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중국의 전통적인 문자 연구와 달리, 서구의 논리학에 근접하는 나름의 논리와 사유를 보여주는 중요한 중국 고대 문헌으로 꼽히는 『공손룡자』의 완역본이 염정삼 교수의 번역, 주해로 출간되었다. 중국 문자의 언어적 한계와 중국인들이 가진 사고 유형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통 시기 전체에 걸쳐 언어론을 정면으로 다루려 했다는 점에서 『공손룡자』는 면밀하게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
치세, 이름과 실질의 올바른 관계 정립이 선행되어야
공손룡은 기원전 3세기 중국 조(趙)나라의 사상가로, 백마비마론(白馬非馬論), 견백동이론(堅白同異論) 등 그의 논리는 당대에 이해되기 힘들었다. 공손룡의 사적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비자(韓非子)』 등에 언급된 것을 보면 당대에 상당히 유명한 변론가였음은 분명하다.
공손룡이 활동하던 시대는 세상의 질서와 혼란을 결정하는 요체가 무엇인지 공적인 논의가 뜨겁게 유행하던 시기였다. 공손룡은 이름[名]과 실질[實]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성인의 치세(治世)를 만드는 기초가 된다고 믿었다. 공손룡이 말한 ‘名’은 단순한 이름, 지칭, 술어, 언어 등에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의 삶과 경험, 역할과 책임의 도덕적인 총체를 뜻했다. 그것에 기초하여 그 사람의 생애와 신분의 특정 시기에 차지하고 있던 자리[位]에 올바른 이름이 맺어지는 것을 ‘實’이라고 보았다.
치세를 실현할 수 있도록 올바른 이름을 정립하기 위해 공손룡은 사람들에게 실질을 올바르게 가리켜서 말하는 방법을 찾으라고 권고하였다. 공손룡은 그것을 당시의 일상어를 사용하여 논증하려고 했고, 그 논증 과정이 이 책에 수록된 「백마론(白馬論)」, 「견백론(堅白論)」, 「지물론(指物論)」, 「명실론(名實論)」 등으로 정리되었다. 언어의 시제, 상태 등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힘든 중국 문자의 영역에서 좀 더 치밀한 ‘논변’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사물을 가리키는 명명의 다양함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공손룡자』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염정삼 교수는 『공손룡자』를 번역, 주해하면서 공손룡이 말하지 않은 것을 가지고 확대 해석하지 않고, 후대 주석가와 번역가의 논리 틀을 섣불리 적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서양 논리학의 개입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전통 시기의 주석인 송대 사희심의 주석과 청대 유월과 손이양의 주석은 전문을 번역하여 수록하였다. 그 밖에 근대 이후 주석가들은 참고할 만한 주장이 있을 경우에 해당 부분을 인용 또는 요약하여 소개한다.
작가 소개
저 : 공손룡
기원전 3세기 중국 조나라의 사상가로, '백마비마론', '견백동이론' 등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당대엔 그의 논리는 이해되기 힘들었다. 공손룡의 사적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비자> 등에 언급된 것을 보면 당대에 상당히 유명한 변론가였음에 틀림이 없다. 당시 조나라 평원군이 공손룡을 후대하였으나 이후 추연과의 논쟁 등을 거치고 나서 그를 내쳤다고 한다. 저작으로는 그의 주장을 담은 <백마론>, <지물론>, <견백론> 등이 수록된 <공손룡자>가 전해진다.
역 : 염정삼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중국 문자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하대학교 중국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설문해자주 부수자 역해』, 『문선(文選) 역주』(공역) 등의 저작이 있으며, 「漢字가 보여주는 순환론적 세계관」, 「中國 文字의 象形性과 表音性」, 「先秦시기 有指와 無指의 논전: 公孫龍子 指物論을 중심으로」, 「類와 象을 통한 문자의미의 생성과 분화: 『설문해자』 ‘口’부를 예증으로」, 「『명리탐(名理探)』에 소개된 서구 논리학의 특성」, 「중국 예수회 선교사들의 ‘논리학’ 요청의 배경: 그들은 왜 『범주론』을 번역했는가」 등의 논문이 있다.
목 차
머리말
해제 | 『공손룡자』를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
일러두기
1. 적부(跡府)
2. 백마론(白馬論)
3. 지물론(指物論)
4. 통변론(通變論)
5. 견백론(堅白論)
6. 명실론(名實論)
부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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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총서 발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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