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모차르트를 죽게 했다고?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에서 생을 마친 안토니오 살리에리(1750~1825)는 당대에는 최고 음악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자신의 음악보다 모차르트와의 관계로 더 유명하다. 둘의 관계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는 밀로스 포먼 감독의 1984년 영화 <아마데우스>다. 영화에서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에 대한 열등감을 안고 괴로워하다가 시기심으로 인해 모차르트를 죽게 한 인물로 등장한다. 그렇게 살리에리는 시기심의 대명사가 되었다. 살리에리로서는 억울할 일이다. 실제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죽게 했다는 건 영화적 각색일 뿐이다. 모차르트는 살리에리뿐 아니라 당대 거의 모든 음악가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타살이 아니라 자연사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니 말이다.
진실이 어쨌든지 간에 영화를 보면서 살리에리에 감정이입된 관객들이 압도적이었을 것이다. 살리에리야말로 우리 같은 사람이니 말이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은 갖지 못한 그 재능을 지켜보자니 괴롭기 그지없고, 그 소중한 재능을 가진 자가 하필이면 그토록 한없이 경박한 사람이라니 신이 원망스럽고, 자신이 성실하게 쌓아올린 성과들을 빼앗길까 질투심을 느낀 살리에리.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 닥치면 살의까지는 너무 심해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일만 남는다. 《살리에리를 위한 변명》은 억울한 살리에리를 위한 변호이자 살리에리와 다를 바 없는 우리 모두를 위한 변호를 담고 있다.
누구나 안고 살아간다
시기와 질투, 분노와 원한, 복수심, 불안, 열등감, 죄책감, 우울... 품고 있으면 무척 피곤하고 괴로운 이러한 감정을 심리학에서는 부정적 감정이라고 한다.
살다보면 스스로를 긍정적인 심리상태에 놓아두기 힘들 때가 있다. 아니 사실, 편안한 상태에 있을 때보다 전쟁터 같은 마음을 애써 다스려야 하는 때가 훨씬 많다.
대놓고 갑질하는 고객 때문에 화가 나고, 자신의 공을 가로채는 직장 상사가 원망스럽다. 은근히 자신을 무시하는 동료에게 화가 나 앙갚음하고 싶다. 이렇게 나름 이유가 있을 때도 있지만, 스스로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뛰어난 업무실적을 보이는 동료가 얄밉다. 아이 성적이 올랐다고 자랑하는 친구가 부러워 내 아이한테 화가 난다. SNS에 명품백과 고급 외제차를 자랑하는 지인을 보니 이렇게 사는 나는 한참 뒤떨어진 것 같아 우울하다. 입사시험에 합격한 친구를 축하해주고 싶지만 솔직하게는 합격이 취소되면 좋겠다. 애인이 다른 사람만 쳐다봐도 자신을 떠나버릴까 봐 두려워 일일이 감시하고 간섭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옹졸하고 모자라고 나쁜 사람인가? 정도와 상황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이런 생각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런 괴로운 감정들을 품고 사는 걸까? 인간적으로 성숙하지 않아서? 종교를 갖거나 마음을 수련하면 좀 나아질까?
자책하지 말자!
우리는 기쁨, 사랑, 우정, 용기, 자존감, 즐거움 같은 이른바 ‘긍정적 감정’만을 인정하면서 고양시키려 한다. 하지만 부정적 감정 역시 동전의 앞뒷면처럼 인간을 이루는 외면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뇌과학자와 심리학자가 함께 쓴 《살리에리를 위한 변명》은 부정적 감정을 올바로 이해해야 대책 없이 억누르거나 쓸데없는 자책감에 시달리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분노하고 화를 쌓아두고 복수심에 불타며,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을 미성숙함이나 나쁜 성격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자원을 관리하고 집단의 안정을 꾀하기 위한 도구로서 부정적 감정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부정적 감정은 우리 선조가 전해준 생존도구인 셈이다.
물론 꼭 필요한 감정이라고 해도 과하면 매우 괴롭다. 생존을 위한 도구가 오히려 생존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마음의 고통이 신체의 고통으로 드러나는 일도 허다하다. 많은 경우 나와 남을 비교하는 데서 부정적 감정을 겪게 되는데, 사생활이 광범위하게 공개되어 있고 관계의 밀도가 높은 현대사회에서는 더더욱 부정적 감정에 시달리게 된다.
부정적 감정에는 생존을 위한 나름의 기능이 있다!
‣시기 “남의 것을 탐내지 않으면 내것을 얻기도 힘들다.”
‣질투 “내것을 속수무책으로 빼앗기면 살아남기 어렵다.”
‣분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회복의 방법이다.”
‣원한 “분노를 쌓아두면 원한이 된다.”
‣복수 “제재가 없으면 집단의 안정을 유지할 수 없다.”
《살리에리를 위한 변명》에서 저자들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부정적 감정의 긍정적 존재이유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왜 시기하는가? 남의 것에 욕심을 내지 않으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가 없다. 무엇을 갖고 싶은지 알 수 없는 나는 무언가를 얻기 힘들다. 우리는 왜 질투하는가? 내 자원을 속수무책으로 빼앗기면 생존이 어렵다. 우리는 왜 분노하는가?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치유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마음이든 육체든, 크든 작든 상처를 입으면 화가 난다. 특히 분노는 자존심이 상처 입었을 때 치유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치유가 원활하게 되지 않으면 곪거나 원한이 된다. 우리는 왜 복수를 꿈꾸는가? 집단의 힘으로 생존해온 인류에게 집단의 구성원을 제재할 방법은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뇌과학과 심리학이 보여주는 우리 감정의 또다른 풍경
《살리에리를 위한 변명》의 저자들은 부정적 감정이 없어야 훌륭한 인간이라고 설교하지 않는다. 그저 살아있는 존재라면 살기 위해 갖게 된 필요한 여러 도구 중에 부정적 감정이 있으며, 이 점을 이해해야 도를 넘은 괴로움과 자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심리학자인 사와다 마사토는 시기와 질투, 분노와 원한의 심리학적 근원을 설명하고 현실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소개한다. 그에 따르면 시기와 질투는 대표적인 ‘자원 관리’ 감정이다. 보통 같은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둘은 다르다. 시기심은 나도 갖고 싶지만 아직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남이 먼저 갖게 되었을 때 가지는 씁쓸한 감정이고, 질투심은 내가 이미 갖고 있지만 남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상태에서 가지는 감정이다. 또 원한과 분노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원한이란 ‘오랫동안 쌓아둔 분노’다. 또한 상대의 고의성이 드러날수록, 스스로가 상황을 제어할 수 없을수록 깊어지며 복수심에 불타도록 한다. 저자는 이러한 부정적 감정이 실제로 어떻게 드러나는지 다양한 실험과 사례를 통해 보여주며, 개인의 부정적 감정들이 모여 집단적으로는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도 소개한다.
뇌과학자인 나카노 노부코는 부정적 감정이 생길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준다. fMRI(뇌기능 자기공명영상) 장치를 통해 뇌를 들여다보면 시기심을 자극할 때 뇌영역 중 전방 대상피질이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 영역은 보상예측(의욕), 의사결정, 공감과 감동 등의 인지기능까지 전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시기심과 의욕이 서로 결부되어 ‘나도 노력해서 저렇게 돼야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남과 나를 비교하는 데서 불행의 씨앗이 싹튼다
《살리에리를 위한 변명》에서 저자들은 부정적 감정을 무조건 부정하고 외면하려는 자세는 오히려 부자연스럽다고 말한다. 어차피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우선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품고 있기는 괴로운 감정이다. 과하면 독이 된다. 이를 어떻게든 해소하려는 것도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책 곳곳에서 강조한다.
‘자존감을 높여라!’, ‘남과 나를 비교하지 말라!’
남과 다른 성격으로 친구 없이 외롭게 지내던 소녀는 뇌를 통해 인간을 연구하는 뇌과학자가 되었고, 뚱뚱한 외모로 집단따돌림을 당하던 소년은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심리학자가 되었다. 남과 나를 비교하면서 분노와 질투, 우울과 자책에만 빠져 있었다면 이룰 수 없는 성과였을 것이다.
◎ 독자들 반응
‣ “시기와 질투가 어떻게 다른지, 이러한 감정을 왜 품게 되는지, 특히 인간의 삶에 긍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시기와 질투 같은 부정적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 “심리학 관련 책들 중에는 과학적인 연구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내용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최신의 연구성과를 보통 사람들도 알기 쉽게 설명하여 학문적으로도 매우 성실한 책이다.”
‣ “겉멋만 든 자기계발서에 식상한 사람이나 인간의 부정적인 측면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 “뇌과학자와 심리학자가 각각의 전문영역에서 부정적 감정에 관한 현실 속 다양한 모습을 분석하고 있다. 독자를 배려한 문장으로 쉽고 재미있었다. 후속편이 나오면 꼭 사고 싶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나카노 노부코
뇌과학자이자 의학박사다. 도쿄대학교 공학부를 졸업하고 도쿄대학교 대학원 의학계연구과 뇌신경의학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프랑스 국립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13년부터는 히가시니혼국제대학교 객원교수, 요코하마시립대학교 객원 준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연구 외에도 다양한 TV 프로그램의 패널로 출연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뇌과학을 통해 ‘인간’을 깊이 알고자 한다.
《뇌과학으로 본 ‘기도’》,《뇌는 어디까지 컨트롤할 수 있을까?》,《뇌내마약-인간을 지배하는 쾌락물질 도파민의 정체》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지은이 : 사와다 마사토
심리학자이자 임상심리사, 임상발달심리사, 심리학박사다. 쓰쿠바대학교 대학원 심리학연구과 심리학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7년부터는 우쓰노미야대학교 교육학부 준교수로 근무하고 있으며, 일본 감정심리학회 상임이사이자 도치기현 집단따돌림 대책 연락협의회 부회장으로서 집단따돌림(왕따) 문제와 ‘부정적 감정’ 등의 감정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의 질투감정과 그 대처방법子どもの妬み感情とその對處》이 있다.
옮긴이 : 노경아
한국외대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대형 유통회사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다가 오랜 꿈이었던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번역의 몰입감, 마감의 긴장감, 탈고의 후련함을 즐길 줄 아는 꼼꼼하고도 상냥한 일본어 번역가.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의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무인양품 보이지 않는 마케팅』, 『메이커스 진화론』, 『나는 페이스북 마케터다』, 『리더십의 철학』, 『격차고정』, 『디자인 씽킹』, 『시진핑은 왜 김정은을 왜 죽이려는가』, 『소셜 플랫폼의 육하원칙』, 『뜨거운 가슴으로 세상을 훔쳐라-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경영철학』, 『반농반X의 삶』,『물류 로지스틱스』, 『자원 식량 에너지가 바꾸는 세상』,『토쿄의 서점』, 『오늘하루』, 『청춘을 위한 철학 에세이』, 『자신감은 이 순간에 생긴다』 외 다수가 있다.
목 차
저자의 말
우리에게 ‘시기와 질투, 분노와 원한’은 어떤 의미인가
인간의 어두운 면에는 매력이 있다
1장 심리학자의 이야기 | 분노가 쌓이면 원한이 됩니다
생각할수록 분하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당한 대로 갚아줄 테다
복수심을 부채질하는 집단 소속감
상처난 마음을 달래주는 ‘꼴좋다’는 심리
복수 대신 드라마를
2장 심리학자의 이야기 | 남과 나를 비교할 때 시기심이 싹트죠
나 빼고 다 행복해 보여!
부러워하는 마음과 시기하는 마음
나도 잘만 하면 저렇게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노력하거나 회피하거나 공격하거나
악의적 시기심에 사로잡힐 때
집단적으로 생기는 시기심
남의 행복은 나의 불행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시기심이 내게 알려주는 것
3장 뇌과학자의 이야기 | 시기할 때 우리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시기와 질투는 다르다
여자는 남자보다 질투심이 강할까?
뇌 속 시기심의 자리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 뇌
생존과 번식에 꼭 필요한 시기심
4장 심리학자의 이야기 | 정의감은 복수심의 또다른 얼굴일지도 모릅니다
‘공인’을 향한 과격한 도덕적 잣대
모두 함께 공격하면 미안하지 않다
걔는 좀 당해도 싸
모두 함께 분노하면 모든 게 정당하다
정의가 정의를 훼손하는 현상
5장 뇌과학자의 이야기 | 정의감이 마약 같다는 생각, 해보셨나요?
‘도덕적’ 공격이 주는 쾌감
처벌감정은 희생양을 찾는다
정의이지만 욕망일지도
흉기로 돌변하는 정의감
6장 심리학자의 이야기 | 사랑은 증오로 바뀔 수 있습니다
메시지는 확인했는데 대답이 없네?
보복 포르노
내것을 뺏길지 모른다는 불안감
스토킹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
7장 뇌과학자의 이야기 | 내것을 빼앗길까 봐 뇌는 불안합니다
내것은 결코 뺏길 수 없어
질투를 담은 예술
자원을 관리하는 뇌
8장 뇌과학자의 이야기 | 부정적 감정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함께 살려면 필요한 시기와 질투
남성에게는 정의 여성에게는 공감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생’의 괴로움
인생의 어떤 모드를 선택할 것인가
9장 뇌과학자와 심리학자의 이야기 | 부정적 감정에 시달리는 살리에리 선생님, 그리고 우리에게
부정적 감정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어요
우리는 무언가를 갖고 싶어 합니다
질투는 과거형, 시기는 미래지향적 감정이지요
다르다고 생각되면 받아들여지기 힘들어요
독특한 그대로 살면 안되나요
시기심과 원한을 품은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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