군 폭격은 북한의 도시와 농촌들을 폐허로 만들어 버렸다. 극동공군은 자체 평가를 통해 진남포의 80%, 청진의 65%, 해주의 75%, 함흥의 80%, 흥남의 85%, 황주의 97%, 강계의 60%, 군우리의 100%, 교미포의 80%, 평양의 75%, 사리원의 95%, 순안의 90%, 원산의 80%, 신안주의 100%가 파괴되었다고 평가했다. 1953년 8월에 작성된 극동공군 폭격기사령부의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전쟁기에 투하된 1만 7,000톤의 폭탄 중 1만 톤 정도가 ‘보급지역’에 투하되었다고 한다. 이 보고서상의 ‘보급지역’이란 적 점령하의 도시와 농촌지역을 의미한다. 전쟁 초기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군사목표만을 제한적으로 공격한다는 ‘제한전쟁’의 중요한 가치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오히려 미 공군의 전쟁은 도시와 농촌지역 자체의 파괴를 주요 목표 중 하나로 간주하는 ‘무제한전쟁’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 ''무제한전쟁을 향하여'' 중에서(320쪽)
지금까지 한국전쟁에서 오폭(誤爆) 및 남폭(濫爆) 사건이 본격적으로 조명되지 못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일차적인 원인 중 하나가 자료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전시 학살사건은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를 규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최대의 난관이다. 특히 공중폭격의 경우 목격자가 많이 있더라도 하늘에서 비롯되는 일이라 대부분의 경우 가장 기초적인 비행기의 기종이라든지, 폭격의 횟수마저 잘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산성동 폭격에 대해서는 관련 정보 및 자료? 놀라울 정도로 거의 완벽하게 남아 있어 폭격의 실상, 행위 및 명령자의 계보, 폭격의 논리(logic)와 정책(policy)까지 분석해낼 수 있다.
― ''공중폭격과 민간인 희생'' 중에서(330쪽)
경북 예천군 보문면 학가산 서남 측면에 있는 산성동은 보잘것없는 산간 마을에 지나지 않지만, 1951년 1월 19일 무차별 폭격으로 인해 노근리사건 이상의 중요한 의미와 과제를 남기고 있다.
산성동 DR6457은 적정이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근 학가산과 신전동의 적정 때문에 정찰과 폭격의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더욱이 정확하지 못한 정찰과 10군단의 조직폭격정책에 의해 세 번에 걸쳐, 네이팜탄 등으로 무차별 폭격을 당하여 사상자가 136명에 달했다. 이처럼 문제가 많은 폭격이었기 때문에 산성동 폭격에 대해서는 미8군과 미5공군에 의해 합동조사가 수행되었다. 아마도 한국전쟁 중에 미군 사령부가 스스로 폭격사건을 조사한 경우는 산성동 이외에 거의 없을 것이다.
― ''공중폭격과 민간인 희생'' 중에서(358쪽)
▣ 작가 소개
저 : 정용욱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현국현대사를 전공하였으며, 1986년부터 1997년까지 단국대 동양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있었다. 1991년, 2001년에는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및 교수를 지냈다. 현재 ''현대 한국의 민족주의'', ''625전쟁기 심리전'', ''편지, 일기로 본 해방과 전쟁'' 등의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미군정 자료 연구』『해방 전후 미국의 대한정책』 등이, 역서로는 『탈냉전과 미국의 신세계 질서』, 『강압의 과학』 있다.
편자 : 한국역사연구회 현대사분과
한국역사연구회는 과학적 이론과 방법론을 통해서 한국사 연구를 더욱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한국사회의 역사적 과제인 민주주의의 실현과 평화통일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 1988년 창립되었다. 이후 한국사 각 분야에서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전문 연구자 550여 명이 참여하는 한국사 학계의 중추적인 연구회로 성장하였다.
각 시대사별로 활발한 공동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고, 그 성과들을 출간하여 학계는 물론 일반대중과 공유하고 있다. 전문학술지 《역사와 현실》을 연 4회 발간하고 있으며, 《1894년 농민전쟁연구》와 같은 전문 학술서를 비롯해 《한국역사》와 같은 개설서, 《문답으로 엮은 한국 고대사 강의》,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등 다수의 교양서를 발간하였다. 특히 각 시대별로 엮은 ‘어떻게 살았을까’ 시리즈는 한국사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더불어 일반인을 위한 대중강좌와 시민단체들과 연대한 시민강좌를 열어 학계와 시민사회의 교류에 힘쓰고 있다.
특히 한국역사연구회 현대사분과는 《한국현대사》 1~4를 발간하여 1945년 해방 이후 현대사에서 규명되어야 할 문제들을 제기해왔으며, 《4·19와 남북관...계》를 통해 1960년 4·19의 성격을 새롭게 규명하는 데도 노력해왔다. 이 외에도 《한미관계 20년사》 등의 역서를 발간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와 출판 활동을 해나갈 예정이다.
▣ 주요 목차
책 발간에 부처 지난 10년의 한국전쟁 연구성과를 집대성하며
1부 전쟁과 국제정치
동아시아 냉전과 6·25전쟁 / 양영조
미소의 38선정책과 남북 갈등의 기원 / 정병준
한국전쟁의 기본개념으로서의 제한전의 성립과 분화 / 도진순
한국전쟁 속의 스탈린 / 기광서
한국전쟁 휴전회담 협상전략과 지휘체계 / 김보영
유엔군사령부의 ''수복지구'' 점령정책과 행정권 이양 / 한모니까
미국의 정전협정 일부 조항 무효선언과 그 의미 / 박태균
2부 전쟁과 군사전략
맥아더의 한국전쟁 군사전략 / 이상호
중앙군의 한국전쟁 참전과 군사개혁 / 양영조
미군의 삐라 심리전과 냉전 이데올로기 / 정용욱
무제한전쟁을 향하여 / 김태우
공중폭격과 민간인 희생 / 도진순
북한의 비정규전 조직과 전개 / 김광운
한국전쟁 전후 빨치산의 형성과 활동 / 이선아
주한미군사고문단의 조직과 주요 활동 / 박동찬
3부 전쟁과 사회
한국전쟁기 남한 민간인 인명피해 조사의 유형과 특징 / 정병준
6·25 남북전쟁시기 이북 지역에서의 민간인 학살 / 이신철
국민보도연맹, 과연 전향자단체인가 / 김선호
한국전쟁기 대구지역 피난민의 실태와 구호활동 / 양영조
마을에서의 전쟁경험과 그 기억 / 이용기
전쟁 인플레이션과 ''백제정'' / 정진아
6·25 전쟁기 전비지출 문제와 경제조정협정 / 이현진
한국전쟁과 임시토지수득세의 실시 / 김소남
부록 한국전쟁과 관련 자료 수집 및 발굴 현황
참고문헌
1. 2000년대 한국전쟁 연구성과를 집대성하다
- 이 책의 개요
2010년 한국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해를 맞아 한국역사연구회 현대사분과에서 한국전쟁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역사학계의 한국전쟁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역사학의 시선으로 읽는 한국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로부터 총체적 인식으로’라는 부제에 걸맞게, 이 책은 철저한 사료 비판과 검증을 바탕으로 한 ‘역사주의적 접근’을 통해 한국전쟁의 총체적 역사상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한국전쟁 연구는 미국·중국·구소련·북한의 자료와 문서가 공개 및 발굴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기존 정치사, 외교사, 군사 측면에서의 심화된 연구에서 더 나아가 사회사, 경제사, 문화사 영역으로까지 연구주제가 확대됨으로써 전쟁의 다양한 측면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전쟁의 기원과 발발 주체 중심의 논의에서 벗어나 심리전, 공중폭격, 수복지구, 미군사고문단, 전쟁피해, 민간인 희생과 전쟁기억, 백재정 연구와 전비지출, 임시토지수득세 연구 등 새로운 연구 영역 확장과 더불어 주제적 접근을 해왔다.
한국역사연구회 현대사분과에서 기획 편집한 이 책은 국제적, 국내 정치경제적, 그리고 군사적 분야를 비롯해 지역사회와 민간인 연구 등 새롭게 영역을 확장해가는 최근 10년간의 한국전쟁사 연구성과를 한자리에 모았다. 특히 역사학계의 연구성과를 대표하는 글들을 한데 엮음으로써 한국전쟁이 현재까지 가지는 의미를 포괄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한국전쟁의 상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더불어 21세기 한국전쟁사 연구의 동향과 전망, 현황과 과제를 제시함으로써 이후 이어질 전쟁사 연구의 초석 역할을 담당한다.
한반도 분단구조와 지정학적 조건이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지만 탈냉전 이후 지난 20여 년간 한국사회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고, 학계의 전쟁 연구와 인식도 나름대로 크게 발전했다. 전쟁발발의 원인과 구조적 배경, 전쟁을 결정하고 수행한 전쟁 주체들의 사고와 행위동기, 전쟁수행 전략이 보다 풍부한 사료적 토대, 보다 정치한 분석 논리와 연구방법에 의해 해명되었다. 또 전쟁의 주체이자 객체이기도 한 민중이 겪은 전쟁경험이 새로이 조명을 받고 복원되기 시작했다. 정치사, 외교사, 군사(軍史)의 영역에 머물던 전쟁사 연구가 사회사, 경제사, 문화사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되었고, 전쟁의 다양한 측면들이 새로운 조명을 받았다.
각 영역에서 수행된 새로운 사실의 발굴과 인식의 심화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전쟁기는 물론이고 전쟁 전후에 자행된 민간인 학살의 해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고조와 정부 차원의 진실규명 시도에서 보듯이 한국사회 자체가 내적으로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분단의 해소를 지향할 정도로 성숙했다. 이는 전쟁 상태의 종식과 통일,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노력과 염원이 과거보다 한층 커진 것을 반영한 것이리라.
― ''책 발간에 부쳐'' 중에서(6~7쪽)
2. 너른 시야와 충실한 사료 분석이 돋보이는 한국전쟁 연구
- 이 책의 특징 1
한반도의 분단구조와 지정학적 조건이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지만 탈냉전 이후 지난 20여 년간 한국사회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고, 학계의 전쟁 연구와 인식도 나름대로 크게 발전하였다. 전쟁발발의 원인과 구조적 배경, 전쟁을 결정하고 수행한 전쟁 주체들의 사고와 행위동기, 전쟁수행 전략이 보다 풍부한 사료적 토대, 보다 정치한 분석 논리와 연구방법에 의해 해명되었다. 이러한 연구성과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보다 너른 시야와 충실한 사실(史實) 분석에 입각해 전체적이고 포괄적인 시야를 확보함으로써 한국전쟁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전부터 논의되어온 전쟁사 인식이나 전쟁의 성격 이해와 관련한 구조적 배경과 사건, 주요 개념, 전쟁 주체들의 전략적 구도 등이 최근 10년간의 논의에서는 더욱 심화됨으로 개별 주제를 본격적으로 해명하거나 재해석하고 있는데, 바로 이 책의 1, 2부에 실린 글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전쟁의 기원과 형성(정병준), 미국?중국?러시아(구소련) 등 주변 열강의 정책과 태도(양영조, 기광서), 제한전 개념과 교전 양측의 전쟁전략(도진순, 이상호), 휴전회담(김보영), 그리고 정전협정의 사문화 과정을 다룬 글들(박태균)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글들은 남북관계의 차원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적 차원, 미?소의 세계전략의 차원으로 확대하여 전쟁의 구조적 배경과 성격을 분석하고 있다.
이 책에서 우선 주목할 것은 전쟁사 인식이나 전쟁의 성격 이해와 관련한 구조적 배경과 사건, 주요 개념, 전쟁 주체들의 전략적 구도 등을 본격적으로 해명하거나 재해석함으로써 전쟁을 이해할 수 있는 전체적 시야와 이해방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중략) 전쟁의 구조적 배경과 성격을 남북관계의 차원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적 차원, 미?소의 세계전략의 차원으로 확대하여 분석했다.
― ''책 발간에 부쳐'' 중에서(7~8쪽)
3. 새로운 사료를 기반으로 한 전쟁의 다양한 측면들
- 이 책의 특징 2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전쟁의 다양한 측면들을 본격적으로 분석의 영역 안으로 끌여들인 글들을 다수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구의 다양성은 새로운 사료를 기반으로 한다. 1970년대 중반에 미국 국립문서보관소(NARA) 문서 자료가 공개되기 시작된 이래 1990년대 탈냉전 이후 구소련 문서들과 북한정부?군의 고위급 인사들의 증언, 그리고 중국 자료들이 공개되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전쟁 연구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한국전쟁의 주요 행위주체였던 구소련, 북한, 중국 등 3개국의 전쟁 당사자와 관련자들이 생산한 각종 자료들이 공개 및 발굴되면서 이들 자료의 비교?교차 분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여 최근의 연구 경향은 신전통주의?신수정주의 혹은 이러한 구분과 경계를 뛰어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역사학계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사료를 기반으로 하여 보다 다각도로 한국전쟁을 연구하려는 시도들을 해왔다. 삐라를 통한 심리전(정용욱), 미공군의 무차별 공중폭격(김태우, 도진순), 수복지구 점령정책(한모니까), 비정규전과 빨치산(김광운, 이선화), 전쟁 피해 관련 통계나 명부에 대한 분석과 남북한 민간인 희생(정병준, 이신철, 양영조), 구술사를 통한 마을 단위의 전쟁기억 연구(이용기), 주한미군사고문단(박동찬)과 국민보도연맹(김선호), 임시토지수득세(김소남), 인플레이션(정진아), 경제조정협정(이현진) 등 전시 경제구조에 대한 연구들이 바로 그러하다. 이들 주제는 저마다 전쟁의 성격을 새롭게 논의할 것을 제안하고 있으며, 전쟁의 성격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돕거나, 장래의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 구실을 한다.
정치사, 외교사, 군사(軍史)의 영역에 머물던 전쟁사 연구가 사회사, 경제사, 문화사의 영역까지 확대되었고, 전쟁의 다양한 측면들이 새로운 조명을 받았다. 각 영역에서 수행된 새로운 사실의 발굴과 인식의 심화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전쟁기는 물론이고 전쟁 전후에 자행된 민간인 학살의 해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고조와 정부 차원의 진실규명 시도에서 보듯이 한국사회 자체가 내적으로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분단의 해소를 지향할 정도로 성숙했다. 이는 전쟁 상태의 종식과 통일,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노력과 염원이 과거보다 한층 커진 것을 반영한 것이리라.
― ''책 발간에 부쳐'' 중에서(6~7쪽)
4. 치밀한 사료 분석을 바탕으로 한 ‘역사주의적 접근’
- 이 책의 특징 3
이 책은 전후 한국사회와 역사학계가 이룬 성취를 기반으로, 전후세대 역사학자의 학문적 고민을 모았다. 특히 1990년대 이전 한국전쟁 관련 연구가 주로 전쟁의 발발과 책임 규명에서 출발하여 한국전쟁의 큰 그림을 그렸다면, 최근 역사학계의 연구는 우보천리의 우직하면서도 치밀한 작업을 통해 미시적 접근으로 한국전쟁의 총체적 역사상을 그려나가고 있다. 역사학의 본령은 철저한 사료 비판과 검증이다. 이데올로기적이고 선험적인 판단과 준거틀에 의지하지 않고, 역사적 자료의 가치를 우선해서 판단하고 그에 기초해 연구를 진행하는 ‘역사주의적 접근’은 역사학자들의 일차적 덕목인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역사주의적 사료 분석을 통해 연구한 23편의 글을 싣고 있다. 이들 글에는 필자들의 존재론적, 인식론적, 실천적 고민들이 응집되어 있다. 이들 글에 담긴 역사학자로서의 학문적 문제의식은 한국 역사학계의 전쟁사 연구를 보다 발전시키고 풍부히 함으로써 한국사회의 전쟁 인식을 확대하고 심화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록으로 실린 한국전쟁 관련 국내외(남북한, 미국, 러이사, 중국) 자료 발굴 현황은 이는 이후 한국전쟁 연구를 위한 연구사적 과제의 점검과 자료 수집에 유용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 책은 전후 한국사회와 역사학계가 이룬 성취에 기반하고 있고, 전후세대의 학문적 고민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한국 역사학계의 최근 전쟁 연구를 사실상 대표한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모든 글이 그렇지만 글에는 필자의 존재론적 고민, 인식론적 고민, 실천적 고민이 응집되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의 문제의식과 서술 내용이 보다 발전된 형태로 학계에 자리 잡고 또 전쟁사 연구를 주도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아울러 한국사회의 전쟁 인식을 확대하고 심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책 발간에 부쳐'' 중에서(9쪽)
5. 삐라를 통해 본 이미지 싸움터로서의 한국전쟁
- 이 책의 주요 내용 1
이 책에 실린 글들 중 한국전쟁 연구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주제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정용욱은 ''미군의 삐라 심리전과 냉전 이데올로기''를 통해 전쟁시기 미군에 의해 전개된 심리전을 당시 살포된 삐라들을 중심으로 분석, 연구하였다. 그는 미 육군 극동군사령부와 미8군사령부의 심리전 기구들과 심리전의 흐름을 밝혔을 뿐 아니라 유엔군과 북한군, 중국군의 삐라를 통해 교전 주체들이 심리전을 통해 만들고자 한 전쟁의 이미지들을 밀도 있게 추적함으로써 한국전쟁이 군대와 무기의 전쟁일 뿐만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심리전 전장이자 이미지 싸움터였다고 보았다. 이 연구는 ‘삐라’라는 새로운 연구주제를 발굴함으로써 한국전쟁 연구의 영역을 확장했다는 점뿐 아니라 한국전쟁의 심리전적 성격을 ‘삐라’를 통해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전쟁의 성격을 보다 명확히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6.25전쟁에서 삐라는 심리전의 가장 대표적 형태였다. 삐라는 미군 심리전의 주된 형태였을 뿐만 아니라 매우 중요한 전쟁 수단의 하나로 취급되었다. 유엔군은 전쟁발발 이후 휴전까지 25억 장가량의 삐라를 북한 지역과 북한, 중국 군인들에게 살포했다. 6.25전쟁에 참여한 북한군과 중국군 연인원을 200만 명으로 추산한다면 25억 장이라는 숫자는 전쟁기간 내내 하루 1장 정도의 삐라가 병사 개인들에게 배달되었음을 의미하고, 또 그것은 한반도 전부를 20번 덮는 수량이었다. 또 북한과 중국 역시 전선에서 그들의 주된 심리전 도구는 삐라였다. 즉 삐라는 유엔군과 북한군, 중국군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심리전 수단이었다.
― ''미군의 삐라 심리전과 냉전 이데올로기'' 중에서(271쪽)
6·25전쟁에서 교전 당사자들은 모두 전쟁의 진행과정에서 피아 쌍방, 또 국내, 국외의 청중을 향해 일종의 심리전을 수행했다. 6·25전쟁은 그런 의미에서 전 세계적 차원에서 냉전의 거대한 심리전장이었고, 국제전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6·25전쟁기 심리전은 한국사회에서 반공주의 인식의 경계가 쳐지고, 그 안에서 이미지가 고정되며, 내용적 도색이 이루어지는 과정이기도 했다.
― ''미군의 삐라 심리전과 냉전 이데올로기'' 중에서(296쪽)
6. 공중폭격으로 살펴본 한국전쟁의 성격과 민간인 피해
- 이 책의 주요 내용 2
이 책에 실린 논문 가운데 주목할 주제 중 하나로 역사학적 관점에서 다룬 ‘공중폭격’을 들 수 있다. 특히 김태우는 ''무제한전쟁을 향하여''에서 ‘한국전쟁기 미 공군 공중폭격작전의 성격 변화’를 다루고 있다. 그는 전쟁 초기부터 표출된 미 공군의 무제한전쟁을 향한 열망과 중국군 참전 이후 현상적으로 발현되기 시작한 무차별적인 전쟁의 수단과 목적, 양상 등에 주목하면서 미 공군이 직접 작성한 문서들을 근거로 공중폭격의 기본정책과 실제 전개 양상을 밝혔다. 도진순은 ''공중폭격과 민간인 희생''에서 미10군단 문서를 치밀하게 분석하여 1951년 1월 경상북도 예천군에서 일어난 산성동 폭격사건과 민간인들의 피해 실태를 실증적으로 살펴보았는데, 특히 군사작전 명령서를 통해 미 공군의 폭격에 의한 민간인 피해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음을 밝혔다.
김태우와 도진순의 연구는 한국전쟁기 미 공군문서를 바탕으로 미군의 공중폭격의 목적과 실제 전개 양상, 구체적 정책 등을 분석함으로써, 미군의 전쟁수행 과정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것이 돋보인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부터 시작된 3년간의 미 공군 폭격은 북한의 도시와 농촌들을 폐허로 만들어 버렸다. 극동공군은 자체 평가를 통해 진남포의 80%, 청진의 65%, 해주의 75%, 함흥의 80%, 흥남의 85%, 황주의 97%, 강계의 60%, 군우리의 100%, 교미포의 80%, 평양의 75%, 사리원의 95%, 순안의 90%, 원산의 80%, 신안주의 100%가 파괴되었다고 평가했다. 1953년 8월에 작성된 극동공군 폭격기사령부의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전쟁기에 투하된 1만 7,000톤의 폭탄 중 1만 톤 정도가 ‘보급지역’에 투하되었다고 한다. 이 보고서상의 ‘보급지역’이란 적 점령하의 도시와 농촌지역을 의미한다. 전쟁 초기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군사목표만을 제한적으로 공격한다는 ‘제한전쟁’의 중요한 가치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오히려 미 공군의 전쟁은 도시와 농촌지역 자체의 파괴를 주요 목표 중 하나로 간주하는 ‘무제한전쟁’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 ''무제한전쟁을 향하여'' 중에서(320쪽)
지금까지 한국전쟁에서 오폭(誤爆) 및 남폭(濫爆) 사건이 본격적으로 조명되지 못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일차적인 원인 중 하나가 자료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전시 학살사건은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를 규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최대의 난관이다. 특히 공중폭격의 경우 목격자가 많이 있더라도 하늘에서 비롯되는 일이라 대부분의 경우 가장 기초적인 비행기의 기종이라든지, 폭격의 횟수마저 잘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산성동 폭격에 대해서는 관련 정보 및 자료? 놀라울 정도로 거의 완벽하게 남아 있어 폭격의 실상, 행위 및 명령자의 계보, 폭격의 논리(logic)와 정책(policy)까지 분석해낼 수 있다.
― ''공중폭격과 민간인 희생'' 중에서(330쪽)
경북 예천군 보문면 학가산 서남 측면에 있는 산성동은 보잘것없는 산간 마을에 지나지 않지만, 1951년 1월 19일 무차별 폭격으로 인해 노근리사건 이상의 중요한 의미와 과제를 남기고 있다.
산성동 DR6457은 적정이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근 학가산과 신전동의 적정 때문에 정찰과 폭격의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더욱이 정확하지 못한 정찰과 10군단의 조직폭격정책에 의해 세 번에 걸쳐, 네이팜탄 등으로 무차별 폭격을 당하여 사상자가 136명에 달했다. 이처럼 문제가 많은 폭격이었기 때문에 산성동 폭격에 대해서는 미8군과 미5공군에 의해 합동조사가 수행되었다. 아마도 한국전쟁 중에 미군 사령부가 스스로 폭격사건을 조사한 경우는 산성동 이외에 거의 없을 것이다.
― ''공중폭격과 민간인 희생'' 중에서(358쪽)
▣ 작가 소개
저 : 정용욱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현국현대사를 전공하였으며, 1986년부터 1997년까지 단국대 동양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있었다. 1991년, 2001년에는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및 교수를 지냈다. 현재 ''현대 한국의 민족주의'', ''625전쟁기 심리전'', ''편지, 일기로 본 해방과 전쟁'' 등의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미군정 자료 연구』『해방 전후 미국의 대한정책』 등이, 역서로는 『탈냉전과 미국의 신세계 질서』, 『강압의 과학』 있다.
편자 : 한국역사연구회 현대사분과
한국역사연구회는 과학적 이론과 방법론을 통해서 한국사 연구를 더욱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한국사회의 역사적 과제인 민주주의의 실현과 평화통일 달성에 기여하기 위해 1988년 창립되었다. 이후 한국사 각 분야에서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전문 연구자 550여 명이 참여하는 한국사 학계의 중추적인 연구회로 성장하였다.
각 시대사별로 활발한 공동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고, 그 성과들을 출간하여 학계는 물론 일반대중과 공유하고 있다. 전문학술지 《역사와 현실》을 연 4회 발간하고 있으며, 《1894년 농민전쟁연구》와 같은 전문 학술서를 비롯해 《한국역사》와 같은 개설서, 《문답으로 엮은 한국 고대사 강의》,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등 다수의 교양서를 발간하였다. 특히 각 시대별로 엮은 ‘어떻게 살았을까’ 시리즈는 한국사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더불어 일반인을 위한 대중강좌와 시민단체들과 연대한 시민강좌를 열어 학계와 시민사회의 교류에 힘쓰고 있다.
특히 한국역사연구회 현대사분과는 《한국현대사》 1~4를 발간하여 1945년 해방 이후 현대사에서 규명되어야 할 문제들을 제기해왔으며, 《4·19와 남북관...계》를 통해 1960년 4·19의 성격을 새롭게 규명하는 데도 노력해왔다. 이 외에도 《한미관계 20년사》 등의 역서를 발간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와 출판 활동을 해나갈 예정이다.
▣ 주요 목차
책 발간에 부처 지난 10년의 한국전쟁 연구성과를 집대성하며
1부 전쟁과 국제정치
동아시아 냉전과 6·25전쟁 / 양영조
미소의 38선정책과 남북 갈등의 기원 / 정병준
한국전쟁의 기본개념으로서의 제한전의 성립과 분화 / 도진순
한국전쟁 속의 스탈린 / 기광서
한국전쟁 휴전회담 협상전략과 지휘체계 / 김보영
유엔군사령부의 ''수복지구'' 점령정책과 행정권 이양 / 한모니까
미국의 정전협정 일부 조항 무효선언과 그 의미 / 박태균
2부 전쟁과 군사전략
맥아더의 한국전쟁 군사전략 / 이상호
중앙군의 한국전쟁 참전과 군사개혁 / 양영조
미군의 삐라 심리전과 냉전 이데올로기 / 정용욱
무제한전쟁을 향하여 / 김태우
공중폭격과 민간인 희생 / 도진순
북한의 비정규전 조직과 전개 / 김광운
한국전쟁 전후 빨치산의 형성과 활동 / 이선아
주한미군사고문단의 조직과 주요 활동 / 박동찬
3부 전쟁과 사회
한국전쟁기 남한 민간인 인명피해 조사의 유형과 특징 / 정병준
6·25 남북전쟁시기 이북 지역에서의 민간인 학살 / 이신철
국민보도연맹, 과연 전향자단체인가 / 김선호
한국전쟁기 대구지역 피난민의 실태와 구호활동 / 양영조
마을에서의 전쟁경험과 그 기억 / 이용기
전쟁 인플레이션과 ''백제정'' / 정진아
6·25 전쟁기 전비지출 문제와 경제조정협정 / 이현진
한국전쟁과 임시토지수득세의 실시 / 김소남
부록 한국전쟁과 관련 자료 수집 및 발굴 현황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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