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동화의 재인식』은 저자의 첫 번째 아동문학 평론집이다. 2008년부터 최근까지 여러 지면에 발표한 글을 모았다. 책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 책은 주로 동화에 관련된 담론으로 채워져 있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아동서사의 대중성 문제를 비롯해 웃음 코드, 판타지, 다문화 등 현단계 동화가 보이고 있는 다기한 양상을 전방위적으로 다루면서 독특하면서도 예리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제노사이드의 관점에서 제주4·3을 형상화한 작품을 분석하거나 핵문제를 다룬 작품을 살피면서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제기한 글에서 보듯이 저자는 현실문제 역시 동화가 반영해야 할 문학적 본질이며, 이를 통해 동화가 지닌 문학적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한마디로 이 책은 동화의 문학적 의미를 재구성해내고 회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최근 대중적 장르서사의 범람과 상업적 기획성이 난무하는 아동문학 현실에서 동화는 문학적 정체성을 잃고 아이들을 위한 가벼운 ‘읽을거리’로 전락해 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동화의 재인식』이라는 제목에 동화가 “결국에는 가닿아야 할 인식의 지평에 대한 함축이자 상상”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동화의 문학적 재인식을 통해 동화가 지닌 문학적 지평을 더욱 확대해 나가길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저자의 글이 지닌 비평적 예리함은 작품 해석의 재미와 비평의 맛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을 뿐 아니라 동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이끌어주기에도 충분하다.
이 책은 전체 4부로 구성했다. 마지막에 묶인 청소년소설론을 제외하면 모두가 동화에 관련된 글들이다.
먼저 1부 '동화의 운명'은 최근 동화의 양상을 짚어본 글들이다. 한동안 논란이 되었던 ‘동화의 소설화 경향’은 최근 동화의 흐름을 한마디로 축약해 보여준다. 고전적 동화의 낭만성은 이제 옛말이 되었음을 실감한다. 그만큼 동화는 소설적 산문정신으로 재무장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렇다고 해서 물활론적 은유의 세계가 폐기되는 것은 아니다. 「유년동화의 정체」는 새로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유년동화를 통해 동화적 낭만성의 가능성을 짚어본 글이다. 반면에 「동화의 운명」은 지난 15년간 동화의 변모 양상이 소설과의 부단한 교섭 과정이었으며, 이 장르 혼합적 경향이 앞으로 동화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될 것으로 추정한 글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특히 대중성 문제는 계속 논란이 될 것이다. 「아동문학의 타자성과 주체의 딜레마, 그리고 대중성의 문제」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대중성의 문제를 아동문학의 타자성이라는 속성을 근거로 점검한다. 생산주체와 향유주체가 분리된 아동문학의 특성상 아동문학은 타자의 문학이고, 아이들의 기호와 동일시하는 대중성조차 아이들을 타자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한 웃음, 악한 웃음」은 아동서사에서 종종 등장하는 웃음코드의 의미를 상업적 측면과 문학의 본질적 측면에서 논구한다.
2부 '동화와 판타지'는 동화의 환상성과 판타지 장르의 변별적 자질을 통해 장르적 경계를 확정함과 동시에 아동서사에서 보이는 환상의 새로운 경향을 드러내는 글들을 모았다. 특히 이 글들을 통해 판타지 장르의 특성을 명쾌하게 밝히고 있다. 나아가 「현실과 환상, 또 하나의 페르소나」는 동화의 환상성과 판타지 장르의 패턴화된 환상기제에서 더 나아가 환상이 하나의 문학적 충동으로 출몰하는 새로운 양상을 환상적 사실주의적 시각에서 논의한다.
3부 '동화의 사회적 상상력'은 동화 역시 사회적 생산물이라는 점에서 현실의 다기한 문제의식을 분출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인 사안이 충돌할 수밖에 없으나 이 역시 동화가 감당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열려진 세계의 존재들」은 변신 이야기가 담고 있는 몸의 상상력을 통해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물신성을 살핀 글이고, 「차별과 혼돈의 벽을 넘어」는 다문화동화를 혼종성의 관점에서 살피고 있다. 「아동문학과 제노사이드」는 아동문학에 나타난 제주4?3의 형상화를 국가폭력의 관점에서 살폈으며, 「핵과 평화, 그 인간적 비참함에 관한 서곡」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핵무기/핵발전소 문제를 다루고 있다. 히로시마 원폭과 핵전쟁, 핵폭발 등 극단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품을 통해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짚어본다. 「아동문학에 담긴 현실적 가치들」에서는 권정생의 『몽실언니』를 중심으로 현실주의 동화의 흐름을 짚어 보고 있다.
4부 '청소년과 소설 사이'는 말 그대로 청소년소설의 양상을 살핀 것들이다. 이 글은 저자가 초기에 쓴 것이 대부분이라 최근의 작품들이 반영되지는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글들에 담긴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청소년소설은 ‘지금 여기’의 청소년이라는 당대성에 치중하다 보니 청소년 이야기를 통해 삶의 본질에 가닿기보다는 그들의 일상이나 성장서사로서의 면모에 지나치게 함몰되어 있다. 여기에 덧붙여 소재주의와 가벼운 대중 코드의 유행 역시 문제가 많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이처럼 이 평론집은 현단계 동화의 다양한 작품과 경향을 살펴봄으로써 문학적 흐름과 맥락을 짚어내고 있으며, 나아가 문학적 의의를 한층 고양시키는 예리한 비평적 성찰을 보여준다. 이러한 비평적 사유를 통해 한국 동화의 문학적 지향점이 더욱 고조되어 나가길 기대한다.
작가 소개
1965년 서울 마포에서 태어났으며, 단국대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했다. 200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비둘기 아줌마」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아동문학 계간지 『어린이책이야기』에서 활동하면서 평론을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동화집 『첨성대와 아기별똥』 『한밤중에 찾아온 우편배달부』, 그림책 『당나귀 임금님』 『상아의 누에고치』 등과 이론서 『한국 아동청소년문학 장르론』(공저) 등이 있다.
목 차
제1부 동화의 운명
유년동화의 정체
동화의 운명
아동문학의 타자성과 주체의 딜레마, 그리고 대중성의 문제
선한 웃음, 악한 웃음
조연도 아름답다
제2부 동화와 판타지
환상서사의 세계 인식과 내적 리얼리티
공간 변형 모티프를 활용한 동화 창작
보이지 않는 세계의 시공간들
‘판타지’ 용어의 중의성과 장르적 혼란
판타지를 바라보는 장르론적 입장
현실과 환상, 또 하나의 페르소나
제3부 동화의 사회적 상상력
열려진 세계의 존재들
차별과 혼돈의 벽을 넘어서
유배자의 응전과 배움의 의미
아동문학과 제노사이드
핵과 평화, 그 인간적 비참함에 관한 서곡
아동문학에 담긴 현실적 가치들
제4부 청소년과 소설 사이
‘지금 여기’ 청소년의 발견과 그들의 이야기
현실의 무게와 존재의 가벼움
성장을 이야기하는 다양한 방식들
과연 나는 정말 나인가?
야만의 시간을 건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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