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아베 총리는 일본의 지정학적 정체성으로 해양·민주주의 국가를 제시했다. 누구나 쉽게 수긍할 수 논리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필자가 보기에 근대 일본의 지정학적 사고와 전략은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해양국가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에 지배적이었던 것은 대륙계적 사고와 발상이었다. 제정 러시아처럼 주변의 힘의 공백 지역에 대해 기회를 틈타 순차적으로 강점했고, 또 독일처럼 세력권을 확장하고 패권을 추구하려 했다. 따라서 최근 아베 내각의 지정학 게임은 예전에 경험한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것이라 하겠다.
아베 총리의 언설·구상의 진위 여부는 차치하고 문제의 핵심은 21세기적 현상에 대해 19세기 내지 20세기의 복고적이고 또한 지리결정론적인 개념·발상에 의거하여 대응하려는 경향이다. 이러한 퇴행적 사고에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전략이 나오기는 힘들다. 비단 일본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지도부도 마한의 해양 강국론을 모델로 삼고 있는 듯하다. 동중국해의 제해권 장악, 제1열도 선과 제2열도선 사이를 완충지대로 하는 반접근·지역거부 전략, 해외의 거점 확보 시도 등이 그것이다. 우리들도 불과 1세기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되는 지리결정론, 약소국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에 끼인 반도의 숙명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강대국 결정론의 노예가 되어버린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필자는 지정학적 상상력(geopolitical imagination) 이란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지정학적 상상력이란 지정학적 전제나 표현, 인식 등으로 구성되며 세계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행동하는 방식을 형성하는 기본적인 해석과 인식의 틀을 말한다. 필자는 근대(메이지유신 이후)에서 현대(2018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주요 정책결정자들의 철학이나 신념(국가관, 대외관 등), 그리고 시대별 대외전략 및 정책 등과 같은 사례를 개괄적으로 들여다봄으로써 일본의 지정학적 상상력의 실체를 드러내보고자 했다.
작가 소개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교수. 전공분야는 일본 정치·외교, 동아시아 국제관계이다. 고려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GIP)에서 정치학 석사, 일본 게이오대에서 법학 박사(정치학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조교수, 일본 간토가쿠인대 법학부 교수를 지냈다.
주요 저서로는 『일본의 경제외교와 중국』(게이오대출판회, 2004)[2005년도 오히라 마사요시 기념상], 『북풍과 태양: 일본의 경제외교와 중국, 1945-2005』(고려대출판부, 2012)[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삼성경제연구소, 2013)[중국어판: 『日本复興大戰略: 與日本高層戰略家的深層對话』(中國社會科學院社會科學 文獻出版社, 2017)][문정인과 공저], 『중국과 일본의 악수: 1972년 국교정상화의 진실』(2017)[공역서],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2017)[편서] 등이 있다.
목 차
서장 왜 일본의 지정학적 상상력인가?
1장 메이지 국가의 대외전략
2장 만주사변에 이르는 길
3장 중일전쟁, 그리고 태평양전쟁으로의 돌진
4장 미국의 냉전 전략과 반공의 방벽
5장 중국과의 국교정상화, 그리고 중국 개혁·개방 노선 전면 지원
6장 21세기 일본의 지정학적 도전
종장 일본의 지정학적 상상력이 시사해주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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