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옳거니, 좋아 해보자!’라고 기운을 주는 사상
사사키 아타루는 다양한 수식어를 가진 철학자다. 그만큼 여러 면에서 매력을 발산한다는 의미다. 그중에서도 단연 그를 ‘믿음직한 사상가’로 느껴지게 하는 면모는 다음과 같은 언설들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상은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이렇게 다양하게 공부해야 하나? 앞으로는 뭘 해도 허사인가’ 하고 난처하게 만드는 사상이고, 다른 하나는 ‘옳거니, 좋아 해보자’라고 기운을 주는 사상입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척척박사여도 전자는 쓸모가 없습니다. 사상의 가치가 없습니다. 참으로 순진한 소리한다 싶으시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괴테가 활력도 주지 않고 설교만 해대는 사람은 딱 질색이라고 단언한 말을 니체가 희희낙락하며 인용합니다. (268쪽)
니체는 “진리의 옹호자가 가장 드문 것은 진리를 말하는 것이 위험할 때가 아니라 진리가 지루할 때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지루하고, 당연한 말일지라도 옳은 얘기면 미사여구든 라임이든 총동원해서 재미있게 들려줘야 한다는 게 저의 소박한 생각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은 당연해서 시시할지도 모릅니다. (228~229쪽)
참고문헌을 명시하는 또 다른 이유는 둘도 없는 기쁨입니다. 단적으로 유쾌합니다. 존경해서 발췌한 참고문헌을 명시하고 공유하는 것은 순수하게 즐거운 일이니까요. 공유하는 집단은 스스로 고립된 당파와는 딴판이지요. 가령 저는 각주에서 전부 말합니다. 숨기지 않습니다. 문장 속에서도 고유명사는 전부 밝히고 유래는 낱낱이 파헤칩니다. 카드는 전부 공개합니다. 그래야 모르는 힙합의 유래도 조사하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정말로 그러한 보편적이고 공명정대하게 출처를 공유하는 기쁨을 모든 사람과 나누고 싶은 절실한 열망 때문입니다. 각주를 다는 것이 즐거운 이유는 역시 제가 힙합을 좋아해서가 아닌지
문득 생각하기도 합니다. (238쪽)
의식적으로 선택한 ‘무지’의 힘
정보과잉, 대학과잉의 시대에 그는 대학, 특히 대학의 교양학부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자고 말한다. 작금의 대학은 부패했으며 애초 교양학부의 출발은 대부분의 유럽인이 문맹이었던 데다 체계적인 학문과 변변한 책도 없어서 ‘자유학예 7과목’이라는 문법, 수사학, 논리학, 산술, 천문학, 기하학, 음악밖에 가르칠 수가 없었던 것에 기인한다고. 더불어 온갖 분야에서 전문가입네 하는 자들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지식과 정보를 둘러싼 착취와 공포의 구도에 구체적으로 저항해야만 하며, 설사 무지하다고 비난당할지언정 필요하다면 의식적으로 무지를 택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정치적인 저항이라고. 더불어 어려운 책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무작정 붙들고 읽으면 된다고 강조하며 이런 일화를 들려준다.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기자가 『안티 오이디푸스: 자본주의와 분열증L'Anti-OEdipe: Capitalisme et schizophrenie』은 난해해서 전문가도 이해할 수가 없다더라고 했더니 들뢰즈는 태연히 전문가만 모른다고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열렬히 지지하는 간호사와 항만 노동자들이 보낸 팬레터에 감격했다고 합니다. 들뢰즈는 그것을 ‘조우遭遇’라고 말합니다. 분명 입문서를 읽은 적도 없을뿐더러 학교 문턱에도 못 가보고, 정규 교육과정도 밟지 않은 사람들이 20세기 굴지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책을 읽는 것은 조우는커녕 기적에 가깝죠. 그러나 그 정도의 기적은 세상에 흔합니다. / 애초에 독자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 위한답시고 쉽게 쓰는 것은 권위적인 태도입니다. 독자를 얕보고 업신여기는 짓이죠. 그런 식으로 쓴 글이 무조건 먹히는 것은 아닙니다. (150쪽)
혁명은 텍스트의 정보화에 대한 봉기
사사키 아타루의 책에 빠짐없이 나오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혁명’이다. 그러나 그 혁명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정치적 혁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근본적인 혁명, 모든 것이 텍스트에서 비롯되며 결국 텍스트로 수렴되는 혁명이다. 여기서 텍스트는 단순한 글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춤, 음악, 그림 등 모든 예술적 장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수많은 독자를 열광시켰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의 부제인 ‘책과 혁명에 대한 닷새 밤의 기록’이 잘 말해주듯 초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텍스트’에 대한 그의 천착이 이르는 곳이 혁명의 발생지점인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 작가 소개
저 : 사사키 아타루
Sasaki Ataru,ささき あたる,佐佐木 中
1973년 아오모리에서 태어났다. 도쿄대학 문학부 사상문화학과를 졸업했으며,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사회연구계 기초문화연구를 전공해 종교학 종교사학 전문분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박사(문학). 현재 호세이대학 비상근 강사이며, 전공은 현대사상과 이론종교학이다. 지은 책으로 『야전과 영원 - 푸코ㆍ라캉ㆍ르장드르』(以文社, 2008년, 정본문고판 상, 하 / 河出書房新社, 2011년)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河出書房新社, 2010년) 『구하 전야』(河出書房新社, 2011년) 『발걸음을 멈추고 - 아날렉타 1』(河出書房新社, 2011년) 『이 나날들을 서로 노래한다 - 아날렉타 2』(河出書房新社, 2011년) 『행복했을 적에 그랬던 것처럼』(河出書房新社, 2011년) 『바스러진 대지에 하나의 장소를 - 아날렉타 3』(河出書房新社, 2011년) 『BACK 2 BACK』(공저, 河出書房新社, 2012년) 『아키코 그대의 제 문제』(河出書房新社, 2012년)가 있다.
역 : 김소운
일본어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면서 국내에 좋은 일본책을 소개하는 전문기획도 함께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사고력을 키우는 읽기 기술》《정보력 10배 올리는 속독법》《국제정세 한눈에 꿰뚫기》《아침 10분 혁명》《사고개혁의 심리학》《착한 아이보다 인정받는 아이로 키워라》《은퇴남편 유쾌하게 길들이기》《일머리》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한국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1부 인문학의 역습
- 실패하는 혁명이여, 지식과 열광을 발산하라
- 삶에 대한 모욕, ‘죽음의 이야기’의 반복: 『1Q84』는 문학적으로 잘못되었다
- 어떻게 죽을 것인가
2부 제자리걸음을 멈추고
- 대사일번 절후소생
- 요괴를 만나다
- 제자리걸음을 멈추고
- 실존의 미학 너머에서
- 시
- 정치적 영성
3부 야전과 영원의 지평 혹은 혁명
- 야전과 영원의 지평이란 무엇인가
- 이 세계에서 다른 생: 영성·혁명·예술
- 끝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 ‘ONCE AGAIN’이 혁명이다
4부 책을 말하다
- 양서이긴 하나 전제하는 바가 많고 굴절을 잉태한: 푸코의 맹우가 푸코를 말하다
- ‘이소자키적 세계’의 반석과 동요
- 햇살 가득한 여행에 미칠 것만 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기록으로
- 나의 소설관을 바꾼 책 세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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