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전라도는 왜?”에 대한 답을 찾아서!
전라도에 대한 고정관념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정당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럴 만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이 책은 그런 의문에서 출발한다.
도발적인 책 제목 “나는 전라도 사람이다.”
‘훗날 정조라고 불린 조선의 22대 임금 이산이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한 그 어조로 이 말을 하고 싶다.’ 책의 서문에 밝힌 저자의 변이다. 전라도에서 태어나 자란 저자는 전라도에 대한 세간의 오해와 편견, 전라도 사람들이 오랜 세월 받아온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랜 탐구 끝에 ‘나는 전라도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말해도 좋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전라도에는 빼앗아갈 것이 너무 많았을 뿐이다!
‘하늘이 넓어서 좋았다.’ 저자가 말하는 전라도의 특징이다. 평야가 넓고, ‘큰 산들은 저 멀리 떨어져 벌을 서듯 쪼그려 앉아 있는 곳’이 전라도라고 한다. 삼한시대 벽골제를 비롯한 ‘3호’가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수리시설이 가장 발달했던 곳이고, 농지 간척이 활발해 조선시대에 이르면 나라의 곡창이 되었다. 그렇기에 힘 있는 이들이 빼앗아갈 것이 많았다. 실제로 조선 후기에는 중앙정부 조세의 40%를 담당한 곳이 전라도였다. 1862년 임술민란에서 농민봉기가 가장 많이 일어난 곳이 전라도요, 1894년 갑오농민전쟁이 일어난 곳도 전라도란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일제 강점기에도 전라도엔 대지주가 많았다. 특히 일본인들은 전라북도의 논밭과 묵은땅을 대거 사들였고, 많을 때는 전북 쌀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일본으로 실어갔다.
그랬다. 전라도에 대한 그 모든 편견과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차별은 전라도의 풍요를 탐내 빼앗아간 사람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허구에 기반하고 있었다. 빼앗아가는 이들은 전라도에 ‘악’의 굴레를 덧씌워야 했다. 그래야 양심을 달래고 편히 잠잘 수 있기 때문이었을 터이다.
그렇다고 전라도가 단순히 수탈만 당한 것은 아니다. ‘문제에 먼저 직면하였기에 앞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제 몸을 부셔 벽을 깨뜨리려 애쓴 이들이 전라도 사람들’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임진왜란 때는 나라를 끝까지 지켜낸 땅이고, 구한말엔 가장 끝까지 일본의 국권 침탈에 저항한 땅이고, 동학과 증산 사상 등 새로운 사상과 종교가 꽃핀 땅이다.
미화와 과장을 배제한 현장 중심의 논픽션!
전라도에는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알맹이 없이 빈껍데기만 유통된다는 안타까움이 이 책을 쓰게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설명하기’보다는 ‘보여주기’를 지향한다. 미화, 과장, 상상의 영역을 철저히 배제한다. 언론인인 저자는 현장 취재를 하듯 사료를 뒤지고, 비판적 검증을 거쳐, 다큐멘터리를 쓰듯 전라도 천년의 이야기를 썼다. 불완전한 사료를 근거로 무리하게 주장을 펼치기보다는 필요한 경우 저자가 짐작하는 바를 근거를 들어 서술하고 있다. 단편적인 사료에 상상을 덧붙여 사료의 빈틈을 메우기보다는 차라리 공백으로 남겨두는 편이 더 낫다는 결벽증에 가까운 당당함이다. 들끓는 애향심이나 편견에 대한 한풀이로 이 책을 대한다면 뭔가 미진함을 느낄 것이요, 역사 안에 숨겨진 진실을 통시적이고 거시적으로 통찰코자 한다면 더없는 만족감을 얻을 것이다.
8개의 연작 단편소설, 한 권의 장편소설!
이 책은 8개의 연작 단편소설로 이뤄진, 한권의 장편소설과도 같다. 각 장은 완결된 서사구조를 갖춘 이야기다.
1장은 임진전쟁 때 전라도 이야기다. 조선이 일본을 물리치는 마지막 보루가 된 곳이 전라도다. 그러는 동안 ‘코 베임’을 당하면서 이 나라와 백성을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다. 2장은 조선 불교 이야기, 그리고 ‘부처의 화신’이라 불린 진묵대사 이야기다. 3장은 신선을 꿈꾼 사람들의 이야기다. 허균이 소설로 써서 남긴 ‘남궁선생’(남궁두)과 청하자 권극중이 주인공이다. 4장은 전라도 농경지를 일군 피땀 어린 역사를 다룬다. 벽골제, 눌제와 개간, 간척 이야기다. 5장은 전라도 선비, 유학자의 계보를 다룬다. 6장은 갑오년 동학농민전쟁과 항일 의병 이야기다. 그 전사로서 1862년 임술년 민란 이야기로 시작한다. 7장은 동학의 창시자 최수운에서 시작해, 증산 강일순, 보천교의 차경석으로 이어지는 개벽 사상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 8장은 조선 말에서 1950년까지 토지를 둘러싼 갈등과 그 부분적 해결책으로서 농지개혁 이야기를 다룬다.
풍성한 읽을거리와 주석에 숨겨진 새로운 지식!
호남, 영남이란 지명의 유래, 임진왜란 때 승의군의 활약, 구미호와 삼신산 전설, 벽골제와 눌제의 역사, 전라도 간척의 역사와 윤선도와 갑오농민전쟁의 뒷이야기, 역사에서 지워진 보천교 등 이 책에는 흥미진진한 읽을거리가 아주 많다. 본문뿐 아니라 각 장의 뒤에 첨부된 주석에서도 미처 몰랐던 새로운 지식들을 알려주고 있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2장 주석(13): 사람이 죽어 혼이 하늘로 날아가고 체백이 땅으로 흩어지는 것을 주자학의 사고에서는 혼비백산(魂飛魄散)이라 한다. 주자학에서는 혼과 백을 분리해서 본다. 이에 맞춰 우리말 단어에서도 얼과 넉(넋)을 구분해 쓰는 사례가 있다. 그러나 양주동은 우리 말 고어에는 넉(또는 넋)만 쓰였을 뿐이고 얼이 쓰인 일이 없다고 했다. 혼을 얼이라 하는 것은 황당무계한 것으로, 구한말에 누군가가 선의로 만들어냈을 것이라고 보았다.
·5장 주석(6):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제주 섬에서는 ‘중이 모두 절 옆에 집을 짓고 처자를 기른다’고 하였다.
·1장 주석(5): 『산경표』 해석자들 가운데는 대동여지전도의 발문에 있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란 표현을 ‘산이 스스로 분수령이 된다’, 또는 ‘산은 물을 가른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이를 전통 지리학의 핵심원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문장에서 ‘분수령’은 지명이다. ‘대동여지도’나 ‘대동여지전도’의 백두산 부분을 보면 분수령, 연지봉, 소백산이 모두 지도에 표시된 지명이다. 분수령은 백두산 동남쪽 약 4㎞ 지점에 있으며, 1712년 청나라와 국경을 획정한 백두산정계비를 세운 곳이다. 정계비엔 ‘서쪽으로는 압록강, 동쪽으로는 토문강으로 하여 이 분수령에 비를 세운다’고 새겨져 있다. 고종실록에도 백두산 분수령에 대한 내용이 두 차례 나온다.
작가 소개
저 : 정남구
1995년부터 한겨레신문 기자로 일하고 있다. 도쿄특파원, 경제부장,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전북 정읍 고부면에서 태어나 고부중, 호남고(정읍),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그는 전봉준이 1893년 말 고부에서 농민봉기를 일으키려고 19명의 동지와 함께 사발통문을 쓴 ‘대뫼’ 마을 옆 마을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고향에서 살았다. 제목에 쓰인 그대로 뼛속까지 전라도 사람이다. 그런 그도 이 책에 쓴 내용의 대부분을 여러 사료를 직접 뒤져가며 10여 년간 공부하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오해와 편견을 깨려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에서 ‘미화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논픽션을 쓰듯 전라도 1000년의 이야기를 썼다’고 밝힌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한미 FTA, 하나의 협정 엇갈린 진실』(공저) 등 경제 서적과 에세이 『다섯 평의 기적』,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룬 『잃어버린 후쿠시마의 봄』 등의 책을 썼다.
목 차
1장 코 없는 사람
2장 불이문(不二門)
3장 신선
4장 땅
5장 선비
6장 혁명
7장 개벽
8장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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