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세계에서 가장 ‘성 평등’한 곳이 되기까지
유럽연합 젠더정책의 역사와 현재
유럽은 분명 세계에서 젠더평등 수준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히며, 그러한 점에서 유럽연합과 유럽 각국은 젠더정책의 모범 사례를 제시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유럽에서도 젠더평등은 아직 완성하지 못한 과업이며, 이를 위한 정책은 온갖 힘에 밀려 뒷걸음질 치기도 한다.
이 책은 이처럼 가장 앞서 있지만 아직 갈 길 먼 젠더평등을 향한 길에서 유럽연합이 그동안 어떤 노력을 기울여 어떤 성과를 이루어왔는지 소개한다. 특히 유럽연합이라는 특수한 통치체계 속에서 유럽연합 차원의 젠더정책과 각 회원국의 젠더정책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비롯해, 노동시장에서의 젠더평등,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여성의 대표성 증진,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 다문화 존중과 젠더평등 간의 갈등 등에 유럽연합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정책적으로 대응해왔는지 알아본다.
더 평등한 사회를 향한 유럽연합의 ‘젠더정책 분투기’
유럽에서 젠더평등은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가
유럽에서의 평화 정착과 공동 번영을 목표로 출발한 유럽연합은 오늘날 인권과 성평등, 민주주의를 가장 근본적인 유럽적 가치로 규정한다. 유럽연합은 이러한 가치 실현의 중요한 과업으로서 젠더정책을 통해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철폐를 추구해왔다. 이는 젠더와 관련한 사안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냈다. 유럽연합은 여성의 경제적 자립, 일가족양립정책,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여성의 참여 증진, 젠더에 기반한 폭력 및 인신매매 단절뿐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의 성평등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오늘날 젠더정책에서 지구촌을 이끌어가는 행위자로 평가받는다. 이를 통해 성취한 성평등 수준은 분명 비교적 높은 곳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여전한 남녀 간 임금 격차는 물론, 유럽 내 무슬림의 헤드 스카프 착용을 둘러싼 논쟁, 정치권 내 인종 및 성 차별적 구호의 재등장 등 젠더정책의 수립과 시행에 관한 유럽연합의 고민은 여전히 적지 않아 보인다. 이번에 출간된 『유럽연합과 젠더』(박채복 지음, 한울엠플러스 펴냄)는 그동안 유럽연합이 젠더 문제에 대해 어떤 목표를 세워 어떤 정책으로 대응해왔는지, 그리고 오늘날 유럽이 직면한 과제에 어떤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짚어본다.
먼저 이 책은 사회적 기반이 서로 다른 국가들의 연합체인 유럽연합이 어떻게 젠더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지 알아봄으로써 유럽연합의 젠더정책이 개별 회원국 수준에서 젠더정책의 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다시 유럽 차원으로 확장되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유럽 차원의 젠더정책이 회원국 젠더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또 회원국의 젠더정책이 다른 회원국의 젠더정책에 영향을 미쳐 유럽 차원의 젠더정책의 방향과 전개 양식을 바꾸는, 이른바 젠더정책의 유럽화 과정에 대한 분석이다. 이를 위해 이 책은 독일의 사례를 중심으로 유럽 각국이 펴온 성평등정책에 관해서도 알아본다.
이에 덧붙여 이 책은 노동시장 진입에서의 남녀평등 문제, 동일노동과 동일임금 원칙의 병행,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 등에 초점을 맞췄던 초기의 정책적 관심과 배려를 넘어, 점차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여성의 대표성 증진 문제, 성주류화정책,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 다문화 등 유럽연합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젠더정책의 경계가 확장되고 있는 상황을 짚어본다.
여기서 성주류화정책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넘어 남녀 모두에게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유럽연합의 모든 정책에 성인지적 관점을 적용하려는 것으로, 이 책에서 필자가 분석한 그 성과와 문제점에 대해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일가족양립정책은 성평등 문제는 물론 오늘날 한국이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는 저출산 문제와도 깊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이 책에서는 유럽연합의 일가족양립정책의 내용과 특징을 알아보는 한편, 사회 환경과 정책적 지향점이 서로 다른 스웨덴과 프랑스의 사례를 비교해 살펴봄으로써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또한 이 책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유럽연합이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알아본다. 특히 일부 무슬림 이민자 집단에서 이루어지는 여성 성기 절제를 예로 들어,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는 것을 중요한 기반으로 삼고 있는 유럽연합에서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이민자 증가와 이에 따라 더욱더 복잡해지고 있는 젠더 문제를 유럽 내 헤드 스카프 착용을 둘러싼 논쟁을 예로 들어 짚어본다.
이 책에는 유럽연합의 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더불어 젠더 문제를 놓고 유럽 사회가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해온 과정이 담겨 있다. 오늘날 높은 수준의 젠더평등을 구가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에 부딪히고 있는 유럽의 현실을 보다 보면, 우리의 눈은 자연스레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로 향한다. 이 책에 소개된 유럽연합의 시도를 한국 사회에 적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는 하지만, 여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일보 후퇴와 전진을 반복하며 소모적 양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 사회에 이 책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채복
숙명여대를 졸업하고, 독일 마르부르크(Marburg)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정치(독일 정치 및 유럽 정치 포함)와 다문화 및 이주 문제, 그리고 젠더 및 여성 관련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젠더정치학>(공저),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공저) 등이 있다.
목 차
제1부 젠더적 시각에서 본 유럽연합의 정책 결정 과정
_ 제1장 유럽에서의 젠더 불평등 현황 및 문제 제기
_ 제2장 유럽연합 젠더정책의 역사적 형성 과정
_ 제3장 유럽연합의 젠더정책 결정 과정: 젠더정책 행위자의 상호작용과 연계 구조
_ 제4장 유럽연합 내 성평등 및 반차별정책
_ 제5장 유럽연합 국가 내 성평등정책: 독일의 사례
제2부 유럽연합과 젠더: 정책 및 행위자에 대한 역동성
_ 제6장 유럽연합 성주류화정책의 제도화 과정
_ 제7장 유럽연합과 정치적 대표성
_ 제8장 유럽연합 일가족양립정책의 제도화 과정
_ 제9장 유럽연합과 여성 폭력
_ 제10장 다문화의 도전과 정체성의 위기: 유럽연합 내 헤드 스카프 논쟁
_ 제11장 확대된 유럽연합과 젠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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