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일제 식민 지배의 첨단(尖端) 서대문형무소 미시사(微視史)
1908년 10월 문을 연 서대문형무소는 일제의 식민지화 과정에서 설치된 한국 최초의 근대식 감옥이다. 표면적으로는 자유형을 표방한 근대 감옥이었지만, 실제로는 제국주의의 침략에 저항했던 세력을 일반 대중과 분리하기 위한 감금 시설이었다.
이 점에 주목한 지은이는 서대문형무소 건축 도면과 수형기록카드 등 방대한 관련 자료를 분석하여 서대문형무소가 억압과 공포의 상징인 동시에 식민 지배 체제를 완성해 가는 장치로 이용되었음을 밝힌다. 또한 일제 강점기 항일 독립운동가들을 수용, 관리했던 최일선의 감금 시설이었다는 점에서 제국주의 국가와 식민지 간의 지배와 피지배 관계는 감옥을 통해 완성되어 갔음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동안의 연구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서대문형무소의 확장 과정, 일본인 소장과 한국인 간수, 수감자의 세세한 현황과 특징, 수감자의 의?식?주 일상 등을 미시사(微視史)적인 관점으로 밝혀 서대문형무소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이다. 이 과정 속에서 지은이는 한국 독립운동이 일부 지식인이나 특정 계층이 아닌, 10대부터 70대까지 남녀노소와 신분의 고하를 가리지 않고 전 계층이 참여한 보통사람들의 위대한 투쟁이었음을 밝힌다.
식민지 감옥에서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억압된 공간과 시간의 기록
2019년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해에 100년 전 그날의 의미를 기억하고 기념할 만한 책이 출간되어 주목된다.
『식민지 근대감옥 서대문형무소』라는 제목의 책으로, 역사학자이자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관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가 방대한 실증 자료와 통계 분석을 통해 연구한 결과를 서대문형무소 관련 사진, 건축 도면, 수형기록카드 등과 함께 수록했다. 특히 연구 결과를 서술에만 그치지 않고, 수형기록카드로 확인된 4,000여 명의 ‘서대문형무소 수감자 명단’을 수록하여 그동안 자료를 확인하지 못한 항일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모두 7개의 장(章)으로 구성되었다. 각 장별로 서대문형무소의 개소와 설치, 감옥의 확장과 조직 및 인력, 수형기록카드 분석, 수감자 현황과 특징, 여성 수감자, 수감자의 일상, 해방 이후 서대문형무소의 변화 등을 살펴본다.
1장에서는 1908년 전후 서대문형무소의 설치 과정을 살펴보고, 이 시기에 전국 16개 지역에 설치되었던 감옥의 확산을 알아본다. 일제가 한국 사회의 통제와 지배력을 강화해 가는 과정에서 서대문형무소 설치와 감옥의 전국적 확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로써 감옥이 한국 식민지화 과정에 어떤 작용과 역할을 했는지, 일제는 그것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2장에서는 국권 침탈 이후 본격화 된 식민 지배와 관련하여 증가하는 수감자를 수용하기 위한 서대문형무소 건축 확장과 운영 담당자였던 감옥 관료의 이력과 행적을 살펴본다. 건축 확장과 관련해서는 일제 강점기 전국 최대 규모의 감옥으로 운영되었던 서대문형무소의 역할을, 인력 확장과 관련해서는 감옥 조직의 편제와 직원 복제, 인력 구성을 알아본다. 특히 역대 소장을 지낸 인물을 비롯해 중간 관료로 양성된 한국인 간수장들을 추적해 그들의 특징을 살펴봄으로써 식민지 감옥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었는지 그 실상을 알 수 있다.
3장에서는 일제가 소위 ‘사상범’이라는 명목으로 투옥한 항일 독립운동가를 관리하기 위해 작성했던 수형기록카드를 분석해 본다. 수형기록카드는 독립운동사를 통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기록물로, 독립운동가 발굴과 연구는 물론 선양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비록 일제에 의해 작성된 기록이지만 이제는 우리의 독립운동사를 연구하는 기록물로서, 일상 속에서 독립운동가를 기억하고 기념할 수 있는 문화재로서 역사적 의의와 가치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4장에서는 서대문형무소 수감자들의 출신 지역, 연령, 형량, 죄명에 대한 유의미한 통계 자료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수감자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으며, 왜 수감되었는지, 일제가 판단한 그들의 ‘죄’에 대한 처벌 양상은 어떠했는지 그 특징을 살펴본다.
5장에서는 수형기록카드를 활용한 새로운 연구 방법을 통해 여성 수감자의 특징을 살펴본다. 178명의 여성 수형기록카드에 기재된 정보의 상관관계를 추적하여 수감자 개개인 간의 관계와 활동 내용을 분석함으로써 남성 위주의 독립운동사 연구 경향을 극복하고,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여 독립운동의 다양성을 밝힌다.
6장에서는 1930~1940년대를 중심으로 수감자 관리 규정과 사례를 통해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던 사람들의 일상, 즉 의.식.주 실상을 알아본다. 감옥은 그 안에 투옥되었던 수감자들에게는 일정한 기간을 살아가야 했던 삶의 공간이자 하나의 사회 구조였다. 따라서 수감자의 일상을 통해 일제의 식민지 정책이 감옥 운영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 반대로 감옥 운영이 식민지 지배에 어떠한 역할을 제공하였는지 그 단면을 살펴볼 수 있다.
7장에서는 해방 후 서대문형무소의 변화 양상과 복원 과정을 살펴본다. 해방 후 미군정기, 독재정권과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사상범 중심의 수용 감옥이었다는 점에서 서대문형무소의 기능은 지속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철거 여론과 보존 여론의 양립 속에서 박물관으로 재탄생하게 된 계기를 알아본다.
부록에서는 6,200여 장에 이르는 수형기록카드의 상세 정보를 일일이 데이터화 하여 그 중 중복 카드를 제외한 4,000여 명을 수록했다.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던 사람 가운데 수형기록카드가 남아 있는 인물들의 성명과 생년, 직업, 본적, 죄명과 형량, 수감일, 출소일 등 상세 사항을 기록했다. 단순한 기록에만 머물지 않고 시민들의 입에서 입으로 한 사람 한 사람 불리어져 오늘 다시금 그들이 기억되고 기념되길 바라는 저자의 희망이자 의도이다.
작가 소개
사람 사는 세상의 역사를 꿈꾸며 충남대학교에서 한국근대사를 전공하고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제 강점기 근대 감옥과 수감자에 대한 연구 분야를 개척하여 국내에서는 드물게 감옥사 전공자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2019년 현재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관장으로 있으면서 서대문형무소 공간에 담긴 시간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고, 시민들과 함께 기억하기 위해 다양한 전시과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논저로「독립운동 공간의 기억과 기념」, 「3·1운동 관련 서대문형무소 수감자 현황과 특징」, 「해방 후 서대문형무소 운영과 변화」, 「1930년대 서대문형무소 일상」, 「대한제국 말기 일제의 경성감옥 설치와 본감·분감제 시행」, 「연재 송병선의 학맥과 민족운동」,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찾아서 - 일본 편』 등 30여 편이 있다.
목 차
머리말
제1장 서대문형무소 개소와 설치
1. 근대기 감옥제도 정비
2. 일제의 경성감옥 설치
3. 본감제 시행
4. 경성감옥 신축과 이전
5. 분감제 시행
제2장 서대문형무소 확장과 운영
1. 옥사 확장과 증축
2. 구치감 신축
3. 조직과 복제 규정
4. 관리 인력
5. 한국인 간수장
제3장 수형기록카드 분석
1. 수형기록카드 현황
2. 작성 시기와 양식의 변화
3. 작성 기관과 관리 기관
4. 수형 기록 관리
5. 명칭 검토
제4장 수감자 현황과 특징
1. 출신 지역
2. 혈연, 지연, 학연
3. 연령 분포
4. 죄명
5. 형량
제5장 여성 수감자
1. 여성 수감자 현황
2. 출신 지역
3. 연령 분포
4. 형량
5. 여성 수감자의 항일투쟁 유형
제6장 수감자의 일상
1. 의(衣)
2. 식(食)
3. 주(住)
4. 노역(勞役)
5. 전향(轉向)
제7장 해방 이후 서대문형무소
1. 해방 직후 사상범 석방
2. 미군정기 서대문형무소
3. 정부 수립 이후 서대문형무소 운영과 이전
4.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개관
맺음말
참고 문헌
부록 : 서대문형무소 수감자 수형기록카드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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