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다인종 다문화 상상을 확대하는 페미니스트 문화정치의 실천을 향해
이 책은 2001년 여성문화이론연구소를 통해 『탈식민주의 페미니즘』(도서출판 여이연 발행)을 발간한 태혜숙 교수의 연구 작업의 맥을 잇는 작업이라 볼 수 있다. 그녀는 1993년부터 대구가톨릭 대학교 영문학과에서 영미소설 및 비평 분야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다가 올해 2월 명예퇴직했는데, 이 책은 그간의 그녀의 탈식민 페미니즘 연구를 확장하고 풍부하게 한 나름의 완결편으로 보인다.
우선 그녀는 동아시아 중심의 제한된 아시아주의를 탈피해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여러 아시아’라는 구도 하에서 횡적 관계성 속에 있는 아시아의 권역들을 탈식민(가야트리 스피박)의 의미 있는 지점으로 구축하자고 주장한다. 그런 다음, ‘다른 여러 아시아’라는 사유와 담론을 남반구 시각과 아래로부터의 시각에 따라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대륙 사이의 연계를 강조하는 트리컨티넨탈리즘(로버트 영)의 맥락에 놓자고 한다. 이러한 맥락화에 의해 부각되는 아시아의 다양한 하위지역들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그것들과 연결하고 상호참조하는 연구야말로 적녹보라 패러다임으로 재구축되는 탈식민 페미니즘의 지형과 결부된다는 논의를 펼치도록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세계와 주체를 이해하는 개념틀로서 각기 주요한 위치를 갖는 맑스주의, 생태주의, 페미니즘은 따로 각기 존재할 게 아니라 상호 연결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이미 자리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적녹보라 패러다임’은 바로 이 상호연결의 이론체계를 일컫는다. 여기서 ‘적’은 노동-계급-생산/재생산, ‘녹’은 생태-환경-자연, ‘보라’는 성-젠더-섹슈얼리티의 축을 가리킨다.
그러한 논의의 맥락은 이제 백인 남녀 중심의 서사로서 영미문학보다 그 서사의 이면에 흩어져 있는 비백인들을 포괄하는 다인종 다문화 서사들을 중시한다. 그러면서 그 다층적 서사들을 읽어내는 방법론적 기반으로서 ‘공통성과 차이의 문화정치학’을, 그 서사들의 이론적 기반으로서 ‘비판적인 다인종 다문화 페미니즘 관점’을 제시한다. 그러한 방법론적 이론적 기반에 따라 이 책은 ‘인종과 계급과 젠더의 역학’을 중시하는 가운데 또한 반인종차별적, 반자본주의적, 페미니즘적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액티비즘 전통을 따른다. 그렇게 하기 위해 특히 성?계급?인종의 축에서 가장 하위에 있는 유색인종 하위주체 여성들의 분석적인 목소리들에 착안하고 집중함으로써 그녀들의 삶을 세심하게 또 복합적으로 읽어낼 필요성이 강조된다. 그러한 읽기는 서구 백인(남성)중심인 공식 서사에서 누락되고 생략된 것들을 드러내도록 할 뿐만 아니라 중심/주변 사이에서 상호작용하는 역동적인 장들을 부상시키는 가운데 포괄적인 의미에서 국가서사를 다시 쓰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다시 쓰기’에서 비서구 유색인종 하위주체 여성들의 서사들은 서로 다른 성?인종?계급 주체들의 서사들과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마련이므로 서로 연결시켜 비교하는 다시 말해 상호참조하는 가운데 함께 논의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논의는 성?계급?인종의 측면에서 하위에 있는 비서구 유색인종 하위주체 여성들의 서사들에 새로운 관심을 갖고 그녀들의 세계관, 우주관, 감성, 인식을 접하고 이해하도록 함으로써 백인 남성중심의 기존문학과 문화에 있다고 하는 우월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도록 한다. 이러한 비판적인 검토 작업들을 복합적인 방식들로 축적해 나갈 때, ‘다인종 다문화 상상’은 성?인종?계급 주체들의 다양한 서사들을 보듬어 안으면서 또한 그 서사들을 확장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이로써 ‘페미니스트 문화정치’는 21세기의 주요한 화두인 ‘다인종 다문화 상상’을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확대하도록 우리를 고무할 것이다.
여기서 하나 더 덧붙일 것은 이 책의 저자 태혜숙 교수는 탈식민주의와 페미니즘을 결합시킨 ‘탈식민 페미니즘’ 이론가인 가야트리 스피박의 새로운 개념들과 이론들을 한국에 가장 많이 소개한 학자라는 점이다. 태혜숙 교수가 단독 번역하거나 공역한 『지구화 시대의 미학교육』,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 『다른 여러 아시아』, 『포스트식민 이성 비판』, 『교육 기계 안의 바깥에서』, 『다른 세상에서』가 스피박의 저서들이다.
작가 소개
대구가톨릭대학교 영문과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영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탈식민주의 페미니즘》(2001), 《한국의 탈식민 페미니즘과 지식생산》(2004), 《대항지구화와 ‘아시아’ 여성주의》(2008), 《다인종 다문화 시대의 미국문화 읽기》(2009)가 있으며, 역서로 《다른 세상에서》(2003), 《포스트식민 이성 비판》(2005, 공역), 《교육기계 안의 바깥에서》(2006), 《다른 여러 아시아》(2011),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2013), 《지구화 시대의 미학교육》(2017)이 있다.
목 차
들어가는 말: 역사?소설?영화 겹쳐 읽기의 문화정치학
제1부 새로운 연구 분야들의 형성
1. 아시아 여성 연구
2. 탈식민 페미니즘
3. 포스트식민 로컬 연구
제2부 주요 패러다임들의 재구축
1. 다른 여러 아시아
2. 적녹보라 패러다임
적색-녹색-보라색의 동맹
적녹보라 패러다임을 품는 탈식민 페미니즘
3. 트리컨티넨탈리즘
마르크스주의, 포스트식민주의, 트리컨티넨탈리즘
트리컨티넨탈리즘의 맥락: 반둥-비동맹-제3세계-남반구-트리컨티넨탈
4. 행성성의 지평: 새로운 해석적 상상적 지평
제3부 연구 혹은 읽기의 방법들
1. (비판적인) 다인종 다문화 페미니즘
2. 문화연구의 방법론으로서 ‘젠더번역’
3. 비교주의 독해에서 페미니즘적 상호참조 읽기로
제4부 영화적 재현과 겹쳐 읽는 영미소설
1. 『버마 시절』과 버마(영화 <비욘드 랑군>)
2. 『빌러비드』와 콩고(영화 <빌러비드>)
3. 『제인 에어』와 자메이카(영화 <제인 에어>)
4. 『노인과 바다』와 쿠바(영화 <노인과 바다>)
나가는 말: 다인종 다문화 상상을 확대하는 페미니스트 문화정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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