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대학 졸업생 중 절반을 차지했던 여학생들,
우수한 성적으로 입사한 여성들,
일터와 가정에서 고군분투한 워킹맘들,
그들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남녀 대학 진학률이 역전됐고, 각종 고시의 수석 자리를 휩쓸 정도로 이른바 ‘여풍’이 거세졌다지만 여전히 고위직 여성의 비율은 미미하다. 우수한 성적으로 입사한 여성은 불가피하게 ‘경단녀’가 되거나 직장 일과 가사 노동을 병행하느라 하루하루 지쳐간다. 어느새 승진은 동기 남성의 몫이다. 야심 차고 능력 있는 ‘알파걸’은 누구를 가리키는 말일까. 혹, 허상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두 아이의 엄마로 임신과 출산, 육아의 터널을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지나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여성 최초로 부주필 자리에 오르고, 미국 내 최대 미디어 기업인 개닛의 최고콘텐츠책임자(CCO)이자 USA투데이 편집장까지 지낸 조앤 리프먼은 바로 이 문제, 그 많은 똑똑한 여성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를 탐구한다.
리프먼은 성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남성들이나 기관에 대해서도 조사한다. 여성들의 노력만으로는 성별 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성 정치인과 기업가들에게 국가 운영을 맡겨 금융 위기를 극복중인 아이슬란드를 찾아가고,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발견과 실험을 파헤치며 여성과 남성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법에 대해서도 깊이 탐구한다. 제도적 성평등, 일상의 성평등, 직장에서의 성평등이 결국 기업과 국가에도 득이 되는 일이라는 사실도 밝힌다.
사회는 여성의 성공을 의심한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변호사로, 기자로, 연구자로 저마다의 길을 앞둔 저자와 그녀의 친구들. 모두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고 다복한 가정을 꾸릴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10년 후, 자신의 일을 계속하는 친구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경단녀’ 비중이 OECD 4위인 한국에서도 꽤 익숙한 상황이다. 왜 그녀들은 직장을 관둘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그리고 왜 다시 직장에 돌아오지 못했던 것일까. 조앤 리프먼은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무의식적 편견’에 주목한다.
현대의 여성은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며, 여성과 남성의 능력이 다르지 않다고 교육받으며 자란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남성을 일과, 여성을 가족과 동일시하며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과 능력치를 구분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트랜스젠더들의 사례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180~185쪽). 신경세포 분야의 권위자이자 스탠퍼드대의 생물학자인 바레스 박사는 여성 바버라로 살다가 마흔두 살에 성전환을 했다. 아직 여자였던 대학 시절, 어려운 문제를 수백 명의 학생 중 혼자만 풀어내자 남자친구가 대신 풀어준 게 틀림없다는 의심을 받았다. 박사과정 시절에는 여섯 편의 논문을 발표했음에도 단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던 남학생에게 연구원 자리를 뺏기기도 했다. 하지만 성전환 후에는 그 누구도 그의 권위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어느 생물학자에게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즉 똑같은 조건일 때 남성이 여성보다 더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무의식적인 편견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성 직원과 여성 직원이 함께 있을 경우 남자를 당연히 상사로 여기거나, 남자 직원이 더 똑똑하고 신속하게 일처리를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남성만 이러한 편견을 가진 게 아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편견이 결국엔, 조직 내 고위직 남성의 비율이 65퍼센트 이상이 될 정도의 격차를 만든다. 작은 편견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결과를 낳는 셈이다.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는 집단적인 편견을 일부나마 파악해볼 수 있다. 얼마 전 정형외과의사들의 모임에서 무의식적인 편견에 대해 강연해달라고 요청해왔다. 프레젠테이션을 돋보이게 할 시각 자료를 찾다가 구글 이미지 검색창에 ‘의사’를 입력해보았더니 거의 남자인데다 전부 백인의 사진만 결과로 나왔다. 어쩌면 이것이 이례적인 검색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간호사’라고 입력했다. 그러자 거의 모두가 여자인데다 거의 전부 백인 사진이 나왔다. 호기심이 불쾌감으로 변했다. 나와 인터뷰를 했던 의사들 중 상당수가 각 과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기자로 일해오며 기업 경영자들도 많이 만났다. 그래서 이번에는 ‘CEO’를 입력해봤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구글에 따르면 검색 결과 상단에 사진이 등장할 만한 유일한 여성 CEO이자 세계 여성 CEO의 정점에 선 인물은, 다름아닌 CEO 바비 인형이었다. _113쪽
여성은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노스웨스턴대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대법원 판사조차도 남성 판사보다 세 배나 발언을 저지당한다. 기본적으로 군대 조직을 모델로 만들어진 직장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일터에 나온 여성은 남성처럼 행동하며 남성의 체제에 적응한다. 그럼에도 여성에 대한 ‘무의식적인 편견’은 자주 문제를 일으킨다. 여성의 발언이나 기획은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거나 남성에게 가로채인다.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고 평가받거나 “그녀는 아이 때문에 고사할 거야”라며 채용이나 승진에서 밀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충분히 자격을 갖췄음에도 여성은 연봉 인상이나 승진을 잘 요구하지도 않는다. 신입 시절엔 자신보다 성과가 적었던 남자들에게 밀리고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거나 전망은 없지만 비교적 부담이 덜한 업무만 맡는 식으로 경력을 포기하는 악순환 또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런 악순환을 끊을 방법은 있다. 여성 작가들이 의견을 낼 때 다른 사람에게 가로막히지 않게끔 조치한 <워킹 데드>의 제작자 글렌 마자라(41쪽), 블라인드 오디션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여성 단원의 비율이 50퍼센트까지 늘어난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7장), 성평등을 위해 조직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남학생 단체 맨배서더(9장) 등 성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중인 이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여성들이 남성들의 이미지로 구축된 프로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여성들이 말을 하고, 옷을 입고, 이메일을 작성하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식은 타인의 문화에 우리가 어떻게 비치는가를 의식한 결과다. 우리는 여행지에 잘 녹아들게끔 끊임없이 현지인들의 습관을 흉내내려 애쓰는 여행자와도 같다. 뉴욕타임스 기자인 데이비드 스트라이트펠드는 성차별 소송에 대한 기사에서 많은 여성들이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유지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균형을 다음과 같이 통렬하게 표현했다. “목소리를 높여라, 하지만 말을 너무 많이 하지는 마라. 분위기를 띄워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가로막지 마라. 자신감과 비판적인 태도를 갖춰라, 하지만 거만하거나 부정적으로 행동하지 마라.” _30쪽
세계 최대의 미활용자원 여성을 주목하라
여성의 성공이 남성의 실패를 의미하는 제로섬게임은 아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의 추정에 따르면, 보다 많은 여성이 경제활동을 할 경우 향후 20여 년간 미국의 GDP가 무려 2조 1천억 달러나 늘어난다고 한다. 미국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 또한 ‘위미노믹스’라는 프로그램을 출범시켜 여성의 경제활동을 독려하고 있고 세계 각국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이어진다. 일례로, 주방용품 기업 타파웨어는 여성 마케터 브라우니 와이즈를 영입해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다. 성평등을 위해 육아휴가 등 복리후생 제도와 인센티브 제도를 개선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지원자의 선발을 의무화한 후 구글, 킴벌리클라크 같은 기업도 더 많은 여성 인재를 채용하고 매출 또한 높아졌다. 조앤 리프먼은 이로써 성평등을 위한 노력이 여성의 이익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우리 모두가 보다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임을,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임을 설파한다.
남녀가 평등하게 경쟁하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실질적인 해결책 또한 제시한다. 여성의 말을 가로막는 사람을 가로막자, 여성이 의견을 냈을 때 주변에서 되풀이하여 이를 증폭시키고 서로의 성과를 공유하고 상대를 칭찬해주자, 칭찬을 가장한 모욕을 피하자, 여성을 위한다면서 대신 결정하지 말자, 연봉을 공개하고 성별에 따른 급여 격차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자, 사무실에 얼마나 오래 앉아 있느냐가 아니라 성과를 기반으로 인사고과를 실시하자, 잠재력 뛰어난 여성에게 실제로 이끌어줄 만한 멘토를 연결해주자 등 남성이든 여성이든 채택할 만한 이러한 전략을 통해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우해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게 이끈다.
여성 본인들의 힘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남성들도 성평등 문제를 인식하고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여성에게 평등한 사회는 남성에게도 평등한 사회다. 소녀들에게 허용되는 직업뿐만 아니라 소년들에게 허용되는 직업의 정의도 더욱 확장되어야 한다. 공감력이나 협동력 같은, 예로부터 여성적 가치라 여겨진 가치를 점점 더 중시하는 추세의 현대 경제에서는 더욱 그래야 한다. 여성 외과의를 이상하게 보지 않는 것처럼 남성 간호사를 보고도 눈살을 찌푸리지 말아야 한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드디어 우리가 딸을 아들처럼 키우게 됐다니 무척이나 기쁩니다. 하지만 아들 역시 딸처럼 키울 때까지는 절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_406쪽
작가 소개
지은이 : 조앤 리프먼
저널리스트. 예일대 졸업후 월스트리트저널에 입사해 여성 최초로 부주필 자리까지 올랐다. 이후 미국 내 최대 미디어 기업인 개닛의 최고콘텐츠책임자(CCO)이자 USA투데이 편집장으로 일하며 삼천 명 이상의 언론인을 지휘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USA투데이 등에서 그녀가 주관한 보도로 수차례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ABC, CNN, NBC, CBS 등에 출연해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뉴욕타임스, 『타임』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뉴스위크』 등에도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옮긴이 : 구계원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도쿄 일본어 학교를 수료한 후 미국 몬터레이 국제대학원에서 통번역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통역사로 활발히 활동하는 동시에 관심 분야의 서적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봉고차 월든』 『술 취한 식물학자』 『난센스』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들』 등이 있다.
목 차
프롤로그: 성평등, 분기점에 서다
1장. 가려진 여자들의 사회생활(남성들을 위한 기본 안내서)
2장. 성공의 비결은 여성이다
3장.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성차별주의의 함정
4장. 다양성 교육이 편견을 낳는다
5장. 존중받지 못하는 여자들
6장. 여성은 왜 연봉 인상을 요구하지 않을까?
7장. 블라인드 오디션: 편견이 완전히 사라진 세상을 상상하다
8장.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여자들: 세계 최대의 미활용 자원
9장. 밀레니얼 세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실험
10장. 여자들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에필로그: 현재는 곧 미래다
직장 내 성평등을 위한 전략 노트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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