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논어》는 왜 그토록 수없이 되새겨 읽히는 공감의 생명력을 가졌을까?
공자는 성인(聖人)일까, 속인일까, 진보주의자일까, 보수주의자일까?
2,500여 년 전 공자가 있었다. 공자는 혼돈의 춘추·전국시대에 천하를 주유하며 정치개혁과 사람됨을 가르치고 실현해보려 했던 관료이자 교육가, 사상가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다가 70이 다 되어 빈손으로 고국에 돌아와 후진 양성으로 여생을 마쳤다. 공자에게는 수많은 제자들이 있었고, 스승의 깊고 높은 가르침을 받아 적거나 기억하고 되새기려 했다. 그들은 자신이 보거나 전해들은 스승의 말과 행적을 “선택”하여 아주 간략하게만 죽간이나 목간에 기록해 《논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논어》는 처음에는 상황과 맥락 속에서 발화된 “말”이었지만 기록의 과정에서 정황과 대상, 주체가 생략되거나 관점과 강조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손과 입과 생각을 거쳐 오랜 세월 동안 다듬어지면서 마침내 “경전”이 되었다. 이렇듯 《논어》는 하루아침에 쓰인 것도, 특정의 누군가 작정하고 쓴 것이 아니기에 이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과 주석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구절마다 편마다 다른 해석과 입장이 있고, 그 해석에 대한 주석과 주석에 대한 주석이 꼬리를 잇기에 종종 현대의 독자들은 길을 잃고 머뭇거리게 된다. 도대체 《논어》의 핵심적인 사상은 무엇이고, 어떻게 읽는 것이 정확한 ‘논어독법’이 되는 걸까?
오늘날에도 유효한 《논어》의 힘, ‘나의 나됨’과 ‘사회’를 생각하게 하는 고전,
풍요로운 지혜와 사색의 보고(寶庫) 《논어》에 반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 책은 한 법조인으로서 인간과 법, 정치가 엮어내는 삶의 현장에서 매일 해석과 판단의 갈림길에서 씨름하는 고민과 성찰 속에서 얻은 《논어》 읽기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논어》와 공자에 대한 이해를 자연스럽게 한 축으로 풀어가며 잔잔한 집중과 심도 깊은 탐구의 재미를 제공한다. 공자가 마구간에 난 불을 보고 말과 사람에 대해 무엇이라 말했는지에 대한 논쟁에서부터 달항당 사람의 비아냥거림을 해석하는 것 등 《논어》의 여러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공자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를 통해 ‘만들어져가는 공자’, ‘신격화되어가는 공자’의 모습을 살펴보는 동안 흥미롭게 《논어》에 빠져들게 한다.
또한 한발 더 나아가 본격적으로 《논어》의 주요 어휘인 인, 의, 예, 지, 덕, 도, 충, 효와 수기안인, 군자, 배움 등 여러 개념들을 따져 봄으로써 공자의 크고 넓은 철학적 뒷받침을 음미할 수 있게 한다. 독자들은 비록 주왕을 그리며 무너져 가는 봉건제와 혼란한 춘추 전국시대를 이상주의적으로 되살려보려 안간힘을 쓰는 한계를 보이는 공자를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 정치를 개혁하고 참다운 인간의 모습을 위해 노력해가는 공자의 인본주의적이면서도 진보적인 정치사상을 엿볼 수도 있다.
공자를 알게 되면 《논어》를 이해하게 되고, 《논어》를 이해하는 것은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공자의 철학에 닿는 지름길이자 동양사상의 한 핵심을 꿰뚫는 길이기도 하다. 이 책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열려 있는 공자의 철학, 끊임없이 나와 우리를 되새겨 보게 하는 사람됨의 거울이자 지성의 원천인 《논어》를 맛깔스럽게 다시 상찬해 놓았다는 공을 받기에 충분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석
1965년 출생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제44회 사법시험 합격
변호사, 산책가
저서 《법철학소프트》
목 차
머리말 4
1장 논어 스스로 말하고 싶은 것 8
마구간의 불 | 맹무백이 효에 대해서 물었다 | 군주가 군주다워야 | 이적과 제하 | 엄숙주의 | 어진 사람 대하기를 | 의미 없는 논쟁들
2장 말, 열려 있는 텍스트가 되다 32
다독, 다상량 | 텍스트의 이해 | 옥석 가리기 | 종횡으로 읽기 | 제자들 | 일이관지 | 채색하기
3장 천 사람의 마음속 천 명의 공자 56
인본주의자 공자 | 효에 대하여 | 전불습호 | 천상지탄
4장 공자라는 크고 높은 언덕 74
공자연보 | 의심스런 정보들 | 학이시습지, 공자의 일생 | 학문을 즐긴 사람 | 위대한 교사 | 정치적 부침과 실패
5장 만들어져가는 ‘위대함’ 98
인간 공자 | 왜곡의 시작 | 공자는 성인이라 말하지 않았다 | 공자는 혁명가인가 | 공자는 보수주의자인가 | 평화주의자 | 충과 효의 본래 의미 | 실학의 정신 | 유가를 넘어
6장 춘추·전국시대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128
춘추·전국시대 | 공자의 해법 | 주나라의 두 기둥 | 수신제가의 뜻 | 차별적 질서, 이원적 규범 | 주나라의 설계자, 주공 | 시, 예, 악 | 새로운 계층의 출현
7장 무위지치의 상고시대를 꿈꾸다 156
상고시대 개관 | 무위지치 | 역사적 의미 | 선양에 담긴 뜻 | 대동사회에서 소강사회로 | 망국의 왕에 대하여 | 은나라 유민, 공자
8장 어떻게 읽어야 진실성이 담보되는가 178
인과 민 | 군자와 소인 | 화동담론 | 논리적 《논어》읽기 | 《논어》의 총론, 학이 | 진작, 위작 | 장절의 분리, 통합
9장 선택, 상하좌우의 한 가운데서 204
미생고 이야기 | 번지와의 대화 | 양호와 공산불요와 필힐 | 교육에는 차별이 없다 | 무신불립 | 질과 문 | 출사에 대하여 | 부귀, 빈천
10장 사람, 하늘, 가르침, 진리, 인생 234
사람에 대하여 | 하늘에 대하여 | 교육에 대하여 | 진리에 대하여 | 인생사에 대하여
11장 오롯한 인간의 길, 최후의 지표가 되다 254
전환점, 그리고 최후 | 공자의 마지막 | 오직 인간의 길 | 인재를 구하는 법 | 《논어》의 참 가치
맺는말 270 참고문헌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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