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금오신화』는 매월당 김시습의 소설이다. 『금오신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소설로 문학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작품이다.
금오신화에는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 이렇게 다섯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각 작품에는 김시습 개인 문제뿐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허무나 욕망의 문제가 상징적으로 담겨 있다.
「만복사저포기」의 남자 주인공 양생은 고아로 홀로 살면서, 외로움에 한이 맺힌 인물이다. 그는 짝을 찾아 그 외로움의 한을 풀려고 한다. 마찬가지로 양생의 짝인 여자 주인공도 왜구의 난에 혼례도 해보지 못하고 처녀로 죽어 남자에 대해 한이 맺힌 인물이다. 이들이 부처님의 도움으로 만나 상대의 한을 풀어 주면서 동시에 자신의 한도 푼다.
「이생규장전」의 주인공 이생은 소극적이고, 절개와 의리를 잘 지키지 못하는 나약한 청년이다. 우연히 담 안에 있는 최씨 처녀를 만난다. 그녀는 이생과 달리 적극적이고, 절개와 의리를 중시하는 여인이다. 양생은 ‘있는 나’이다. 그러니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있는 나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어야 할 나를 찾고 싶었을 것이다. 대개의 사람처럼 그도 자기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고자 했을 것이다. 그녀는 바로 이생이 바라던 ‘있어야 할 나’의 이상적인 모습이었던 것이다.
「취유부벽정기」는 죽고 사는 문제에 대한 작가의 사생관(死生觀)이 잘 드러난다. 즉 인생 허무를 느끼고 있던 매월당이 인생의 허무를 이기고 초월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욕구를 표현한 작품이다. 즉 ‘현실의 그’로 비유된 홍생이 인생의 허무를 느끼다가 신선인 여인
으로 인하여 초월의 세계를 알게 되고, 드디어 영원히 그 세계로 나아간다. 물론 여인은 매월당이 무의식적으로 원하던 그 자신의 모습이다. 즉 그가 허무감에서 벗어나, 여인처럼 영원히 죽지 않는 세계에 살고 싶었던 무의식적 생각이 작품으로 반영된 것이다. 이는 인간이면 누구나 꿀 수 있는 꿈이기도 하다. 매월당은 이 작품으로 하여 자신의 허무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였던 것이다.
「남염부주지」는 작가의 종교관과 세계관이 잘 드러나 있다. 즉 승복을 걸친 유학자 매월당의 종교관과 그에 따른 벼슬에 대한 정치적 욕망이 주인공 박생을 통하여 잘 나타나고 있다. 이는 개인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종교가 개인적 문제인가, 사회적 문제인가는 문제를 위한 문제라는 말과 같이, 개인의 종교관과 사회관은 실로 하나라고 해야 할 것이다.
주인공 박생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상을 어둡고 불건전한 세상이라고 보았다. 즉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사회이면서, 동시에 불교, 무격, 귀신 등의 설이 난무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그는 그런 세상을 밝고 건전한 세상으로 바꾸려고 한다. 즉 공정하고 평등하며, 동시에 타락한 불교가 아닌 유학의 올바른 도로 다스려지는 세상으로 바꾸려는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해야만 자신도 과거에 급제하여, 세상에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매월당으로 대변되는 박생으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용궁부연록」은 좋은 세상에서 자신을 인정받고, 또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한생은 이 세상에서 문사로 이름만 났을 뿐 아직 왕으로부터 자신의 재주를 인정받는 ‘지기지은(知己之恩)’의 은혜를 입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꿈속에서 용궁 잔치에 초대받아 거기에서 용왕에게 지기지은의 은혜를 받고, 이어 그의 욕망을 하나하나 이루는 것으로 사건이 이루어져 있다. 즉 왕에게 문사로 대접받고 또한 풍류에의 욕망도 한껏 채우게 되는 것이다. 매월당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모두 이런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서연비람 고전 문학 전집1 『설중환 교수와 함께 읽는 금오신화』는 고전소설을 대중화하는 일에 관심이 많은 설중환 교수의 깊이 있는 해설과 재미를 더해, 독자의 문학 감상 능력과 우리 고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시습
1435년 서울 성균관 북쪽에 있는 반궁리(泮宮里)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강릉이다. 친가 외가 모두 대단한 집안이 아니었다. 외가에서 자라면서 말을 배울 무렵부터 외조부에게서 글자를 익히기 시작했다.
김시습은 유년 시절 장안의 화제였다. 두 살 때 “난간 앞에 꽃 웃으나 소리 아니 들리고, 숲 아래 새 울지만 눈물 보기 어렵네(花笑檻前聲未聽, 鳥啼林下淚難看)” 구절을 듣고는 병풍의 꽃과 새를 가리켰다거나, 다섯 살 때 자기를 보러 온 정승 허조(許稠, 1369∼1439)를 두고 “고목에 꽃이 피니 마음 늙지 않았다오(老木開花心不老)”라는 시구를 지었다는 종류의 이야기가 여럿 전해 온다. 소년의 천재성은 궁궐 안에까지 들려왔고, 세종은 그를 불러 시험하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년기의 천재성과 이로 인한 주변의 칭찬은 김시습의 삶을 불행한 쪽으로 몰아갔던 것으로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천재성은 비정상성과 통하고, 유년기의 능력은 나이가 들면서 퇴색하기 십상이며, 그 자질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과 비례하지 않는다. 김시습은 내성적이며 부끄럼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뒷날 그는 친지와 이웃의 넘치는 칭찬 때문에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과거엔 실패했고 집안은 빈한했다. 유년기의 충만감은 일순 공허감으로 뒤바뀌었다.
15세에 어머니를 여의었다. 오래도록 치유되기 어려운 내상을 입었다. 아버지는 곧 재취했다. 평생 집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떠도는 계기가 되었다. 18세 즈음에 혼인을 했지만 결혼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후 계유정난(癸酉靖難, 1453), 단종의 선위와 세조의 즉위(1455), 단종 복위 운동의 실패와 사육신 등의 죽음(1456), 단종의 죽음(1457) 등 정치적 격변이 잇달아 일어났다. 여러 문헌에는 김시습이 사육신의 시신을 수습해 매장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1458년, 24세의 김시습은 승려 행색으로 관서 여행을 떠났다. 평생의 방랑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관동과 호남을 유람하고, 서른 살 무렵에 경주에 안착한다.
37세(1471)에 경주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로 이주했다. 이듬해 수락산 동쪽에 집을 짓고 평생을 이곳에서 살려고 마음먹었다. 수락산 시절 김시습은 외부 활동과 교유를 자제하고 수행과 학문에 전념했던 것으로 보인다. <십현담요해(十玄談要解)> 등의 주요 불교 저술을 지었다. 이 시기 가장 가까이 지낸 사람은 남효온(1454∼1492)이었다. 후대 사람들은 두 사람을 생육신으로 묶어 일컬었다. 47세에는 잠시 환속해 다시 결혼하고 부친의 제사를 지냈다. 잠시 공부와 시작(詩作)의 방향이 유교로 급격하게 쏠렸다. 하지만 두 번째 결혼 생활도 오래가지 못했다.
수락산에 터를 잡은 지 만 10년이 되는 1483년 봄, 49세의 김시습은 다시 짐을 꾸려 길을 떠났다. 남효온이 지은 시에 따르면, 김시습은 육경(六經)과 역사서 등을 싣고 관동의 산수를 돌아다니다가 농토를 얻어 생계를 꾸릴 것이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작정이라고 했다. 이후 10년 그의 발걸음은 춘천, 홍천, 인제, 양양, 강릉 등지를 지났다. 오봉산과 오대산과 설악산에 머물렀다. 바닷가에서 한 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늙어 갔다.
1493년, 죽음을 직감한 코끼리가 깊은 동굴을 찾아들 듯이, 이승을 떠날 때가 된 김시습은 백제로 향했다. 무량사(無量寺), 지금은 부여군 외산면에 있는 아늑하고 포근하며 부드러운 절집에서 그는 평생 방랑에 지친 영혼을 안식한다.
엮은이 : 설중환
경북 의성에서 출생하여 고려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문학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주 우석대, 대구 계명대를 거쳐 2009년 현재 고려대학교 인문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재직중 서창사무처장, 인문대학장, 한국학연구소장, 인문정보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금오신화 연구>, <판소리 사설연구>, <꿈꾸는 춘향> 등이 있으며, 단군신화와 건국신화 등을 포함한 고소설 관련 논문을 50여 편 발표했다.
목 차
책머리에 9
『금오신화』를 읽기 전에 13
불우한 천재 매월당 김시습 18
김시습, 신동으로 태어나다 19 | 어두운 그림자 22 | 천재는 시험에 약하다? 22 | 계유정난 23 | 승복을 걸치고 방랑의 길을 떠나다 28 | 심경에 변화가 생기다 29 | 뜻밖의 기회를 맞다 30 | 갈등 속에서 피어난 금오신화 31 | 벼슬이나 해볼까 34 | 꿈 잃은 사나이 35 | 머리를 기르고, 고기를 먹기 시작하다 37 | 세상 너머로 떠나다 38 | 매월당이 쓴 자기 이력서 40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 45
1. 인간과 신이 만나다 46
2. 처녀귀신의 한을 풀어 주다 48
3. 여인의 남은 한마저 풀어 주다 65
4. 양생도 여인처럼 한을 다 풀다 72
작품 해설 만복사저포기 73
한 많은 양생 73 | 달밤과 나무와 시의 상징적 의미 74 | 한국인은 귀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77 | 왕 귀신의 첫 번째 한풀이 79 | 왕 귀신의 두 번째 한풀이 80 | 왕 귀신의 세 번째 한풀이 82 | 왕 귀신의 마지막 한을 풀어 주다 87 | 불교에서의 남녀 차별 88 | 양생의 한도 다 풀렸다 89
이생규장전(李生窺墻傳) 91
1. 꿈속으로 들어가다 92
2. 이생이 꿈꾸던 여인을 만나다 94
3. 죽어서도 맹세를 지키기 위해 찾아온 여인 109
4. 이생이 적극적이고 의리 있는 사람으로 바뀌다 117
작품 해설 이생규장전 118
이생, 담장 안에서 ‘있어야 할 자기’를 보다 120 | 적극적인 여인의 프러포즈 123 | 이생과 여인이 처음 만나다 124 | 여인의 단식투쟁 127 | 여인에 의한 결혼 128 |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 130 | 비겁한 이생, 혼자 도망가다 132 | 죽어서까지 이생을 찾아온 여인 133 | 속세를 떠나 꿈속에서 사는 이생 136 | 변모하는 이생 138 | 이생, 죽어서 여인을 찾아가다 141 | 소극적인 작가의 의지 143
취유부벽정기(醉遊浮碧亭記) 145
1. 인생무상을 느끼는 홍생 146
2. 홍생이 선녀를 만나다 151
3. 신선을 따라 신선이 되다 163
작품 해설 취유부벽정기 165
허무한 인생 166 | 꿈의 세계로 들어가다 168 | 선녀가 나타나다 171 | 신선이 되고 싶은 홍생 172 | 더욱 허무하게 느껴지는 세상 176 | 신선의 세계를 찾아 나서다 179 | 죽음을 사랑하는 주인공들과 작가 181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 187
1. 어지러운 세상 188
2. 자신의 생각이 옳음을 꿈속에서 확인하다 192
3. 박생이 염마왕이 되다 212
작품 해설 남염부주지 213
유학과 기타 종교 214 | 꿈속에 염마왕을 찾아가다 215 | 음양론이란? 216 | 유교와 불교의 차이에 대하여 219 | 귀신이 있는가, 없는가 221 | 타락한 불교 223 | 유학만이 바른길이다 225 | 왕이 되고 싶은 박생 226 | 박생, 왕이 되다 228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 231
1. 임금이 알아주지 않는다 232
2. 용궁 잔치를 즐기다 233
3. 용궁은 어떻게 생겼을까 251
4. 세상을 이기다 257
작품 해설 용궁부연록 258
나를 인정해 주는 세계를 찾아 나서다 258 | 용왕에게 인정받는 한생 260 | 글재주를 인정받다 261 | 풍류를 즐기다 263 | 작별의 선물이 주는 의미 267 | 다시 나를 알아주는 곳으로 영원히 떠나다 269
부록 『금호신화』 삽입시 273
1. 「만복사저포기」 삽입시 275
2. 「이생규장전」 삽입시 281
3. 「취유부벽정기」 삽입시 284
4. 「용궁부연록」 삽입시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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