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오늘날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장애인인권교육 등이 널리 행해지고 있지만, 비장애인들은 그것이 왜 필요한지조차 관심을 두려 하지않는다. 단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법이나 사회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권리를 주장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장애에 대해 이해하고 관심을 갖고자 하는 이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재나 강연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설을 통해 장애인이나 비장애인들이 함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주요내용-
개화기에 나온 「소경과 앉은뱅이 문답」이나 「병인간친회록」에 등장하는 장애인들은 이름이 명명되지는 않았지만, 당대의 사회현실을 비판하는 지식인의 목소리가 들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국사태에 대해 장애인들의 거침없는 세태비판을 통해 사욕에 눈먼 이들에게 일침을 놓을 정도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는 일제의 탄압이 강해진 영향 때문인지, 비판의 목소리는 약해지고 장애의 문제도 점점 학대와 축출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대부분 하층민으로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장애인들도 나름대로 자신의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간 것으로 묘사된다. 예를 들면 「천치? 천재?」에 나오는 칠성이는 지능이 낮고 하는 행동도 엉뚱하고 이상해서 홀어머니의 걱정을 사는 아이로 나오지만, 칠성이 자체로는 호기심 많고 순수성도 지닌 존재였다. 보통 아이들보다 궁금하면 참지 못하고 무언가에 집중하면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였던 것이다. 「누님」에 나오는 남순은 어린 시절 눈에 화살을 맞고 애꾸눈이 되자 학교에서 쫓겨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다. 게다가 결혼도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나이 많은 사람과 해야 했고, 결혼 후 얼마 안 가서는 시어머니와 남편의 학대를 받으며 쫓겨난다. 그러나 친정에 돌아온 뒤에는 자신이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단순노동이나 부엌데기 노릇을 하는 등 점점 자아를 찾아 세상에 나가 홀로서기를 한다. 「지하촌」의 칠성도 병치료를 잘못해 걸음걸이가 불편한 지체장애인이었지만, 홀로 농사를 짓는 어머니를 걱정하며 동냥으로 얻어온 것들로 가난한 살림에 보태려고 애쓴 인물로 그려져 있다. 이처럼 근대 장애인들의 모습에는 가난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는 긍정적 이미지가 나타난다.
작가 소개
고려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성이나 장애인, 하층민 등 역사 속 소외된 사람들을 세밀하게 복원하여 이야기로 재미있게 들려주는 전문 역사 스토리텔러다. 지은 책으로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향랑, 산유화로 지다」, 「꽃으로 피기보다 새가 되어 날아가리」,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역사 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기이한 책장수 조신선」, 「거리의 이야기꾼 전기수」 등이 있다.
목 차
2장. 한양의 장애인들, 집회를 열다: 작자미상의 「병인간친회록」 32
3장. 천치와 천재는 한끗 차이: 전영택의 「천치? 천재?」 66
4장. 소경 남편의 치정싸움: 이태준의 「오몽녀」 84
5장. 천덕꾸러기 할멈이 버려진 이유: 전영택의 「바람 부는 저녁」 103
6장. 벙어리 머슴의 순수한 사랑: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 120
7장. 생존을 위해 선택한 거미인간의 삶: 계용묵의 「인두지주」 141
8장. 누이를 찾는 중복장애 오빠의 절규: 최서해의 「누이동생을 따라」 154
9장. 절름발이 청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강경애의 「지하촌」 189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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