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1. 스펙터클 경성의 모던걸은 왜 못된걸이 되었을까?
- 1930년대 경성의 미디어가 만들어낸 ‘불량소녀들’의 이미지를 분석한다
‘불량소녀들’은 스펙터클의 경성 거리를 활보하던 모던걸들의 다른 이름이다. 1920~30년대 경성은 시각적으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전기가 널리 보급되며 밤낮의 구분이 사라지고, 화려한 쇼윈도를 갖춘 고층 백화점이 등장하였으며, 대규모 박람회가 개최되고 꽃구경이 유행하는 등 사시사철 구경거리가 끊이지 않는 도시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이미지화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각종 미디어도 등장했다.
이 책은 모던걸을 ‘불량화’한 가장 큰 요인이 바로 경성의 시각적 변화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시각문화의 발달은 조선의 대중을 빠르게 구경거리에 중독되게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당시 미디어가 주목했던 가장 핫한 구경거리가 ‘불량소녀들’이었다. 가부장 사회였던 조선에서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화젯거리가 되었다. 게다가 단발에 양장도 모자라 짙은 립스틱에 여우털 목도리까지 두른 채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이라니.
저자는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의 ‘장식 모티프’에 착안해 구경꾼이 된 근대 대중이 개개인의 여성들을 ‘집단적인 장식’물로 만들어갔다고 말하며 이때 사용된 ‘불량’이라는 장식의 이미지에는 시대의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불량’이라는 수사는 보기 좋은 ‘구경거리’나 ‘가정주부’의 역할에서 벗어나려는 여성들에게 가부장 사회가 붙인 꼬리표였던 것이다.
이 책은 미디어가 모던걸들을 유형화하고 재현하는 방식을 분석하여 ‘불량’이란 수사의 허황됨을 지적하는 한편, 그를 이용해 집 밖으로 나온 여성들을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려 했던 사회의 가부장적 무의식을 포착한다. 1930년대의 조선은 식민지라는 상황에서 듣도 보도 못한 근대의 것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혼돈의 시기였다. 혼란과 불안에 눈이 먼 조선이란 가부장적 사회가 구조적인 문제에는 눈감은 채 ‘불량’이라는 수사를 남발하며 여성들 개개인의 방종만 지적했기에 모던걸들은 ‘현모양처’ 이데올로기를 주입받아 가정으로 다시 되돌아가야만 했던 것이다.
2. 2017년 한국의 ‘노라’들이 더는 상처받지 않는 사회를 위하여
- 한국 사회에 팽배한 성차별적 시선과 여성 혐오의 기원을 추적한다
일찍부터 횡행하던 여성 혐오가 문제시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강남역 묻지 마 살인사건’이 페미니즘 리부트 현상을 불러일으키면서 사회에 팽배한 각종 혐오 발언이나 사건들에 대한 문제의식이 싹트는 한편 페미니즘 책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은 그 문제의 원인을 알고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노라’들이 처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어떻게 그런 상황에 처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 책은 미디어들이 그린 여성의 이미지를 토대로 현재 한국 사회에 팽배한 ‘여성 혐오’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할 만하다. 여성의 외모는 물론이고 직업과 소비 취향, 취미 같은 것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평가의 대상이 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어떻게 지금까지도 그 같은 기준으로 여성을 평가하고 비난하는 행태가 남아 있는지 알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3. 이미지로만 남은 그때 그 시절 ‘불량소녀들’과 직접 대면할 기회
- 당대의 만문만화, 잡지, 신문기사 등 풍부한 시각자료를 통해 본 모던걸의 모습
이 책에서 글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시각적 자료들이다.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불량’이란 이미지를 분석하는 책인 만큼 각 장마다 쓰인 방대한 도판은 그 자체만으로도 미디어가 어떻게 여성을 소비해왔는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처럼 각 장마다 고르게 쓰인 시각 자료들은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1930년대 경성의 모습 혹은 경성의 거리를 거닐던 모던걸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특히 당시에도 잡지 표지를 장식한 것은 주로 온갖 유행하는 장식품으로 치장한 이국적인 외모의 여성이었는데, 이는 1930년대 조선 사회가 생각한 ‘이상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독자들이 직접 확인하고 현재와 비교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이는 따라야할 여성상을 제시해놓고 거기에 순응한 모던걸들을 ‘불량소녀들’로 폄하한 사회의 모순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결국 이 책은 미디어가 모던걸을 ‘불량’으로 이미지화하는 과정을 살피는 책인 동시에 여전히 여성을 소비의 대상이자 비난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자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여전히 국가주의적, 가부장적 사고방식으로 여성의 신체를 대하는 현실 말이다. 만문만화, 광고, 표지화 등의 이미지로 대표되던 시각적 자료들이 동영상으로 대체되고 있는 요즘, 훗날 우리가 여성을 대하는 방식은 경성이 여성을 대하던 방식과 똑같이 여겨지지는 않을까.
- 1930년대 경성의 미디어가 만들어낸 ‘불량소녀들’의 이미지를 분석한다
‘불량소녀들’은 스펙터클의 경성 거리를 활보하던 모던걸들의 다른 이름이다. 1920~30년대 경성은 시각적으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전기가 널리 보급되며 밤낮의 구분이 사라지고, 화려한 쇼윈도를 갖춘 고층 백화점이 등장하였으며, 대규모 박람회가 개최되고 꽃구경이 유행하는 등 사시사철 구경거리가 끊이지 않는 도시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이미지화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각종 미디어도 등장했다.
이 책은 모던걸을 ‘불량화’한 가장 큰 요인이 바로 경성의 시각적 변화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시각문화의 발달은 조선의 대중을 빠르게 구경거리에 중독되게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당시 미디어가 주목했던 가장 핫한 구경거리가 ‘불량소녀들’이었다. 가부장 사회였던 조선에서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화젯거리가 되었다. 게다가 단발에 양장도 모자라 짙은 립스틱에 여우털 목도리까지 두른 채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이라니.
저자는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의 ‘장식 모티프’에 착안해 구경꾼이 된 근대 대중이 개개인의 여성들을 ‘집단적인 장식’물로 만들어갔다고 말하며 이때 사용된 ‘불량’이라는 장식의 이미지에는 시대의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불량’이라는 수사는 보기 좋은 ‘구경거리’나 ‘가정주부’의 역할에서 벗어나려는 여성들에게 가부장 사회가 붙인 꼬리표였던 것이다.
이 책은 미디어가 모던걸들을 유형화하고 재현하는 방식을 분석하여 ‘불량’이란 수사의 허황됨을 지적하는 한편, 그를 이용해 집 밖으로 나온 여성들을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려 했던 사회의 가부장적 무의식을 포착한다. 1930년대의 조선은 식민지라는 상황에서 듣도 보도 못한 근대의 것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혼돈의 시기였다. 혼란과 불안에 눈이 먼 조선이란 가부장적 사회가 구조적인 문제에는 눈감은 채 ‘불량’이라는 수사를 남발하며 여성들 개개인의 방종만 지적했기에 모던걸들은 ‘현모양처’ 이데올로기를 주입받아 가정으로 다시 되돌아가야만 했던 것이다.
2. 2017년 한국의 ‘노라’들이 더는 상처받지 않는 사회를 위하여
- 한국 사회에 팽배한 성차별적 시선과 여성 혐오의 기원을 추적한다
일찍부터 횡행하던 여성 혐오가 문제시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강남역 묻지 마 살인사건’이 페미니즘 리부트 현상을 불러일으키면서 사회에 팽배한 각종 혐오 발언이나 사건들에 대한 문제의식이 싹트는 한편 페미니즘 책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은 그 문제의 원인을 알고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노라’들이 처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어떻게 그런 상황에 처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 책은 미디어들이 그린 여성의 이미지를 토대로 현재 한국 사회에 팽배한 ‘여성 혐오’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할 만하다. 여성의 외모는 물론이고 직업과 소비 취향, 취미 같은 것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평가의 대상이 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어떻게 지금까지도 그 같은 기준으로 여성을 평가하고 비난하는 행태가 남아 있는지 알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3. 이미지로만 남은 그때 그 시절 ‘불량소녀들’과 직접 대면할 기회
- 당대의 만문만화, 잡지, 신문기사 등 풍부한 시각자료를 통해 본 모던걸의 모습
이 책에서 글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시각적 자료들이다.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불량’이란 이미지를 분석하는 책인 만큼 각 장마다 쓰인 방대한 도판은 그 자체만으로도 미디어가 어떻게 여성을 소비해왔는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처럼 각 장마다 고르게 쓰인 시각 자료들은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1930년대 경성의 모습 혹은 경성의 거리를 거닐던 모던걸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특히 당시에도 잡지 표지를 장식한 것은 주로 온갖 유행하는 장식품으로 치장한 이국적인 외모의 여성이었는데, 이는 1930년대 조선 사회가 생각한 ‘이상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독자들이 직접 확인하고 현재와 비교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이는 따라야할 여성상을 제시해놓고 거기에 순응한 모던걸들을 ‘불량소녀들’로 폄하한 사회의 모순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결국 이 책은 미디어가 모던걸을 ‘불량’으로 이미지화하는 과정을 살피는 책인 동시에 여전히 여성을 소비의 대상이자 비난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자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여전히 국가주의적, 가부장적 사고방식으로 여성의 신체를 대하는 현실 말이다. 만문만화, 광고, 표지화 등의 이미지로 대표되던 시각적 자료들이 동영상으로 대체되고 있는 요즘, 훗날 우리가 여성을 대하는 방식은 경성이 여성을 대하던 방식과 똑같이 여겨지지는 않을까.
작가 소개
저 : 한민주
2005년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며 서강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했다. 현재 근대 여성 과학 문화사에 관한 저서를 출간 준비 중이며 아동 과학 문화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낭만의 테러: 파시스트 문학과 유토피아적 충동』, 『명랑한 멜랑콜리』, 『권력의 도상학』과 공저인 『문학과 과학I: 자연·문명·전쟁』, 『문학과 과학II: 인종·마술·국가』, 『문학과 과학III: 영혼·생명·통치』 등이 있다.
목 차
머리말
프롤로그 그녀는 스캔들과 함께 왔다
1부 군중의 욕망을 자극하는 시각문화
1장 근대 도시 경성의 스펙터클
2장 대로문화와 여성 산책자
3장 ‘모던걸/못된걸(bad girls)’, 거리의 스펙터클
2부 신여성상
1장 직업부인
2장 레뷰걸
3장 마네킹걸
4장 애활(愛活)소녀
5장 스포츠걸
3부 근대 장식의 정치 경제학
1장 상업 디자인의 문화정치
2장 실내 장식과 소비주의, 가정의 정치학
에필로그 되돌아오는 착한 여자와 나쁜 여자
주
프롤로그 그녀는 스캔들과 함께 왔다
1부 군중의 욕망을 자극하는 시각문화
1장 근대 도시 경성의 스펙터클
2장 대로문화와 여성 산책자
3장 ‘모던걸/못된걸(bad girls)’, 거리의 스펙터클
2부 신여성상
1장 직업부인
2장 레뷰걸
3장 마네킹걸
4장 애활(愛活)소녀
5장 스포츠걸
3부 근대 장식의 정치 경제학
1장 상업 디자인의 문화정치
2장 실내 장식과 소비주의, 가정의 정치학
에필로그 되돌아오는 착한 여자와 나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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